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20 3
세상에는 욕심쟁이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막상 누리고 나서 보면 삶이 질릴 때가 많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게임만 하다보니 삶이 질리는 생각이 들었었다. 조금이라도 뭔가를 배우고자 했기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게임이야 말로 그냥 내 삶의 유일한 낙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캐릭터 만렙 찍은 다음이면 할 게 없다. 그러니 접속해봤자 캐릭터 성장도 안 되고 쓸모없는 잡템만 들어오는 것에 시간을 끄는 것도 싫었었다.
만렙확장 패치가 될 때까지 책을 읽거나 요리 공부를 해왔던 나다. 주로 만들어본 음식은 볶음밥, 떡볶이, 샌드위치 등이다. 내가 지금 왜 이런 얘기하냐면 이번에 길드에서 공지한 의뢰 때문이다. 새로운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은데 대륙을 여행한 모험가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뢰한 사람은 은월 여관에서 일하는 미카누나였다. 에르제와 린제의 문병을 다녀온 뒤로 나는 길드에 와서 의뢰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이 의뢰를 보았다. 아마 여관음식이 더 잘팔리게 하려고 그러는 거 같았다. 뭐, 상관없지. 나는 그 의뢰서를 떼어내 길드에 접수하고 곧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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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 아, 새야구나. 오늘은 빨리 왔네."
"미카 누나. 오늘은 의뢰일로 왔어요."
"아, 그렇구나. 잘 부탁할 게."
보수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간만에 이세계에서 요리를 해보고 싶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여관이나 식당에서 먹어본 음식, 확실히 원래 세계와는 달랐지만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였다. 누구나 보고 배울 수 있는 것, 스프라던가 스파게티, 생선구이, 야채 샐러드 등이다. 빵과 제육볶음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여기 정말 이세계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 메뉴에 없는 음식이 내가 아는 선에서는 있었다. 오늘은 그걸 알려주려고 온 것이다.
"바로 시작할까?"
"미카 누나. 제가 말하는 재료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이쪽으로 와."
음식재료 저장창고로 향한다. 그곳에서 재료를 가지고 부엌으로 와서 미카누나가 요리를 한다고 했다. 누나의 요리 솜씨는 좋은 편이었다. 잔반을 남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단 나는 볶음밥에 쓰일 재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양파, 당근, 파, 피망, 계란, 고기까지 말이다. 누나는 뭘 만들거냐고 묻자 나는 볶음밥을 만들거라고 했다.
"볶음밥?"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모르는 눈치를 보였다. 그럴 만도 하지. 여기 세계는 볶음밥이 없는 듯 하니 말이다. 하지만 밥은 있는 모양이다. 설명하기 참 쉽겠는데? 일단 먼저 야채와 고기를 잘게 썰자 누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볶음밥은 내가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간단한 음식, 후라이팬 위에 밥을 넣고 다른 재료들을 넣어서 볶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물론 자주 뒤집어야 밥풀이 후라이팬에 붙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도 주의해야된다고 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른 후라이팬에 만든 달걀 후라이를 밥 위에 얹으면 끝이었다.
"우와, 침이 다 고일 정도야."
미카 누나는 신기해하면서 보고 있었다. 나는 다 됐다고 말하고 커다란 접시에 조심스럽게 볶음밥을 놓는다. 모양새도 뒤집개를 이용해 꼭 무덤을 만들듯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위를 달걀후라이가 덮은채로 만드니 제법 모양새가 괜찮아 보였다. 누나에게 시식을 해보라고 하자 맛있다면서 좋아한다. 행복해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자기 음식을 먹어준 나와 아버지를 보면서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이다. 요리하는 사람으로써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우와, 이거 이센요리야!?"
"네? 아... 뭐... 이건 다른 지방의 요리라서요. 어딘지는 잘 몰라요."
"그래? 이 음식 이름이 뭐라고?"
"볶음밥이에요. 만드는 방법 다시 알려드릴게요."
"응!"
원래세계에서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라 그렇게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 입맛마다 틀리니까 그게 맛 좋은 음식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이 음식이 맛이 좋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공급해주는 데다가 여러 야채와 달걀의 맛을 한번에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만하면 식사를 하는 손님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요리였다. 미카누나는 이 볶음밥이 맘에 든 모양이다. 자신도 만들어 먹겠다면서 볶음밥 요리를 계속 연습했다.
"휴우...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구나."
