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2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4 0

왕도까지 5일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에르제와 린제는 지도를 보면서 계획을 세웠다. 가면서 마을을 들리는 계획이었다. 왕도까지 가기 위해 4군데 마을을 들린다? 그냥 기사단처럼 야외취침해서 간다면 더 빨리 갈 텐데 야외취침을 두 사람이 동시에 반대했다.

 

"우리가 자는 사이에 몬스터가 습격하면 어떻게 해? 거기다가 춥단 말이야."

"네. 맞아요. 특히 저는 몸이 약해서..."

 

으음, 에르제는 이해 안 되지만 린제라면 이해가 된다. 마법사는 체력단련을 잘 안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감기 걸리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도보가 아닌 마차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똑같이 5일이 걸리는 것이다. 만약에 도보로 마을을 들렸다가 갔으면 5일 넘게 걸렸을 지도 모른다.

 

마차가 다니는 비포장 도로에는 몬스터 출몰지역이 아니라고 되어있지만 가끔 몬스터나 도적들이 나타나 모험가들을 습격할 때가 있었다. 모험가들이 전투력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몬스터들은 인간에게 딱히 원한이 처음부터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본능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나서는 녀석들인데 길드의 등장으로 그 원한이 더 커져갔다. 자신들의 영역 내에 있는 다른 종족을 공격하곤 했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영역을 넘어서라도 눈에 보이면 그냥 무조건 공격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아마 몬스터들의 공동의 적은 인간, 그들이 연합을 이루어서 공격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몬스터들도 지능이 있기에 길드 총수를 노릴 생각도 하지만 하필이면 상대를 잘못 골라야지고 전멸을 당하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딱히 몬스터와 싸우기는 싫었지만 싸움을 피할 수가 없을 거 같았다. 걸어오는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받아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인간을 미워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그들에게 억울한 사람이 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원종을 상대할 때도 단 한번도 그들을 상대하는 걸 좋아해본 적이 없다. 원래 싸움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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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렛 마을에서 반나절 거리인 에르크스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숙소를 잡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슬슬 저녁이 되니 식사하기 전에 일단 거리를 돌아다녀서 지리를 파악하고 있었다. 모르는 마을에 방문해서 다양한 장소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라고 에르제가 말했다. 그래봐야 나는 게임 안에서 이미 볼 거 다 봐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여자애들은 이곳 저곳, 장소를 돌아보면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도구점에 들어갔다. 혹시나 여행하면서 독성이나 마비특성같은 저주마법을 가진 몬스터들에게 당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상처야 회복마법으로 회복하면 되지만 상태이상은 회복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해독약과 마비해제약을 넉넉히 구입했고, 또 쓸만한 게 있나 찾아보았다.

 

"혹시,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특히 귀족분들이 많이 사 가시는 데요. 여기 페로몬 향수가 있어요. 여성분들 앞에 설 때 효과적이라고 하죠."

 

에? 페로몬 향수? 귀족들이 여성들 앞에 설 때 많이 쓰는 거라고? 그걸 뿌려서 뭐하는 건지 모르지만 가격이 비싸게 나왔다. 우리같은 모험가들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일단 상태이상을 회복하는 약들만 구입하고 도구점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페로몬? 어디서 한번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였더라? 어떤 할머니가 그 얘기를 했었지 아마?

 

도구점을 나온 우리는 슬슬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려는 참에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뭔가 있는 모양이다. 호기심에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불량배인 남자들이 한 여자를 상대로 포위하고 있는 중이다. 잠깐, 저 여자애... 일본사람인가? 머리에 리본을 묶고 있고, 분홍색 상의에 청색 하의인 무녀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나막신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칼을 두 자루 정도 차고 있었다. 어째 옛날 일본사람과 똑같은 복장을 할 수 있지? 여기 이세계는 혹시 과거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벨파스트 왕국이라는 곳은 세계사 어디에도 기록되어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녀 주변에 남자 두명이 쓰러진 게 보였다. 다른 불량배들은 그녀를 포위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듯 했다. 여자애라해도 사무라이나 다름없으니 도와줄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이 계집이..."

"이제 그만 단념하시구려. 그대들이 몇 명이 덤벼도 소인을 쓰러뜨릴 수 없소이다."

