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운수 안 좋은 날.
21대대통령서유리 2017-09-17 5
"안녕 싸부! 또 농땡이 피우는 모양이네, 통장에 돈 좀 들어왔을 테니 한 잔 빨러 가죠."
서유리의 그 목소리는 연하고 싹싹하였다. 나타는 이 고깃덩이 제자놈을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에게 어묵 대금을 내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흥, 그러는 넌 벌써 한 잔 한 모양이네. 너도 여전히 먹는 재미가 좋아 보이는구만."
하고 나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우히히. 재미 안 좋다고 소영언니 특제 웰치스를 못 마실까요. 그런데, 싸부는 어째 신호등 맛가루 쳐맞은 치느님 같은데? 어서 이리 들어와 한 잔 해."
소영포차 안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잉여롭게 놀고 자빠지는 특경대원들이 **을 할 적마다 늘어나는 손님수, 여전히 ** 같은 다자인, 방명록도 못 남기는 방수천막, 스스로를 귀엽다고 지칭하는 ** 송은이 경정 등...... 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포차의 혼돈 앞에 나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나타는 우선 소영 특제의 시원한 포도맛 웰치스와 뜨끈한 어묵을 청하였다. 기름진 위장은 채울수록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웰치스 한 병과 어묵꼬치 다섯 개를 잉여같이 비우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란지 한 병을 또 마셨다.
나타의 눈은 벌써 개개풀리기 시작하였다. 소영의 계략이었다. 뇌에서 계속 재촉시키게 만드는 웰치스의 미묘한 마약성분 탓이었다.
서유리는 의아한 듯이 나타를 보며,
"또 붓다니, 벌써 우리 3병 마셨어요. 이 돈이면 한우가 3인분인데."
"아따 이 고깃덩이야, 돈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어 통장 채웠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싸부 또 말투 이상해졌어. 그래, 이번엔 얼마를 채웠어요?"
"그건 왜 물어? 또 빚보증 서 달라고? 내가 미쳤냐, 이 보증 성**야! 이런 **맞을, 야 소영! 웰치스는 왜 안 부어.... 괜찮다, 괜찮아. 막 마셔도 상관이 없어. 오늘 잔액도 산더미같이 박았는데."
"어, 이 싸부 또 뿅갔네. 그만두고 발 씻고 가서 자요."
"이것아, 이걸 먹고 뿅갈 내냐? 어서 더 마셔."
하고는 서유리를 우악스런 손길로 붙잡으며 뿅간 이는 부르짖었다.
"소영! 이년, 오라질년, 왜 웰치스를 붓지 않아."
라고 야단을 쳤다. 소영은 희희 웃으면서 포차에 점점 **을 싸는 광견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친한 사이인 서유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타는 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 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것들 같으니, 내가 니들한테 준 돈이 얼만데! 지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
하자마자 통장에 꼴아박은 내역 인증샷을 찍어 그 사진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올려선 높이 들여보이며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서유리는 이 모습에 기겁하며,
"야이 ** 싸부놈아, 얼굴은 왜 안 가려!"
이런 말을 하며 급히 만류해 스마트폰을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나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박아놓은 돈이란 말이다, 이 다리 뼉다구를 꺾어 놓을 것들 같으니."
그러고는 들어가 자라는 서유리의 말에,
"이 원수엣 돈! 이 육시를 할 돈!"
하면서 텅텅 빈 웰치스캔으로 깽판을 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웰치스 자작질.
"또 부어, 또 부어."
또 한 잔 먹고 나서 나타는 문득 껄껄 웃는다. 그 분탕질이 소영 포차에 있는 이의 눈이 모두 나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바보 제자,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존잼 사냥터 찾으려고 그 똥같은 작전통제기까지 뒤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시간만 낭비했네 그려, 그래 작전통제기에서 어름어름하며 평타치는 사냥터를 찾을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성수대교인지 비수대교인지, 요새야 어디 좋은 사냥터와 나쁜 사낭터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똥같은 분류 빼고 말이야. 어쨌든 보아하니 소개글도 간단하고 차원종들도 톡톡히 날뛰고 있던 거였지. 보니까 평타 이상은 치더라고. 그래서 슬근슬근 가서 우악스레 '1분 내로 이 몸을 성수대교로 옮겨라. 이 기곗덩어리.'라니까 바로 나오는 음성메세지에서 이 몸 이름까지 거론하며 홱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라고 **을 했단 그 말이야! 그거야 말로 전형적인 소심덩어리란 말이지, 허허!"
