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0 이름 없는 괴물(2)

Sehaia 2017-08-15 9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반쯤 눈을 감은 채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덩어리 째 목 너머로 넘겼다그리고 이를 닦으러 간 화장실 거울에서난 내가 아닌 누군가를 보았다.


내 눈이왜 노란 거지?


이봐벌써 변색이 시작됐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아이라곤 해도위상 잠재력이 A+였어위상력 한계치에 벌써 도달했을 리가 없잖아!”


아하이거, ‘위상력인가 뭔가를 너무 많이 끌어내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바뀌는 게 당연하지.


설마역시나 수치 측정을 잘못한 거야기껏해야 B급 정도인 건가?”


그 기계 정비한 지 얼마 안 됐다고요, X하야이리로 와 봐.”


어째서 모르는 거야.


역시 아니에요다른 기계로 측정해도 A+입니다!”


다들 그럼 내가설렁설렁하고 있다고 라도 생각한 거야?


난 지금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른 검사를 어서 준비 해!”


그제야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을 머리가 인식했다머리에 씌운 검은 비닐봉지를 벗기듯이 얄팍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 눈에 디밀어졌다.


“X하야다시 한 번 더 해보자.”


저 사람들의 눈에나는 비치지 않아.


“X하야이것밖에 안 되니?”


내 뒤에 있는보이지 않는 누군가만이 저들의 눈에 비친다.


“XX왜 열심히 하지 않는 거야?”


저들에게는내 이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다시 한 번착오가 있었던 걸게야. ‘알파퀸의 아들이 이 모양일 리가 없어.”


들리지 않아들리지 않는다고도대체 날 뭐라고 부르고 있는 거야? ‘알파퀸의 아들’, ‘자제 분’, ‘아드님’, ‘XX’도 아니야아니라고내 이름은.......

‘XXX’

.......


이름이뭐였지?


나는 그렇게 이름을 잃었다.



틀렸어요더 이상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저 나이에는 민감하기 마련이야그래봤자 지자기 또래들 좀 보여주면 한결 나아질 거야.”


그러면 부르긴 하겠습니다만혹시 모르잖아요폭주하면 어떻게 하죠?”


알파퀸의 아들이야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긴 힘들군지금까지로 보면 폭주할 가능성이 있긴 하겠어.”


그럼혹시 모르니까 요원을 한 명 부르겠습니다."


소용없어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음식도 거의 먹지도 않은 채로 시험에 참가하기만 하기를 며칠먹지 않으면 시험을 시키기 힘들다는 걸 깨달은 나는 반항에 접어들었다비록 몸에 힘은 별로 없어도차라리 이게 더 편하다고 느꼈다이대로 기다리면 엄마가 찾으러 오지 않을까만약 엄마가 안 온다면,

난 여기서 평생 있는 걸까?

이름도 없는 채로?


"XX친구들이 왔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있었지친구라는 게걔네들은 나한테이름을 들려줄까?

실낱같은 희망이 다 부서져가는 통증의 다리를 움직인다허기도 지고몸도 무겁긴 해도내 이름이듣고 싶다처음 보는 검은 옷의 아저씨의 뒤를 따라 나간 문 밖에는 일상을 상기시키는 반가운 면면들이 보였다모두유치원에서 자주 보던 친구들과 선생님이다.


"XX많이 아프다고 해서 왔.....?"


왜 그러는 거야이름도 제대로 못 말하고서로가 서로를 멀뚱히 보는 와중평소에 자주 투닥거리던 친구가 심술궂게 씨익 웃으며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이윽고 그 아이가 깨부순 정적에 정신이 유린당했다.


"역시 내 말이 맞았지! XX는 괴물이 된 거야!"


무슨 소리야.


"우리 엄마가 그랬어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는 위상 능력자들은 모두 괴물이래. XX도 그러니까 괴물이야너희도 다 그거 알고 온 거 아냐?"


아니야.......


"난 XX가 많이 아프다고 해서 온 건데.......XX는 이제 괴물인 거야?"


"당연하지저 샛노란 눈 봐봐그리고 저 시허연 머리카락늙은 것도 아닌데저게 괴물이 아니면 뭐야!"


그 입다물어.


이성이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전신의 억제를 해제한다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몸에서 멋대로 새어나오는 푸른빛이 팔과 다리에 휘감긴다내 것이 아닌 듯 멋대로 움직이는 몸이다리가주먹이놈의 머리를 향한다.


"꺄아아아아악!"


머리가 땅에 박힌다집을 뛰쳐나간 이성 대신 고통이 눈동자를 통제하기 시작한다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가 내 팔을 뒤로 꺾어 자유의지를 빼앗는다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함몰된 놈의 얼굴오뚝한 콧날은 뭉개졌고앞니는 살짝 나갔으며볼은 피멍이 들어 울긋불긋하다.

그리고내 손에는 피가.......

아니야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얘들아말 좀.......


선생님이런 괴물이 왜 우리랑 같이 있어요?”


