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세리] 겜창팔이 소녀의 재림 (1화)

21대대통령서유리 2017-08-21 2














내 인생은 철저한 마이웨이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이 ‘배우’라는 내 장래희망에 반발했을 때, 난 내 갈길을 갔다.



인서울 할 만한 수능 등급이 나왔을 때, 난 액션스쿨에 들어갔다.



삼각김밥만 먹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할 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첫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난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을 때, 난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천만관객을 찍은 아홉 번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했을 때, 난 만족했다.



열 여섯 번째 영화가 내 인생에서 다섯 번째 천만 영화로 기록되었을 때, 난 미련없이 은퇴했다.



굵직한 이름들의 배우협회에서 앞다퉈 연락이 왔을 때, 난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액션스쿨 무술감독으로 일하는 게 지루해졌을 때, 난 무술도장을 차렸다.



수강생들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갔을 때, 난 주저하지 않고 칼퇴를 했다.



그리고 차에 치어 죽었다.



“?”



당시 저녁놀 때문에 눈이 좀 부시긴 했지만,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에 차 앞 유리 너머로 보인 그 **의 뚝배기엔 새빨간 넥타이가 묶어져 있었다. 부정의 여지가 없는 음주운전. ** 어쩐지 오늘따라 등록하는 수강생이 많다 싶었어.



아니, 죽을거면 좀 배우답게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이해야지. 이건 그냥 개죽음이잖아!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드라마틱이라는 타이틀은 포기하더라도, 좀 ** 죽어도 뉴스 헤드라인에 ‘배우 000씨 향년 00세로 별세’ 정도는 딱 진짜 간지나게 떠 줘야 할 거 아냐. 근데 이거는 ** 횡단보도에서 길가다 음주운전자한테 보넷으로 쳐맞고 뚝배기 깨진거잖아. 헤드라인이라고 해봤자 ‘배우 000씨 교통사고로 사망’이 고작이라고. 끝이라고. 엔드라고. 디 엔드.



**, **, **! 이게 말이 돼? 천재는 반드시 요절하게 되어있다는 말이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어떻게 내년에 마흔되는 불쌍한 미혼남이 이런 개죽음을 당할 수 있는거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난 내 인생에서 그렇게 욕심을……냈지, 냈는데, ** 그 정도 욕심은 낼 수 있는거지! 그래도 천만배우 치곤 제법 젊은 나이에 은퇴해서 도장이나 하나 차리고 소소하게 살고 있었어! 근데 어째서, 어째서 하필이면 그날 일찍 칼퇴를 해서! 하필이면 평소엔 잘 안 가던 지름길로 가서! 하필이면 그 때 그 도로에 **맞은 음주운전자가 있었던 거냐고!



“갸아아아아아아아악”



통한의 슬픔을 담은 절규를 허공 속으로 고래고래 질러본들, 그걸 들어줄 사람은 아무에도 없다. 애초에 그건 죽기 직전에 단말마로 질렀어야 했고, 이미 육신도 영혼도 뒈진 지금에 와서 해봤자 헛수고지. 영혼 없는 무거운 한숨을 뿜어내며, 짧게 탄식했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  본다. 시간이 제법 흐른 모양인지, 도로에 내려앉았던 흥건한 붉은 피가 점점 진홍색으로 변해가며 굳기 시작한다. 그 피의 주인되시는 싸늘한 내 시체는 이제 막, 119 구조대에 의해 들것에 실려가는 중이고. 맥박을 확인한 구조대원이 모포를 얼굴까지 쓱 올리는 것은 덤. 확인사살 **네.



그나저나,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지금 내 꼴을 보아하니 그 영혼 상태 비스무리하게 된 것 같은데. 무슨 양복 입은 저승사자나 이런 애들은 어디 간 거야? 나 안 찾아오나? 설마 복고열풍인지 뭔지 그딴 것 때문에 저승을 셀프로 가야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웹툰 보니까 보통 장례식장에 잘 찾아오더만. 일단은 내가 생전에 가입해 둔 상조 회사부터 찾아가봐야지. 어디보자, 보X상조가 어디에 있었더라.



그렇게 방향을 틀어 날아가려던 순간, 몸이 정지했다.



