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1 0

마을에 머무른 지도 일주일이 넘은 거 같다. 마을 지리도 이제 확실히 익혔고, 글자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의뢰를 실행하면서 자금을 모았다. 여기 세계는 게임같은 게 없으니 돈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가끔 식당에 가는 것만 전부다. 에르제와 린제의 병문안도 가보고 이제 오늘 퇴원한다고 했는데 일단 오늘은 식당쪽 의뢰를 먼저 끝내야 되는 상황이다.


미카누나가 아마 지인들에게 소개시켜줬는지 길드에 잡일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몬스터 토벌도 좋지만 한 두세번 정도 해보니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 힘은 클로저시절에 이미 만렙이 된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 차원종 사령관 아자젤도 쓰러뜨렸는데 여기 이세계에 있는 고블린이나 늑대 같은 몬스터들은 내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무기도 적당한 검을 구입해서 단칼에 치명적인 일격으로 쓰러뜨렸었다. 게임으로 말할 거 같으면 크리티컬이라고 하면 된다.


모험가는 몬스터만 사냥하는 직업이 아니다. 길드에서 공지한 의뢰된 어떤 일이라도 하는 게 모험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몬스터 사냥보다는 일단 잡일을 위주로 하고 있다. 나무베기, 건물 짓는 거 도와주기, 물건 찾아주기, 하루 아르바이트 해주기, 등등. 여러가지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식당일을 도와주고 있다. 주방은 아니고 손님들 서빙 받는 일이었다. 이것도 나름 경험이다. 집에서도 여러번 했으니 말이다.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그리고 내 체력도 있으니 서빙하는 건 다른 종업원보다 덜 힘들었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하는 건 기본이고 어떤 일이라도 화를 내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 스파게티 추가로 하나 주문 받았습니다."

"알았다."


여기 이세계에는 스파게티가 인기가 많았다. 으음, 일단 이 의뢰를 마치고 나서 도서관에 당분간 다녀야겠다. 그리고 린제가 퇴원하면 마법도 배울 생각이다. 일단 계획을 이렇게 잡았으니 당분간 심심할 일은 없을 거 같았다. 여기 식당 주인도 미카 누나에게 소개를 받아서 한 거라고 했다. 길드에서는 어차피 이런 의뢰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내가 올 거라는 사실을 예측했던 모양이다. 좀 거친 손님이 있어도 내가 알아서 상대하니까 문제될 일도 없었다.


"이야, 자네. 이새야라고 했나? 앞으로 계속 식당에서 일해줄 수 없겠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분간 모험가를 하고 싶어서요."

"그런가? 아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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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식당 주인에게 의뢰 확인서를 받고 인사한 뒤에 길드로 갔었다. 하루 일이었으니 주인으로서는 아쉽기도 했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길드에서 보수를 받은 뒤에 여관으로 돌아간다. 흐아암, 졸립다. 힘든 일이 아니더라도 자꾸하다보면 몸에 피로가 쌓이는 건 똑같구나. 오늘 받은 보수를 보고 지금까지 모은 돈 주머니들을 대충 살펴보았다. 은화와 금화가 섞인 주머니, 이 정도라면 당분간 의뢰를 안해도 될 수준이었다. 그리고 나는 모험자 레벨이 올랐고 길드카드가 파란색으로 변했다. 레벨 1이 빨간색 카드라고 하면 파란색 카드가 레벨 2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수준 높은 의뢰를 받을 수 있긴 한데 그런 건 별로 상관도 하지 않는다.


"다녀왔습니다."


여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알려준 볶음밥 냄새, 미카 누나도 이제 완전히 볶음밥 만드는 걸 마스터한 모양이다. 떡볶이도 알려줬으니 나중에 간식먹을 때 써도 될 일이다.


"어, 새야야. 어서와! 와서 저녁먹어."

"네. 그럴까요? 먼저 씻고 나서 먹을 게요."


원래 밖에 나갔다 오면 꼭 씻어야 되는 건 기본이다. 그 당시에 제이 아저씨가 얼마나 잔소리를 해댔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면서 무조건 씻으라고 강조를 하기도 했었다. 나야 뭐 평소대로 똑같이 하는 건데 잔소리 하는 게 좀 싫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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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새야가 생각한 거야? 너무 맛있어."

"네. 확실히... 맛있어, 언니."


에르제와 린제는 퇴원하고 난 뒤에 볶음밥을 시식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기에 다행이었다. 일단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서 린제에게 조심스럽게 마법을 가르쳐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에르제의 시선이 린제를 조금 못마땅하게 보는 거 같았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지만 자매들끼리 무슨 트러블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미카 누나는 볶음밥이 신 메뉴로 나와서 인기라고 말했고, 나더러 다시한번 고맙다고 인사했다. 별로 고마워할 부분은 아닌 거 같았는데 말이다. 오늘은 두 사람이 힘들었을 테니까 내일 배울 생각이다. 아, 맞다. 이참에 두 사람에게 물어봐야 될 게 있었다.


