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nd #8 - 실망
Interpol 2015-02-11 2
"아...머리 아파"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킨 채 오른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는 뇌를 자극하는 두통이라는 고통 아래 신음소리를 계속 내며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 살펴보았다.
익숙한 환경, 익숙한 물건들, 익숙한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오른쪽 벽에 자리잡고 있는 창문에서는 환한 햇빛이 그를 비춰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일어날껄 예상하며 일어난 자신을 환영하듯이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왜 자신의 방에 있고, 침대에서 누워있는지 또한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지...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흐으...머리는 아프고 몸도 아프고..."
말하는거와 달리 아프다는 핑계로 다시 눕는게 아닌 천천히 침대에서 나와 몇 발자국 나서서 벽에 걸려져있는 거울 앞에 마주서고는 자신의 몸상태를 한번씩 훝어봤다.
이상하다. 평소 그는 잘때도 항상 반팔티를 입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그는 반바지만 덩그러니 입고 있다.
최악이다. 도대체 뭘 했길래 평소 습관도 붕괴되어있었다는 것인가...그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그이다.
그리고 껍질이 벗겨져 속살을 보여지고있는 벌레처럼 그의 복부 쪽에서는 3년전 쇼핑몰 붕괴사건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 아물었지만 흉터로 남겨져 보기가 매우 흉했다. 또한 자신은 평소 형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제이와 달리 신체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복근도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볼품이 영 없다. 한마디로 혐오.
하지만 3년 전의 흉터는 생활하는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흉터를 오히려 추억으로 여기고 있으며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데에 쓰이고 있다. 또한 그 흉터가 생기는데에 나타나는 고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며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아..."
하지만 정작 관심있게 보고있는건 3년 전의 복부에 새겨져있는 흉터들이 아니다. 복부 위에 위치한 가슴...즉, 흉부에 는 피로 흥건이 물들어진 상태에서 말라버린 붕대가 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뭐야...이 붕대는..."
뇌의 모든기능을 쥐어짜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자기 방에 있는 침대에서 누워있는 것부터 왜 붕대를 매고 있으며 왜 붕대는 피로 물들어졌는지 말이다. 오히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뇌에서는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듯이 두통으로 대답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아무렴 어떠냐..."
한숨을 쉬고 고개를 떨구며 결국 체념하였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알아봣자 비참한 엔딩이라는 것 정도는 자기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찾고 찾아 드디어 해답을 얻은 결과는 허무하고 비참하거나 또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일...
"하아.."
하염없이 벽에 걸려져있는 시계를 봤다. 기본적으로 널리 퍼트러져있는 원형의 시계
시계의 초침은 조용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까지 돌아가고 있으며 초침이 12를 지나칠때마다 분침의 칸이 하나씩 이동하는 걸 볼 수 있다.
- 10시 24분 -
햇빛이 환하게 비추어지는걸 보아 오전임을 알 수 있다. 뭐...오전이냐 오후냐는 신경쓰이지 않는다. 지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이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한탄을 하고 있는 이 시간은 클로저로써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출근시간이 매우 지나쳤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각.
"한소리 듣겠구만..."
부랴부랴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옆에 위치하고 있는 샤워기를 조작해 물을 튼 뒤 대충 머리랑 얼굴만 적시고 선반에 올려져있는 수건을 꺼내 닦기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는 물로 대충 씻고 저녁에 제대로 씻기 때문에 아무럼 꺼리낌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뭐...자신이 씻는걸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 부터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대충 머리를 말린 뒤 거울 밑에 위치한 화장대처럼 보이는 가구 위에 올려져있는 머리빛으로 조금 물기가 남겨져있고 헝클어져있는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아프다. 헝클어져있고 엉켜있다보니 빗는 동시에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빗는걸 포기할리는 없다. 빗을 잠시 뺀 뒤 다시 빗으면 아까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빗어진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머리를 빗은 뒤 이젠 놓여져있는 로션을 조금 손에 뿌리고는 적당히 손으로 비빈 뒤 얼굴에 바르고 벽 옷걸이에 걸려져있는 검은양의 요원복을 꺼내서 빠르게 입기시작했다. 이미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처럼...
"으..."
막상 옷을 다 입고 자신이 애용하는 *듀티벨트를 착용하고 이제 슬슬 갈까라는 마인드를 가진 동시에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부여잡고는 아픔을 호소한다. 잠복기에 들어가 막 발병기에 접어든 에이즈나 암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픔이 시작되고 얼마안되서 그의 와이셔츠의 가슴팍은 붉은색으로 조금씩 물들어져갔다.
그렇지만 다시 벗고 갈아입을 시간이나 여지는 없다. 늦잠이든 뭐든 간에 연락도 없는 상태에서 나의 의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미안하지만 너희들 관리해줄 시간따위 없어."
이를 꽉 물고는 현관으로 가더니 장거리 이동이나 장애물을 넘기에 편한 기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고는 곧바로 뛰쳐나갔다.
*듀티벨트 : Duty Belt를 말하며 경찰, 경비원 등의 직종 종사자가 외근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장비로 기본 구성품으로 권총집, 수갑집,삼단봉집, LED후레쉬파우치로 되어있으나 진압봉홀더, 무전기집, 권총탄창파우치 등의 추가장착이 가능한 벨트.
