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8 노이즈 많은 한 걸음

Sehaia 2017-08-10 3

체육 시간은 남자 고등학생이라면 수험에 신경 쓰는 놈들도안 쓰는 놈들도 거의 대부분이 마약이라도 한 듯이 날뛰게 되는 마성의 시간이다거기에 지금은 7교시이것만 끝나면 하교도 하겠다마지막 열정을 불태운다는 느낌으로 남자애들은 운동장을 달린다.


축구와 농구라는 스포츠의 간판 아래 모두가 건강한 땀을 흘리며 청춘을 구가한다아름다운 풍경이네거짓말이지만공을 걷어차면 학교 펜스 밖으로 날아가서 터진 채로 발견되게 하는 나로서는 별로 공감이 가질 않는다그저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즐겁겠네.’하는 정도다.


물론 각 반 마다 축 늘어진 시체마냥 가만히 있는 애들이 꼭 있기 마련이고여자애들의 경우엔 담소의 시간으로 변하기가 일쑤다.


그리고 내 경우엔.


세하야......이렇게 몰래 게임하다가 들키면 좀 그렇지 않을까......?”


뭐 어때어차피 난 참가도 못한다고.”


운동장 근처 정자에 앉아 게임을 탐닉중이시다체력이 바닥을 기는 석봉이는 어차피 체육 시간에 참가도 하지 않으니둘이서 통신으로 대전 게임을 즐긴다꽃내음을 품은 향긋한 봄바람이 몸을 푸근하게 감싸는 곳에서 즐기는 게임이 또 각별하단 말이지.


위상 능력자는 기초 신체능력자체가 일반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체육시간에는 공식적으로 참가가 금지되어있다괜히 설비나 부숴먹지 않으면 다행이란 점에서는 뭐납득이 간다어차피 측정해봐야 전부다 측정 기준을 가볍게 뛰어넘게 될 건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도 ok. 그러니 오히려 느긋하게 게임이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마울 지경이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하면 위상 능력자 수준의 반사 신경을 가지게 되는 건지너도 어떤 의미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게임이란 건 하면 할수록 느는 거니까대략 하루 14시간 정도만 게임에 투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할 수 있을 거야......”


이 녀석이 안경을 안 끼는 건 여러모로 미스터리로군수면 시간을 7시간을 잡으면 거의 깨어있을 땐 항상 게임을 한다는 소리잖아그러니 맨날 학교에선 자는 모습밖에 안 보이지이런그 분홍머리랑 다녀서 그런가하마터면 머릿속에서 잔소리를 떠올릴 뻔했어.


지금 하고 있는 대전게임의 경우엔 상대방이 거는 기술을 파악해서 빠르게 키를 입력하면 반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그런데 분명 들어갔다고 생각한 공격이 반격에 바로 당해버리는 건 매번 당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말이 반격 시스템이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거나 기술의 초기 모션을 보고 바로 반응하지 못한다면 사용하기 힘들어서 거의 예측으로나 사용하는 수준인데얘는 그걸 거의 확정적으로 반격에 성공하고 있다이게 말이 되냐캐릭터의 기술을 다 알고 있는 건 물론이고 그 타이밍을 다 맞춘다면 이젠 더 할 말이 없다이 정도까지 압도적이면 별로 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냥 그쯤 되면 빨리 어디 구단에 입단해서 프로게이머나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으음.......생각은 해 봤는데그러면 한 게임만 파야 되잖아그건 조금 곤란해.......”


이쯤 되면 진짜 감탄 밖에 안 나온다그러면 BJ는 어떠냐고 예전에 권유해 본적도 있지만남이 보는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게임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건 그렇고이 와중에도 유리는 열심이네.......”


또 다른 위상 능력자인 서유리는 뭐하고 있는 가하면죽도를 들고 휘두르고 있다빨리 위상력에 익숙해지고 싶다는 것과검은 잠시라도 놓으면 감각이 쉽게 무뎌진다는 이유다도검 소지는 허가받았지만 학교에선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휘두를 수 없게 되어있어서 가장 손에 익숙한 죽도를 사용 중이다.


정해진 훈련 시간도 아닌데 열심히 하는구나그렇게 빨리 위상력에 익숙해지고 싶은 건가물론 아니지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여러 번 반격을 먹고 녹다운이 되어 버린 캐릭터를 멍하니 바라보며어제 일을 반추한다.


...........................................................................................................................


.......이걸로 끝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모두들 수고 많았어유정 언니여기는 역삼 골목길. B급 트룹 대장을 비롯한 차원종 전부 섬멸 완료했습니다.”


