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는 위상력과 함께 1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10-19 0

심하게 맞은 에르제를 의료소로 데려와 의원의 진단을 받았다. 며칠은 입원해서 치료받아야되는 상황이라고 했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밤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에르제, 격투가로 주먹과 발차기 힘이 강하니까 어떻게 보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 그냥 평범하고 귀여운 여성으로 보였다. 평소에는 서유리처럼 활발하게 행동하는 타입인 거 같아서 옛추억이 살아나게 한 인물이었다. 반면에 린제는 레비아를 닮아서 늑대개 팀과 함께 했던 시절이 떠올랐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항상 같이 다닌 거 같았는데 왜 에르제만 쓰러져 있었지? 잠깐만, 그렇다면 린제는 누군가에게 납치라도 당한 걸까? 그리고 술집근처에 있는 골목에

서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감이 왔다. 이번 의뢰를 안 맡았으면 아마 한참 고민해야 하는 일이었다.


으음, 만약에 파티를 짠다고 한다면 전방에서 활약하게 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평소에 그녀가 장비하고 다니는 걸 보면 방어형으로는 부족해보인다. 전투대형은 보조, 마법, 공격, 방어형 등으로 나누는 데 방어형이 맨 앞에 서고, 그 다음이 공격형, 마법형과 보조형은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는 게 보통이다. 린제는 마법사라고 했으니 후방에서 지원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럼 나는 뭘까? 공격과 방어 둘다 가능한 형태라고 해야될 거 같았다. 나중에 린제에게서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나는 전방에서 활약할 수도 있고, 후방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투형이 되는 것이다.


모험가들이 대부분 기사들이 말한 모몬트 가문 사람들처럼 행동한다면 리플렛 마을사람들은 모험가들에게 불신을 가질 게 뻔했다. 그렇다면 길드에서도 의뢰가 들어오는 건 수도 줄어들게 되고 길드에서 할 일은 갈수록 없어지는 셈이었다. 아예 길드 자체를 해체시킬 수도 있는 사태까지 올 거 같았고, 기사들의 무능함으로 인해 그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내가 이번 의뢰를 마친다면 나한테 오는 이익은 기사단의 감사와 마을사람들의 감사, 그리고 악덕 모험가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위축시키는 것, 그 정도일 것이다.


"으으..."


신음소리를 내면서 눈을 뜨는 에르제, 나는 그녀의 곁에 앉아서 정신이 드냐고 먼저 물었고, 에르제는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내가 그녀를 다시 눕히면서 진정시켰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린제... 린제가..."
"진정하고 누워 있어. 일단 어떻게 된 건지 사정을 설명해줄 수 있어?"


일단 두 손으로 정중하게 다시 눕힌 다음에 에르제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항상 지겹게 하신 말들이 있었지. 이 말을 엄마가 싫어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항상 친절한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을 대하라, 특히 여자한테는 그렇게 해라.' 나는 앞의 말은 공감이 되었지만 뒤의 말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것 때문에 우리 엄마가 화를 내면서 아버지를 상대로 폭력을 일으키려고 한 적이 있었던 거 같기도 했다. 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다니셨었지. 도대체 왜 그런 이상한 말을 하신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엄마는 당시에 왜 그렇게 화를 내셨는지도 의문이었다. 아버지에게 배운대로 에르제에게 대하자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은..."


====================================================================


길드 등록을 마친 에르제와 린제는 각자의 길드카드를 보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 정식으로 길드에서 등록이 된 모험가로써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고향에서 각자의 스승에게서 격투술과 마법을 배운 뒤에 고향사람이었다가 이사를 가버린 이웃을 만나러 벨파스트 왕국 소속 리플렛 마을로 들어오게 되었었다. 마을로 도착하자마자 이웃이 운영하는 여관에 찾아와 숙박비를 지불하고 모험가로써 일을 하기로 다짐한 자매였다.


"이제 정식으로 등록 되었으니 바로 의뢰를 시작하자."
"언니, 아직은 뭘 해야될 지 모르겠어. 가이드 책을 먼저 다 읽고 하면 안될까?"
"으음. 확실히 그래야될 거 같기도 하네."


일단 길드에서 공지한 의뢰를 수행하고 제대로 된 보수를 받으려면 일단 길드에서 교육받은 것도 있지만 그 외에 필요한 정보들이 가이드 책에 기록되어있기에 이왕이면 그 내용들까지 참고한 뒤에 일을 시작하는 게 낫다는 린제의 주장이었다. 에르제는 예전부터 자신보다 똑똑한 린제의 말에 어느 정도 따라주고 있었지만 가끔 행동으로 먼저 나서는 경우가 있어서 린제가 그 때마다 애를 먹곤 했었다. 전에 불량배들의 건으로 인해 길드에 등록하는 게 역시 최선이라는 교훈을 받게 되었고, 우연히 세하를 만나게 되면서 친구가 하나 늘었다고 에르제는 신나고 있었지만 린제는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저기, 린제."
"응?"
"너 그 남자에게 반했지?"
"무... 무슨 말이야? 언니도 참..."
"숨겨봤자 소용없어. 그 얼굴에 다 쓰여있거든. 쌍둥이니까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음흉하게 웃는 에르제는 얼굴이 새빨개진 린제를 보며 놀려대고 있었다. 린제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불량배들에게 태연하게 다가서는 용감함과 잘생긴 얼굴이었고, 자신들의 동료가 된다면 듬직해서 의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린제였다.


