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 세하와 슬비네 놀러갈뿐인 이야기

사일로시빈 2015-02-11 23

"역시 친구 집에 놀러갈 때는 커다란 베개를 챙겨와야지!"

"넌 처음에 베개밖엔 안 챙겼잖아."

"세면도구랑 갈아입을 옷도 챙겨왔어!"

"내가 말해서 챙긴 거잖아."

"베개싸움하자 세하야!"

"너 그러면서 베개로 일섬 쓰려고 그러지?"

"아닌데? 스페셜 쓸거야!"


 유리가 상어처럼 웃으며 베개를 들어올린다. 이 베개는 실은 생일선물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못 이겨 사줬던 물건이다.

원래는 예쁜 커버가 있었지만 유리가 침대 위에서 군것질이란 궁상을 떨던 중 쥬스를 쏟으면서 임시로 커버를 갈아야했다.

하얀 커버 위에 매직으로 이세하(샌드백)이라 적어놓고 무척 못 생긴 얼굴을 그려놓았다.

단순히 그림을 못 그렸을 수도 있지만 너무 못 생겨서 작은 복수로 뒤쪽에 서유리 바보라고 적어놓은 적이 있다.

녀석은 나중에 바보 부분에만 줄을 찍찍 긋고 위에 여신이라고 덧쓰는 치사한 행위로 보답했다.

슬비는 이 베개를 보자마자 표정이 급격하게 타들어갔다.


"유리야... 너 아직도 베개 껴안고 자니?"

"이거 때리는 베개인데?"


 진짜 샌드백이었냐!


"세하가 짜증날때마다 때리면 기분이 좀 나아져."
"내가 뭘?!"

"그렇구나.... 그럼 나도 해볼래."

"너 왜 남의 베개에 칼 꽂으려고 하냐. 나이프 내려놔."


 나이프를 등 뒤로 숨기며 칫하고 혀를 차는 슬비를 보고 유리가 지원사격을 한다.


"맞아! 칼은 안돼!"

"그럼 발로 밟아도 될까?"
"야, 리더.정중하게 부탁할 소리가 아니잖냐."

"응? 이세하, 너한테 한 말이야."

"엥?! 밟지 마! 오늘 내가 뭘 했다고!"


 이 불합리한 하루는 모두 유리에게서 비롯되었다.

슬비가 어째선지 무서운 표정으로 설명을 요구했을 때, 재빠르게 끼어들며 우리 집에 놀러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슬비는 또 팔짱을 낀 채 "그건....허가할 수 없어."라고 우물쭈물 말했지만 집주인인 나-물론 진짜 주인은 엄마지만-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후 또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요즘 자꾸 슬비가 이유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기분이 든다.

유리는 종종 집에 놀러오고는 했다. 침대에서 뒹굴면서 남의 만화책을 읽고 냉장고를 솔선수범해 ** 간식을 찾아낸다.

다른 친구들이야 밖에 PC방에서 만나면 그뿐이었지만, 종종 땡땡이를 친다며 여길 습격하는 유리는 단연 특별한 존재다.


 엄마는 또 외부로 강의를 나갔다. 2박 2일간의 일정인 모양이다.

나가면서 엄마 없어도 열심히 일하라는둥, 엄마 없다고 슬비한테 손대지 말라는둥 뻔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예전에는 어린 아들을 안마셔틀로만 쓰더니 요즘들어 부쩍 잔소리가 늘었다.


 슬비가 언제나처럼 소파를 점거하고 있다. 이젠 완전히 지 자리구만.

저번에는 그렇게 옆으로 누워있다간 옆구리살이 쏟아지지 않냐고 핀잔을 줬더니 나를 상대로 중력장을 쓰려고했다.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기에 푸딩 사줄테니까 봐달라고 빌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왜 최근 기억은 죄다 여자애들한테 휘둘리는 것뿐이지?


"나 슬비 방 보고싶어!"

"실은 내 방은 아니지만... 조금 정리할 시간을 줬으면 해."

"괜찮아! 가자!"

"꺄아?!"


  슬비를 인형마냥 껴안고있던 유리가 순식간에 팔짱을 끼곤 끌고가버린다. 역시 여자애치곤 힘이 과하게 세다.

어쩐지 요즘 마나나폰을 두동강 내더라니...  유리에게 이끌려가는 슬비는 마치 악세사리같다.

초등학생의 가방에 달리는 마스코트 인형같은 느낌이라, 배를 누르면 뾱뾱하는 소리가 날 것 같다.


"방 가서 베개싸움하고 그러지마라."


 유리가 슬비와 볼을 맞대고 놀리는 표정을 짓는다. 슬비는 아까부터 허공을 쥐며 허둥대고 있다.


