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10 이름 없는 괴물(1)

Sehaia 2017-08-15 4

이건 그저 그 뿐인 얘기다.

감동도 없고재미도 없고결말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이 연극과도 같은 헛소리의 끝은 맺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예뻤다.

어린 눈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엄마는 주변의 아줌마들 하고는 달랐다특히 방금 막 내린 눈에 무지개의 끝자락 한 줄기를 물들여놓은 것 같은 연한 보라색 생머리는 보는 사람의 눈을 한 순간에 빼앗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여기에 더 이상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할 아름다운 얼굴에 정점을 찍는 것은,


엄마엄마는 왜 눈동자가 노란 거야?”


이상하니?”


아니너무 예뻐해님 같애.”


호랑이를 닮은 선명한 노란 눈이었다.


가운데가 살짝 검은 것이 주변의 밝은 노란색을 더 부각시켜서보면 볼수록 빨려드는 것만 같았다이따금 화를 낼 때는 엄마의 이유 모를 위엄에 더하여 정말 호랑이 같은 위압감도 있었지만싱긋 웃을 때는 태양 같은 따스함을 품은그런 눈이었다.


꺄아세하가 칭찬해 준다이거 영광인 걸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건 우리 아들이라구?”

그러면서도 나를 부둥켜안는 엄마의 품은 언제나 따뜻했다평소 볼 때는 힘이 장사인지라이렇게 안아줄 때는 아프지 않는 것이 신기했지만엄마가 이상하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 챌 정도로 자연스러웠다오히려 보이지 않는 따스한 손 같은 것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기만 했다.


비록 요리는 맛이 없어서 외식 나가자고 조르게 되고빨래를 하다가 옷의 색이 빠지거나 물드는 걸 보는 일상이지만언제나 당당하고아름답고태산 같으며질풍 같고누구보다도 강인한 엄마가 나는 좋았다.


비록 아빠는 없지만엄마하고 보내는 일상은 하루하루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이 새롭고 즐거웠다.



그러던 날씨 맑은 어느 날이었다.



세하야공 이 쪽으로 줘!”


?”


평소와 다름없이 유치원에서 피구를 하던 도중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뭐 해세하야공 줘!”


안 돼안 떨어져!”


휘두른 손에서 공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공 이리.......뜨거워!”


제 성질을 견디지 못하고 공을 가지러 온 친구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어리둥절해져 내려다 본 내 손 위에서 초콜릿처럼 공이 녹고 있었다당황해서 눈을 돌린 울고 있던 친구의 손에는 물집이 잡혀있었다.


세하야왜 그래?”


주변 친구들이 날 이상하다는 듯이 보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던 중대답이 내 눈앞에서 맴돌았다난생 처음 보는 푸른빛이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어지러운 아지랑이가 눈앞을 현혹하며 빙글빙글 돌고만 있었다.


당황해 하는 아이들을 제치며 달려온 선생님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드나 했더니곧이어 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여보세요서지수 씨세하가 각성한 거 같습니다빨리 와 주세요.”


엉엉 울고 있던 친구를 감싼 채 등을 돌리고 있던 선생님이난생 처음으로 멀다고 느꼈다.

나를 전혀 바라** 않고 친구만을 보며 한숨을 쉬는 선생님이 차갑다고 느꼈다.

난생 처음으로이 사람이 손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달려와 내 손을 붙잡은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차에 태워 새하얀 건물로 데려갔다광택이 눈을 아프게 찌를 정도로 새하얀 건물 안에는엄마를 보고 깜짝 놀라는 새하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알파퀸께서 여긴 어쩐 일로.......”


알파퀸은 누구야엄마 이름은 서지수인데왜 알파퀸을 찾는 거지?


제 아들입니다아무래도 위상력에 각성한 것 같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엄마하고는 대조적으로새하얀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몇몇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몇몇이었다그러던 중엄마가 내 손을 꽉 쥐었다굳은살 투성이라도 항상 부드럽다고 느끼던 엄마의 손이어째선지 그 날은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런가요그렇군요그럼 바로 정밀 검사를 해 보겠습니다세하야이리로 오련?”


잠시만요아이와 잠시 얘기만 좀 하고 오겠습니다곧 돌아오죠.”


딱딱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로 새하얀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린 엄마는 나를 데리고 차 앞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딱딱한 엄마는 처음이다오늘은 왜 이렇게 처음인 일들이 많은 거지이상한 날이다.


세하야잘 들어이제부터 네 몸에 이상한 일들이 좀 더 생길거야.”


이상한 일?”


그래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황하지 말고저기 어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엄마는 한 동안 볼 수 없지만잘 지낼 수 있지?”


으응알았어그러니 엄마도 얼굴 펴혹시 오늘 안 좋은 일 있었어?”


엄마는 쾌활하게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리는데그런 어두침침한 얼굴은 엄마랑 맞지 않아.

