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스-3화. 침식

pix캐스터 2017-08-24 2

쿠쾅!!!!!!!!!!!!!!!!!!

“음...............?”

“무슨 소리지?”

매점에 막 음료수를 사들고 바깥으로 나오자 갑작스럽게 학교 본관 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누가 싸우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 싸운다 해도 학교 안에서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애들은 거의 없다. 그럼...........

“흠.........괜찮겠지? 아무래도 레비아선생님이 계시니까”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고, 무엇보다 우리 학교는 위상력을 가진 애들만 모인 학교. 고위 차원종이 아닌 이상 그리 간단하게 당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고위 차원종이 온다고 해도, 우리 학교에는 레비아 선생님이 계시니까 걱정 할 일은 없었다.
어쨌든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폭음이 울린 곳으로 걸어가려는 데, 블레스터가 내 팔을 붙잡았다.

“음? 왜 그래? 블레스터?”

“...........레비아 선생님은 아무래도 이 학교에 계시진 않는 것 같군.”

“...에?”

“이정도 폭음이 교장실에 계신 레비아 선생님께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곧바로 대응하셨어야 정상인데, 아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계셔. 너는 레비아 선생님의 위상력이 느껴지나?”

“흠. 그렇긴 하네. 그럼 어디...........”

마시던 음료수를 내려놓고 정신을 집중해 주변의 위상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레비아 선생님의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방금 전 폭발은 교무실 쪽인데 대체 누가....”

“이 학교에서 교무실에 이정도의 장난을 칠 얼간이는 없어. 그렇다는 건........”

“세리야?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거야?”

굳은 표정으로 나와 블레스터가 서있자, 앞서 가던 나래가 뭔가 문제라도 있느냐는 표정을 물어봤다. 나래도 나타도 위상력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고, 학교에서도 가끔 위상력이 높은 애들끼리의 싸움에서 큰 소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나와 블레스터처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저기.....그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하지 말아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곧 레비아 선생님이 오시면 잠잠해 질 것 같기도 하고, 나래를 굳이 겁먹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 결정을 변복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진 않았다.

“서나래!!!!!!!!!!!!!!!!!!!!!!!!!!!!”

“응? 왜......”

나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래를 향해 번개가 내리꽂혔다. 재빨리 손에서 위상검을 뽑아내 번개의 궤적에 맞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꺄아아아악!!!!!!!!!!!!!!!!!!!!!!!!”

“헉....헉......나래야...괜찮아...?”

“흐윽.....방금 그건......나 설마 죽은 거야.....?”

“다행히 죽지는 않았어. 그나저나 나타는, 괜찮아?”

“.......기절한 것 같은 데......”

“휴......다행이네. 그럼 일단 나래야, 먼저 학교 강당 쪽으로 도망쳐. 애들도 다 그쪽으로 갔을 거야.”

“그럼 너는....?”

“난 조금 있다가 쫒아갈게. 먼저 가볼 곳이 있어”

“알겠어.....조심해야 돼!”

기절한 나타를 끌어안고 황급히 강당 쪽으로 달려 나가는 나래. 나래가 무사히 본관 안쪽 건물로 들어가자, 고개를 돌려 번개가 내리친 쪽을 바라봤다.

“블레스터, 저거 수위아저씨 맞지?”

“맞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건 수위아저씨가 아닌 것 같군.”

공중에 금빛 섬광을 두른 채 떠있는 건 메이지 수위 아저씨였다. 초점이 없는 눈, 이리저리 흔들이는 머리 때문에 아저씨가 현재 정상이 아닌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순해터진 수위아저씨가 학생을 공격할 리가 없다. 비록 고위차원종이
아니어도, 위상력이 크지 않아도, 이런 저런 사고로부터 학생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던 수위아저씨는..............자신의 소중한 학생한테 공격을 가하는 난폭한 차원종이 아니라고.................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대체 왜 수위 아저씨의 몸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거냐고!”

“그....그륵.....드디어.....만났군. 이세리”

“이세리...? 내 이름을 알아?”

“크....당연히 알고 있지....그 유명한 이세하의 딸 아닌가.”

