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 몬스터팀-2화

연검정 2017-10-07 0

 이곳은 유니온 본부 서울지부이다. 명색이 수도의 지부이지만 다른 고층 건물들과 자연스레 녹아내려 생각만큼 거창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름 높은 빌딩으로 이중 몇개의 층을 각 부서끼리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일하는 층은 지하 1~4층이다. 지하이긴 하지만 LED조명으로 덮여있기에 이름만큼이나 어두침침한 느낌은 들지않는다.

그리고 사람의 활동이 뜸한것이 보안 유지에 알맞춤일테니 어찌보면 지리적 이점을 잘 이용한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지하1,2,3층은 주로 기밀자료 보관소이며 우리 팀의 사무실은 최하층인 지하 4층이다. 처음에는 1층에 사무실을 지으려 했으나 내가 4번을 좋아하는 지라 우리 팀원들의 빗발치는 반발을 뒤로 하고 세워버렸다. 지금은 익숙해진것 같지만 초창기 때는 팀원들의 반응이 상상하기도 싫다.

 워낙 깊이 있다보니 사람들이 오는 경우가 드물다. 기껏해야 시설점검이나 일 대 일 의뢰나 중요 사항 브리핑이나 지금처럼 조사받을때 정도이다. 그래 우리 팀은 4층에서 저번 사건때문에 조사받고 있다.

  참고로 두번째 경우는 귀찮은 일에 꼬일 수 있으니 사양이다.


 처음 취조실로 들어간 것은 윤기있는 회색 단발머리와 파란 눈동자의 여성 지킬,그 뒤를 이어 연보라빛 단발머리에 검은 눈동자의 남성 가브리엘, 항상 입이 뚫려있는 해골가면을 달고 다니는 녹색머리 꼬마 이승호, 차원전쟁때 부터 나와 쭉 함께 싸워온 적당히 기른 흰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최고의 파트너 제피리아 순서대로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이제 내 차례겠구나 싶어서 제피리아가 나오자마자 교대하듯 익숙하게 들어간다. 팀원들도 한두 번 겪어 본게 아닌지라 모두 '빨리 안끝나려나~' 라는 표정인걸 보니 심각한건 아닌가 보다.

 취조실이라서 인지 들어올때마다 분위기가 별로이다. 자그마한 방에 이쪽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와 감시카메라,랜턴 하나가 놓인 책상,마치 경찰서 취조실같은 방에서  앞에 앉아있는 우리 관리요원 동생이 있다.

 

"안녕 동생?"

 

"하하하...안녕하세요 유리씨"

 

멋쩍은 듯이 웃는 우리 관리요원 박상윤 동생이다. 

본래라면 취조중 도주 혹은 분노를 참지못해 달려드는 클로저의 제압을 위해 심문을 맡은 관리요원은 반드시 제압을 도와줄 클로저나 저지를 할 도구를 지참하는것이 맞지만 서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다 보니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고 해치지 않는다는 서로의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초창기 때만 해도 클로저 몇명과 함께 긴장하고 떨리지만 열심히 취조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럼 형식삼아 물어볼게요 혹시 타겟이 건물에 피해를 입기전에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지 않았나요?"

 

역시 그거냐

 

"애초에 우리는 그런 가방이 있는 지 몰랐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주지않은 유니온 측 잘못 아닐까?"


 건물에 피해를 입기 전 덮쳤다면 잡기야 잡았을터이다. 차원종도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인파가 많이 몰린 곳이였기에 2차적 피해가 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상황을 보고 있었거늘 그런 가방을 누가 상상이야 했을까

 

"하지만 윗선에서는 발뺌할테고 무조건 책임을 물거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동생도 알겠지만 이미 수십번은 겪다 보니 이젠 별것도 아니야 주고 빼았고 반복하는 놈들인데 무얼 더 바라겠어?"

 

 추가로 몇가지의 질문을 받고 나는 적당히 대답해 주었다. 유니온측에선 그 난잡한 상황에서 부상자는 몇명 있지만 민간인 사망자가 한명도 나지 않은것을 공적으로 그 정도로 끝내 주겠다는 것이 입장인듯 하다.

 뭔가 급하게 덮으려는 느낌이구만?

 취조아닌 취조가 끝났으니 이제 내 차례다.

 

"저기 말이야 동생, 그 가방 도대체 어떻게 된 물건이야?"

 

"그 문제의 가방말인가요? 저도 조사해봤지만 제 보안등급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레벨이었죠 정황상 유니온이 관여되있는건 확실한데..."

 

"뭔가 이상한거라도 있는거야?"

 

"우리나라에서 유니온에 근무하는 사람들중 저런 위험한걸 연구한다면 분명 어떻게라도 낌새가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정보가 너무 없어서 이상해요"

 

 그렇다면 몇 가지 정도 짐작이 가능할것 같다. 첫번째는 윗선에서 정말로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었다는 가정이다. 그렇다면 저번에 잡은 타겟이 들고간 물건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것도 당연하다.조직이 정보가 새어나가면 어디인들 편할까

두번째는 애초에 유니온에 속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위험하다. 차원종을 소환할 수 있는 가방이 대량으로 도시에 뿌려진다고 생각하니 도시는 아비규환이 될것이다. 부디 이 가정만은 사실이 아니길 빌 수 밖에...

