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의 시간: Glory

바스케즈 2017-10-13 0

어울리는 브금:https://www.youtube.com/watch?v=ya0nm7unMQo




"여기는 베이비 울프! 대디 울프, 응답하라!"


치지직-! 치-직!


"대디 울프, 응답하라!"


치지지지직! 치-지직!


"여긴 대체 어디야? 난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내 이름은 티나. 


나는 울프팩의 견습 요원이다.


지금 난 고립되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의 함정인가?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함정이었다면 뭔가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발생해야 될텐데 그런 것도 없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대체 어디지?


내가 팀에서 낙오된지 얼마나 된거지?


손목에 차고있는 손목 시계형 PDA(Personal Data Assistant: 개인용 정보처리 단말기는 아까 내가 낙오되기 전에 발생했던 교전으로 망가진지 오래다.


시간도 알 수 없고, 위치도 알 수 없고...... 교신이라도 된다면 좋으려만 교신도 안된다.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니....


꼴이 참 우습게됐다.


만약 누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코미디를 보는 것 마냥 배꼽잡고 웃겠지...


그런데 어떡하지?


지금의 나로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무력하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니....


너무 분해....


너무 창피해.....


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하면 웃지말고 그냥 모른 척 지나갔으면 좋겠어.


이게 대체 뭐냐고...


비웃지 말아줘...


싫어.....


제발 비웃지 말아줘....


이런 부끄러운 내 모습,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 때였다.


갑자기 내가 서 있는 장소에 안개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마당에 안개까지 드리워지다니....


이제 시계(界)는 틀렸다.


작전 투입할 때는 주간이라서 야간 투시경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열화상 조준경이라도 챙겨올 걸 그랬나....


역시 난 한심해....


주변은 암흑천지에, 안개 투성이다.


내 곁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나 혼자다.


무섭다.....


이런 상황은 너무 무섭다....


갑자기 울프팩 팀의 동료들과 있던 지난 날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러더니 어라...?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약해지면 안되는데.....


움츠러들면 안되는데.....


안돼......


약해지면 안돼....


힘 내야지.....


힘 내서 이 상황을 잘 극복하고 동료들에게 돌아가야지....


동료......


내 가족같았던 동료....


울프팩.....


나의 가족......


집 같았던 화이트 팽.....


화이트 팽.....


나의 집.....


가족에게 돌아가야 되는데.....


집에 돌아가야 되는데......


제발.... 그냥 날 여기서 내보내줘........


가족한테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난 살고 싶어........


살려줘.......


"대디...... 대디....... 어디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전 고립되었습니다...... 무전이 들린다면 제발 이쪽으로 구조대를 보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위치는 모릅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도 없고, 좌표도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제발...... 구하러 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여긴 너무 어둡고, 차갑습니다...... 무섭습니다  대디... 흑흑... 너무 무서워요... 교관님....흑흑... 구해주세요......."


그 때였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사람 손의 현상을 하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여럿이었다.


사람 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괴생명체들은 정말 끔찍했다.


괴생명체들을 보고 놀란 나는 웅크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총이랑 나이프는 이미 내려놓은지 오래다.


패기는 이미 한참 전에 수그러들었다.


이제 난 더이상 용사가 아니었다. 한 작고 연약한 소녀였다.


소녀들은 무서운 꿈을 꾸면 아빠를 찾는다.


이 세상 모든 딸들은 아빠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은 딸들의 귀여움과 애교로 험한 세상 풍파에 맞서서 딸들을 지킬 힘과 용기를 얻는다.


지금 이게 내가 악몽을 꾸고있는 거라면 교관님이 가위 눌려서 꼼짝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날 깨우고 나를 감싸주지 않을까?


그래.....


이건 꿈이야.....


단지 꿈일 뿐이라고......


그래,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만.....


저 형상들은 다 환상일 뿐이야.....


다 환상이라고........


이렇게 웅크리고 있다가 저것들이 나를 덮치면 나는 놀라서 저절로 깰거야.


그러면 교관님이 나에게 달려와서 날 안아주겠지?


날 안아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괜찮아.'라고 말씀해주시겠지?


빨리 깼으면 좋겠다.......


이 어둠 속에서......


이 안개 속에서......


이 괴물들의 소굴에서......


이 악몽 속에서.......


악몽에서 깨면 날 껴안아주는 교관님한테 아빠라고 해야겠다.


교관님은 늘 나에게 영웅이었으니까.


난 믿어.


교관님이 이번에도 날 구해줄 거라는 것을.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의 영웅.....


강태식 중위님.....


난 눈을 감았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믿으면서.


내가 두 눈을 감은 그 순간 괴물들이 나를 덮쳤다.