“?”



팔, 팔이 안 움직인다. 분명 내 팔, 허공에 있는데. 안 움직여진다. 설마해서 다리도 움직여봤지만 처지는 마찬가지. 심지어 ***도 안 움직인다. 온 몸이 공구리를 당한 것 마냥 분명 허공에 있는 상태임에도 마디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상황. 뭐지? 개꿀잼 **인가? 이제 숨어있던 저승사자가 튀어나와서 PPAP만 추면 되는 거지? 아니 다 집어치우고 ** 이거 뭔데!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얼탱이가 없어 ***에서 육두문자가 쏘아져 나오려는데, 말문이 막혔다. 얼탱이가 없어서 그런게 아니고 진짜 당황스러워서. 왜냐고? 지금 수평선 너머로 새파란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거든. 그것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방 100미터 밖에 있던 차량들이 쓰나미에 밀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장면에, 문득 아득해진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이 느껴졌고, 이 때가 아니면 더 이상 ***를 못 놀릴 것만 같은 중압감에 휩싸이자마자, 나는 생전에 못한 유언을 이 곳에 남기기로 결정했다.



“진짜, 저승 한 번 가기도 참 ** 맞-”



그 때 파도가 덮쳤고, 난 정신을 잃었다.















***











*** 깨질 것 같다.



** 그 빠른 쓰나미를 정통으로 쳐맞아버려서 그런건가?



약간 강렬한 편두통이 이마와 뒷골을 쓱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소름이 끼쳐, 몇 초 전 부터 떠지지 않던 눈꺼풀이 확 떠졌다. 살짝 눈이 부셔 와 한 손으로 두 눈을 비비고 손바닥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보았다. 어랍쇼, 내 손바닥이 이렇게 작았던가? 스턴트 하다 생긴 손목 흉터도 안 보이고, 묘하게 몸도 가벼워진 느낌. 저승에 오면 원래 이런 효과가 패시브로 주어지는 건가? 그런 잡념을  생산해내고 있을 때, 그 사이에 시야가 제법 밝아졌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쓰러져 있던 몸을 반 쯤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



곳곳에 금이 간 타일 바닥, 반 쯤 아작나 있는 작은 칸막이 문, 수명이 다 했는지 음산스럽게 지직이는 백열등 전구, 마지막으로,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지금 내 머릿속에서 완성된 추측성 가설에 확신을 더해준다.



여긴 공중화장실이다. 그것도 안 쓰인지 제법 오래 된.



“요즘 저승엔 공중화장실도 있나?”



끄응 소리를 내며 반 쯤 쓰러져 있던 몸을 힘겹게 세우는 그 순간, 무언가 엄청난 이질감이 느껴졌다. 물리적인 의미의 이질감이 아닌, 다른 의미로서의 이질감.



“어?”



내 목소리 왜 이래. 이거 여자 목소리 아냐? 설마, 아까 쓰나미에서 바닷물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성대에 문제가 생겼나?



“아, 아아! 아니, ** 이거 뭐야! 이익! 카아아악, 퉷!”



마침 뒷쪽이 세면대라서, 억지로 가래를 끓어 뱉어내 보았으나 역시 헛수고였다. 뭐지 이거? 이것도 혹시 개꿀잼 **? 무슨 목소리가 10대 후반 여고생처럼 변해버린 것 같은데, 목소리 자체가 굉장히 농밀할 뿐더러 톤도 묘하게 높아져서 마치 아이유 좋은날 3단고음을 17번 연속으로 완창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목소리에서 매사에 귀찮다는 인상이 팍 느껴졌고. 요즘 저승은 목소리 패치도 깔아주나? 저승 톨게이트에 하이패스도 있으면 좋겠군.



그런 인상을 남기며 찐득한 가래가 세면대 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 입가를 쓱 닦으며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들여다 보자.



“?”



인생 다 산 얼굴로 입가를 닦고 있는 여고딩이 그 자리에 있었다.






“어어어ㅓㅇ어어어아아아아아아아ㅏ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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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올려야징




의외로 여기 재밌는 띵작들이 많이 올라오네요



독자로서 앞으로 애용해야겠어요ㅎ 



2024-10-24 23:16:5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