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주먹] (1화) - 계승자 (1)

버스비는1200원입니다 2017-07-30 1

어제 말했던 것처럼 글 하나를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고급시계의 주먹형님의 소재를 이용한... 간단히 말하면 콜라보 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일단 스토리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갑니다

그리고 프롤로그는 간단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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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종들에 의한 신서울침공 사건이 검은양팀의 활약으로 해결되고 2주일 정도가 지났다. 현재는 차원종들의 침공으로 인해 파괴된 신서울을 이곳 재해 복구 본부에서 클로저, 시민 구분없이 모두가 함께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야, 석봉아!"


"아, 세하구나... 임무는 마치고 온 거야...?"


"어, 그때부터 시간도 꽤 지나서 그런지 지금은 차원종 잔당 녀석들도 그렇게 많이는 안보여. 그것보다 어서 게임이나 한 판 하자! 슬비가 오기전에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게임을 할 때가... 아직 오늘치 복구작업을 다 하지도 못했고..."


"잠깐 쉬는건데 뭐 어때?"


"음... 그럼 조금만..."


클로저도 뭣도 아닌, 그저 편의점 알바를 할겸 틈틈히 복구 작업을 돕고 있는 일반 시민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내 옆에 있는 친구는 다르다. 이름은 이세하, 아직 나와 동갑인 고등학생이지만 세하는 나와는 다른 위상능력자, 즉 클로저인데다가 옛날 차원전쟁을 종결시킨 사람을 어머니로 두고 이번 차원종들의 신서울침공을 해결하는데 큰 활약을 펼친 검은양팀의 일원이다. 비록 친구이기는 해도, 게임을 좋아하고 마음이 잘 통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나와는 극과 극인 친구이다


"......"
'나도... 세하같은 위상능력자였다면... 아니, 그래도 나는 성격탓에 세하처럼 제대로 활약조차 못할거야.'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
.
.
.
.

다음날, 나는 학교를 가게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학생들도 전부. 원래는 신서울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은 탓에 학교로 등교를 할 만한 상황이 못 되었었는데, 현재 어느정도 복구가 진행되고 치안이 많이 안정된 덕에 학교에서도 이제는 학생들이 정상등교를 해도 괜찮다고 판단하여 다시 학교를 가게 된 것이었다.


"하아... 갑자기 학교를 나오라니..."


"뭐...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이건 신서울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 증거로 클로저인 너도 이렇게 등교를 하라고 하잖아...?"


"에휴... 귀찮아..."


어쨌든 나는 학교로 가는걸 귀찮아하는 세하와 함께 등교하여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교실에 있는 모두가 얼마전에 있었던 차원종들의 침공에 대한 것은 싹 잊어버리기라도 한듯, 모두가 예전과 다름없는 왁**껄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 세하야, 수업 시작하기전에 한 판 할래...?"


"미안, 너무 늦게 잤더니 꽤 피곤해서. 잠깐만 눈 좀 붙여야 할 것 같아."


"응... 그래..."


그렇게 말하고 세하는 금새 책상에 곯아떨어졌다. 세하가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는 품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게임기를 꺼내 가볍게 게임 한 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내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들려오는 반 아이들의 목소리. 그 말들은 대부분 나를 향한 말들이었다.


"어휴, 쟤는 여전히 게임만 해. 눈 밑에 다크서클도 선명하게 나 있는게 재수없어."


"이세하의 쫄따구답게 뭐라도 따라하고 싶은가**, 큭큭."


"예전에는 이세하도 좀 별로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꽤 성실해진 것도 같고 이제는 틈만 나면 게임만 하지는 않게 됬는데. 그에 비해서 쟤는 뭐야? 한심한 게임폐인같으니."


물론 저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은 나쁘다. 하지만, 옛날부터 계속 들어온 소리. 이미 나에게는 익숙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뭐라고 반박할 생각은 없다. 반박을 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는걸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저들에게 있어서 나는 세하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비정상'적인 게임폐인... 뭐, 잘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 어째선지 나 스스로가 비참해진다. 아니, 당연한건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나는 그저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서 '비정상'적인 녀석이자 자신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 위한 좋은 얘깃거리이다.


"......"
'... 그만하자.'