이제 눈을 뜨면 난 침대 위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을 거고, 내 옆에는 강태식 중위님..... 아빠가 날 안아주면서 나를 진정시켜주겠지?


그렇게 기대하면서 눈을 떳는데,,,,,,


어라?


난 팔다리를 못 움직이는 상태에서 꼼짝없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괴물들 중에서 일부가 내 팔다리를 꽉 붙잡은 채로 나를 바닥에 눕힌 것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


꿈이 아니었다니......


이게 다 현실이라니.....


안돼......


안돼.......


이거 놔......


놓으란 말야!


놓으라고!


"놔!"


하지만 괴물들은 나의 처절한 절규를 보고도 아무 감정이 없나보다.....


아니, 처음부터 이 괴물들에게 감정이나 지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괴물이란 것은 오로지 본능에만 충실한 것들이니까....


그런 괴물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내가 바보같았다.


어떻게 괴물보다 더 멍청할 수가 있지?


난 역시..... 구제불능이야.


하긴..... 난 팀 안에서 열등생이었지....


만날 서투르고, 배우는 것도 늦고......


난 바보야.......


이 세상에서 난 살아갈 가치가 없어......


포기할래.....


그 때였다.


푸슉!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 순간 괴물들의 대장이 내 심장을 꺼내갔다.


의식이 흐릿해져간다......


그래.....


이런게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구나....


포근해.....


포근하니까 갑자기 졸려.....


"잘래......"


"한심한 인간같으니라고!"


응?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정말 어리석군! 넌 전사라는 호칭도 아깝다. 인간. 그러고도 너가 과연 전사라고 할 수 있을까? 모름지기 전사는 싸움터에서 싸우다가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되는 거다. 하지만 넌 그게 뭐냐? 싸움터에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 하는 전사라니.... 정말 한심하군. 넌 그러고도 전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 인간? 이런 한심한 녀석을 전사라고 내보내다니.... 인간들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없군. 넌 내 적이 아니다. 넌 그저 내 칼날에 휩쓸려 간 이름없는 병사일 뿐이야. 오직 전사만이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그 이름은 역사에 남아 후세에 널리 알려지게 돼지. 넌 전사가 아니다 인간. 넌 병사다. 누구도 기억해 주지 못하고 잊혀져 갈 뿐인 이름없는 병사라고!"


큭!


지성이 없을 줄 알았던 괴물에게 오히려 가르침을 받고 있다니.....


너무 부끄러워.......


난 부끄러워 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했어.


난 죽을 가치도 없어.....


아직 못 해본 게 많은데......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며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결국 이 지경까지 오고 만거야.....


내가 내 삶을 발로 걷어찬 거야.


내가.


바보같은 내가 현실을 꿈으로 함부로 규정 짓고,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되게 만들었어. 그게 나를 지금에 이르르게 만든 거야. 


내 삶의 기회를 내 스스로 걷어찬 것을 알고나서 난 내 자신에게 분개했다.


분한 내 표정을 본 것인지 괴물들의 대장이 나에게 말했다.


"분한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결정되게 만든 것이 분한가? 좋아. 내가 기회를 주지. 이번엔 너의 운명을 너 스스로 개척해보거라. 다시 한번 살아보는거다. 너의 인생을! 그리고 바꾸는 거다. 너의 미래를!"


퍽!


"크-흣!"


두-근! 두-근!


괴물들의 대장이 뽑아간 심장의 자리에 다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주변이 갑자기 환해지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물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갑자기 거대한 빛이 나를 덮쳤다.


"꺄악!"


그리고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난 전장의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도시는 불타고, 겁에 질린 사람들의 피난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총을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들은 전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한 자루의 총을 메고 전선으로 향했다.


한 번 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전장으로 이어지는 군경의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아......


전쟁.......


난 무엇을 위해서 전쟁을 하는 것이지?


이유가 뭐였더라?


잠깐 멍 때리던 그 순간 내 머리 속에 전장에 관한 정보가 빠른 속도로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강인한 힘과 의지가 솟구쳤다.


"전장 상황 분석 완료. 시내 재산 피해 및 인명 피해 현황.... 절망적. 도움이 절실함. 적 섬멸 작전 및 인명 구조 작전을 실행한다."


나는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심장과 강철과 같이 강인한 육체와 물처럼 맑고 깨끗한 정신을 가지고 나의 전장으로 나아간다.


나는 전장으로 나아가 모든 혼란 상황을 잠재우고,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내 이름은 티나.


난 한 마리의 차갑고 도도한 늑대.


난 나의..... 우리의 적의 목덜미를 늑대의 어금니로 물어뜯을 것이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적을 이 세상에서 전부 쓸어버릴 때까지 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4-10-24 23:17: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