그래수고 많았어이제 복귀하렴.”


손에 들고 있는 거 뭐예요?”


큰 소리로 말하지.......”


이제 다 끝났다며그럼 게임 정도는 해도 되잖아거기에 이 눈치 없는 녀석은 또 왜 그걸 큰 소리로 말해서 쟤 심기를 살살 긁어놓는 거야.......


두통이 몰려오는 지 손 끝으로 이마를 쿡쿡 찌르며 한숨을 쉰다방금 트룹 대장이 휘두른 몽둥이의 풍압이라도 직격이라도 맞은 거니빈혈기가 있는 거 같으니 잔소리 하지 말고 얌전히 집에 가서 쉬려무나.


하아아.......됐어맘대로 하렴.”


얘가 웬 일이래그럼 리더의 분부를 따르도록 하자역시 리더의 말을 잘 듣는 팀원이 되어야죠아무렴.

그건 그렇고세하야잠시 나 좀 보자.”


또 갑자기 왜요아저......아니 형?”


이슬비가 날 놓아주니 이번엔 아저씨냐왜 날 가만히 냅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야?


잠깐 따로 할 말이 있어따라 와슬비야이 녀석은 내가 데리고 간다.”


그러세요.”


뒷목을 잡혀서 반쯤 끌려가다시피 도착한 곳은 배팅 센터였다난 야구에 취미 같은 거 없는데.


여긴 왜 데리고 왔어요딱히 저랑 배팅으로 내기하고 싶으신 건 아닐 거 같은데요?”


평소와는 달리 약간 진지한 투로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별거 아냐요 며칠의 훈련 프로그램과 오늘의 전투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확인 차 데리고 와 봤다.”


뭔가 이상하다니그게 무슨 소리지딱히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을 텐데아저씨는 아무래도 찜찜하다는 표정을 풀지 않고 있다아깝다는 듯이 지갑을 부들부들 열고선 옆의 기계에 돈을 투입하곤 나에게 배트 하나를 던져주신다.


여기 배팅 센터는 위상 능력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거든그러니깐 마음 놓고 쳐도 돼많이 안 쳐도 된다한 3개 정도만 치고 관둬도 상관없어.”


저렇게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말하는데 안 할 수도 없고성가시지만 일단 해 보자는 생각에 배트를 집어 든다생각 외로 묵직한 감각이 팔을 누른다그럼 공은 얼마나 무거우려나일단 먼저 위상력을 배트에 두르고 시작하는 게 낫겠다.


단 조건이 있어배트에는 공이 닿은 순간에 위상력을 두르도록.”


순간 몸이 멈칫한다닿은 순간그게 무슨 말도 안 돼는 소리야.


아저씨의 말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서 어리벙벙한 순간, ‘시작’ 소리와 함께 평범한 야구공 크기의 공이 날아왔으나겉 표면이 뭔가 이상하다금속 특유의 광택을 눈부시게 빛내며 기세 좋게 날아오는 쇳덩이에 멋대로 배트가 몸을 갖다 댄다.


쩌어어엉.


우으아우으왕아아


팔에 위상력이 둘러져 있는 탓인가별로 아프진 않지만 전신이 웅웅거리며 흔들린다팔을 시작으로 휘감겨오는 진동이 다리 끝까지 전해진다아무래도 위상 능력자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는 건 빈말이 아닌지순간 위상력을 담지 못한 배트가 살짝 찌그러져있다.


다음.”


아저씨의 말을 따르듯이 다시금 날아오는 공에 이번엔 집중해서 공을 본다공이 날아오는 속도 자체는 빨라도 차원종들을 계속 상대한 나로서는 별로 상관이 없다솔직히저거보다 서유리의 검이 몇 배는 더 빠르다고공이 배트에 닿는다고 생각한 순간배트에 위상력을 주입.......


우으아우으왕아아


실패했다.


마지막.”


왠지 모를 패배감에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다고 온 몸의 신경을 팔과 눈 끝에만 집중한다천천히 허공을 굴러오는 것같이 보이는 공이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공이 날아오는 궤적에 맞춰 배트를 정확하게 휘두른다스윗 스폿도 맞췄겠다이번엔......!


우으아우으.....!


한 발 늦긴 했지만 위상력을 몸에 걸친 배트는 공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전광판에 신기록을 띄웠다봤냐고 나름 당당하게 뒤를 돌아선 나를 아저씨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좀 안 좋은데......”


