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9 0
"그렇게 된 거였구나."
에르제가 말한 것을 정리하면 길드 등록을 마쳐서 이제 앞으로 일을 모색하던 중에 전에 만난 불량배 패거리에게 사기를 당해서 술집까지 끌려갔고, 에르제는 린제를 지키기 위해 홀로 싸웠지만 모몬트라고 불린 거구의 사내에게 주먹을 한방 얻어맞고 나가떨어지자 그의 패거리들이 에르제에게 달려들어서 마구 두들겨 팼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린제는 그들의 손에 잡혀간 채였고 말이다. 그러다가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짓을 했는지 나도 모르게 화가 나려고 했다.
"모두 나 때문이야... 린제가 수상하다고 여겼을 때 가지 말았어야 했어. 모험가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철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거든."
한마디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의뢰를 받을만한 레벨로 빠르게 성장할 방법이 있다길래 따라가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였다. 확실히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넘어갔을 모험가들이였다. 그 후의 일을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모몬트라면 아까 기사들이 언급한 최고 수준의 모험가였지만 길드의 규정을 따르지 않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너무 강해서 기사들도 지금 손을 못대는 수준이라고 했으니... 왕국 정예 병사들이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국왕이 계속해서 이런 식이면 리플렛 마을의 사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름이 알려진 기사나 마법사가 왕국소속에 있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설마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
"내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흐느끼면서 말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줘야될까? 평소 기운이 없던 동료에게 해줬던 말을 응용해야될 거 같았다. 일단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자 에르제는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자 나는 곧바로 미소를 지어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린제를 구해올게. 에르제."
"뭐? 새야야... 하지만 상대는..."
"알고 있어. 하지만 반드시 구해올 거야. 에르제와 린제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걸."
"친구... 라고?"
"응. 동료라고 해도 되겠지. 에르제, 절대 네 탓이 아니야. 린제를 잡아간 그 사람들의 잘못이야. 그러니까 슬퍼하지마. 린제도 너를 원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 확신해. 왜냐하면 너희 둘은 피로 이어진 쌍둥이니까. 린제도 분명히 이해해줄 거야."
이러면 되려나?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가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하고 싶었다. 돈을 원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그걸 이용해서 이 두사람에게 사기를 친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에르제가 죄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다. 피해자도 주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왠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았다. 그러면 자책감이 더 심해질 것이고 상처만 될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 내가 할 말은 이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에르제. 이제부터는 내게 맡겨줬으면 해. 오늘 밤에 기사들과 함께 그곳을 치기로 했어. 모몬트를 쓰러뜨리고 린제를 되찾아올게."
"새야야. 그러지 않아도 돼. 너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리고 말은 고맙지만 너 혼자서는 무리야. 기사들도 못당하는 거물이라고."
"괜찮아. 에르제. 걱정하지 말고 푹 쉬고 있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고 난 뒤에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주 해주셨던 방법이다. 내가 힘들어하거나 짜증날 때마다 나를 눕히고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시니 쌓였던 게 한순간에 풀린 기분이 들었었고, 마음속에서 평화가 느껴지는 듯 했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틀리다고 했지만 이 방법이 그녀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허락해 줄 수 있을 지 의문이었지만 한번 시도해보았다. 오히려 역효과인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보였다.
"저기, 혹시 몸이 많이 안 좋은 거야?"
"아... 아니야!! 가서 린제나 빨리 구해와!! 그러지 못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어? 응. 알았어."
왜 저렇게 당황해하는 거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르제에게도 대충 위로가 된 거 같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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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나는 기사들과 함께 술집으로 왔다. 일단은 그냥 정면돌파다. 술집같은 데에 비밀통로로 들어가는 단순한 데가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나는 문을 열고 그대로 들어갔다.
"어? 뭐야 넌? 기사랑 같이 오네. 혹시 우리를 잡으러 온 모험가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한 사람이 우리에게 와서 거칠게 말하고 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한패처럼 보인다. 혹시 전세낸 건가? 하긴 돈을 그렇게 많이 뜯어먹은 사기꾼들이라면 술집 전세를 내고도 남을 만한 수준일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모몬트씨가 누군지 아시나요?"
"뭐야? 나이도 새파란 놈이 어디서 우리 두목이름을 함부로 불러!?"
나이프를 꺼내 내 목을 찌르려고 하자 나는 고개를 뒤로 약간 젖혀서 피한 뒤에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은 뒤, 그대로 엎어치기 한판으로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당장이라도 팔을 꺾을 준비를 하면서 질문을 한다.
"모몬트 씨는 어디있죠? 대답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으윽... 야! 너희들 **만 말고 나 좀 도와줘!!"
술을 마시던 그들이 일어나서 내게 다가오자 기사들이 검을 빼들었지만 나는 그들을 제지했다.
"저 혼자서 처리할게요. 기사님들은 밖에서 도망치는 사람들만 잡아주세요."