"싫다 뭐-. 세하가 나랑 안 놀아줄 거니까 슬비랑 놀 건데!"

"슬비는 베개로 염동결계랑 레일건을 쓴다고. 자비가 없어."


 슬비가 또 손으로 머리카락을 꼬며 당환하지 않은 척 한다.


"그건 네가 나빴어."

"뭐가."

"멋진 연애물이라면서 공포영화를 보여줬잖아."


 초반부까진 부부가 나오는 연애물이 맞다. 둘이 이사간 집이 귀신들린 집이라서 그렇지.

분위기 전환을 깨달은 슬비는 도망간 나를 추격해와서는 베개를 휘둘러 늘씬하게 두들겼다.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데 베개가 나를 때린다는 점은 그야말로 폴더가이스트가 아니던가.

네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고 호소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둘이서 보면 괜찮다고 했더니 베개로 요새를 짓곤 시종일관 이쪽을 노려봤었지.

유리의 눈가가 움찔거린다.


"헤에- 둘이서 영화도 보고 그러는구나. 나도 슬비랑 보고싶은데!"

"그렇다면 드라마를 추천할께."


 쟤는 또 본능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막장드라마를 권하고 있다....

슬비는 눈을 진지하게 뜨고 엄숙한 표정으로 드라마 강의를 하고있다.


"이건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몰락한 귀족가의 시녀야. 하지만 나쁜 주인이 그녀를 노리지.

어느날 시녀가 장을 보러가서 한 성공한 사업가를 만나지만, 이 사업가는 실은 주인공의 오빠였어.

하지만 둘은 그것도 모르고 사랑에 빠지지. 그리고 이 사업가와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가문에서 둘의 사랑을 방해하려고..."

"나 슬비 침대에서 자도 돼?"
"아직 안돼."


 유리가 어깨 너머로 SOS사인을 보내지만 나는 아이돌을 프로듀스하고 있는 중이어서 응답할 수가 없었다.

이젠 유리가 질질 끌려가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차원종에게도 설 연휴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위상변곡율이 크게 안정화되었다.

제이 아저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하면서 풍유환같은 기이한 약품 실험에 박차를 올렸던 것이다.

덩달아 캐롤 누나가 '사소한 부작용이 있는 종합감기약'을 열렬히 권하거나, 란이 누나가 '가죽이 뜯겨나가는 드라이브'등을 권하는 등,

차원종이 없으면 유니온은 이미 내부에서부터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한동안 여자애들 특유의 하이톤의 꺅꺅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물론 대부분 유리의 것이다. 슬비는 보통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방에서 할게 뭐 있다고. 공기놀이라도 하나?

마침 슬비가 없으니 연쇄할인마 때문에 엉겁결에 새로 구입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슬비 저거랑 같이 살면 아예 TV를 따로 사야 할 판이다....는 내가 미쳤지. 왜 계속 같이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거람.

잡념을 털어낼 생각으로 리모컨을 집어드는데 유리가 잔상을 남기며 달려왔다.


"남의 집에서 좀 뛰지마라."

"세하야! 영화 보자!"

"뭐, DVD라도 빌려오던가."


 슬비는 유리에겐 다소 무른 경향이 있기 때문에 또 우물쭈물 동의한다.


"그래. 너의 답없는 게임중독을 교정하려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보는게 좋겠어."

"담배를 끊기위해 전자담배를 피우라는 소리 아니냐 그거."

"일단 연인과의 사랑이 부각되면 좋겠어. 그리고 그 사랑을 방해하는 시련이 필요해."

"네 취향이야 뻔하니까."

"잠깐 이세하. 그게 무슨 뜻이니?"


 슬비가 발끈해서 얼굴을 들이밀며 몸을 흔들었지만 최대한 무시한다.

반대편에 자리잡은 유리가 어느새 팔짱을 끼고있다. 금방이라도 끌고나갈 기세다.


"난 때려부수는게 좋아! 나쁜 놈을 이기는게 최고잖아?"

"유리가 그나마 나랑 취향이 맞네. 물론 게임이 더 좋지만."


 슬비가 볼을 잔뜩 부풀리고 노려보고 있다. 뭐야 이 풍선은. 피냐타야? 툭 찌르면 사탕이 쏟아지는 거야?


"그럼 절충해서, 구구절절한 사랑과 권선징악이 나오는 액션영화를 보면 되잖아."

"그런게 있어?"

"검색하면 되지. 요즘은 물어보면 다 알려주잖아."

"네가 추천하는 영화는 믿을 수 없어."

"저번에 한번 놀린 거 가지고 너무 그런다."

"여자를 놀리는걸 즐기는 **였니? 신고할까?"
"동의를 구하지마."

"그럼 몰래 지금 당장 영장발부 소속을 밟도록 할께."