수위아저씨의 떨림이 점점 줄어들면서, 더듬거리던 말투도 평범한 말투로 바뀌어갔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공중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수위아저씨의 모습은,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크흠, 조금이라도 힘을 쓰면 들킬 것 같아서 최대한 억제하려 했는데, 설마 탐지능력을 가진 인간을 심어두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미 들킨 것 같으니 그녀가 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겠군.”

수위아저씨의 몸을 차지한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녀석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긴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귀찮은 일처리를 빨리 끝내야 갰다는 녀석의 움직임과 말투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온 몸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손에 쥔 푸른 위상검은 그저 검의 형태를 취하는 빛의 덩어리가 아닌, 하나의 건 블레이드로 변해갔다.

“처리? 설마 나를? 너,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이세리! 방심하지 마라!!!!”

“방심하지 않았어. 충분히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저 건방진 녀석을 조금이라도 빨리 수위 아저씨의 몸에서 때어내야겠어!!”

아무리 수위아저씨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고위 차원종이라고 해도, 현재 그 고위차원종이 머물러 있는 것은 수위아저씨의 몸이
다. B급 위상력의 수위아저씨의 몸으로는 순식간에 나를 제압하는 불가능했다. 아니, 지금처럼 수위아저씨가 자신의 위상력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간다!!!!!!!!!!!!!!”

제자리에서 도약해, 순식간에 수위아저씨의 눈앞에 도달한 나는 푸른 불꽃을 뿜어대는 건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단숨에, 일격에 수위 아저씨의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킨다면 녀석의 의식도 끊어질 것 같았다. 수위 아저씨, 조금, 아니 좀 많이 아플 테지만 잠깐만 참아....!!!!!!!!

“아니, 올 필요 없다.”

건 블레이드가 수위 아저씨의 귓가에 다다랐을 때, 녀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올 필요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녀석은......

“어......?”

“이세리!!!!!!!!!!!!!!!!!!!!!!!!!!!!!!!”

건 블레이드가 수위 아저씨의 머리에 닿기 직전, 블레스터의 화살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내 몸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옆으로 튕겨나갔고, 건 블레이드는 수위 아저씨의 머리가 아닌, 허공을 갈랐다.

“으으으윽...............블레스터.......대체 왜.....”

다행히 날 공격할 마음을 없었던 건지, 블레스터의 화살은 내게 데미지를 줄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끝이 뭉툭한 것을 보아,
날 밀어낼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미쳤나? 방금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는 아는 건가??!!”

“무슨 짓이라니, 나는 수위 아저씨를.............”

“흐흐.....조금 아깝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치명상이었는데 말이야.”

수위 아저씨의 몸을 차지한 녀석은 히죽 웃으며 이쪽을 돌아봤다. 그런데......왜.........

“어.....라....?”

수위 아저씨의 얼굴의 한쪽 면이 박살나있었다. 주변의 얼굴도 무언가에 크게 데인 듯 검게 그을려 있었다.

“나.....나는........”

수위아저씨의 얼굴을 저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난 그저 위상력을 건 블레이드의 옆면에 최대한 둘러서, 그 충격으로 기절시
키려고 한 것뿐인데, 저런 상처를 입힐만한 공격은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그것이 네 본심이었을 뿐이다.”

“그럴 리가! 나는 수위아저씨를 다치게 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고!”

“그렇지만 너의 위상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구나, 이렇게 내 얼굴을 박살내 놓았으니 말이다.”

“으윽.....그건............”

“어차피 차원종이잖아? 더 공격해도 된다고. 너희들은 인간이지 않느냐”

“인간인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거야!!”

“인간의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차원종의 대한 적대심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인간이여”

“그런 거 아냐! 적대심이라니, 내게 그런 게 있을 리가”

“크크큭. 인간인 네 녀석으로써는 어쩔 수 없었겠지. 이해하도록 하마. 넌 그저 본능에 따랐을 뿐이니. 차원종을 죽이고 싶다는
본능 말이다.”

“그럴 리가.......내가............”

“부정하지 말거라.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인간과 차원종은 서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차원전쟁이라는 상처를
말이야. 그것을 그리 가볍게 잊을 수는 없겠지. 가볍게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말이다.”

“아니야.....아니야!!!!!!!!!!!!!!!!!!!!!”

녀석의 목소리와 함께 차원전쟁 시절의 광경들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원종과 사람들의 시체가 뒤엉켜 있는 모습. 고위 차원종에게 힘없이 죽어나가는 클로저들. 클로저들에게 학살당하는 하위 차원종들. 그리고.......