내 말에 기사들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행동으로 옮겼다. 기사단장에게서 명령을 받았겠지. 내 말에 무조건 따르라고 말이다. 그 기사단장도 참, 내가 만약 언제 배신할 지 모르는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럴까? 나에 대해서 너무 신뢰하는 거 아닌가? 하긴 길드 총수님을 호위하는 데 공을 세웠는데 말이다. 수상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의뢰를 하지 않겠지만 벨파스트 왕국의 기사단장으로 활동해왔으면 그들을 노리는 적들의 특징은 잘 알 것이다. 나도 그들을 잘 믿는 건 아니였다. 내 힘을 이용하려는 부패한 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듯 했다. 아마 그들도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자신들 왕국 이익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군,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인식하려는 왕국 소속 귀족이나 기사들의 습관적인 태도였다. 나중에 기사단장을 가르칠 겸 내가 한마디 좀 해야되나? 나를 너무 의지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애송이, 너 혼자서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
"푸하하하하하! 어이가 없군. 건방진 것, 쓸어버려!!"
기세가 좋은 아저씨들이 덤벼든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라도 예상할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몰라도 수많은 강적들과 싸워온 내게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처음부터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기에 빈틈 투성이라는 걸 알고 나는 이미 승부를 예측했다. 가볍게 호신술로 그들을 제압한다. 넘어뜨리거나 잡아서 던져버리거나 팔을 꺾는 등, 다양하게 말이다. 마지막 한 놈이 내 앞에서 겁을 먹고 있자 이제 모몬트를 안내해달라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문이 쾅! 하고 열리면서 거구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러자 쓰러진 자들이 천천히 일어나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서 나와봤더니... 이런 애송이에게 쩔쩔매고 있단 말이냐? 너희가 그러고도 모몬트 집단의 모험가야!?"
모몬트 집단? 모험가들끼리 모이는 집단, 게임에서는 길드라고 통하는 유저들의 집단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 이세계에도 그런 게 있었던 모양이다. 거구의 남자가 혹시 드란 모몬트인가? 혹시나 몰라서 당신이 모몬트냐고 묻자 거구의 남자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꼬마야. 넌 뭐냐? 네가 뭔데 우리 애들을 괴롭혀?"
"아, 당신이 모몬트가 맞나보네요. 드란 모몬트, 긴말하지 않겠어요. 지금 당장 이런 짓을 그만두셨으면 합니다."
"뭐? 어이 애송이, 너도 이제 갓 모험가가 된 신입이지? 너처럼 새파란 녀석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은 녀석들이지. 그만두라고?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하지?"
"듣지 않으면 험한 꼴 당할 겁니다. 덩치만 큰 무식한 아저씨."
일부러 도발하는 말투로 말하자 이마에 힘줄이 생기는 게 보였다. 양 손을 등 뒤에 가져간다. 뭘 꺼내려고 그러는 거지? 그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크고 묵직한 도끼 두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렇게 무거운 것을 한 손으로 각각 들다니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서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전투스타일은 쌍도끼로 전투를 즐기는 녀석인가? 도끼는 파워가 강한 타입이니 방패도 부숴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공격형 중에서 지금까지 만난 자들 중에 최강이라고 자부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투구도 쓰고 있지만 그건 신경쓸 게 못 된다.
"애송이, 잘도 지껄였겠다? 무식하다고?"
아무래도 무식하다는 말을 싫어하는 듯 했다. 그것이 도발이 될 줄이야. 나이 어린 나를 상대로도 도끼를 들어 전력으로 상대하려는 거 같았다. 도끼 하나를 들어 나를 내리치려고 하자 나는 몸을 굴러서 피해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갈라진 바닥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맷돼지를 잡기 위해 설치한 거대 함정수준의 구멍이 생겨난 상태다. 마룻바닥 아래에는 흙이 있지만 그것마저 뚫어서 하나의 구멍을 만들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모래가 사방에 많이 튀는 게 보였다. 그 양의 수는 조그마한 모래성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준이었다.
"엄청 강하시네요."
"더 강한 걸 보여주지. 애송이. 넌 이 힘을 본 순간 오줌이 지릴 것이다."
심호흡을 하면서 도끼 하나를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패거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있다. 왜 저러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건 블레이드를 꺼내려고 했지만 여관에 두고 온 사실을 이제서야 알고 두 주먹을 쥐고 상대의 공격에 대비했다.
{파워 라이즈}
어? 뭐지? 뭔가를 말하자 그 남자의 몸이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혹시 마법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모몬트는 그대로 지면에 도끼를 꽂았고, 그 순간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나면서 가게 물건이나 바닥, 벽, 지붕까지 통째로 균열을 일으키게 한 후에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으아아아아!!"
나도 그 충격으로 나가떨어졌지만 그렇게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오히려 밖으로 쫓겨난 기분이라서 뭔가 좀 불편했지만 파편들을 치우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술집을 박살낼 정도의 위력이라니... 저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 수준이다. 린제... 린제는 괜찮을까?
"괜찮으십니까?"
"기사님. 저는 괜찮으니 린제를 찾아주세요. 단발머리 여자애가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네!!"
밖으로 나왔던 패거리들을 잡아들인 기사들이 그들을 포박하던 과정에서 술집이 무너진 모양이었다. 양손이 밧줄로 묶인 패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두려워하면서 시선을 한 군데에 집중한 채로 비명을 지른다. 붉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거구의 사내, 모몬트였다.
"정말 괴물같은 힘을 사용하네. 이러다가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겠는 걸."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