어라.......? 예상했던 반응과 조금 다른데?


이봐동생설마해서 하는 말인데너 위상력 컨트롤이 서투른 거 아니냐?”


그건 또 뭔 소리예요평소엔 잘만 싸우잖아요그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에요?”


그러자 아저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 그 특유의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아니농담은 아닌 것 같으니 나도 진지하게 말해야겠군동생너 위상력 컨트롤이 별로 안 좋아위상 구현력은 기껏해야 B정도나 나오려나?”


클로저로서 재등록할 때 나온 수치가 아저씨의 입에서 그대로 나오자 몸에 살짝 긴장감이 더해진다뭐지내 기록을 훔쳐보기라도 한 건가그러나 말투로 봐선 그런 건 아니겠지.

주머니에 손을 쓱 집어넣은 채 벤치에서 일어난 아저씨에게서 난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꼈다.


첫 번째 공이 날아왔을 때 몸이 반응해서 위상력을 끌어내지 못했어이건 반사 신경의 영역이 좀 관여를 하지만우리 위상 능력자는 기본적으로 반사 신경이 좋은 편이지혹시 라는 생각에 두 번째를 잘 관찰해 봤더니역시 무기에 위상력을 두르는 게 늦는 게 보이던걸.”


변명 같긴 해도세 번째는 어쨌든 쳐 냈잖아요그것도 꽤 하이스코어로.”


그것도 좀 문제라고동생저거 전광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생각 안 들어평소의 너가 무기에 위상력을 둘렀다고 생각하자그럼 얼마 정도 점수가 나왔을까내가 보기엔한 10분의 7정도나 나왔겠군.”


그러고 보니평소보다 억지로 출력을 끌어냈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잘만 쓰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어찌됐든 출력이 강하면 그만큼 적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을 텐데별로 나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내 감정을 읽기라도 한 듯 아저씨는 내 생각을 날카롭게 찔러오기 시작했다.


그래지금은 별 문제가 없어그러나 전장에서 위상력을 그렇게 남발하는 건 위험해억지로 끌어낸 힘은 평소보다 효율이 좋지 않아전투 시의 위상력 고갈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겠지일방적인 학살의 시작이다.”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이쯤 되면 무얼 말하고 싶어 하는지 눈치 채겠지.


네 전투가 근접 전투에만 머무르는 것공격 패턴이 단조로운 것순간적으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억지로 위상력을 끌어내는 것이 모든 문제는 네가 위상력 컨트롤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야위상력 조절에 능숙해지면 근접 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나도 이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쭉 뻗은 아저씨의 팔이 허공을 붙잡는다그와 함께 보이지 않는 손에 멱살이라도 잡힌 듯이 몸이 아저씨의 주먹 바로 앞까지 날아간다눈앞에 놓인 주먹을 보고선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경험의 차이다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한 방이었기에.


그러나 몸에 조금 무리가 갔는지 쿨럭거리면서 입가를 한 번 슥 닦아낸다그러나 평소의 허당끼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위엄이 있었다.


네 위상 잠재력은 확실히 대단해어지간한 클로저들은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의 양을 지니고 있어위상 능력도 발화상대방의 방어를 무시한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전투에 적합하지거기에 네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가미되어 여태까지의 적들은 큰 무리 없이 이겨올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 뿐이다네가 결정적으로 위상력을 조절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모든 것엔 언젠가 한계가 와전위를 담당하는 네가 무너지면 이 팀은 어떻게 되지?”


그야알아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전멸이다.


네 영역과 내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많아기본적으론 전투에선 나도 네 보조를 한다우리는 최전방에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며 틈틈이 공격을 하거나공격할 찬스를 만들지그런 우리가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것은아니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다그러려면 힘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중요하다고.”


그런 얘기를왜 갑자기 하시는 거죠?”


뭐야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건가이제슬슬 요구 훈련시간이 거의 다 찼다고?”


그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이제곧 승급 심사에 대한 공문이 올 거다이렇게 예외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위쪽으로서도 좀 더 쓸 만한 클로저가 더 필요해지지거기에 이 얼마간 너와 슬비유리는 훈련 프로그램에 계속 참가했잖아그것도 전투 경험으로 일단 쳐주니까얼마 안 있어서 수습 요원승급에 대한 공문이 내려올 거야.”


전 들은 기억이 없는데요.”


걱정 마곧 내려올 테니까.......네 휴대폰울리고 있는데 확인 안 해 봐도 되겠냐?”