나타는 교묘하게도 정말 찌질이 같은 대사를 쳤다. 모든 특경대원들은 일시에 'ㅋㅋㅋㅋ'거리며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기곗년인지 놈인지 모를 것이 고작 유니온의 기계 주제에 '왜 남을 귀찮게 굴어!'라니. 어이구, 말도 체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도 지기 전에 나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서유리는 어이가 털려 나타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고소탕 마실 **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뭐예요?"
나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이번에 올라 온 특대 코스튬 조졌다네."
"뭐에요? 특대 코스튬이 조졌다니, 언제?"
"이년아 언제는. 오늘 공지가 올라왔지."
"이런 ** 싸부놈이.... 아, 거짓말하지 마요."
"거짓말은 왜, 참말로 일러까지 완벽하게 빻아부렀어... 참말로. 이 상황에 내가 웰치스를 마시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나타는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이미 특요를 찍은 서유리는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싸부가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그 공지 좌표 좀 대봐요. 가서 얼마나 좋빻았는지 확인 좀 하게."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서유리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나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빻긴 누가 빻아."
하고 득의 양양.
"누가 일러를 조져, 욕이란 욕은 다 쳐먹으면서 특대업뎃 준비하고 있단다. 닌 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정신나간 싸부놈이 초커때문에 진짜 쳐도셨나."
하고 서유리도 어떤 불안을 느끼는 듯이 나타에게 다시 공지 좌표를 가르쳐달라 청하였다.
"공지 안 떴어, 이제 일러 까고 있다니까 그래."
나타는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질렀으되 그 소리엔 자기가 했던 말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그리고 기어이 웰치스 한 병을 더 채워서 먹고 나왔다.
나타는 뿅간 와중에도 어묵탕을 한 사발 사 가지고 클저 공홈에 다다랐다. 공홈이라 해도 물론 뻔한 신규 업데이트 페이지이다. 만일 나타가 공홈에 제 발을 들여놓았을 제 다른 날과 달리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다.
혹은 나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업데이트란에 마우스를 놓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것! 오래간만에 이 나타님이 들어왔는데도 일러가 다 안 까져있어, 이 오라질 것!"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예감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나타는 일러스트 개봉 이벤트 페이지를 왈칵 열었다.
"이 오라질것. 주야정천 잠수만 하면 제일이야! 이 나타님이 와도 답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그 이벤트란의 일러스트를 살펴봤다. 그러나 눈가에 채이는 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대 업뎃 때와 다를 바 없는 천편일률적인 코스튬, 잘못 ** 않았나 싶어 눈을 빡빡 씻고 들여다 보여도 달라지지 않는 코스튬. 이때에 손톱을 뜯던 소리가 손가락을 깨무는 소리로 변하였다. 땀이 축축하게 배어있던 구르카가 뗑그렁 소리를 내고 떨어진다. 후라이팬은 온데간데 없고 이전 정식 때 지급되었던 별 **맞은 힙합바지가 좁은 신발에 갇혀져 신서울의 그 누가 본다해도 **은 룩의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눈가에 시뻘건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그것을 씻어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나타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달려들어 그야말로 망했다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 자신의 특대일러를 꺼들어 흔들며,
"이것아, 업뎃을 해 업뎃을! 손이 굳었어, 이 오라질것!"
"......"
"으응, 이것 봐. 아무 반응이 없네."
"......"
"이것아, 이게 정녕 특대 일러란 말이냐. 왜 반응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맞는가보이."
이러다가 화면 앞에 자랑스레 구르카를 치켜들은 특대 일러스트의 *된 상태를 알아보자마자,
"이 업뎃! 이 업뎃! 왜 업뎃을 바루 하지 못하고 별 **은 일러만 내고 자빠졌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나타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같은 눈물이 키보드의 차가운 표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어묵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일러가 **이냐, 왜 일러가 이 모냥이냔 말이여.....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