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Striker-이세하 Ep-7 이상 없음, 이상 있음

Sehaia 2017-08-08 5

갑자기 나타나선 주변 보이드 몇 마리와 B급의 목숨을 끊은 소년은 당연하겠지만 적은 아닌 듯하다. 방금 창을 던진 것도 그렇고 공격할 수 있는 범위는 좀 넓은 편인가? 그렇다면 이 상황에선 가뭄의 단비 같은 인재다.

 

네가 누군진 둘째 치고, 유정이 누나가 보낸 지원 맞겠지? B급은 처리가 끝났지만, 다른 놈들은 내가 상대하긴 좀 껄끄러워. 좀 떨어져서 견제해 줄 수 있니?”

 

우웅, 보이드 타입이라면 그 아이가 좋긴 한데, 한 동안은 꺼내기가 좀 그렇지.......! 죄송한데, 저도 지금은 근접해서 싸우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그런 걸 그렇게 생글거리며 웃으며 말하지 마. 오늘은 웃음이 헤픈 사람들만 만나기로 되어있나. 방금 전 아저씨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왜 이렇게 웃기만 하는 거야.

 

아니, 약간 다르다. 무언가 말로 잘 표현할 순 없지만, 이 아이가 웃는 것에선 약간 위화감이 느껴진다. 겉 표면은 똑같을 터인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어째서지라고 고민하다 의외로 간단한 답을 찾았다.

 

이 아이,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거의 결여되어있어.

 

선글라스 아저씨의 경우에는 베테랑인 것도 있을 테지만 내가 구해주러 온 것이 확인되었었다. 그러니 안심해서 긴장이 좀 풀렸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지금은 상성도 별로 좋지도 상대들을 단 둘이서 쓰러뜨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생글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께름칙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원거리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게 힘들다고 직접 싸우는 걸 시키는 것도 좀 그런가. 아무래도 어린 아이다 보니 그다지 무리는 시키고 싶지 않다. 몸이 좀 무겁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할 수 없지.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무리하지 말고 따......어라?”

 

얜 또 어딜 간 거야?

 

! 뒤처지지 말고 따라 오세요!”

 

어이, 잠깐!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멋대로 창을 들고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창을 일직선으로 들고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게 바비큐 구이를 연상시킨다. 그러고는 창을 들고는 빙빙 돌기 시작한다. 이윽고 생겨난 돌풍이 적들을 차례차례 중심부로 쓸어 담는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놈들도 발이 땅에 붙어있질 않아(애초에 발이 없었다) 서서히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격까지 끌고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보이드들이 발악하며 던진 에너지 구체들이 원을 그리며 서서히 원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도 돌풍에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접근하는 건 지양하고 있지만, 저 숫자는 아무래도 좀 위험하다.

 

! 회전을 멈춰!”

 

이미 늦었나. 비록 회전은 멈췄지만 구체들은 이미 아이의 몸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나 대신에 저 아이가 저것들을 전부 받아내게 생겼다. 지금 와서 구체들을 터뜨리려고 해도 늦는다.

그러나 열 몇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구체가 아이의 몸에 닿기 직전에, 그 뒤편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게 보였다.

 

여기야, 여기!”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구체들이 전부 터져버렸다. 남은 건 자기 몸보다 긴 창을 들고 의기양양해하는 소년과 위상력을 띤 녹색 창뿐이다. 저건 또 어디서 꺼내온 거래. 그러나 창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겠지.

 

난데없이 허공에서 창이 나타나더니, 그 일대가 폭발했다. 자칫하면 자신까지 폭발에 말려들 수 있을 정도로 무모한 행동이었으나,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소년의 주변은 전혀 폭발이 미치지 않았다. 마치 창 자체에 소년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 위상력 조절을 잘 해서 폭발을 억제한 거겠지. 창에 의지라니, 그런 바보 같은 얘기가 어딨냐.

 

비록 무모한 행동이긴 했어도 방금 회오리에 놈들이 전부 한 곳으로 몰렸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흩어져서 따로 따로 공격을 해올 터다. 어서 빨리 끝내야 한다.

 

잘했어! 이제 한 번에 끝낸다!”

 

질주해서 다시 한 번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응축한다. 주변에 있는 놈들을 건블레이드로 연속해서 베어 넘긴다. 도망치려고 하는 놈들을 따라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재로 만들어버렸으나, 결국 몇몇은 흩어지는데 성공할 것 같다.

