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세리] 겜창팔이 소녀의 재림 (3화)

21대대통령서유리 2017-08-21 0











잠깐만, ‘저벅’ 이라고? 요즘 개들은 두 발로 걷나? 아니 그 전에, 개들 걷는 소리에서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나?



순간 엄청난 공포심리가 엄습해왔다. 씨1발 설마 인민군? 국군이라면 날 보자마자 구조해줬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인민군이라는 답 밖에 안 나온다. 인민군이 대체 어떻게 서울에 들어온 거지? 설마 윗*** **들 고 사이에 해외로 날랐나? 아니 미군이 있는 이상 그럴 리가. 그럼 대체 무슨 수로?  그리고 진짜 인민군이라면, 왜 날 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거지? 아, 설마. 설마 진짜 그런 건 아니겠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인기척이 났을 때부터 움직임을 멈춘 상태. 그래, 일단 목적이 그런 목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잖아? 만약에 진짜 인민군이면 이 여고딩의 나잇대랑 비슷할 수도 있어. 뭣보다 난 배우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를 최대한 살려서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 스윽



천천히 양 손을 올렸다. 난 도망갈 의사가 없다는 표시를 하는 것. 아마 총을 겨누고 있겠지. 이렇게 하면 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와 시선을 돌린다. 내 등 뒤에 있을 인민군으로 추정되는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



그리고 난 또 다시 뒷통수를 후려맞았다.




“어……시……발………?”




내 등 뒤에 있던 건, 그리고 아까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올 때 봤던 그림자는, 주인 잃은 ***도 국군도 인민군도 뭣도 아니였다.




- 크레레레렉!




정말, 정말 괴상하고 끔찍하게 생긴 괴물 **였다. 뭐야 이거, 뭔데. 이거 뭐냐고. 북괴 유전자 변이 기술력이 이 정도로 발전했나? 이거 뭐지? 개꿀잼 **인가?



성전환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멘탈에 치명타를 맞아버린 탓일까, 대뇌 중추에서 도망가라 도망가라고 연거푸 명령을 내려도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주춤 주춤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 ** 이거 영화에서 연기할 때마다 왜 이러나 싶고 답답해서 뒤질 것 같았는데, 이젠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 이러면 안 되는데, 도망가야 하는데,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햐애짐과 동시에 식은땀도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버리고 말았다. 다리가 안 움직인다. 틀렸어 힘이 풀렸어. ** 저게 북한에서 만든 유전자변이종인지 생물병기인지 알 게 뭐야.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저 괴물**는 잔뜩 날이 선 이빨을 사납게 드러내며 나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 돼 씨1발 이러다 진짜 죽어.



거기까지 판단이 섰을 때, 나는 유이하게 움직일 수 있는 두 팔을 **듯이 휘젓기 시작했다. 주변에 제발 잡히는 게 있었으면. 폐허니까 씨1발 하다못해 각목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제발, 제발 뭐라도 잡혀라. 하찮은 것이라도 좋으니 제발! 그렇게 깊은 물에 빠진 생쥐 마냥 허우적대며 바닥을 필사적으로 훑고 있을 때, 왼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권총이었다.



살았다 씨1발! 이런 상황에서도 방어를 가능케 하는 무기를 찾았다는 생각에 **년마냥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총알 있겠지? 장전되어 있겠지? 분명 장전되어 있을거야, 아니 장전되어 있어야만 해. 안 그럼 내가 죽거든. 왼손이 권총을 든 오른손을 움켜쥐게 하자마자 가늠자와 가늠쇠를 일치시켰다. 그리고 조준선을 정확히 그 괴물**의 머리통에 정렬시키자 마자, 난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 퓽!



어? 잠깐만, 총소리가 좀 이상한데. 그리고 총염도 없었던 것 같은데? 웬 시퍼런 빛만 번쩍 하고 나오는 게 끝이었잖아. 설마 이거 장난감 총인가? 분명히 총기반동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혹여나 하는 노파심에 총구를 내려 권총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찰나,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 괴물의 모습이 어느새 사라져 있다는 것을.




그에 시선을 내리깔아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아까 날 물어뜯으려 다가왔던 괴생명체였을 것이 분명한, 무언가 엄청난 열에 그만 뭉개지고 만 변사체 비스무리 한 것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어... 뭐지? 지금 여기서 나간 빛- 아니 빔 같은 게 얘를 이렇게 만든건가? 혹시 이거 플라즈마? 아니, 근데 이거 그냥 멀쩡한 케이파이브 권총이잖아. 여기서 무슨 플라즈마 빔이 나가. 그럼 방금 이 총구에서 나간 건 대체?



“하, 한 발만 더 쏴볼까?”



대충 숨을 고르고 주춤대며 겨우 일어섰다. 공포심을 느끼던 대상이 사라지니 다리도 제법 수월하게 움직였다. 군에 있었던 기억을 최대한 끄집어내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찍었던 사격씬을 떠올리면서, 올바른 사격 자세를 잡고,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있는 기둥에 붙여져 있는 할인 홍보 포스터를 조준선에 정렬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 퓨퓨퓨퓨퓨퓨퓽!