"장난전화할 나이냐 너."


 평소처럼 떠들고있자니 유리가 팔을 끌어 일으켜세운다. 레이저포인터를 보고 신이 난 고양이같은 표정이다.


"일단 나가자! 여기서 찾아도 거기 없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너 왠일로 똑똑한 소리를 하냐?"


 유리가 살짝 짜증이 밴 미소를 띈 채 주먹을 말아쥐고 이쪽의 볼을 드릴마냥 빙글빙글 돌리며 누른다.


"세하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거얼-"

"조금 똑똑해지나 했더니.... 아, 알았으니까 팔 좀 내려....."

"언제 철들래?"

"너한테 듣고싶지 않다고."


 슬비가 소매를 꾹꾹 잡아당긴다.


"이세하. 오늘 저녁은...?"

"하루 중 가장 고민하는 때가 뭘 먹을까야. 기다려봐."

"세하는 라면을 제일 잘 끓여!"

"솔직히 저녁에 라면은 좀 모양빠지지 않냐."

"나는 김치찌개도...나쁘진 않았어."


 이건 또 뭐야. 어미새한테 먼저 밥 달라고 조르는 아기새들이냐. 입을 동굴마냥 벌리고 깍깍대는 그거야?

간단히 답을 도출해낸다.


"그럼 절충해서 부대찌개."


 둘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꽤 재밌는 풍경인데. 사진기가 없는게 아쉽다.


"역시 이세하는 주부로 태어난거구나."

"야....무슨 의미냐? 그거 칭찬 아니지?"

"세하야! 햄 잔뜩 넣어주라!"

"...오냐. 치즈도 넣어줄게."


 이후 대여점에 갔을 때는 다행히 조건에 만족하는 영화가 있었다.

숙부의 죽음에 분노한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초자연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범죄와 싸우는 영화다.

같은 대학 동기이자 경찰의 딸인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지만 여주인공의 아버지는 직업상 주인공을 뒤쫓고,

주인공의 친구는 불행한 사건으로 타락해 여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기에 이른다...


 슬비는 살짝 눈물을 닦으며 멋진 영화라 평했지만 유리는 나쁜 놈이 너무 많아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렸다.

나? 나는 최종보스전이 생각보다 시시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게임이었으면 영 찝찝했겠지.

분명 후속편이나 DLC가 있을 시나리오다. 반납은 내일 유리가 나가면서 하기로 했다.


 유리는 슬비와 찰싹 달라붙어있을줄 알았는데 어째선지 계속 내 옆에 있었다.

어쩐지 슬비도 평소보다 앉아있는 거리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 기분탓이겠지.

저녁식사 때도 별 일은 없었다. 유리는 소파에서 뒹굴거릴 줄 알았더니 슬비가 앞치마를 두르는 것을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이후 맛보기를 자청했는데, 이쪽이 움직이려고 할때마다 슬비가 먼저 나서서 유리에게 먹여주기를 시도했다.

그렇게나 먹여주고 싶을까. 애가 먹성이 좋기는 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등 뒤가 뜨거운걸까...

유리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슬비를 껴안는다. 슬비가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어쩐지 기술을 풀 수 없는 모양이다.


"다들 나를 먹순이로 아는 모양인데! 나도 요리할줄 알아!"

"물론 그러시겠지."

"볶음밥! 된장국! 계란후라이! 완벽한 조합이지?"

"왜? 김밥도 쌀 수 있다 그러지."

"오오, 맞아. 나 주먹밥도 할 수 있어."


 유리가 눈을 반짝거리고있자 슬비가 끼어든다.


"나, 나는 만두를 빚을 수 있어."

"만두정도는 나도 할 줄 알아!"

"그치만... 내가 더 예쁘게 빚어."

에이, "슬비가 내가 만든걸 못 봐서 그래."

".....유리는 만두에 햄을 넣을 거 같아."
"어? 좋은 생각 아냐?"

"......음...."


 둘이 시끄러우니까 얌전히 가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시무룩해져선 테이블에 앉는다.

이후 수저로 젓가락 행진곡을 할 수 있다는 유리를 슬비가 말려야했다.

유리가 밥그릇을 든 채로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세하 역시 요리 잘 하네! 어때? 이 누나한테 시집올래?"

"국어시간에 배운거 다 까먹었냐. 시집은 네가 나한테 올 때 쓰는 말이지."

".......아, 에, 으응. 그렇지...."


 뭐, 뭐야. 왜 또 밥그릇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러는데. 젓가락질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나 뭔가 또 부끄러운 소리 했나? 슬비는 어쩐지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셨다.

간이 짜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흘겨봤을 뿐이다.