"하긴, 그 녀석의 얼굴은 너무 잘생겼단 말이지. 이센 출신에는 잘생긴 남자들이 많으려나?"


세하가 이센 출신이라고 밝혔으니 이센 출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그녀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이제 막 시작한 모험가였기에 세하와 비슷한 처지나 다름없었다. 에르제는 린제를 보면서 다른사람이 안 들리게 귓속말로 말했다.


"걱정마.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 린제, 그 녀석과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게 내가 도와줄게."

"으...으응."


어렸을 때부터 린제는 쌍둥이 언니인 에르제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도 그녀의 등 뒤에 숨었었고,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일 때도 언니의 등 뒤에 숨어서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있는 게 전부였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될 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에르제는 항상 그녀의 방패가 되어주곤 했었다. 린제는 스승에게서 마법을 열심히 배우기는 했지만 용감하게 혼자나서는 건 아직 어려워 보이는 듯 했다. 반면에 에르제는 앞서 나서기를 좋아했고, 린제를 괴롭히던 남자애들을 전부 두들겨 패서 여자가 아니라 깡패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격투의 소질이 있는 그녀에게 스승이 와서 가르쳤고, 지금의 에르제가 된 것, 그녀는 남들에게 남자같다던지 깡패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모든 건 동생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자매로써의 애정이 남아있었고, 자기가 지켜야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면서 린제를 계속 지켜왔다.


"그 녀석, 설마 애인 있으려나? 있으면 린제가 곤란해지는데."
"언니... 그만 좀 해."


린제를 계속 놀리는 에르제는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이제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되었고, 모험가로써 활약을 펼칠 것을 상상하니 들뜬 모양이었다.


"어이, 귀여운 아가씨들. 혹시 이제 막 길드에 등록한 초심자 모험가들이죠?"
"에? 누구야!?"


등 뒤에 검을 장착한 검은 수염이 난 남자가 나타나서 말을 걸자 에르제는 앞에 나섰고, 린제는 그 뒤에서 숨어서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는 좋은 게 있다면서 잠시 진정하라고 말한 뒤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저는 모몬트 모험가 집단에서 왔습니다. 이제 막 모험가가 되시는 분들에게 경험이 많은 모험가들이 모험가로써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빠른 성장을 하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어떠십니까? 괜찮으신다면 여러분들을 강하게 성장시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모몬트 모험가 집단?"
"아! 혹시 숙련된 모험가 가문 사람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린제가 알고 있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에르제가 곧바로 땡잡았다면서 당장 거기로 가자고 린제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뭔가 수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린제, 그래도 우리가 모험가로써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언니, 모몬트 가문에는 안 좋은 소문도 있어서..."
"에이, 일단 알아보는 거 뿐이잖아. 맘에 안들면 그냥 나오면 되지. 가자."
"어... 언니!"


막무가내로 나오는 에르제는 린제의 손을 잡고 남자를 따라간다. 그 남자는 친절하게 안내하면서 정중하게 모시고 있었다.


====================================================================


그들은 어느 술집에 들어왔다. 이곳에 모몬트 님이 계신다고 남자가 설명하고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여보냈다. 에르제는 벌써부터 모험가로써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컸다. 모험가마다 레벨이 정해져 있는데 길드 카드의 색깔이 그것을 결정한다. 모험가 레벨이 높을 수록 더 수준높은 의뢰를 실행할 수 있고, 보수도 그만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험가로써 성장을 한다는 건, 모험가 레벨을 올려서 보수를 많이 받을 거라고 기대하는 에르제였다. 반면에 린제는 위화감을 느끼면서 술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들이 본 것은 술집 안에는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험가들이 가득한 내부였다. 대부분 두 사람이 소름끼칠 정도로 취해버린 불량배 수준의 남자들만 있는 게 보였다. 에르제도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나가자고 린제에게 말했지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쾅! 소리를 내면서 닫혔고, 에르제가 열려고 했지만 잠겼는지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방금 전까지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목소리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


"흐흐흐흐흐..."
"뭐야... 당신들 뭐야?"
"너희들이냐? 찰리와 젠드를 손봐준 것들이?"


그들 가운데에서 한 거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 염소뿔처럼 생긴 헬맷에 가슴과 팔 근육이 드러난 상태로 상의가 노출되어있고, 바지는 무릎까지 내려올 수준으로 입고 있는 상태, 그리고 등 뒤에 망토까지 두르고 있었다.


"찰리와 젠드라니?"
"너희가 전에 물건을 흠집내놓고 금화 1개를 내놓으라며 바가지를 씌움을 당한 녀석들의 이름이다."


에르제와 린제는 그제서야 그들이 누군지 파악했다. 조각품으로 인해 트러블을 일으킨 자들, 세하와 처음으로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사건 때 그 불량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불량배 두명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진 빚을 갚아주지. 계집들."
"크윽..."


에르제는 린제를 뒤에 세워두고 음흉하게 쳐다보는 남자들을 보았다. 인원 수를 대충 세워보고 있었고, 그리고 대장으로 보이는 거구의 남자를 보았다.


"네가 모몬트냐?"
"뭐!? 이 계집이 어디서 우리 대장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앞에 나선 불량배 두명이 에르제에게 덤벼들었지만 가볍게 주먹으로 한방씩 날려서 각각 테이블 위로 나가떨어졌다.


"호오, 제법 주먹을 쓸 줄 아는 계집이로구나."


거구의 사내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17: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