- 치이이이익



“어 잠깐만요 시1발”



유명 모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따봉을 치켜세우고 있던 포스터는 온데간데 없고, 새햐안 페인트가 칠해져있던 기둥은 무슨 태양 색깔을 내며 융해되어가기 시작했다. 이 ** 잠깐만요, 지금 방아쇠 좀 길게 눌렀다고 연사된거야? 그리고, 지금 이 총구에서 나간 게 플라즈마 빔이 맞다고?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어?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올라간 한 쪽 입꼬리에서 웃음소리가 픽 하고 터져나왔다. 총은 제법 뜨거운 상태. 잠깐만 플라즈마를 발사했다면 이 권총은 녹아야 정상이잖아, 뭐지? 이거 합금으로 만들어졌나? 그러고 보니 탄창은?



딸깍, 릴리스 버튼을 눌렀다.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딸깍딸깍딸깍딸깍, 릴리스 버튼을 세번 네번 연거푸 눌렀다. 정말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탄창이 고장났나? 하는 마음에 권총을 기울여 그립의 바텀 부분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분명히 탄창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있다.




“이건 대체?”




진짜 씨1발 하나하나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야. 눈 떠보니까 서울은 개판이 되어있고 인민군인줄 알았던 **는 무슨 우라늄 광선 맞은 것 마냥 구역질나오게 생긴 괴생명체였고 손에 잡히는 게 권총이라서 쏴봤는데 느닷없이 실탄 대신 플라즈마 빔이 나가고 심지어 그 총엔 탄창이 없고




나랑 장난해 지금?





“나 지금 꿈 꾸는 건가”



- 짝!



이번엔 왼쪽 뺨을 후려 갈겨봤다. 아프기는 매한가지. 그것도 아주 절절한 통증이 올라온다. 아까전에 때린 게 하도 쎄서 그런지 볼 자체에 감각이 없어진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단 꿈은 아닌 것 같다. 좋아, 이게 꿈이 아니라면, 한 번 다른 것도 시도해보자.



- 처억



한 손에 권총을 든 채로, 다섯 걸음 정도 뒷걸음질을 친다. 어느 정도 도움닫기 거리가 확보된 것 같을 때, 평소처럼이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듯이 달려보는 거야.



-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내 예상이 맞았어! ** 빨라졌네! 아까 전에 설렁설렁 조깅하듯이 뜀박질 한거랑은 차원이 달라! 오픈카라도 탄 것 처럼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거의 살을 찢는 수준이다. 우사인 볼트 따윈 그냥 쌈싸먹고도 남겠네! 이 정도면 시속 30은 그냥 찍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도약은 어떨까!



- 탓!



“!”



심장이 멈춰버린 듯한 감각, 너무 놀라서 그런지 횡경막이 까뒤집어져 윗쪽으로 치솟은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소뇌가 마비된 듯한 느낌. 온 몸의 털이 일제히 곤두서며 말초신경계에 몇백볼트 짜리 전류가 찌르르 하고 흐르는 듯한 느낌. 그래, 난 지금 날고 있다. 허공에 붕 떠있다. 날개는 없지만 아무튼 날고 있다. 그래, **! 난 지금 날고 있다! 내가 바로 이카루스다!



- 후우우우우우웅



“끼야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람을 가르며, 허공을 가르며, 그리고 공중을 가르며 난 그 곳을 치솟아 올랐다. 이내 공중에서 한 차례 회전을 선보이고- 4층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플로어에 한 손바닥을 집은 채 완벽히 착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 번의 도약 만으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높이를 뛰어 오르는 기행을 선보인 것이다.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하아, 하아! 이거, 이거 초능력 맞지. 어?”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그리 되뇌었다. 이건 틀림없는 초능력이다. 시속 30으로 달릴 수 있질 않나, 한 번 도약해서 몇 십 미터를 그대로 뛰어 오르지를 않나, 텅 빈 권총에서 플라즈마 빔이 나가지를 않나! 이건 틀림없이 신의 선물이다, 어이 없이 개죽음을 당한 내 처지를 슬퍼한 신이 내게 하사한 선물이 틀림없어!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앞으로 예루살렘과 메카 그리고 룸비니를 향해 하루에 세 번씩 절을 하겠습니다!



- 키에에에엑!



- 크르르르르륵, 크륵!



한창 감격스러움에 빠져있는 그 순간, 아까 전의 그 이질적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난간 너머 1층 아래서 들려오는 소리. 순간적으로 온 몸의 털이 쭈뼛 하고 섰지만, 이젠 한 번 놀라고 말 뿐이다. 왜냐, 내겐 신이 내려준 선물이 있거든. 그리고 내 오른손엔 권총이, 그리고 마침 내 발 밑엔 또 다른 권총이 하나 더 떨어져 있으니.




- 찰칵!



내 이 무기들로 너희들을 심판하리라.










 


***








[ 어……유정 언니? ]



[ 어? 왜 그러니, 유리야! 무슨 일 생겼어?! ]



[ 아, 그게요. 그...무슨 일이 생기긴 생겼거든요? 근데……언니, 혹시 저 말고 다른 클로저도 여기 보내셨어요? ]



[ 뭐? 그럴 리가, 지금 허가를 받고 그 곳에 출입한 건 너 뿐이야! ]



[ ……자, 자자자, 잠깐만요, 그럼 저 애는 대체 뭐예요? ]




“꺄하하하하하하하학!!!! 죽어, 죽어, 죽어!!! 총알이나 먹어라, 이 우주괴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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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6: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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