"저기, 에르제, 린제. 두 사람은 왜 모험가가 되기로 한 거야?"

"응? 아, 그건 말이야."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에요."

"아버지?"


린제가 대신 답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실종되었기에 숙부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는 모험가가 되어서 세상을 여행하다보면 소식을 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원래 모험가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법이다. 모험가가 되려면 강해져야 된다는 걸 알기에 숙부께서 스승을 구해 격투와 마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 정도로 수련을 받았으면 그 모몬트라는 사람에게 쉽게 안 당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모몬트라는 사람이 모험가 중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니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에르제가 내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모몬트를 쓰러뜨렸는지 말이다. 주먹 한방으로 쓰러뜨렸다고 말하면 못 믿으려나? 아직 모르는 거 같으니 기사단과 힘을 합해서 겨우 물리쳤다고 얼버부렸다.


"지금까지 둘이서 여행하고 있었던 거야?"
"응, 린제는 혼자서는 무섭다고 그래서 말이지. 마법을 배웠으면서 왜이리 겁이 많은지 모르겠다니까."

"어... 언니! 언니야 말로 아무에게나 쉽게 넘어가잖아. 맨날 사고 치고."


린제가 화를 낸다. 어째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는 거 같다. 어느 순간에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고, 둘다 진정하라고 말렸지만 그만둘 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 보다못해 미카 누나가 소리를 질러서 두 사람은 그제서야 싸움을 멈추었고, 조용히 밥을 먹으면서 풀이 죽어 있었다. 미카 누나도 화가 나면 무섭구나. 여자란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슬비도 그렇고, 유리도 그렇고, 하나같이 내 주변에는 무서운 여자들만 모이는 거 같았다. 정미도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고 말이다. 마법은 그냥 다른 사람에게 배울까 하고 생각했다.


"나 참, 지금까지 안 그러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미카 누나와 아는 사이였던 에르제와 린제, 서로 이렇게 다투는 건 처음인 모양이다. 일단 싸움을 멈췄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식사를 빨리하고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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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밤, 숲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가득한다. 그리고 짐승이 죽는 소리가 들려온다. 피로 가득한 숲 속, 그곳에 한 남자가 피를 얼굴에 묻힌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쳇. 여기도 없나? 대체 어디있는 거니?"


하얀 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가 팔 하나를 휘두를 뿐이었는데 덤벼들었던 늑대들은 전부 몸과 머리가 분리되면서 쓰러질 뿐이었다. 몸이 피로 물든 채로 숨을 헐떡이면서 어딘가로 걸어가면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그는 표정이 환해지면서 즉시 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저기, 실례합니다.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엉? 넌 뭐야!?"


험상궂게 생긴 녀석들이었다. 그들은 하얀머리 남자를 보고 험상궂게 웃으면서 칼을 그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어이, 애송아. 너 오늘 운이 없구나. 우리는 말이야. 그 악명높은 도적단이거든. 가진 돈 다 내놓고 가라."

"돈이요? 저기, 이거면 되나요?"


하얀머리 남자는 주머니에서 화폐를 꺼냈다. 도적단 한명이 그것을 유심히 보다가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화폐였다. 이런 동전은 어디에도 쓰지 못할 거라고 보았다. 그러자 도적단이 칼을 그의 목에 겨눈 채로 큰 소리로 위협했다.


"야! 지금 우리가 장난하러 온 줄 알아!? 그런 잡동사니같은 걸 달래? 돈을 내 놓으라고!!"

"저기, 이게 돈인데요."

"이게 장난해? 아무래도 쓴 맛을 보여줘야겠구만."


도적단 한명이 화를 참지 못해 검으로 그를 내리치려고 했지만 가볍게 그것을 피해내는 남자였다.


"그러시면 안 되죠. 전 단지 사람을 찾으러 온 거 뿐이에요."

"입 다물어!!"

"하아... 어쩔 수 없나."


남자는 한숨을 내쉰 뒤에 덤벼드는 도적의 팔을 겨냥하여 그대로 손날로 내리치자 도적의 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크아아아악!!"


동료의 팔이 잘려나간 걸 보고 그들은 사색이 되었다. 무기도 없이 손 날로 가볍게 내리쳤을 뿐인데 잘려나간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못하다는 듯이 그들은 어안이 벙벙하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다가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한명뿐이라면서 공격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남자를 포위했다.


"하아... 정말이지... 사람 한명을 찾기도 힘들구나."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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