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 슬비/일러스트有] 세슬네 가족의 행복한 여름휴가!

Contrasto 2017-08-08 24


해가 내리쬐는 한여름의 해변가.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닷가에 왔다. 벌써부터 신이 났는지,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바닷가로 뛰쳐나갔다.


“얘들아! 선크림은 바르고 나가야지!”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방문을 뛰쳐나가자, 옆방의 정훈이가 허둥지둥 나와 달려 나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방으로 데려왔다. 정말이지 형이란 존재는 듬직했다.


“고마워 정훈아. 좀 있다 바다에서도 잘 봐주겠니?”


슬비는 싫다고 몸부림치는 세리는 앉혀 선크림을 발라주며 말했다. 그러자, 정훈이는 약간 부끄러운지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네. 저한테 맡겨주세요. 잘 보고 있을게요.”


그렇게 아이들의 몸에 선크림을 다 바르고 놓아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다시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갔고, 정훈이는 아이들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그렇게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나서, 우리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나는 간단하게 수영 트렁크에다 얇은 겉옷을 걸쳤다. 옷을 다 입고 돌아본 순간, 나는 얼음이 되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이래봬도 결혼 8년차인 경험 많은 부부였다. 그래서 서로 옷을 갈아입는데도 별 거리낌 없이 서로 뒤만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많다. 갓 결혼했을 당시 볼장 다 봤으면서 부끄러워하던 시절은 다 지난 것이다.


하지만 부부끼리도 오랜만인 바다에 와서 그런지, 8년째 아내만 사랑하는 아내 바보인건지, 그녀가 수영복을 입는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보고 말았다.


그녀는 하얀 바탕에 분홍색 줄무늬가 들어간 리본 홀터넥 비키니를 입었다. 산뜻한 색감의 비키니가 도자기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그녀의 피부와 싱그러운 분홍색 머리칼과 잘 어울려 마치 하나의 세밀한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긴 분홍색 머리를 포니테일로 한데 묶어 늘어뜨리다가 나를 보고 말했다.


“응? 왜 그렇게 쳐다봐?”


나는 애써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더 대놓고 말했다.


“아니, 네가 너무 예뻐서. 바닷가 가서 기웃거리는 남자들 있으면 어떡하지?”


그러자 슬비는 오히려 나를 보고 새침하게 말했다.


“귀한 줄 알면 잘 챙겨.”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님. 혹여나 남들이 볼까 슬비의 몸에 겉옷을 걸쳐주었다. 절대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슬비의 맨살을 보는 건 용서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이미 물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그 근처에다 파라솔과 돗자리를 깔았다. 얼추 자리가 다 완성되어 갈 쯤, 제이 아저씨와 유정 누나가 도착했다.


“이야~ 경치도 좋네! 역시 휴가는 좋단 말이지!”


아마 우리들 중 가장 휴가가 절실했을 유정 누나가 기지개를 피며 행복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지금 유니온 한국 지부의 고위 간부 중 하나로 매번 골치 아픈 일을 터뜨리는 유니온의 뒤치다꺼리와 수습을 맡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이번 휴가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리라.


우리 어른들은 파라솔의 그늘 밑에 앉아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슬비와 유정 누나는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나와 아저씨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정훈이는 애가 원체 조용해서 말이지, 학교에서도 친구들은 있어도 잘 어울리지를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슬하랑 세리하고 있으면 얼마나 밝은지 몰라. 자기도 형 오빠가 된 게 내심 기쁜 모양이야.”

“내년에 슬하도 입학하니 정훈이가 잘 놀아주면 좋겠어요. 슬하도 원체 애들하고 어울리는데 서툴러서...”


정말이지, 정훈이도 슬하도 누구를 닮았는지 가만 놔둘 수 없게 만드는 아이들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자, 잘 놀던 아이들도 배가 고픈지 자리로 돌아와 누웠다.


“이제 곧 점심땐데, 간단하게 먹게 뭐라도 좀 사올게요.”


약간 배고픔을 느낀 나는 근처 노점에서 음식들을 사려 일어났다. 슬비도 같이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니와 슬비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노점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야 저기 봐봐... 진짜 선남선녀들이네...”