 

! 안 맞게 조심해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이 반사적으로 옆쪽으로 움직인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내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몽둥이가 내리쳐진다. 바닥을 구성하는 타일들은 박살이 나고 차원종들은 압착기로 눌러놓은 것 마냥 즙이 되어있다. 내 목숨을 위협한 물체의 정체를 머리가 파악하기 시작한다. 끝이 뾰족하고 손잡이로 갈수록 두꺼운 모양을 하고 있다. , 창이구나. 아니, 잠깐. 저 창이 원래 저렇게 크던가? 그럴 리가 없잖아.

 

창을 거대화하는 게 가능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줬어야지......”

 

그랬으면 너가 먼저 공격한 다음에 내가 들어가는 게 힘이 덜 들었을 거 아냐. 목숨도 위협받지는 않았을 거고. 이미 지난 다음에 말해봤자 의미가 없지만 영 떨떠름하다. 그러고 보면 이슬비와의 연계는 연습해서인가 부드러웠던 느낌이 든다. 그 훈련 프로그램,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가. 서로의 전력을 확인하고 공격을 연계한다는 느낌에선 좋을지도 모르겠군.

 

아하하, 미안해요, . 그래도 다친 데는 없죠? 이걸로 다 끝난 거예요?”

 

. 이제 더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선우란 요원이라는 가장 큰 위험요소를 배제한다면 말이야.


더 이상 남은 차원종이 없음을 확인한 우리는 선우란 요원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1인승이었기에, 나는 꼭 타보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를 선우란 요원의 뒤에 앉히고 사이킥 무브를 통해 왔다. 걱정되어서 나름대로 빨리 온 곳에서는 신난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기는 소년이 있었다.

 

엄마, 나 얘 무서워.

 

어떻게 그 오토바이를 타고도 정신이 멀쩡한지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애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얘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어어, 세하 왔다!”

 

전에 못 보던 포장마차가 분명 위험 구역이라고 변경된 지역에서 버젓이 장사하고 있는 거에 한 마디 정돈 하고 싶지만, 그 전에 신나게 먹고 있는 팀원들이 눈에 밟힌다.

 

어머, 왔니?”

 

너흰 뭘 그렇게 느긋하게 먹고 있는 거야.......”

 

좀 일찍 끝났으면 지원 와 주면 어디가 덧나?

 

이야, 딱 끝나서 갈려고 했더니 너희도 막 끝났다고 하잖아. 그래서 먼저 주문했지. , 누나! 여기 순대 한 접시 추가요!”

 

그럼 너 옆에 쌓여있는 음식 접시는 내가 오는 몇 분만에 다 먹어치운 거냐.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데.

, 됐다. 조금 출출하기도 하고, 컵라면이나 먹고 가자. 오늘은 수고도 많이 해줬겠다, 얘한테도 하나 쏘기로 할까.

 

너 이름이 뭐더라. 암튼,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 사 주시는 거예요? 그럼 저는 그.......터포키로 부탁드릴게요.”

 

.......뭐라고?

 

터포키요, 터포키! 터억포옥키!”

 

, 떡볶이 말하는 거였군. 이제 알아들었으니 그렇게 팔을 붕붕 돌리지 않아도 된단다. 아니, 재밌다는 듯이 계속 돌리지 말고. 가만 냅두면 헬리콥터가 되어 날아갈 것 같으니 프로펠러가 돌아가지 않게 어서 음식 접시를 들려줘야겠다.

 

누나, 전 컵라면 하나랑, 얜 떡볶이 한 접시요.”

 

그래! 뭐 더 시킬 건 없니?”

 

딱히 없다고 말하려던 순간, 옆에서 옷을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이슬비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 아인 누구야?”

 

왜 이렇게 어린 아이가 있냐고 묻는 눈치다. 그렇게 물어봐도 나도 얘 이름조차도 모르는데. 독일에서 온다던 걔 아닐까. 좀 많이 어려보이긴 한다마는.

 

, 그러고 보니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전 사냥터지기 소속 미스틸테인이라고 해요. 오늘부터 검은양 팀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말을 마치며 손을 쭉 뻗고 크게 흔든다. 생글거리며 활짝 피운 웃음꽃은 아무래도 서유리의 마음을 직격으로 폭격한 듯하다.

