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스-2화. 아자젤
pix캐스터 2017-08-22 2
“세하 오빠. 나 왔어..........뭐야 그건?”
막 국장실로 들어선 레비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서류더미 사이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꼬리였다. 꼬리만 살랑살랑 움직이고, 본체는 죽은 듯이 서류에 얼굴을 파묻고 잠든 것 같았다.
“........오빠!!!!!!!!!!!!!!!!!!!”
“푸허헉!!!”
소리를 지르자 숨을 토해내며 몸을 벌떡 일으키는 이세하. 피로가 가득한 얼굴을 마구 문지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눈앞의 레비아를 바라봤다.
“레비아? 여긴 어쩐 일로”
“아빠 피곤하데. 그래서 내가 대타로 왔어”
“으으........그 영감탱이가 또......”
“어쩔 수 없잖아. 그 영감을 막을 사람은 없는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애쉬와 더스트를 영입했을 거라고.......가장 현명한 차원종일 줄 알고 기껏 부활시켜드렸더니, 노후생활을 보장하라니........”
“개내 둘은 잔머리가 너무 좋아서 잔꾀만 부릴 것 같은데, 그나저나 슬비누나는? 왜 국장인 오빠가 서류작업을 하는 거야?”
“세리엄마는 이번 일주일간은 휴가. 오랜만에 세리하고 힐링 좀 해야겠다고 하더라고”
“...세리는 적어도 한 달은 자유시간은 없을 텐데....”
“또 기물파손...?”
“이번에는 큐브를 작살내놨어.”
“큐브.......? 그거 설마...”
“맞아. 연습대련용으로 특수 제작된 그 큐브.”
“.......................”
연습대련용으로 제작된 특수큐브. 못해도 A급 이상의 위상력이 되어야만 큐브에 손상을 주는 것이 가능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학생들의 위상력 등급은 대개 D~C급. 태생이 고위 차원종이라 해도 B급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 어린나이에 A급의 위상력을 발하는 학생은 이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현 위상력 SSS급인 이세하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이세리를 제외하고는.
“.........아자젤을 잡았다는 소식은 아직도 없어....?”
“잡기는커녕 어디에 있는 지도 몰라. 실체가 없는 녀석이라 카밀라 정도의 탐지능력이 아니면 찾을 수도 없어. 카밀라가 열심히
해주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 세계 전부를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아.........”
“사실 헤카톤영감을 부르려던 것도 이것 때문이야. 아자젤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흐음.....그건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 하는 게 좋겠지?”
“그렇겠지. 나와 영감 단 둘이 알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알겠어. 그럼 이따가 아빠한테 연락해둘게. 그럼 나는 이만”
자신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말에 쉽게 수긍하고 돌아서는 레비아. 애초에 헤카톤케일의 부탁으로 이 장소에 온 것이지, 본래는 유니온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레비아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평범한 학교 선생이 유니온의 1급 기밀에 준하는 사항을 들어서는 안 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학교를 잘 부탁해 레비아. 아자젤이 노리는 건 아마도..........”
“물론이지. 걱정하지 마. 아무리 아자젤이라 하더라도, 몸을 잃은 인격덩어리한테 질 정도로 난 나약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세린
이 누나도 있으니까, 학교 근처에 오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야.”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레비아였지만, 이세하는 레비아의 미소에 숨겨진 두려움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과거, 이세하가 검은양 시절이던 때, 온갖 실험을 당하고, 하나의 생명으로써 존중받지 못하고 도구취급을 받으며 자신의 동족과 싸워야 했던 레비아의 상처는 이세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자젤이 아마 그 상처를 파고들 것이라는 것도.
“...........학교는, 애들은 내가 반드시 지켜내겠어.”
국장실을 나가며, 레비아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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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죽을 줄로만 알았던 아자젤의 생존이 전 세계에 알려지던 순간이었죠. 다들 아자젤이 누군지는 알 고 있죠?”
“아자젤이면, 이전 차원전쟁 시절 차원종측 총 사령관이 아닌가요? 지금은....”
“현 세계 최악의 범죄자!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케엨!”
“잘했어요. 서나래, 나타 모두 발표점수 1점씩 드릴게요. 현재 아직도 서로 공존하지 않는 사람들과 차원종이 있긴 하지만, 직접적
으로 활동하는 세력은 인간 측의 클로징, 차원종 측의 해방군 정도. 아자젤은 해방군 측의 간부이며, 아까 말한 세력이 모두 유니온과 협상을 해나가며 차츰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홀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차원종이에요. 그럼 여기서 또 질문, 이세리~?”
“네...넵??”
교과서에다 낙서하던 걸 들킨 걸까? 오세린 선생님이 상냥하게, 하지만 무섭게 나를 싱긋 웃으며 바라보셨다.
“아자젤이 어떻게 사람이나 차원종을 공격해오는 지, 말해볼레요? 교과서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음....저.....그게...........”
낙서하기 좋은 곳을 펴놓고 있는 지라, 진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페이지에 선생님이 원하는 정답이 나와 있을 리가 없었다. 어쩌
지? 어쩌지???
“.....어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데 옆에서 블레스터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분명 우리 착한 블레스터가 내게 힌트를 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머리.....머리......알겠다!
“머리를 공격해 단번에 목숨을 빼앗아요!”
“....................실체가 없는 아자젤이, 어떻게 머리를 공격할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만? 우리 세리는 교과서를 전혀 ** 않았던
모양이군요? 하긴, 낙서하느라 바빠 교과서를 볼 시간은 없었겠죠?”
“흐이이.....죄송합니다..........”