강남은 언제나 봐도 평화롭다. 옛날의 강남처럼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확률이 더 클거다.
간단하게 경찰관의 업무를 떠올려보자. 그들의 정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명령·강제하여 자연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행정작용을 한다.
그러나 실제 지구대나 파출소에 초임발령받거나 그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의 업무 모습은 어떠한가?
가관이다. 밤에는 온갖 취객들이 길가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기껏 데리고오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얘기하거나 괜한 경찰에게 화풀이를 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건 사람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심하다. 덕분에 업무마비도 이르는 경우가 다반수.
옛날에도 이랬는데 지금이라 한들 바뀌어졌나? 아니다. 윗 ***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아랫사람들도 정신차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생명을 지키기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서울 강남지역 사람들은 이미 안전지대로 물러난 지 오래이다.
따라서 현재 강남에 있는 사람들은 경비와 초동진압, 그리고 위상력 억제기점검을 맡고 있는 특경대와 본격적으로 차원종을 진압하는 클로저와 클로저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유니온 담당자(관리요원)와 클로저의 생명과 임무를 보다 적합하게 진행해주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유니온 연구팀, 그리고 유니온과 협약을 맺은 장비개발업체인 벌처스.
그렇다고 아예 민간인이 없는건 아니다. 강남에서 유일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포장마차 주인인 여대생.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강남은 평화롭다. 검은양 요원들이 1차 승급에 합격한 이후에도 말이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지?"
임시본부로 불려지고 있는 동아라실에 검은양의 실질적 책임자며 이들을 관리해야하는 관리요원 김유정의 표정에 초조함으로 가득차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장소에는 김유정을 포함한 검은양 팀원들이 모여있다. 물론 1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글쎄...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연락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동아라실 문 기준으로 정면 끝 TV근처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최근의 상황을 기사로 씌어져있는 신문을 보고 있는 제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를 한다. 그를 잘 알고 있는건 제이니까...
"제이씨가 말한 그 연락 하나도 없으니까 이러고 있죠."
여유로워하는 제이와 달리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유정은 그저 창가를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다시한번 연락을 취해볼게요.'라는 말과 함께 동아리실에서 나와버렸다.
"이상하네...평소에는 제일 먼저오거나 아니면 슬비 다음으로 오는 아저씨인데..."
유리도 내심 걱정은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걱정보다는 의문이 더 자리잡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차피 지금 출동할 상황도 아니고 느긋하게 기다리다보면 언젠간 오겠죠."
어느 때나 똑같이 게임기를 만지고 있는 세하의 일격. 상관없다는 듯한 말투이다. 그에게는 게임과 관련있는 얘기나 긴급한 상황 말고는 흥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접점이 거의 없는 그에게는 더더욱..
"야 이세하...너 정말.."
무관심한 세하의 태도가 어이가 없었는지 아니면 오히려 화가나는지 슬비는 자신의 위상력으로 생성한 비트를 이용해 세하가 쥐고 있는 게임기를 구석탱이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세하는 슬비를 노려보고 슬비는 오히려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세하를 노려봤다.
"하아...그래..안하면 될거 아니냐 안하면.."
기싸움에서 졌는지 세하는 한숨을 내쉬며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탱이으로 내동댕이 쳐저버린 게임기를 주워서 상태를 확인했다.
데이터 소멸, 내부장치 파손, 화면깨짐
"으아아아! 내...내 유일한 낙이..."
절망이 느껴진다. 동시에 후회도 밀려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낙을 이렇게 무너트린 그녀가 원망스럽다.
"최소한 눈치라도 있어야되는거 아니야?"
"뭐? 애초에 늦게오는 사람이 잘못한거 아니야? 난 그저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거 뿐이라고!"
"자자 둘다 진정하고 그만해!"
그저 평소의 대치가 오늘은 화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 항상 하이텐션을 유지하던 유리의 중재까지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이들의 말싸움은 불씨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모두 그만해. 너희들이 싸우는거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제이의 말에 모두 조용해지는 동시에 시선이 제이에게로 집중되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는건 분명 그녀석의 잘못이기는 해. 하지만 지금 이걸로 싸워도 되는걸까? 만약 이상황에 그녀석이 왔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미안하겠어..자기땜에 팀원들이 싸운다는데..."
아무도 변명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믿음이야. 팀원을 믿어야 팀이 잘 돌아간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잖아? 그리고 우린 여태까지 제대로 해왔고 말이야. 그러니까 끝까지 가줘야하는거 아니야?"
제이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너희들 기분을 아예 이해못하는건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고 응?"
맞는 말이다. 비록 잘못한 사람이 있지만 그걸 가지고 논란을 부추키는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욱 비참한 상처를 남겨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들...그걸 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듯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세하는 망가진 게임기를 보며 절망을 하는걸 보아 전부는 아니지만...
내심 그저 입밖으로 나온 말로 분위기를 무르익게한 자신도 어이없었는지 그저 미소를 한번 짓고는 다시 신문을 보았다.
그리고...
동아리실 문 뒤에서 이 모든걸 듣고 있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계속되는 출혈을 막지못하고 그저 오른손으로 부여잡으며 발 밑으로 피를 한두방울 떨어트리고 있는 그가 말이다.
"오늘은...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