다시 한 번 말하지만나한테는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이렇게 타이밍 좋게 갑자기 친구가 생긴다거나그럴 일은 없겠지그럼에도반신반의하면서 열어본 휴대폰에는 이런 메일이 와 있었다.


From. UNION 신서울 지부

-검은양에게 알립니다.

예정되어 있던 훈련 시간을 전부 채웠기에수습 요원으로의 승급심사를 받을 권리가 주어집니다전시 특별 기준을 적용하여승급 심사는 작전 구역에서 곧바로 적용됩니다성심성의껏 참여하여 강남 수호에 조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거 보란 듯이 아저씨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다그럼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던가?


그러니까승급 심사나 팀을 위해서라도 위상력 컨트롤을 익히라는 거예요?”


바로 그거지.”


그건 좀 귀찮은데........”


잘 생각해 봐이건 내 번호니까나중에 필요하면 문자하고.”


이 말을 끝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멀어져 나가는 아저씨를 난 그저 바보 같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휘둘러볼까.......아니역시 귀찮아.

.....................................................................................................................

저기세하야다음 판 안 할 거야?”


시간도 거의 다 됐겠다막판이네이번에야 말로 이기고 만다.”


적당히 하는 게 제일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적당히 하자어차피 승급 따위별로 관심도 없다봉급이 좀 오른다는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 볼 때서유리로서는 열심히 참가할 이유가 확실히 있다이슬비야 더 할 말은 필요 없을 거고미스틸이나 아저씨는 적당히 실력도 좋겠다가볍게 통과하겠지.


그럼나는?


아아성가셔솔직히 해야 할 이유가 없다아직 유소년 팀에 뭐 생사의 위기가 오가는 임무를 시키진 않을 테고전쟁이라니 별로 실감도 안 난다차원 전쟁이야 벌써 몇 년 전에 끝난 얘기 아닌가그럴 텐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이슬비가 예전에 아저씨와 만났을 때 했던 말이 귓가에서 윙윙거린다별로 신경 쓸 만한 일도 아닌데굳이 이걸 떠올려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나도 참 문제 많은 뇌를 갖고 있군.


분명 요즘 이상 사태는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설마 A급이 출현한다거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B급이라면 좀 다치기야 하겠지만 내 선에서도 처리할 수 있고, C급 정도는 클로저라면 당연히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그런 강남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게임을 즐기고하교 종이 치고 나서 가방을 둘러매고 집으로 간다딱히 훈련 프로그램을 받으러 갈 이유는 없다요즘 너무 성실하게 참여한 거 같으니오늘 하루쯤은 도망가도 상관없겠지그럼 자어디로 가볼까.


그러나 주머니 속에서 울어대는 휴대폰을난 나도 모를 변덕으로나도 모를 직감으로 꺼내고 있었다.


분명 이대로 끝나진 않을 건데그저 공문을 보내는 정도론 끝나진 않을 텐데.


휴대폰을 열자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메일이 와 있었다.

From. 유정 누나

미안해얘들아이번에 너희들이 받을 심사가 조금 어려워질 것 같아자세히는 말 못하지만아무래도 이번 승급 심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좀 많았나 봐반대파들이 너희 실력을 입증하라면서 과제의 난이도를 터무니없이 올리려고 드네내가 어떻게든 난이도는 조절하도록 노력할 테니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줘그래도어른들의 싸움에 너희들을 말려들게 해서 미안하구나.

하하하하하.


그래이게 어른들이지그래야 그 유니온의 어르신들이지가뜩이나 하기 싫은걸 잘도 난이도를 높여?


웃기지도 않네강남에 B급이 출현한다는 이상이 생겼는데서로 싸우고나 있다고그럴 시간이 있으면 지원 병력이나 보낼 것이지.


정말그 때 이후로 하나도 바뀐 게 없어.


언제까지고역겹고짜증나고타인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그런 인간들이야.


그럼 한 번 엿이나 먹어보라지.”


보기 좋게 한 번그 반대했던 놈들이 어느 정도인지 그 눈에 똑똑히 새겨버리겠어.


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문자를 지워버리고어제 새로 생긴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치기 시작한다신뢰는 안 가지만지금은 어쩔 수 없다.


아저씨전데요.”


형이라고 불러안 그럼 대답 안 해준다.”


심호흡 깊게 하자내 입에서 나올 거라곤 나도 생각 못한 말을 해야 하니까.


아저씨위상력 컨트롤 하는 법 좀 알려줘요.”


싫어.”


.......뭐요?