“우와 저 여자 진짜 예쁘다..,! 저 머린 염색인가...?”

“어머 저 남자 진짜 잘생겼다! 머리도 하얀 게 뭔가 몽환적이야!”

“꺅! 날 본거 같아 어떡해!”


뭔가 우리를 향한 선망의 시선이 쏟아졌다. 뭐, 이것도 의외인 것은 아닌 게, 우리 둘은 굉장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위상능력자인 우리 둘은 위상력 각성 때문에 눈동자의 색이나 머리카락의 색깔이 변해졌다. 슬비는 특유의 분홍색 머리와 하늘색 눈동자를 원래부터 보이고 다녔지만, 나도 8년 전 슬비와 결혼 한 이후부터 염색과 컬러렌즈 끼우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 결과, 흰 머리에 금색 눈동자라는, 굉장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게 되었다.


그 시선을 의식하며 걸어가고 있었을 때, 슬비가 내 팔을 강하게 붙잡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살짝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남들의 시선에 대한 가벼운 거부감이 있었다. 이는 전쟁 후의 후유증으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나면 저절로 위축되는 것이다. 나도 한동안은 시선에 대한 공포로 크게 고생했다 나아졌지만, 나보다 훨씬 연약한 그녀가 그것을 쉽게 떨쳐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슬비는 나의 걱정하는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애써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 그 웃음이 나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녀를 구할수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저거 봐, 펭귄 아이스래! 귀엽게 생겼다. 그치?”


슬비는 밝게 보이려고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나도 이젠 그녀를 그만 걱정시키고 장단을 맞춰줘야겠다.


“그래, 정말 귀엽네... 하나 사줄까?”


슬비는 펭귄 모양의 통에 담긴 슬러시를 기쁜 표정으로 먹었다.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펭귄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보며 살며시, 하지만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피부를 통해 그녀의 희미한 체온과 체취가 전해져왔다.


“...왜 그래...?”


그녀는 스푼에서 손을 떼고 다 안다는 말투로 조용히 물어보았다.


“응... 아니 그냥 안고 싶었어...”


전쟁이 끝난지 10년이 지나, 모든게 평화로운 일상이고, 아이들이 있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있다. 하지만 우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속 어딘가에 상처를 담고있다.


나는 코로 충분히 슬비의 체취를 들이켰다. 희미한 꽃향기와 비누향기가 느껴졌다.


“사랑해 슬비야... 영원히, 영원히 지켜줄게.”


슬비는 다 안다는 듯이 눈을 감고 그녀를 안은 내 두 팔을 잡으며 말했다.


“애들 기다리겠다. 빨리 가자.”


나는 그녀의 답을 듣지 못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녀에게 두르고 있던 팔을 풀고 그녀와 손을 잡았다. 슬비의 온기는 언제나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먹을 것을 사들고 자리로 돌아왔을 땐, 이미 아이들은 물놀이에 지쳐 잠시 휴식을 취하려 돗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리는 여전히 팔팔한지 옆에 누워있는 오빠에게 장난을 걸었다.


“얘들아 밥 먹자!”


밥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언제 지쳤냐는 듯 벌떡 일어나서 밥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마치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을 연상해 부성애를 불러일으켰다.


세리는 종종 걸어와 내 무릎에 앉았다. 내가 의아해하고 있자, 세리는 나에게 나무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아빠가 먹여줘!”

“그래 우리 세리 뭐 먹고 싶어?”


세리는 부지런히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에 맞춰 나는 음식을 집어 세리의 입에 넣어줬다. 세리는 식사가 끝날 때 까지 내 곁을 떠나지 않아서 나는 그다지 먹지 못했지만, 귀여운 딸의 애교를 보니 먹지 않아도 절로 배가 불렀다. 새삼스레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곧 세리 생일이네? 세리는 선물로 뭘 갖고 싶니?”


이제 두 달 후엔 이 사랑스런 딸의 5번째 생일이 다가온다. 응석을 마구 받아주면 나중에 잘못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귀여워서야 응석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리는 골똘히 생각하다 이내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방글 방글 지으며 말했다.