내 말에 엄마는 어떻게든 얼굴을 펴려고 얼굴 근육을 꿈틀거렸으나 결국 나온 결과물은 쓴웃음뿐이었다그러면서 이런 날이 오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라며 그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손가락으로 얼굴을 펴서 웃는 얼굴을 만든 엄마는 연신 당부하며나를 다시 새하얀 어른들에게 데리고 갔다어른들의 말은 잘 들어도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엄마한테 말하라는 당부를 10번은 들었던 것 같다.


국제 규정 상아드님도 위상력 컨트롤 기초 프로그램은 이수해 줘야겠습니다.”


그것도 하지 않으면 힘이 폭주할 가능성이 크니까요위상력 측정 검사도 일단 받아야겠지요.”


무슨 그런 당연한 말씀을알파퀸의 자제 분이라고요도대체 수치가 어느 정도로 나올.......”


이 아이의 이름은 이세하입니다모르시는 건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만.”


엄마의 가시 돋친 말에 파리처럼 손을 비비던 아저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잠시 옆으로 돌린 눈을 내게로 돌렸다그 눈은 엄마하곤 다른 의미로 번뜩이고 있어서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저 사람은 눈이 노랗지도 않은데왜 저렇게 눈에서 빛이 나는 걸까?


아무튼알겠습니다이미 아시겠지만위상력 통제 과정은 정신적인 부분이 많은 영향을 끼치지요특히 보호자의 존재는 어린 위상능력자의 위상력을 상당 부분 불규칙적이거나 약하게 만듭니다.


고로 규정에 따라위상력 측정 및 트레이닝 중에는 아무리 알파퀸이라도 하더라도 간섭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죄송하지만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길.”


그러도록 하죠세하야어른들 말 잘 들어야 한다나중에 보자꾸나.”


그 말을 끝으로 엄마는 등을 돌렸다어떻게든 웃음을 보이려고 한 엄마였지만난 놓치지 않았다.

엄마의 눈이 내 뒤에 있는 어른들을 향해 번뜩이고 있는 것을.


그럼어어세하라고 했던가그래세하야이리로 와 볼래?”


빙글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아저씨를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위상력 정밀 측정실이란 팻말이 붙은 방이었다.


방 안에는 예전에 뛰어다니다가 다리에 살짝 금이 가 실려 간 병원하고 비슷한 기계들이 있었다엑 뭐더라......그래, X레이를 찍는 것과 비슷한 기계 앞에 세운 뒤웅웅거리는 기계를 몸 근처에 갔다 댔다몇 번의 찰칵거리는 소리와 몸 깊숙한 곳 어딘가가 진동하는 역겨움이 지나서야 그들은 기계를 몸에서 땠다.


측정 결과는 어때요?”


역시나라고 할까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까. A+정도의 위상 잠재력이야.”


말도 안 되게 놀라운 결과 아니에요아쉽다니그 정도를 가진 클로저 자체가 극소수라고요?”


자네 신참이었지예의 알파퀸’ 측정 결과는 읽어나 본 겐가본 적 없다면 이거나 보게.”


그게 무슨 소리......잠깐이거현실에 존재할 수는 있는 건가요?”


엄밀한 측정 결과라네이 정도가 되면, A+면 충분히 아쉬운 결과고말고.”


프린터에서 자료를 꺼내들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끄응여기구역질 약 같은 건 없는 건가조금 토하고 싶은 기분인데지금 말해도 내 얘기를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화장실이 없는 지 짧은 다리로 걸어다니기엔 너무 넓은 건물을 방황하기를 잠시방금 전 할아버지 말고 또 다른 하얀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이야세하야많이 기다렸지?”


별로 무언가를 기다리진 않았어요그냥 빨리 집에 보내줬으면 좋겠는데요.


다음은 드디어 기다리던 적성 테스트란다이걸로 네 위상 능력의 계열을 알 수 있게 될 거야!”


나는 전혀 즐겁지 않은데혼자 제멋대로 들떠서 춤이라도 출 것 같이 경쾌한 발걸음을 옮겨 또다시 날 어디론 가로 데려간다쉼호흡을 하면서 헛구역질은 좀 진정이 됐지만이렇게 뜀박질을 하면 숨이 찬다이 아저씨의 다리는 왜 이렇게 쓸데없이 길기만 한 거야나는 전혀 배려하지도 않는 움직임이다가까스로 따라가는 다리에 힘이 자꾸 들어가기만 한다.


콰직.


내 손을 끌던 아저씨의 손을 놓치고 넘어졌다다리가 무언가에 걸렸나보다어라분명 눈앞에는 아무런 돌멩이 같은 것도 없었는데왜 넘어진 거지?


어어아아타일이 부서졌네별 건 아니긴 하다만또 업자 불러야겠다귀찮네.”


뭐지내 다리 힘이 이렇게 셌던가마치 만화영화에서나 보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엄마가 말한 이상한 일이란 건 이런 건가하지만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세하야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야별로 신경 쓰지 마그보다 빨리 가자.”