선생님무서워저런 애, XX 아니야.”


하 하

하 하


조금씩 돌아오는 이성이 통증을 대신해 더 넓은 시야를 밝힌다내 힘에 뭉개진 아이를 향해 달려간 몇몇 어른들과 전화기를 든 몇몇 어른들을 제외하면여전히 나를 보며 쑥덕거리는 어른들이 있다나를 실험쥐 보는 눈으로 보는추잡한 어른들이 거기에 서 있었다.


저 위상력 방출뭔가 있어역시 여태까진 출력을 숨기고 있었나보군.”


이 와중에도 위상력 타령이야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이딴 거나한테 있어서는 안 됐어.

아니야그게 아니었어.

잘못된 건 연구원들도친구들도 아니었어.

내가 잘못된 것이다.

이 힘은 처음부터 존재해선 안 됐다.

그러나 이 힘을 짊어진 나는그러면서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글러먹었고,

비틀렸고,

괴물이며,

'XXX'이면서도,

'XXX'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젠 지쳤다.

괴물이 되는 건 싫고아픈 것도 싫다더 이상 그 하얀 어른들과 있고 싶지 않다그래서 하루는 힘이 다 빠진 척을 하고어른들의 눈치를 보다가 죽자사자 도망나왔다철로 된 자물쇠 따위는 의미도 없었다나는 괴물이니까쉽게 녹여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도 않고 뛰었다도망쳤다집의 위치는 대강 알고 있었다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주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고전력 질주했다.


그렇게, 10분만에 도착했다그런데도 숨이 차지 않다니이건 비정상이야.

말도 안된다면서 혀를 잡아당겼다몇 년 묵은 식초를 목에 들이붓는 맛과 함께 목구멍이 쓰라림으로 꽉 조여졌다.

그래심하게 뛰면 당연히 이래야지너무 많이 뛰면 토하는 게정상인 거야.

왠지 모를 안도감이 몸을 덮으며손을 자연스럽게 집 문을 향하게 했다.


엄마는 아직 안 온건가오히려 잘 됐어이런 이상한 모습을 엄마한테 보일 수야 없지분명엄마가 전에 쓰던 그게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

좋아이제 준비는 다 됐다이제 곧 엄마가 돌아올 테니얌전히 기다리자.


그러나 눈을 감은 채로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군잠을 자는 건 무섭고그렇다고 깨어있는 것도 싫은데어떻게 해야 하지비밀번호 잠금 해제 소리다역시 우리 엄마야절대 날 곤란하게 하지 않아그런 엄마를 찡그린 표정으로 맞을 수는 없겠지?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끝에엄마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조금숨소리가 거친 듯이 들렸다.


“XX지금뭐한 거니?”


엄마왔어어때?”


그 머린 왜 그러니눈에 그려 놓은 건 또 뭐고?”


엄마엄마나 이제 머리가 까매눈도 더 이상 노랗지 않아그러니이제 나 평범하지이상하지 않지무섭지 않지?”


더 이상괴물이 아니지?

눈을 감고 있어서 엄마가 기뻐하는 얼굴을 볼 수 없는 건 아쉬운걸요 며칠 간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좀 보고 싶었는데.

환하게 웃으며 엄마가 있을 것 같은 자리로 고개를 돌린다엄마가 보이지는 않지만분명 웃고 있겠지.


토옥.


여기 분명 우리 집인데왜 비가 내리는 거지눈에 웬 미지근한 물방울이 떨어진다엄마장난치지 마여름도 아니고머리에 물장난치지 마그러면 내 눈 위에 그려놓은 이 지워지잖아힘들여서 색칠한 머리가 다시 하얘지잖아물감이라서 잘 지워진단 말이야.

부탁이니나한테서 검은 색을 빼앗아가지 말아요.


물감이 들어가서 쓰린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왔다이대로 계속 눈을 감고 있기는 힘들다어쩔 수 없이 반쯤 눈을 뜬 내 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우는 엄마가 있었다.


숨이 막힌지 컥컥거리다가 급하게 품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몇 군데에 전화를 건 엄마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리고 다리가 저린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나를 부둥켜안고그저 울었다언제나 당당하고아름답고태산 같으며질풍 같고누구보다도 강인한 엄마가단지 내 어깨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태산 같은 엄마가모래산이 되어 무너져 있었다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엄마왜 우는 거야울지 마이상한 건 나지 엄마가 아냐.


엄마엄마의 머리카락예뻐눈이 노랗게 반짝거리는 것도 정말 예뻐엄마가 힘이 세서 마음이 든든해.

근데,

나는 아냐.

내 눈은사나운 이리의 그것이고,

내 머리카락은무서운 처녀귀신의 그것이고,

내 힘은괴물이 가진 그것이야.

엄마는 어른이니까완벽하니까굉장하니까당당하니까부드러우니까강하니까,

머리도 예쁘고눈도 예쁘고힘세고 멋있는데.