 

! 귀여워! 보이쉬한 여동생이 하나 더 생겼어!”

 

, 아뇨. 저 남잔데요.”

 

? 에헤이, 농담도 잘하네!”

 

아니, 걔 남자 맞을걸. 확실히 헷갈리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야. 차원종들과 교전할 땐 너무 호전적이어서 별로 티가 나진 않았다만, 지금 보면 확실히 얼굴도 갸름하게 생겼고 몸의 선도 전반적으로 많이 가늘다. 거기에 긴 속눈썹과 독일계 특유의 하얀 피부가 인공적인 인형 같은 외형미를 증폭한다. 추가로 당황해서 살짝 찡그린 채의 웃음을 조미료로 곁들이면 완벽하다.

 

허나, 속지 마라. 독일의 이런 아이들이 커서 우락부락한 마초 남성이 되는 것이거늘, 어찌 이런 현혹에 넘어간단 말이냐. 새삼 시간의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로다. 그러고 보면 전투 방식은 그야말로 마초 남성이 할 만한 방식이긴 했다. 특히 자기 키보다 큰 창을 휙휙 휘둘러대는 모습은 경악할 만했다. 웃으면서 차원종을 거대한 창으로 찍어 누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호러.

 

그렇다곤 해도, 교전할 때 느꼈던 발랄함이 지금 볼 땐 그저 생기 넘치는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이 지나쳤던 걸까. 이렇게나 평범하고 활기찬 아이인데, 께름칙하다니. 요즘 들어 게임시간을 훈련과 전투에 너무 뺏겨서 순수함을 잃어버린 탓일 거야.

 

그러니 당장 뇌에 게임 성분을 보충하자. 막 조리가 끝난 컵라면을 왼쪽 젓가락으로 흡입하고 게임기를 오른손으로 컨트롤한다. 왼쪽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이쪽을 뱁새눈으로 보는 리더 따위 병풍이다. 어차피 지금은 왠지 속도 불편해서 맛도 잘 안 느껴지니, 게임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옳다.

 

하다못해 다 먹은 다음에 할 것이지........, 언니. 오셨어요?”

 

수고 많았어, 얘들아. 나 원, . 원랜 너희들에게 돌아갈 일이 아닌데, 무리를 시켰구나.”

 

아니에요, 언니. 클로저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걸요.”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일을 시키면 보너스도 잔뜩 주지 않겠어요?”

 

부디 그래줬으면 좋겠군. 안 그래도 돈도 모자라는데. 유니온에게 기대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 그럴 리가 없잖아요. 유니온이 얼마나 큰 조직인데.......어라?”

 

이상하다. 방금 대화에서 이상하리만큼 중후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그것도 생활에 찌든 환자라고 할까, PC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스톱하고 있는 바보형이라고 할까. 방금 무덤을 파고 나온 좀비라고 해도 좋겠군. 그러나 가장 맘에 드는 건 그냥 약통을 한 가득 지고 사는 동네의 완전 폐품 아저......

 

누구보고 아저씨래, 형이라고 불러, 이놈아.”

 

까칠하게 툭 던지는 말과 함께 머리에 꿀밤이 한 대 쥐어 박힌다. 예상외의 강한 충격에 하마터면 머리와 게임기를 라면 그릇에 빠뜨릴 뻔 했다. 컵라면 주제에 왜 이렇게 쓸데없이 큰 거냐. 아니, 이게 아니라. 동네 완전 폐품 아저씨라?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러니까, 형이라고 부르랬지!”

 

꾸엑!”

 

이번에야말로 주먹에 위상력을 담아서 때렸어, 이 인간!

 

뭐하는 거예요! 하마터면 게임기가 빠질 뻔 했잖아요!”

 

아니, 일반적으로 화내는 곳이 그쪽이냐.”

 

오른손으론 안 떨어뜨리는 것도 힘든데, 빠지면 아예 게임기가 고장 나잖아요. 당연한 거 아녜요, 아저씨!”

 

오냐, 그 게임긴 내가 친히 장사 지내주마. 이리 내.”

 

험상궂은 표정으로 뚜둑 거리는 손에 너클을 차기 시작한다. 썩은 표정을 샛노란 선글라스가 적절히 모자이크 처리를 해 준다.