 이후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내 게임기를 걸고 서유리배 젠가대회가 벌어졌다던가, 유리가 슬비와 같이 샤워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던가,

슬비가 보는 막장드라마를 같이 보며 등장인물에 이입해 어느 순간부터 욕을 하고있었다던가....

결국 오늘은 게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방으로 퇴각하기로 했다.


"그럼 나 잔다."

"에에-. 원래 이럴 때는 밤을 세면서 마피아 게임을 하고 그러는 거야!"

"세 명인데 뭘 더하냐. 내일 출근해야지 공무원님. 일찍 자라고."

"그럼 세하보다 일찍 일어나서 침흘리는 모습을 찍어놔야지!"

"하지마라.... 너 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냐."


 스마트폰 카메라가 찰칵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하고 있던 슬비가 서둘러 등 뒤로 감춘다.


"무슨 소리야? 잠꼬대라도 하는 거 아니니? 많이 피곤한 거 같으니까 어서 자."

".....그래. 그리고 얼굴에 낙서도 하지마라."


 유리가 지나치게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이 녀석들 너무 생각하는게 뻔하잖아. 얼마나 더 날 놀려야 만족하는걸까.

방으로 들어간 후 게임기를 키자 밝은 화면이 침대를 비춘다. 푸른 잔광이 각막에 스파크를 일으키는 듯 하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는 게임을 하곤 한다. 결국 밤보다는 낮에 자는 시간이 늘어난 기분이다.


 저 녀석들은 사람 마음도 모르고 거리를 좁혀온다. 넘어오지 말라고 울타리를 쳐놨더니 훌쩍 넘어 들어온다.

검은 양이 괜히 검은 양이겠어. 말 잘 듣는 순한 양이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앞치마를 두르고 어깨 너머로 시선을 던지던 슬비가 떠오른다. 보고 있을 시간에 묶어주는게 어때?하고 새침하게 매도해온다.

거울을 보고 젖은 머리를 말리다가, 이쪽의 비친 모습을 보고 살며시 웃어주는 유리가 떠오른다.

샴푸를 바꿔봤는데 어떠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온다.

어느샌가 곁에 있고, 잡아당기고, 끌어안고, 웃고, 화를 낸다.

보통 남자들이라면 이쯤에서 얘네 혹시 날 좋아하나?하고 착각하는게 정상이다.

누군가 그게 맞는 답이라고, 대신 선택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뭘하고 싶은지, 어떤게 올바른 것인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곤 한다.


 게임기를 끄고 눈을 감는다. 눈가에 팔을 올리자 어둠이 짙어진다.

눈 앞에서 헤엄치던 잔상들이 흐려질 때쯤 한층 더 어둠이 짙어졌다.

밤에 흠뻑 잠겨서는 숨을 내쉰다.

어느새 잠결이 머릿속을 채웠다.


 ...........분명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웅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뜬다.


"실망이야, 역시 너도 다른 클로저들과 다를 바가 없어. 쓰레기같아."


 .....뭐....?

갑자기 무슨... 어느샌가 정미가 눈 앞에 있다. 울음을 참던 표정을 짓다가 뒤돌아 걸어가버린다.


"역시 난 쓸모없는 사람이니까.... 그동안 미안했어."


 세린 선배? 뭐라고 말하며 팔을 뻗기 전에 두 손으로 품을 끌어안고 뒷걸음질치더니, 고개를 흔들며 뒤로 뛰어가버렸다.

고개를 돌리니 슬비가 서있다. 슬비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이쪽을 노려보더니, 세린 선배를 뒤따라 간다.

아래를 보니 유리가 울고있는 것이 보였다. 팔을 뻗으니 뿌리치곤 뛰어가버린다. 그리곤 이내 그림자처럼 흩어졌다.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난 분명 자고있었..... 그렇군. 꿈인가.

또 이런 꿈이군.


"맞아, 꿈이야 이세하."


 아니나다를까 듣고싶지 않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수은을 빚어낸듯 이질적인 은빛이 곡선을 그린다.

그것은 면도날 위의 달팽이처럼 아슬아슬한 미소를 찢으며 이쪽을 보고있다.


"......더스트." 








*



 잊을만하면 나오는 세하하렘물 9화입니다.


 어째 이번엔 일상물 같았군요...저 셋은 정말로 저렇게 사이좋게 놀 거 같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후딱 쓰는거다보니 여전히 엉망입니다. 면목이 없네요.


이전 시리즈는


1. 세하슬비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998



2. 세하유리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008



3. 유리세하슬비(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039


4. 유리세하슬비(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049



5. 세하정미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101



6. 세하세린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112



7. 세하슬비(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2%ac%ec%9d%bc%eb%a1%9c%ec%8b%9c%eb%b9%88&n4articlesn=1172



8. 세하유리(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223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화가 마지막이겠네요!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2024-10-24 22:23:0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