 

말투도 어찌 내가 아는 거랑 똑같냐? 소인이라던가 ~소이다. 라는 말투는 사무라이나 닌자들의 말투였다. 어디서 그렇게 유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여기는 일본 판타지 이세계인 건 아니겠지? 지금 시대는 아마 메이지 유신 이전 시대일 것이다. 그 전 까지는 사무라이 시대였지만 그 이후 폐도령이 내려져서 사무라이가 몰락했다고 알고 있다. 물론 게임에서지만 말이다. 그런데 검을 쓰지 않고 그저 손으로만 상대하고 있는 소녀였다. 유도기술, 사무라이는 검을 휘두르는 것 뿐만 아니라 유도나 가라데도 배우는 건가? 그런데 왜 검을 안쓰는 거지? 검을 쓰게되면 일이 커질까봐 그러는 걸까?


"한꺼번에 덮쳐!!"


단검을 꺼내 달려드는 불량배들, 에르제와 린제는 저대로 놔두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놔두어도 괜찮을 듯 했는데 불량배 중 한 녀석이 작은 보따리 주머니를 꺼내서 던지는 게 보였다. 소녀는 손날로 그것을 쳐냈지만 그 안에서 모래가 터져나와 그녀의 눈을 가렸다.


"으윽."

"됐어. 이제 눈이 안 보인다. 해치워!!"


저런 비겁한 놈들, 여자 한명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하다니, 최악이다. 린제는 위험하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에르제가 참다 못해 나서려고 했지만 내가 팔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또 사고쳐서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없다. 특히 이런 녀석들과 상대해봤자 이익을 볼 게 없으니 말이다.


"새야야."

[바람이여 와라,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스트롱 윈드]


소녀를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달려들던 불량배들을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좀 강한 바람이라서인가? 주변 사람들도 바람을 맞고 얼굴을 보호하는 게 보였다. 지금이다. 나는 그 소녀에게 달려가서 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잡고 그대로 사이킥 무브로 뛰어올라 그 현장에서 벗어났다. 저런 녀석들을 상대로 힘을 쓸 생각은 없다. 스트롱 윈드는 그냥 강풍을 일으켜서 날려버리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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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여기라면 괜찮겠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왔다. 아마 그 불량배들은 지금쯤 기사단에게 쫓기고 있을 것이다. 마을을 지키는 경비병이 있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는데 누군가는 신고했을 게 뻔했다. 내 앞에 있는 사무라이 소녀는 아까 내가 일으킨 바람으로 눈을 가린 먼지들이 전부 날아가서인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물수건으로 닦고 난 뒤에 내게 감사인사를 했다.


"도와줘서 고맙소이다. 소인은 코코노에 야에라고 합니다. 코코노에가 성이고 야에가 이름이옵니다. 저 멀리 동쪽 대륙의 끝 이센에서 왔소이다."


말투가 왠지 적응이 안 된다. 닌자나 사무라이와는 이야기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뭐랄까... 약간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일단 자기소개를 해야겠지.


"나는 이새야. 이가 성이고 새야가 이름이야."


이제는 나도 개명을 아예 해버렸다. 야에는 예상한 대로 그런 짧은 이름은 처음들어본다고 말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도 이센 출신이었다가 다른 나라로 이사갔다고 말했다.


"오오, 새야 공도 이센출신이외이까? 정말로 반갑소이다."

"아, 그게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지."


양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악수를 강제로 행하는 사무라이 소녀, 자세히 보니 에르제와 린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외모는 괜찮아보였다. 자세히 보면 귀엽다고 해야될까? 사무라이는 검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좋은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편견이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그 사례가 여기 내 눈앞에 있다. 사무라이든 닌자든, 결국에는 여자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엄마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엄마를 처음 봤을 때부터 긴장을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고 당당하게 맞섰다고 말이다. 우리 엄마가 그만큼 차원종에게 재앙인 병기인 만큼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기가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버지만은 달랐다고 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여자의 본성은 남아있는 법이라면서 말이다.


겉으로는 강해도 속으로는 약할 수도 있으니 남자인 내가 잘 도와줘야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도 생각이 나곤 했다. 잠시 후에 에르제와 린제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를 찾아왔고,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