그게 뭔 소리예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언성이 저절로 높아진다설마 날 돌고래의 친구로 만들 생각인건가이 아저씨?


에엥너한테 익히라곤 했지만 내가 가르쳐 준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 거얼?”


.......이 망할 아저씨가확 때려 칠까 보다.


어차피 너니까 또 때려 친다 뭐다 생각하고 있겠지만잘 들어너와 내 전투 방식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달라난 기본적으로 맨손 전투를 하지너클을 쓰긴 하지만 그건 조그매서 위상력을 씌우는데 큰 무리가 없는 무기라고그 반면에 너가 쓰는 무기는 건블레이드잖아덩치도 큰 데다 위상력을 방출하는 것까지 의외로 신경 쓸 게 많은 무기아예 운용 방식이 달라.”


갑자기 진지해진 목소리에 머리에 치밀어 오르는 열기가 조금이지만 사그라든다.


거기에 너도 내가 위상력이 별로 안 남은 건 알겠지그래서 난 위상 호흡법이라는 기술을 써서 위상력을 응축하는데이건 별로 추천 못해익히는 데도 오래 걸리고내가 줄 수 있는 건 조언 세 가지 정도야.”


그게 뭔데요.”


넌 건블레이드를 들 때 그게 네 몸 같다고 느낀 적 없니이게 첫 번째.


서유기라고 하는 훌륭한 고전 문학이 있지거기 나오는 손오공은 자신의 무기 여의봉을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한다고 하는데이것이 두 번째.


마지막이 핵심이겠군나는 너와 위상력 운용 방식이 아예 달라서 조언해주기 곤란하다고 했다그럼.

네 주변에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위상력을 마음대로 운용할 줄 아는거기에 무기에 위상력을 가볍게 씌우는그런 귀여운 여자아이가 한 명쯤은 없을까동생?”


“.......”


말없이 전화를 끊는다이 이상은 별로 들어도 의미가 없겠군특히 마지막으로 가면 갈수록 말투가 능글맞아지는 것이 꼭 너구리를 상대하는 것 같다마지막 말은 완전히 소거한다고 했을 때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건 딱 한 명 있다물론 포함하면 아무도 없지만.


걸어가던 방향을 선회해서 유니온의 센터로 뛰어간다나도 모르게 몸에서 흘러나온 위상력이 다리로 주입되어 주변의 풍경을 흘려보낸다숨을 헐떡일 정도로 전력 질주 한 끝에눈앞에 이젠 익숙한 분홍색 머리가 유니온 센터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보였다최대한의 속력을 내어 녀석의 어깨를 탁 붙잡는다.


이슬비!”


.......깜짝이야뭐야갑자기?”


위상력 컨트롤 하는 법 좀 알려줘.”


“........”


갑자기 입을 헤 벌리고는 아무 말도 못한다얘도 이렇게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을 줄도 알던가아니이게 아니라.


뭐야왜 침묵하고 그래?”


아니의외라서너도 그런 걸 하는구나싶기도 하구?”


말꼬리를 살짝 올리며 함께 눈을 크게 뜨는 게 영 부담스럽다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아니귀염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지만아저씨의 나머지 말에 부합하는 애를 난 얘 외엔 알지 못한다.


시비 거는 거냐......됐어승급 심사를 뚫기 위한 건데좀 도와줄 수 있냐.”


내 말에 감동했다는 듯이 살짝 얼굴 근육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팀의 전력 증강을 위한 거기도 하니까근데너 눈이 왜 그래?”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슬비를 따라 내 고개도 덩달아 갸우뚱해진다거친 숨을 고르고 말의 의미를 곱씹는다이건 무슨 의미지?


그러자 이슬비는 마치 처음 본다는 듯이 내 눈을 뚫어지게 보고는 입을 열었다.


오른 눈이 노랗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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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좀 나중에 쓸 예정이던 승급퀘를 좀 앞당겨서 쓰게 됐습니다.

'엥, 세하가 위상력 컨트롤이 미숙하다니, 그게 뭔 소리죠'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얘 훈련생 스킬 보면 참 대단해요. 터뜨리고, 달리고, 화염 흩날리고, 연속으로 베서 터뜨리는 게 답니다. 그 점에 착안, 사실 위상력을 끌어내는 건 할 수 있지만, 컨트롤에는 미숙하다는 설정으로 나와봤습니다.

좀 급하게 써서 모자란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수정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만일 재미있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 드립니다


Ep-7 이상 없음, 이상 있음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383


Ep-9 힘조절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398

2024-10-24 23:16: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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