 

클로저는 더 이상 할 생각 없으시다니, 돌아와서 한다는 게 게임기 망가뜨리깁니까?”

 

비축해둔 저축을 다 깨버렸거든. 그래도 네 게임기를 망가뜨리는 건 차원종을 몇 마리 잡는 것보다 큰 가치가 있어 보이는걸, 동생?”

 

이런 변변찮은 말에 일일이 고개 끄덕이며 이쪽 노려보 지 , 이슬비.

계속된 아저씨 취급에 열 받으셨는지 한숨을 깊게 쉬며 목 근육을 푼다. 그에 따라 방금 일어난 것 같은 어지러운 흰 산발이 저물어가는 해에 붉게 물든 채 너울너울 춤춘다.

 

자자, 진정하세요, 제이 씨. 슬비와 세하는 이미 구면이시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거잖아요? 제대로 자기 소개하셔야죠.”

 

아저씨라고 부른 건 쟤가 먼저라고, 유정 씨. , 됐어. 제이라고 한다. 일단 복귀는 했지만 위상력이 별로 안 남아서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군.”

 

거짓말과 연기가 능숙한 걸까, 어떤 걸까. 스캐빈저 주술사를 퇴치한 건 아무리 봐도 이 아저씨였다. 처리하는 게 애를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몸에 위상력이 별로 남지도 않은 사람이 처리하긴 힘들었을 텐데, 옷에는 싸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노련하다는 말은 거짓은 아닌가 보다. 자그마한 운석도 몇 개 떨어진 걸로 보아선 주술사도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린다는 것이 쉬운 상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너희에게 무리를 시킬 생각은 없어. 어디까지나 건강이 제일이니까. 어린 나이에 몸을 망치면 안 돼지, 쿨럭. 여차할 때는 내가 권한이 위니까, 위험상황에서는 내 지시에 따라줘.”

 

다시 기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의 평가를 철회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저런 사람이 위험상황에서는 권한이 위라. 기분이 미묘한걸.

 

그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언니. 역삼 주택가 인근에서 출몰한 최고위 차원종은 B트룹 배셔’. 확인한 바로는 위상력 억제기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B급이 출현하기에는 비정상적으로 안정한 차원압이었다고 사료됩니다. 그 쪽은 어땠어, 이세하?”

 

이 쪽은 선글라스에 레게 머리를 한 사람 한 명 구출. 시간의 광장에서 출현한 최고위 차원종은 B급의 보이드 디 아이드’.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차원압에서는 출현할 리 없는 놈들이요.”

 

유정이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에 있던 레게 머리 아저씨한테 따지듯 물었다.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차원종들의 출몰이 검은 마스크를 온 머리에 뒤집어 쓴 남자가 소환한 거라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한기남 씨?”

 

핫핫, 믿기지는 않겠지만, 그 남자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자 온 몸에서 강한 정전기가 일면서 차원종이 소환됐다니까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벌처스의 인간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제 모토가 신용제일입니다.”

 

왠지 까칠한 유정이 누나의 태도와 한결같이 한량 같은 아저씨의 태도가 대비된다. 아무래도 저 아저씨는 벌처스의 소속인가보다.

 

벌처스는 유니온에게 장비를 보급하거나 팔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확실히 보급되는 장비 중에는 벌처스의 상표가 붙은 장비가 종종 보인다. 오히려 유니온 제 보다 더 많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나마도 벌처스가 제작한 장비가 더 전투에 최적화는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잘 주는데, 이쯤 되면 왜 사설 기업으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다만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는 인식이 세간에는 널리 퍼져있는데, 이게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다만 뭘 위해서 인진 몰라도 사원이 위험지역으로 걸어 들어갈 정도면 역시 정상적인 회사는 아닐 것 같다. 하긴, 유니온과 관련된 시점에서 정상적일 리는 없었군.

 

하여튼, 목격자의 진술이니까 보고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신뢰하는 건 아녜요.”

 

그 말만을 남기고 돌아선 누나의 표정은 어째선지 심각해 보였다.

 

만일 사실이라면 3년 전의 그 사건도.......아냐. 그럴 리는 없어. 사람이 차원종을 소환하다니, 그건 말도 안 돼. 하지만.......”