나는 아이니까문제 많으니까형편없으니까소심하니까무르기만 하니까약하니까,

머리든눈이든팔이든다리든그 어디라도,

모두 괴물인거야.

괴물은 나인거고나는 괴물인거니까나한테 이름이 없는 건괴물인건당연한 일인거야.

오직나만이 이상한 거야.


분명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렸다고 생각한 말이 내 입의 은밀한 활동을 통해 억압과 통제에서 탈출에 성공했는지엄마가 나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평소하곤 다르게 아픈데따뜻했다푸근하지는 않았지만안심이 됐다절대로 부드럽지는 않았지만온기가 느껴졌다.


미안해, XX.......미안해우리 아들.......이런 엄마라 미안해.......X......X.......나의 작은 영웅......너한테 이런 걸 떠넘겨서 미안해.......세하야.......우으으윽.......으흑......으아아아아아아아.......”


어깨에 미지근한 무언가가 느껴진 그 때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엄마가 나 때문에 울고 있다는 것이 그제야 제대로 느껴졌다나무늘보가 되어 게을러진 마음이 조금씩 숨을 다시 쉬기 시작했다이미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마음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무언가가 아우성을 쳤다그게 슬픔이라는 걸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뒤에야 알았다절대로 더러운 어른들 앞에서는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한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자목에서 오열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울기를 한참, 더 이상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즈음, 엄마는 눈을 감는 시간이 길어져가는 나를 업어 이제는 오히려 낯 선 침대에 뉘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듣는 쉰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세하야.”


엄마?”


세하는우리 아들은 괴물 같은 거 아니야.”


?”


왜가 너무 많구나.......잘 들으렴너는 모르겠지만세하야너는 엄마를 이미 구해준 적이 있어그 힘을 가지고.”


?”


"이런 엄마도 구해주는 세하가괴물일리가 없잖니그런 사람을세상에서 괴물이라고 부르진 않는단다."


"엄마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러니세하야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너는 내 가장 큰 보물이자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영웅이란다.

괴물 같은 게 아니야.

부디그걸 알아주렴.


평소에도 잘 영문을 모르겠는 얘기를 하는 엄마지만오늘은 피곤해서 그런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그러나 어째서인지입력 장치가 고장난 머리로도너무나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그날 밤엄마와 계속 울다 지쳐 잠이 들 때쯤몽롱해져가는 정신이 희소식을 들고 왔다그 때서야 내 이름이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서와, ‘이세하’.

오랜만이야.



관에 걸어 들어가듯이 잠에 빠진 그 다음날 아침내 눈에 비친 엄마는 눈이 퉁퉁 부어있어서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엄마도 함께 웃었다내 얼굴도 말이 아니라면서나한테 거울을 비췄다무심코 얼굴을 돌리려고 했다가눈동자에 남은 잔상을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거울 안을 들여다봤다.


눈이머리가 검었다.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라서 미안.”


뒷머리를 긁적이며 퉁퉁 부은 눈을 문지른다쑥스러운 지 열기에 살짝 붉게 물든 볼이 엄마의 눈에머리카락에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바라보게 됐다저렇게 수줍어하는 엄마는 처음이야.

간만에 보는 엄마의 웃음은 여태까지 본 웃음 중에서도 가장 따스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우리 모자를 구경하러 온 밤이 조용히 뒤로 발을 빼 줄 만큼 섧게 울었던 그 날 새벽엄마는 자고 있던 내가 깨지 않게 살짝 집을 나갔다고 한다그러고 나선유니온 센터에 벽에 걸려있던 건블레이드를 들고 걸어 들어가서,

위상력 측정기를,

내가 들었던 건블레이드를,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을,

단 한 마디 말만을 그 자리에 대신 남겨놓고 전부 녹여버렸다고 한다.


제 아이의 이름은, ‘이세하라고 했을 텐데요.”


어른들이 뒤에서 쑥덕거리는 얘기로는그 날 새벽은 이렇게 불렸다고 한다.

서지수가 아닌 알파퀸의 재림이라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잠이 든 나를 조심조심히 업어서 근처 미용실로안과로 데려갔다미용실에서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눈에는 검은 컬러 렌즈를 끼웠다.


그렇게 나를 원래대로 만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위상력이 사라질 리 만무했고위상력이 사라진 줄 알았던 나는 기뻤던 만큼 실망이 커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는 깜짝 선물이라면서등 뒤에서 포장이 잘 되어있는 자그마한 꾸러미를 하나 꺼냈다.

안에 든 건난생 처음 받는 게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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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이브 파일을 두 번이나 날려먹은 Closenea입니다. 힘들었어요. 세하 인격형성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만큼 잘 써보려고 했는데, 몇 번을 다시 쓰다보니 퀄이 좀 내려갔네요.... 넥슨은 길게 글을 올리면 에러가 뜨나 봅니다. 그래서 2개로 나눴어요.

그럼에도 재미있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드릴게요.


Ep-10 이름 없는 괴물(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424



Ep-11 위상 집속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459

2024-10-24 23:16:5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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