손가락에 상처가 난 게 보였다. 야채를 잘게 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잘못하다가는 손이 칼에 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주 연습한 숙련자입장에서는 익숙하지만 말이다. 아마, 문제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고마워. 덕분에 우리 여관 장사가 잘 될 거 같아."
"네. 미카누나. 다른 거 하나 또 알려드릴까요?"
"응? 또 있어?"
"네. 이번에는 떡볶이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요."
"떡볶이?"
내가 포장마차같은 곳으로 갈 때마다 즐겨 먹은 음식이었다. 떡을 만드는 건 쌀만 있으면 되니까 가능한 일이고, 부엌에 있는 조미료들을 살펴보았다. **장, 설탕, 핫소스, 다진마늘 등... 떡볶이 양념장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다 있었다. 일단 나는 요리했던 기억만으로 미카누나에게 그대로 가르쳐주면서 바로 실습으로 옮겼고, 마침내 완성시킨 떡볶이를 미카누나가 시식하자 맛있다면서 놀라워 했다.
"조금 맵지만 맛이 있어."
"네. 매운음식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거죠. 그렇게 많이 안매워서 시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떡볶이는 양념장에 따라서 매운맛과 순한맛으로 할 수도 있었다. 순한맛은 매운맛을 덜하게 하는 것, 매운맛을 못드시는 분께는 아주 좋은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걸 맛있게 즐겼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정말 고마워. 두 가지나 제공해주다니."
"오늘부터 연습 많이 하셔야겠네요. 미카누나."
"응. 그래.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습이다!"
의욕이 넘치는 구만. 이걸로 완료되었겠지? 나는 길드 의뢰서를 내밀자 미카 누나가 사인을 해주었다. 의뢰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확인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했는지 안했는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차마 확인을 못했을 경우, 길드에서 조사를 나가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이다. 보수는 길드에서 주는 것과 의뢰인이 주는 것 둘 중에 하나인데 그건 의뢰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의뢰한 건 지금 건 까지 합해서 3건, 길드 총수 호위는 길드에서 받았고, 기사단 치안유지로 악명높은 모험가 퇴치 건은 기사단에서 지불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길드에서 받는 걸로 되어있다. 보수는 얼마인지 안 봤지만 먹고 살만한 데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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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보수 실버 5개입니다."
보수는 그렇게 많지도 않았구나. 모몬트가 말한 게 혹시 이런 부분이었으까? 하긴 높은 보수를 받고 풍요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입장에서는 이런 의뢰를 완료한 뒤에 받는 보수가 맘에 안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부자로 살고 싶은데 보수가 계속 적게 들어오면 당연히 다시 가난뱅이가 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 생각이 없었다. 이미 드란 모몬트를 만난 뒤에 그 사람처럼 인생을 타락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길드 카드를 받은 뒤에 나는 새로운 의뢰가 있나 한번 살펴보았다. 대부분 몬스터 토벌 의뢰네. 나는 딱히 몬스터나 잡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무기도 구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냥 여기 마을 도서관에 찾아가기로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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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에르제아 린제, 이제 막 모험가 시작인데 험한 꼴을 당했다. 린제가 의료소로 실려오면서 치료를 받을 때 그녀는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서 안도했었다. 린제는 그 남자에게 구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얼굴을 붉혔다.
"기사들이 데리고 와서 말했는데 린제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새야라고 하더라고."
"으응..."
"저기, 린제. 미안한데 말이야."
"응?"
"전에 널 도와주겠다는 약속, 못지킬 거 같아. 왜냐하면... 나도..."
"어... 언니!?"
린제는 에르제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미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두사람은 쌍둥이였으니 말이다. 새야에게 처음으로 반해버린 게 린제인데 에르제도 그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인상을 쓰면서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뭐 어때서?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잖아."
"언니, 왜 언니까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거야? 언니는 남자들을 싫어했잖아."
"그랬었지. 하지만 그 녀석은 달랐어. 다른 사람에게 너무 상냥하고, 쌓였던 우울한 감정이 한순간에 녹아내릴 정도로 정화시켜주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은 처음이야. 그러니까... 린제... 선전포고야!"
"에!? 으으... 아무리 언니라도 그런 건 양보 못해!"
두 사람은 서로 눈싸움을 벌이면서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에르제는 처음에 린제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세하에게 반해버려서 도와주지 못하고 말하고 있었다. 린제는 배신감을 느꼈는지 언니에 대한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에르제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똑같이 노려보면서 눈싸움을 벌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