“동생! 동생이 가지고 싶어!”


아차, 너무 나갔구나. 설마 이런 답변이 돌아올 지는 전혀 몰랐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세리한테는 거절해야 될 것 같다. 나는 똘망 똘망 빛나는 세리의 눈을 죄책감과 함께 바라보며 머뭇머뭇 말했다.


“그... 세리야? 동생은 어려울 거 같고... 다른 거 가지고 싶은 거 없니?”


“왜애? 오빠도 동생 있잖아! 나도 동생 갖구싶어!”


으으윽, 큰일 났다. 누굴 닮은 건지, 이래봬도 세리는 한 고집 하는 성격이다. 지금까지 내가 세리의 고집을 꺾은 적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 셋째 가지기를 반대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우리 가정은 꽤나 부유하다. 우선 국가 유공자와 클로저 연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며, 내가 아카데미에서 벌어들이는 수업비,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단지, 슬비가 너무 힘들어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보수는 상당하지만 꽤나 빡센 부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부분 머물고, 거기에 강의일 까지 있으니 집안일을 신경 써 본적은 거의 없다. 다른 말로, 거의 모든 집안 관련한 일을 슬비 혼자서 처리한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여기서 슬비의 짐을 더 더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세리에게 안 된다고 얘기하려던 찰나, 슬비가 다가와서 자신의 딸을 꼬옥 껴안고 물었다.


“그렇구나. 세리도 동생이 갖고 싶어?”

“웅! 나도 동생이 있으면 엄청 귀여워 해줄 텐데!”


그러자 슬비는 세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왠지 그 미소 속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을 굳혔다는 게 담겨있었다.


“그래? 그럼 엄마가 세리 생일선물로 동생을 줄게. 잘 챙겨줘야 해?”

“정말?! 와아! 신난다!”


나는 너무나 예상외의 상황에 화들짝 놀라 슬비를 쳐다보았다. 오히려 슬비쪽에서 허락해 줄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동시에 괜찮냐는 눈빛을 보냈다.


세리가 엄마 품을 떠나 두 오빠에게 자신이 받을 생일 선물을 자랑하러 떠나자, 나는 슬비에게 다가가서 속삭이듯이 물었다.


“정말... 정말 괜찮겠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슬비는 자신을 걱정하는 나를 보며 필요 없는 걱정이라는 듯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셋째는 오히려 내 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리고?”

“우리 가족이 좀 더 떠들썩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해서.”


슬비는 약간 부끄러운 듯이 두 번째 이유를 말해주었다. 정말이지, 그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신경써주는 사람이다. 단순하게 밖에 생각하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정말이지, 이 여자는 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존재였다.


고개를 들어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새 동생이 생길거란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더욱 세게 물장구를 쳤다.


슬비는 일어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햇빛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자, 애들하고 놀아줘야지? 어서 일어나.”


이미 유정 누나와 아저씨는 아이들과 물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는 슬비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그녀와 함께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바다에 와 행복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더 행복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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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여름 특집! 세슬네 가족의 행복한 여름휴가가 끝을 맺었습니다! 정말이지 제가봐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되는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네요. 되돌아보면 처음에 이 [10년 후] 작품은 단편으로 끝낼려 했었지만, 수많은 독자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렇게 하나의 시리즈가 되고 세계관을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독자분들께 더욱 더 재밌는 작품으로 찾아뵙길 약속 드립니다.


이번 작품은 제게 있어서 정말로 뜻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는데요, 바로 공선님이 제 작품의 일러스트를 맡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공선님의 오래된 팬으로써 이번 작품의 일러스트를 보게 되었을떄는 그 뭉클한 감동이 이루 말로 못할 정도였습니다. 뜬금없는 요구에 선뜻 수락해주시고 제 모든 작품을 읽고 그려주셔서, 도저히 말로는 다 못할 만큼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공선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은 드디어 오랜만에 돌아온 본편! 거기에 많은 독자 분들이 바라 마지않는 우리 헤븐 유리링의 에피소드가 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제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전 이만 다음 작품의 후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4-10-24 23:16: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