 

한참을 중얼거리다 미안하다는 듯이 우리에게 그만 돌아가도 좋다고 말한 누나의 말을 충실하게 따라 난 바로 일어섰다. 더 이상 여기서 뭘 할 생각도 없고,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또 다시 난데없는 목소리가 날 불러 세운다.

 

잠깐만. 너 이리 와 봐.”

 

이번엔 또 뭐야. 리더면 다냐. 난 빨리 돌아가서 이벤트 참가해야 한다고. 차마 말로는 못할 반항을 눈빛으로 하며 어서 돌려보내 달라는 의사를 전한다. 그런 내 눈은 볼 생각도 안 하고 몸을 눈으로 훑더니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뭐야, 그거. 하이파이브하자고?

 

에잇.”

 

.......!

 

우우욱.......”

 

이럴 줄 알았어. 왠지 한 달은 절여놓은 생선같이 축 늘어졌다 싶더니, 내부를 공격당했네. 근접 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주제에 어째선지 멀쩡하다 했더니만, 이게 뭐야.”

 

그렇다고 갈비를 한 대 후려치는 무식한 판별법이 어딨어!”

 

방금 먹은 컵라면이 넘어올 뻔했네. 목구멍이 면발로 가득 찬 느낌이 든다. 내 근섬유는 혹시 단백질이 아니라 컵라면 면발로 되어있던 게 아닐까. 쫀득쫀득한 목 넘김이 좋아서 잘 팔릴지도 모르겠다.

 

은근슬쩍 멀쩡한 척 하면서 게임하러 가는 걸 눈치 못 챌 줄 알았어? 게임은 포기하고 치료나 받으러 가시지.”

 

시끄러. 오늘부터 끝물이니깐 이 때 잘 빨아먹어야 나중에 파밍을 하는 노가다를 줄인다고. 나중에 레이드 갈 때 안 끼워주면 막공을 가야하는데 그 고통을 너가 알아?”

 

의미 불명인 소리 하지 마. 못 알아듣겠으니까. 이게 부서지는 걸 보고 싶진 않겠지?”

 

이슬비의 손에서 붕붕 떠 있는 검은색 물체는 낯이 익었다. 끝이 둥근 사각형에 버튼이 몇 개 달려있었다. 가운데에서 저녁놀을 반사하는 액정이 옆에 있는 단검에 꿰뚫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 잠깐. 그 단검 저리 치우지 못해?

 

그건 또 언제 가져갔어!”

 

널 다룰 땐 인질이 필요하단 걸 요 몇 주로 뼈저리게 깨달았거든. 얌전히 치료나 받으러 가시죠, 이세하 요원님.”

 

에에잇! 안 가! 안 간다고! 좀 다치면 어때서! 뭐 별일 없을 거 아냐! 기껏해야 B급한테 좀 당한 거 가지고 치료라니, 정예 요원들이 듣고 웃겠다!”

 

잔말 말고 가라니까. 네가 다치면......곤란해.”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얼굴을 붉힌다. 어래? 얘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건가? 뭔가 우물쭈물 하면서 입을 달싹거리는 게 할 말을 꺼내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것 같다. 숨이 막힌 건지 헉 하며 고개를 살랑살랑 젓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이윽고 눈길을 회피하며 새빨개진 얼굴을 살짝 옆으로 돌린 채 마침내 입을 연다.

 

너가 다치면, 돌격해서 차원종들의 공격을 받아낼 사람이 별로 없어.”

 

안 가!”

 

설마 했던 고기 방패 취급이냐!

 

너가 안 다치게 적들을 섬멸하는 건 내, 우리의 역할이지만, 우리가 안 다치게 적들의 이목을 끄는 건 마땅히 네가 해 줘야지. 팀이잖아?”

 

맞는 말 이다만 얘가 하니깐 왜 이렇게 얄밉지.

 

그냥 가, 세하야. 게임기도 게임기지만, 저 아저씨나 테인이 보고 공격을 막아내면서 싸우라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

 

넉살 좋게 등을 살짝 찌르며 하는 서유리의 말에 잠시 머리를 식히며 생각에 잠긴다.

 

이슬비의 경우에는 방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공격에 우선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는 건 훈련프로그램에서 이미 체험했다.