“아자젤은 마음의 상처를 이용하여 정신을 장악해 그 사람의 몸을 빼앗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차원종들은 용의 각인을 받으면 어
느 정도 보호가 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으니 조심하도록 해요. 알겠죠?”
“넵!”
“그럼 이만, 수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는 됐어요.”
교과서를 짚으시고는 종종걸음으로 교실을 나가시는 오세린 선생님.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조용했던 교실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에효, 그러니까 수업 좀 재대로 들어, 세리야”
“흐으......하지만 수업은 재미없는 걸. 이론보다는 실전이라고”
“그래서 실전에서 그렇게 큐브를 박살내 놓으셨군?
“으윽......”
어제 꼬치로는 부족했는지, 틈만 나면 큐브를 언급한다. 블레스터가 뒤끝이 심하긴 하지만, 이정도로 집요하게 쫒아올 줄은 몰랐
는데....
“하핫. 그래도 큐브에 손상을 준 건, 그만큼 세리의 위상력이 대단하다는 거 아냐?”
“케엑! 세리는 계속 칭찬하면 우쭐해 한다. 이참에 기를 팍 죽여 놔야 한다!”
나래의 어깨에 걸터앉아 나래의 머리를 툭툭 치며 나를 가리키는 저 작은 차원종은 스케빈저 나타. 나래의 파트너이다.
“.............”
“케...케엑!”
조금만 째려보자 겁먹은 듯이 나래의 머리에서 내려와 나래 다리 밑에 숨는 나타. 위상력이 D등급밖에 안돼서 그런지, 내가 째려보기만 해도 겁을 먹고 나래 뒤에 숨곤 한다.
“.....이런 겁쟁이한테 너희 아빠 이름을 붙이다니, 너희 아빠가 알면 이 스케빈저,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데”
“헤헤, 이미 알고 있는 데?”
“와우...............”
예전에 엄마 아빠가 검은양팀 동창회 갈 때 유리아줌마와 함께 계시던 걸 봤던 것 같은 데,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예전 늑대개팀 시절에는 그야말로 광기의 상징이었다고 하시는 데.....
“.............너의 엄마가 정말 대단하신 듯...”
“헤헤”
씨익 웃는 나래의 모습은, 정말 유리 아줌마와 똑같았다. 그 밝은 기운도 마찬가지, 언제나 주위를 밝게 만드는 유리아줌마의 넘치는 에너지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았다.
“...매점이나 가자!”
“오? 풀죽어 있는 세리가 다시 살아났다”
“나래의 기운덕분에 다시 살아났다고. 이 기세를 이어 매점에서 배 좀 채워야 갰어.
“그 기세를 좀 죽였으면 큐브를 부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으으......"
계속해서 내게 공격을 가하는 블레스터. 저 입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어떻게 하면.....
“......코코바 1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코코바 1개면 더 기억나지 않을 것 같군”
블레스터의 입을 다물게 하려면 역시 입에 뭔가를 넣어주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거 가만 보면 블레스터 이거 나한테 돈 뜯어먹으려고 일부로 그러는 걸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데........흐음....
“케엑! 빨리 와라! 쉬는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어느새 교실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나타. 그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매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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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푸웁! 오세린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쉬는 시간, 교무실에서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던 오세린의 교탁에서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교사들은 오세린을 바라보았지만, 오세린은 유리조각을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있었다.
“세...세린 선생님? 대체 무슨 일 인거죠?”
“유..........유리 선생님......”
“....세린 선생님...?”
오세린에게 다간 서유리는 오세린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세린의 밝은 얼굴은 창백해져있고, 유리잔을 떨어트
린 손은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듯이.
“그게....왔어요.......그게................”
“네? 오세린 선생님, 뭐가요. 뭐가 왔다고요?”
“아.....아......아자젤...............”
오세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이름에, 교무실에 있는 모든 교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현 세계 최악의 범죄자가 이 학교에 발을 디뎠다. 이 학교에 있는 건 레비아를 제외하면 모두 평범한 교사, 아자젤 정도의 차원종에게 대적할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교사는 몇 되지 않았다. 또한 지금 레비아가 유니온 본사에 일이 있어 외출한 탓에 지금 학교에 아자젤을 제압할 만한 교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투능력이 거의 없는 교사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저.....저쪽에......아자젤이...........”
오세린이 떨리는 손으로 가리킨 운동장 한복판에는 한 스컬메이지가 무표정한 얼굴로 교무실을 응시하며 금빛 섬광이 번뜩이는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위.....위험해!!!!!!!!!!!!!!!!!!!!!!!!!!!!!!!!!!!!!!!!!!!!!!!!!!!!!”
서유리가 소리를 내지르며 오세린을 뒤로 밀쳐냄과 동시에, 금빛 섬광은 교무실을 강타했다.
쿠콰앙!!!!!!!!!!!!!!!!!!!!!!!!!!!!!!!!!!!!!!!
“크르륵..........”
교무실의 벽면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먼지만이 자욱한 것을 본 스컬 메이지는 발걸음을 돌려 매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크큭......이....세........리......크그극.....”
머리를 이리저리 비트는 스컬메이지는, 그의 몸을 장악한 무언가가 원하는 것을 기괴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죽어버린 검은양팀이 어떻게 살아있냐는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미리 답을 해드리자면 프롤로그에서 이세하는 검은양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용의 힘을 받은 것입니다.
원래 한참 뒤에 설명이 나오긴 하는 데, 이해 못하시면서 보시는 것보다 이정도는 미리 알려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사실 제가 프롤로그에서 더 잘 설명을 했어야 하는 데, 필력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