수업이 시작되기 2분전, 나는 게임기를 넣고 잠자코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수업시간이 지나고 쉬는시간, 세하의 앞으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바로 그녀였다.


"이세하."


"!"
'슬비다...'


세하가 속해있는 검은양팀의 리더이자 똑같이 이 신강고등학교를 다니는 우등생, 그리고... 내가 예전부터 마음속으로 계속 좋아해왔던 그녀, 이슬비였다.


"아? 안녕, 석봉아."


"으, 응... 안녕..."


"하암... 뭐야, 갑자기."


완전히 다 못뜬 눈을 몇 번씩 비비고 일어난 세하가 귀찮다는 태도와 말투로 슬비를 보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보다 슬비가 세하에게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라니... 대체 뭘까? 아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지도. 예전부터 봐왔을때 슬비는... 어쨌든, 내가 낄 자리는 아닐것이다.


"혹시 주말때 시간 돼?"


"!!!"


"뭐? 주말에는 왜?"


슬비의 그 한마디를 들은 순간, 나의 뇌리에는 딱 하나의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설마... 데이트신청...?!'


내가 잠깐 충격에 빠져있을때, 슬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강남 근처에 있는 박물관 알지? 같이 가줬으면 해."


슬비가 말한 박물관, 그곳은 옛날 차원전쟁으로 인해 인류가 겪은 아픔을 잊지 말고 계속 되새기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그 시절의 모습을 담아 전시해놓은 박물관이었다. 이 부근의 박물관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 분명하다.


"내가 왜? 관심도 없는데. 음... 그래도 뭐, 내가 따라가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를 든다면 한 번 생각은 해볼께."


"윽... 그게 실은... 그곳에서 꼭 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예전부터 슬비는 저런쪽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클로저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문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뭣보다 세하의 엄마인 차원전쟁의 영웅 '알파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금새 관심을 가지며 눈을 반짝였다. 그런 슬비가 그 박물관에서 꼭 보고 싶은거라... 대체 뭘까.


"꼭 보고 싶은것?"


"응, 옛날 차원전쟁때 너의 어머니이신 알파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 그 인물의 유산을 그곳에 전시한다는 거야. 그래서..."


그 차원전쟁의 영웅 알파퀸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정도의 영웅? 그런 사람이 있었다니, 처음 들어보는 소... 아니,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딱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다. 그 이름이 분명...


"보고싶다는게 뭔지는 잘 알았는데, 그럼 그냥 혼자가도 되잖아?"


"그게... 입장료가 좀 되거든... 그런데 이번 주말에만 딱 한 번, 2명 이상의 인원이 함께 입장하면 원값이 절반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돈을 아끼다니, 꽤 유리같은 말을 하는구나?"


"그, 그건! '사랑과 차원전쟁' DVD도 사야해서... 아, 아무튼! 부탁이니까 주말에 잠깐만 시간 좀 내줘!"


... 어쨌든, 슬비가 저렇게 부탁할 정도라면 얼마나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는지 짐작이 갔다.


"귀찮은데... 그냥 다른 사람 데리고 가면 안돼? 이를테면 유리라거나 제이ㅇ..."


"내가 갈께!"


"...응?"


'아...'


세하가 다른 사람과 같이 가면 되지 않느냐고 거절을 하려는 그때, 나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 한마디가 튀어나와버리고 말았다. 이런 멍청이, 눈치없이 갑자기 끼어들다니. 분명 슬비도 조금일지 크게일지는 몰라도 세하와 자신의 대화에 갑자기 제 3자가 끼어들었으니 불쾌했을것이다.


'최악이다... 이를 어떡하ㅈ...'


"정말?!"


"ㅇ, 어...?"


그런데, 슬비는 양손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기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이렇게 눈앞에서 슬비의, 그것도 이렇게나 기뻐하는 표정이라니... 그 때문에 지금 내 심장이 평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하기 시작하였고 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잘 익은 사과의 색처럼 빨갛게 되었을 것이다.


"고마워, 석봉아! 이 은혜는 꼭 갚을께!"


"은혜랄것 까지야..."
'다행이다...'