 

서유리의 경우엔 속도를 이용해서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가 특화되어있으니 거리에 구애받지는 않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한 곳에서 적들의 공격을 느긋하게 막아내는 것 또한 적합하지 않다. 검의 특성 상 막아내는 것도 쉽지는 않기도 하고.

 

미스틸테인의 경우, 활발한 데다 저돌적인 전투를 한다는 건 방금 전 전투에서 체감했지만 공격을 버텨낸다기 보다는 공격을 차단하는 식의 전투를 한 걸 보면 방어는 그다지 좋지는 않겠지.

 

아저씨는 음......몇 대나 버틸 수 있으시려나. 그나마 신체를 강화하는 정도는 위상력이 남은 모양이지만, 글쎄.......

 

, 내가 아무리 과학과는 담을 쌓은 인생이긴 해도 산수 정도는 가볍게 한다. 5-4가 뭐지, 이세하?

 

......알았어, 가면 되잖아, 가면.”

 

그래. 매번 힘든 역할을 맡기게 돼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저렇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면 이 이상 따지는 것이 바보 같아질 뿐이다. , 이벤트는 아직 끝나진 않았고. 그냥 밤을 새운다고 생각하자. 어차피 오늘만 이벤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여유기간은 좀 있잖아?






그래서 어제 안 들어온 거였구나......고생 많았어. 나중에 파밍은 내가 좀 도와줄게.......”

 

오오, 역시 석봉이 밖에 없어.

 

그런데 치료는 받은 거 아니야? 많이 피곤해 보이는 걸?”

 

아아, 별거 아냐. 잠을 좀 설쳐서. 그런데 로켓 펀치는 강력할까, 석봉아?”

 

로켓......?”

 

어제 치료가 끝난 후 전신을 기계로 대신해 보 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단다. 로봇이 되면 잘 죽지도 않을 뿐 더러 다치면 그 파츠만 멀쩡한 걸로 갈아 끼우면 된다나 뭐라나. 그런 무서운 제의를 받으면 너도 악몽정도는 꾸지 않을까.

 

일단 치료는 했다곤 해도 그걸 위해 먹은 걸 다 토해내고 배를 기계로 막 눌러진다면 트라우마 정도는 생길 거다. 그것 땜에 몸이 불편해서인가 어젯밤 꿈에 차원종들을 로켓 펀치로 섬멸하는 로봇이 되는 악몽이 은근슬쩍 끼어들어왔다. 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차원종을 섬멸하라고 컨트롤러를 쥐고 움직이는 이슬비를 보며 절규하다 꿈에서 깼다는 건, 뭐 숨기도록 하자.

 

괜스레 식은땀만 나는 주제를 뒤로 하고 턱을 괴고 있던 오른손을 내린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일단 출현한 차원종은 어제 우리가 섬멸한 것이 전부라는 듯했다. 다만 역삼 골목길은 아직 불안 요소가 남아있으니 언제든 다시 출동할 준비를 하되, 잠시 동안은 면학에 전념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맨날 부르면 끌려 나가는데 뭘 새삼 공부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등장해선 안 될 놈들이 출몰했는데, 이렇게 한가하게 학교에 나오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 일례로 벌써 전학 신청을 하고 지방으로 내려간 학생들도 몇 명 나왔다고 한다. 안전한 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안전하다고 하는 곳에서 차원종이 나온다면 최소한 거기에는 있기 싫다고 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오히려 휴학령이 안 내리는 것이 이상할 지경인데 말이야.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남은 사람들대로 활기찬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긴급 대피령이 내려져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위기의식이 별로 없는 건지 의외로 학교는 떠들썩하다. 어제의 일은 하나의 사건으로 그냥 넘어가려는 듯, 모두가 느긋하다.

그래. 일상이란 게 어차피 이런 거였지.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 거였어.

 

그렇다면,

 

이번 일상은 언제 부서지려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이미 이상해져버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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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osenea입니다. 드디어 하루가 끝났어요. 얘들은 하루 동안에 얼마나 노가다를 하고 다니는 건지 원. 이번 편은 별로 그렇게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얼마 안 있어 승급퀘를 쓰게 될 텐데,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모자란 글이나마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재미있으셨다면 댓글과 추천 부탁드릴게요.

 

Ep-6 무모한 사람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2344



Ep-8 노이즈 많은 한 걸음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2391

2024-10-24 23:16: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