“어....엄마.....?”

무너진 건물 속에서, 한 남자와 여자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한 소녀는, 그 두 시체를 붙들고 흐느끼고 있었다. 근처 차원종에게 들릴까봐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고 눈물만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는 소녀는, 우리 엄마였다.

“그날 부모의 시체를 끌어안고 흐느끼던 네 어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 구나. 차원종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던 네 어미가 말이야.”

“흐으윽..........아니야.........흐흑...........차원종은................”

눈앞에는 차원전쟁 시절 시체가 즐비하고, 사람들과 차원종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터만이 펼쳐졌다. 저것이, 인간이 본성인 건가? 차원종이라는 건, 죽여야 하는 건가? 원래 차원종과 인간은 서로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

“차원종과 우리는..........평화롭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거야?”

“불가능하다. 그들과 우리가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한,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어. 그것이 우리에게 내재된 본성이다.”

“흐흑....대체............어떻게 해야 돼? 어떡해 해야............”

“간단하다. 이세리”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어, 흐느끼며 물은 질문에, 목소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이름은 아자젤. 차원전쟁 시절 차원종측의 총 사령관이자. 지고의 원반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자.”

“아자.....젤?”

“내가 차원종과 인간의 싸움을 멈추도록 하마. 그 방법을 알고,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는 자 또한 내가 유일하다. 이세리. 네가
너에게 인간과 차원종의 평화를 선물하도록 하마.”

“알겠어..........부탁해................아자젤.........................”

점차 의식이 흐릿해지고, 눈앞의 전쟁터도 점점 투명해지며 사라져갔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홀로 남겨진 나였지만, 그 어둠은 어쩐지 포근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불가능해 보일 것 같은 평화를 바라며, 나는 깊숙하게 잠이 들었다.

“그래. 이세리. 차원종과 인간의 평화를 위해”

의식이 끊어지기 마지막 순간, 목소리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너의 몸은 내가 받아가도록 하마.”




“괜찮아요? 세린 선생님??”

“으으........네......그런데 어떻게....”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세린 선생님”

“모라 선생님....?”

쓰러져있는 오세린의 앞에는 검은빛을 띄는 미라주가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번개가 교무실을 강타하기 직전, 교무실을 베리어로 둘러싼 것이었다. 위상력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기에 번개를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그 위력을 크게 줄인 탓에 교무실 벽면이 무너졌을 뿐 크게 다친 교사는 없었다.

“그것보다 빨리 레비아 선생님한테 연락을!!”

“여...연락은 한 것 같아요. 전 기억이 나질 않지만...........레비아 선생님이 곧 바로 이리로 오겠다고 연락을 하셨어요. 아마 무
의식중에 레비아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린 것 같아요.”

“그....그럼, 레비아 선생님은 어디에 계신다고 하죠? 멀리 있다면, 지금 저라도 가서”

“아뇨,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어지러운 듯이 이마를 문지르는 오세린은, 부서진 벽면 너머의 하늘을 가리켰다.

“저.....저건...............”

“어디에 있던, 저 모습이시라면 금방 오실 테니까요.”

오세린이 가리킨 하늘에는, 크게 보면 구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름의 사이사이, 하나의 거대한 원형의 몸체가 구름을 비집고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랏빛 섬광을 발하는 거대한 몸은, 점점 학교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이윽고, 구름을 헤집던 움직임이 학교의 바로 위에서 멈춤과 동시에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등 뒤에 4쌍의 날개를 펼치며 위광을 드러낸 흰 용은. 몸의 길이만 100m. 위상력 측정불가라는 희대의 기록. 역대 모든 용 중 유
일하게 4쌍의 날개를 가진 현 세계 최강의 용.


그 용의 이름은, 레비아.













레비아의 용 모습. 일러스트로 함께 넣어보고 싶었는 데, 지인이 부탁을 거절했습니다.(하아..............)
일단 제가 직접 그려서라도 올려드리려고 했는데, 길거리에 나뒹구는 미세먼지수준의 손을 가진지라 도저히 올릴 수가 없더군요. 하핫;;;;;;
일단 지인한테 굽신굽신하는 중이니, 언젠가는 일러스트가 올라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헤헿.
2024-10-24 23:16:5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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