아저씨는 거짓말쟁이다이런 게 당연한 일일 리가 없다타일이 산산조각이 났는데어떻게 그게 당연한 일일 수가 있단 말인가난 근육질에 우락부락한 털 난 아저씨도 아닌데그런 건 나 같은 꼬마아이도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이 아저씨들사실 바보 아니야?


타일에 박힌 내 다리를 무 뽑듯이 뽑아 올려 질질 끌고 간 곳엔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유일하게우리 집 벽에 걸려있는 건블레이드를 빼고그건 엄마가 예전에 한창 싸울 일이 많았을 때 썼던 것이라고 한다엄마가 그걸 휘두르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했더니볼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제일이라면서 쓴웃음을 지으시며 거절하셨다그러고 보면오늘 본 쓴웃음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것을 제외하면엄마가 못 보게 한 치고 받고 싸우는 만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도구들이었다가시가 4개 박힌 장갑부엌에서 본 과도와 비슷하지만 날은 시퍼렇게 서 있는 나이프내 몸보다도 훨씬 길어 보이는 번쩍번쩍하는 검그 외에도 기역자로 생긴 칼이라던가삐죽삐죽한 것이 고슴도치 같은 쇠사슬 달린 쇠구슬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세하야여기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거니?”


으음딱히 마음에 드는 건 없는걸이런 것들은 위험한 거 아닌가그런 걸 내가 들어도 괜찮은 걸까손을 베인다면서 만지지도 못했던 것들이 한가득손이 다치는 건 싫고이럴 때에는 차라리 그나마 본 적이 있는 걸 고르는 게 낫겠지.


건블레이드인가역시 알파퀸의 아들이로군.”


내가 든 건블레이드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내가 이걸 고르면 사탕이라도 받기로 되어있다고 해도 믿을 환한 웃음이었다저기사탕 받으면 내 덕택이니까 나도 하나만 나눠줘요방금도 토할 거 같았는데 약도 안 줬으니이번에도 모른 척 하지는 않겠지요?


이건 보나마나 발화나 전격’ 계열이겠어그래도 혹시 모르니까한 번 확인을 해 봐야지세하야여기 이 종이 보이지이걸 들고 팔에 힘을 꽉줘 보렴.”


얼떨떨한 기분으로 종이를 받아든다팔에 힘을 준다고 해서종이가 구겨지기 밖에 더하겠는가무슨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시키는 건지그래도 엄마가 말을 잘 들으라고 했으니얌전히 바보가 되자그런 생각을 하며 팔에 힘을 준다.


화륵.


종이에 불이 붙어서오직 재만을 내 손에 남기고 떠났다그런 마술과도 같은 상황이 입을 떡 벌린다.


역시 발화’ 계열이었어완벽한 결과야그럼 그 정도의 힘을 가진 클로저가 한 명 더 생기는 건가!”


허허이봐자네너무 들떴어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네만좀 진정하게.”


추태를 보였습니다핫핫핫.”


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분위기다으음난 춤이라도 추면 되려나한바탕 떠들썩해진 방 안이 가라앉자어른들이 나한테 몰려들더니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세하야그럼 바로 트레이닝에 들어가자위상력을 어떻게 쓰는지는 알지엄마가 벌써 다 가르쳐줬을 테니.”


에이뭘 그러세요당연히 가르쳤겠죠그 알파퀸이라고요?”


잠깐만아저씨들위상력이란 게 뭐야나 그런 거 들어본 적도 없어.


일단 세하야이거 좀 져 보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허락도 하지 않은 내 등에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말도 안 되는 무게가 몸을 짓누른다어린 나로서는 어깨에 공룡이라도 지고 있는 것 같은 무게입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이빨을 꽉 깨물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끝이 보이질 않는 거대한 방을 10바퀴를 돌았다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생각할 때마다제멋대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몸을 휘감으면조금은 숨을 쉴 수 있었다.


그제야 이 푸른빛이 어떤 건지 조금 감을 잡았다이 빛이 몸을 두르면 그 때 동안은 몸이 좀 더 가벼워진다무거운 짐을 가볍게 할 꼼수를 부릴 방법을 찾아낸 당나귀 같이난 푸른빛을 마구 끌어내기 시작했다그렇게 어떻게든 버텨내기를 몇 시간째.


푸른빛이 전신을 감는다고 이미지 한다온 몸에서 푸른빛이 피어오르다가......꺼졌다.


필름이 끊겼다.



그런 날이 매일 같이 반복됐다.

무거운 걸 지고 달리거나,

산처럼 쌓인 나무들을 태워버리거나,

내 몸보다 조금 작은 건블레이드를 휘두르거나,

거대한 바위를 건블레이드 만으로 깨뜨리거나,

수영장 크기에 한 가득인 물을 말려버리거나,

그 일이 어떤 일이든,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지 않을 때까지매일 같이 그 일들을 반복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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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 힘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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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이름 없는 괴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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