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스-1화. 사람들과 차원종.

pix캐스터 2017-08-21 3

“흐아아압!!!!!!!!!!!!!!!!!!!!!!!!!!!!!!!!!!!!”

“크아아아아!!!!!!!!!!!!!!!!!!!!!!!!!!!”

쿠콰앙!!!!!!!!!!!!!!!!!!!!!!!!!!!

나의 위상검과 차원종의 휜 주먹이 공중에서 연이어 격돌했다. 위력은 내가 조금 더 앞서지만, 눈앞의 차원종은 내 위상검의 옆
면을 쳐내며 전부 방어해내고 있었다.

“흡!”

위상검을 튕겨내며 동시에 몸을 돌려 내 등을 잡은 차원종은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내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크으윽!!!!”

재빨리 몸을 틀어 위상검으로 방어했지만, 한 발 늦은 방어는 차원종의 공격을 완전히 방어해내지 못했다. 충격의 여파로 뒤로 튕겨난 나는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 쳤다.

“으윽....이렇게 질 수는 없어!!”

이미 내 몸은 땅을 향해 추락하고 있고, 이렇게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사이킥무브를 시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으아압!!!!!!!!!!!”

땅을 향해 위상검을 겨누고, 그대로 위상력을 폭주시켰다. 폭발하듯 엄청난 기세로 위상력을 뿜어내는 위상검은 바닥을 박살냄과 동시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고, 그 반동으로 위로 튕겨난 나는 안전하게 공중에 있는 발판에 착지했다.

“헤헤.....이건 몰랐지?”

“.......제정신이냐. 네 녀석”

“흐흐....지금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어이없는 듯이 쳐다보는 차원종을 향해 위상검을 들어올렸다.
적어도 5m는 되는 크기의 위상검. 어떤 충격에도 견디도록 설계된 큐브의 바닥을 박살낼 정도의 출력을 자랑하는 위상검은, 눈앞의 차원종의 교묘한 손놀림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드를 하든, 위상검의 옆면을 쳐내든, 저 차원종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건 확실했다. 이 좁은 큐브에서 5m의 위상검을 피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 이 승부,

“나의 승리다!!!!!!!!!!!!!!!!!!!”

“아니, 너의 패배야. 이세리”

나의 위상검이 눈앞의 차원종을 향해 휘둘러지는 순간, 눈앞에 은빛 머리칼을 가진 한 여성이 나타나 위상검을 향해 손을 내밀
었다.
그것만으로 가속하던 내 위상검은 유리가 깨지듯 박살났다.

“레비아 선생님.....?”

“이세리의 기물 파손으로 인한 규칙위반으로 승자. 드라군 크샤트리아. 이상으로 연습대련을 종료합니다.”

나지막하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큐브에서 승패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불투명하게 가려져있던 유리가 투명해짐과 동
시에 구경하던 사람들과 차원종이 보였다.

“훗, 이거로 55전, 28승 27패로 나의 승리다. 이세리”

“으윽....웃기지마! 방금 전까지만 해도 54전 27승 27패였거든!”

“하지만 이번 승부는 내 승리 아닌가?”

“으윽....웃기지마! 이런 패배 인정할 수”

“이세리~?”

블레스터와 한창 말다툼을 하는 사이, 바로 뒤에서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뒤에서 검은 오오라가 넘쳐흐르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서....선생님.....”

“내가 한번만 더 기물파손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한 달간 큐브 청소요......”

“그럼 뭘 해야 될지는 잘 알겠네. 저기 박살난 바닥도 알아서 정리해 놓고!”

“후잉........”

이 넓은 청소를 혼자서 청소해야 한다니.......매일매일 연습대련이 일어나는 큐브가 깨끗할 날은 거의 없었다. 이제 한 달 동안 자유시간은 전부 반납해야 하는 건가......흐흑...

“훗, 그럼 패배자는 여기 남아서 수고하도록,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블레스터? 너도 같이 해야지 어딜 가?”

“흠...? 선생님. 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만....”

“원래 청소는 파트너랑 같이 하는 거야. 둘이 수고해~”

“크윽......이럴 수가...”

절망하는 블레스터와 나를 두고, 레비아 선생님은 종종걸음으로 큐브를 떠났다. 이제 이 넓은 공간에 남아있는 건 나와 블레스터, 단 둘 뿐이었다.

““...하아................””

넓디넓은 큐브 안에서, 한 인간과 한 차원종의 한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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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벌써 저녁이야.....”

“난 뭔 잘못이냐 이세리....”

지글지글 구워지는 우로보로스 꼬리꼬치를 바라보며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는 나에게 블레스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긴, 애
는 아무런 잘못이 없지......

“그나저나, 너희들, 오늘은 많이 늦었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네.....학교에서 벌 받느라 늦었어요.....흐잉...”

“저도 이 멍청이 때문에....”

“크하핫. 안 봐도 비디오구나. 또 기물파손이라도 했겠지?”

우로보스 크림슨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다 익은 꼬리꼬치를 건네줬다.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이 크림슨 아저씨네 분식집에 와서 꼬리꼬치를 먹기 때문에, 소스가 뭔지는 물어** 않아도 알아서 발라줬다. 나는 데리야끼맛, 블레스터는 칠리맛.

“......그나저나 아저씨, 자기 꼬리를 자르면 안 아파요?”

언제나 그렇지만, 크림슨 아저씨가 자기 꼬리를 조금 잘라서 꼬치에 꽂는 광경은 돈 주고 봐도 될 정도로 신기하다. 그것 때문에
일부로 이 가게에 오는 애들이 있을 정도....

“의외로 별로 안 아프단다. 나는 재생에 특화된 차원종이니까, 금방 자라기도 하고. 먹고 사려면 어쩔 수 없지. 허헛”

“흐음......역시 요즘세상은 먹고 살기 힘드네요....”

“크하하핫! 역시 나이가 어려서 그렇군. 한 30~40년 전에는,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살아남기가 어려웠지.”

“흐음....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요. 어떻게 차원종하고 사람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싸운 건지”

“니랑 나도 방금까지 싸우고 온 건 잊은 거냐?”

“그건 연습대련이고! 차원종을 죽인다니.......생각만 해도 끔찍해”

이전에는 ‘클로저’라는 사람들과 ‘전사’라는 차원종들의 시체가 전장의 한복판에 즐비했다고 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광경.......상상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흠, 필요에 의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잔혹한 일이라는 것에는 동감한다.”

블레스터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와 블레스터를 보며, 크림슨 아저씨는 뭔가 기쁜 듯이 웃었다.

“나 같은 늙은이는 너희 둘 같은 애들을 볼 때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단다. 차원종과 인간이 이렇게 함께 공존하다니, 절대로
불가능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지금이야 당연한 거지만요. 아저씨, 꼬치 잘 먹었습니다~”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는 아저씨를 뒤로 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눈앞의 거리에는 차원종과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돌아다니고
있다. 서로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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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유니온의 대표 이세하와, 차원종 측 수장 헤카톤케일의 휴전 및 동맹이 이루어짐으로써, 차원종과 인간의 전쟁은 완전히 종결되었다.
그리고 2048년인 지금, 차원종과 인간 사이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24-10-24 23:16: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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