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과학자의 일기

루이벨라 2017-09-24 1

※ 클로저스 전력 60분 연성

※ 주제는 '시작'

※ 클로저스의 시작이라고 볼수도(?) 있는 <지고의 원반> 을 처음으로 접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

 

 

 

 

 

2001. 09. 02.

 

 동료가 나에게 흥미로운 소식을 전한다. 드디어 '그것' 이 온다고. 그 말에 나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요새 연구소 내에서 불리는 '그것' 이라 함은 남극에서 발견된 어떤 정체불명의 조형물이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원반처럼 생겨서 원반이라고 부르는 거 같다고 했다.

 

 남극에서 원반을 발견한 연구팀은 자신들이 이 원반을 조사할 것이며, 그에 맞는 인원을 모집하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치열한 경쟁이 많았다. 그리고 난 그 경쟁에서 성공해 원반을 조우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원반 조사팀은 극소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은 남극에서 그런 물건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모른다. 자칫하다가는 언론에 매도될수도 있기에, 치루어진 일이겠지.

 

 이 연구소에 온 오직 한가지의 목적이 이제 내 곁으로 온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 뿐이다!

 

 

 

2001. 09. 15.

 

 드디어 원반이 왔다! 실제로 본 원반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가져다 주었다. 원반 주위에는 이상한 아우라가 피어나고 있었다. 역시 보통 물건은 아니다. 연구할 맛이 나는 물건을 오랜만에 접했다.

 

 

 

2001. 10. 08.

 

 원반을 조사한지 약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별 다른 성과는 없었다. 정확하게 알아낸 사실이 있다면 이 원반은 우리 차원의 존재하는 광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구 내에, 그리고 우주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광물. 원반에서 새로운 광물을 발견할 때마다 동료들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듯 흥분하면서 이름을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원반에 대한 데이터는 컴퓨터에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

 

 

 

2001. 11. 27.

 

 이상하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원반을 만졌던 동료들에게서 하나둘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나랑 가장 친하게 지낸 동료는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세졌다. 힘내라며 내 등을 살짝 토닥였다는 게, 날 거의 죽일 뻔 했다. 힘이 세진 건 그 동료 뿐만이 아니었다. 10명으로 이루어진 이 연구팀에서 총 3명이었다.

 

 무슨 좋은 운동을 하는거야? 라고 처음에 장난스럽게 말했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3명이, 우리들 중에서 원반을 가장 많이 접하고 누구보다도 연구에 열성적인 인물이었다는 것.

 

 3명의 비정상적인 괴력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는 상태였다.

 

 

 

2001. 12. 17.

 

 이번 크리스마스는 꼼짝없이 연구소에서 보내게 되게 생겼다. 부모님께 연구소에 일이 쌓여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못 간다는 전화를 했다. 갑자기 일이 왜 많아졌니? 라는 말에 난 연말이라서요, 라는 거짓말을 했다. 지금 부모님이 알고 있는 내 직장은 예전 직장이었다. 원반을 연구하면서 비밀로 붙일 건 아주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이 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접촉이 많을수록 새어나갈 수 있는 비밀은 많아지니까.

 

 동료 한명이 와서 전화를 끊은 나에게 말했다. 일하러 갈 시간이야.

 

 그래...내 목소리가 그렇게 힘이 없는 걸 새삼 느꼈다.

 

 

 

2002. 01. 14.

 

 새해가 밝았다. 연구소는 또 한번의 난리가 치루어졌다.

 

 괴력을 보인 3명 외의 1명이, 더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는 괴력 뿐만이 아니었다. 그 동료는 우리들 앞에서 물건을 띄웠다. 본인도 놀랐는지 어떻게 좀 해봐! 라며 아우성을 쳤지만 우리는 할 수 없었다.

 

 염력을 가진 자도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원반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느 정도인 것일까...이제는 감탄을 너무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2002. 02. 22.

 

 결심이 섰다. 우리 모두, 10명 다 연구 중단 선언을 했다. 상부는 이런 우리의 태도에 매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았다. 이 원반에 대해 연구를 할 수 있게 돈을 대주는 높으신 분들께서는 오히려 그 원반이 가진 힘에 매료되어 계셨다.

 

 그분들은 우리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셨다. 원반을, 완벽하게 사용하게 만들라고. 그것이 인류의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우리는 그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다. 결국 약한 자의 입장이었던 우리가 지고 말았다.

 

 상부로부터 내려온 명령이었다.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열정적으로 원반을 연구하라는. 원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록으로 남기라는 명령이었다.

 

 

 

2002. 03. 31.

 

 요즘의 연구소는 삭막하다. 모두들 말수가 적어지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래도 다들 유쾌한 사람들이라 일하는게 그렇게 힘들진 않았는데...요새는 더 힘이 든다.

 

 근래에 원반에게서 자꾸 이상한 수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걸 또 상부에 알려야하나? 싶었지만 관두었다. 상부는 그것도 원반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며 넘어가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하라고 할 것이다. 많은 데이터가 원반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줄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원반이 가지고 있는 힘은 '위상력' 이라고 명명했다. 이제 우리 연구팀 중에서 위상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반을 넘었다. 나를 비롯한 3명만이 아직 위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묘한 꿈을 꾸었다. 내가 위상력에 각성하는 꿈이었다. 그리고 그러자마자 주위가 푹 꺼지면서 난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냥 꿈이었지만 그로 인해 위상력에 대한 경각심이 내 안에는 더 생겨났다. 처음 원반이 왔을 때의 그 흥미는 이미 내 안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 * *

 

 

 

 -결국, 무리한 실험을 감행한 탓에 원반은 폭주했고...그 결과, 세상에 두 가지 이변이 일어났다.

 첫번째 이변은, 폭주한 원반이 무작위로 인간을 선별해서, 위상력을 각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야.

 그리고 두번째 이변은...다른 차원과의 경계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지. 바로 그 균열이...차원문이었고, 차원문을 통해 나타난 것이 차원종이다.

 그 원반, 지고의 원반이 폭주한 것이야말로, 차원전쟁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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