 그 외에는 아직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저번에 잡은 녀석은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 모른다.

 

"잡은 녀석도 취조해봤지? 뭐 아는게 있는것 같아?"

 

"그게 말이죠..."

 

 관리요원 동생이 떨떠름 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이상하게 유리씨가 잡은 범죄자들 중 일부가 항상 기억착란을 일으키는데 이번에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지라..."

 

 아 내 잘못이네 너무 신나게 힘을 개방한 탓인가 하하하

 

 관리요원 동생이 '그 가방에 대한건 위에서도 함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니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취조는 최종적으로 끝났다.

 우리 팀이라서 그렇지 다른 팀이 관련되었다면 입막음의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몇년 전 정보를 숨기기 위해 죽은 클로저도 있었으니까...

 어느덧 점심먹을 때가 다 되어가니 팀원들과 밥이라도 먹어야 겠단 싶은 마음으로 취조실 문을 열고 나갔다.

 

"야 이 화상아!!!"

 

"으어어어 뭔 일이야?!"

 

기다렸다는 듯이 분노한 제피리아의 양손이 내 옷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 댄다. 어지러워!!

 

"너 또 그거 썼지? 자중하라고 우리끼리 항상 말하잖아!! 기억착란 좀 그만 일으켜!"

 

동생!! 제피리아한테 말한거야? 왜 그런거야? 왜?!

 

"미안해! 그치만 너무 쓰고 싶었는걸!"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 우리도 억지로 참잖아! 힘을 사용하지 않는걸 방침으로 여기자고 한건 너였거든? 이제와서 깨뜨리냐?"

 

 옆에서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다. 

아 그래 내가 멋대로 쓴거 미안해! 밥 사줄테니 제발 살려주라!!

 

 



"하아...여러가지로 피곤했구만"

 

해가 지고 있기 몇 시간전 밥 사주는 조건으로 팀원들에게 용서를 구했건만 이녀석들 그걸 기회삼아 정말 엄청난 양을 먹어댔다. 물론 그중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내 옆의 녀석이였지만

 

"뭐야 불만 있어?"

 

 제피리아가 회오리 감자를 먹으며 째려 본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거냐...

 우리 같은 체포직 클로저들은 일이 없으면 그날은 비번인 경우가 많기에 오늘도 평범히 정시퇴근을 한다. 내 능력이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너무나 편리한 효과를 발휘하다 보니 우리 팀원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가 다 반사이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이미 내 능력으로 데려다 주었다. 이제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가야 겠지만...

 

"..."

 

"..."

 

 현재 제피리아와 강변 길을 산책중이다. 그냥 제피리아가 '같이 걷고 싶다'고 말해서 데려다 줄 입장인 나는 꼼짝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뭐어 몇년을 걸었는데 이 정도쯤이야 별것 아니다.

 

"은하는 좀 어때?"

 

... 이 녀석 갑자기 확 들어오네

 

"많이 좋아졌지...조만간 다시 학교도 다닐 수 있을정도야"

 

"그래? 그거 다행이네..."

 

 라며 제피리아가 살며시 미소짓는다. 그 미소가 져가는 석양의 빛과 하얀머리칼을 비추며 엄청난 아름다움을 뽐낸다. 내가 결혼만 안했다면 아마 제피리아에게 반했을지도 모를것 같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모르게 그 미소는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 미소에 빠져 생각하던 도중 주머니속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전화음이 울렸다. 이 전화음이 나도록 설정해 놓은 건 단 한명 뿐!

 제피리아도 누구의 음인지 눈치챘는지 얼른 받으라고 재촉한다.

 

"여보세요~"

 

"아빠?"

 

나의 하나 뿐인 천사,하나 뿐인 딸 은하다. 팀원들에게 돈을 뜯겨버려 심란했던 마음이 고양되었다.

 

"우리딸~ 어쩐일이야?"

 

"아빠 목소리 듣고싶어서!"


 제피리아는 다 먹은 꼬치를 입에 물고 웃으며 쳐다만 보고 있다. 뭐 제피리아는 딸과 통화하는걸 가장 많이 보기도 했을테니까
 은하는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지만 분명히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게 몇 십분을 통화했을까 슬슬 석양빛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하늘의 대부분이 어두워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 유니온 아카데미에서 봉사활동을 와줬어요!"

 유니온 아카데미라...보나마나 치료해서 나중에 클로저로 써먹을 수 있는 아이들을 찾으러 왔을것이다. 그 놈들은 그러고도 남으니까...

"나랑 동갑내기이던 아주 이쁜애가 그랬는데 이번에 알파퀸의 아들이 클로저팀에 들어온대!"

............뭐?

"야...유리"

...

"유리창!"

 제피리아의 외침에 놀라서 쳐다보았다. 아 당황스럽네 너무 생각을 많이 한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귀에서 들리는 딸의 목소리에 신경이 안 쓰일 만큼 이상함을 느꼈다. 그 이상함은 제피리아가 날 보는 시선이였다.

"너...왜 그런 표정을 짓고있어?"

...그제야 내가 입이 찢어질듯이 웃고 있는것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그 여자의 아들을 죽일 생각에 정신이 팔린건가
 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2024-10-24 23:17: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