그렇게 슬비와 나는 주말때 박물관으로 함께 간다는 약속을 하고, 슬비는 다시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슬비가 반으로 돌아가고, 이 상황을 떨어져서 잠자코 보고 있었던 몇몇 아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귓속말이 들렸다.


"쳇, 뭐야 대체? 슬비가 저런 음침한 녀석의 손까지 잡고."


"정말... 슬비도 너무 착해빠졌단 말이야. 저런 한심한 애도 챙겨주고 말이지."


"그것보다 봤어? 지 입으로 이세하 대신에 가겠다고 하는 말? 저 자식, 아주 노리고 있었구만?"


그 귓속말에는 시기, 질투 등의 감정이 섞여있었다. 하긴, 나 같은 녀석이 슬비와 같이 동행한다는 것은 거지와 공주가 함께 나란히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 머릿속에는...


'슬비와 함께...'


이런 생각뿐이었다. 슬비와 함께 (데이트는 아니지만)시간을 보낸다... 꿈에서도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다니.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기 그지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슬비를 좋아하게 되었느냐고? 그건... 나라는 존재를 처음 인정해준 것이 바로 슬비였기 때문이다. 슬비는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바로 1년전, 이 신강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의 일이다.








"야! 저리 안 비켜?"


"아앗...! 내 게임기..."


"네가 바로 그 게임 중독자라는 부류냐? 한심하긴! 어우,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좀 봐. 이리내. 우리가 그 다크서클을 없앨 수 있게 도와주지."


"앗... 돌려줘...!"


"어디서 건방지게!"


"아윽!"


그때 나는 흔히들 말하는 일진, 그런 아이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단순히 내가 마음에 들지 않게 생겼다는 이유로 구타당하고, 금품갈취도 당했다. 정말로 괴로웠다. 어쩔때는 자퇴도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괴로운 나날들은 슬비를 만나고 난 뒤로 끝을 맞게 되었다.


"그만해."


"아앙? 뭐야, 너는?"


"다 같이 모여서 약한 친구를 괴롭히기나 하고, 부끄러운줄 알아."


"뭐야? 이 건방진 계집애가!"


"야, 잠깐만! 저 녀석, 이슬비야. 그 클로저 있잖아... 선생님들도 함부로 못하는 녀석이라고..."


"읏..."


조금의 틀린점 하나 없이 그 아이들의 잘못한 점들을 지적하며 슬비는 그 아이들에게서 나를 구해줬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어차피 슬비가 없을때 또 다시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고맙기는 했지만, 해방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전학...?"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 모두가 학교에서 강제로 전학을 보내버린 것이다. 슬비는 그 아이들이 저지른 많은 잘못들(나를 괴롭힌 것까지 포함하여)의 증거를 모아다가 학교에 제출하였고 그 결과, 그들은 강제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괴로운 나날들에서 해방된 것이었다. 크나큰 해방감이 들었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의문이 들었다. 슬비에게...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냐고.


"나는 그저 그 아이들이 잘못한 것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던 것 뿐이야."


"그렇구나..."
'그래... 나 같은 녀석을 위해서라니, 말도 안돼지...'


"그래도 널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어...?"


"너, 게임을 아주 좋아하지? 애들이 너에 대해 얘기하는걸 얼핏 들었거든. 뭐... 안좋은 쪽의 얘기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런 너를 몇 번 본적은 있는데, 순수하게 게임을 정말로 좋아하는 모습이었어."


"으, 응... 꿈이 프로게이머거든... 아, 역시... 이상하려나..."


그때 나는 무심코 나의 꿈이 무엇인지 말을 해버리고 속으로 왜 이런 말을 꺼낸건지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슬비는...


"전혀.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누구나 자신만의 꿈이 있는 거잖아? 자신도 아닌 타인이 그걸 비웃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너는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너를 괴롭히던 그 아이들... 네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고 아무렇지도 않게 비웃는 것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어."


"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네가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꿈은 꿈이야. 그러니까 그걸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내가 꼭 도와줄테니까. 아, 그러고보니 아직 자기소개도 안했네. 나는 슬비라고 해. 이슬비. 앞으로 잘 부탁할게."


'슬비...'
"나는... 한석봉이라고 해..."







처음이었다. 이러한 나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가진 꿈을 비웃지 않고 인정해준 사람은... 그때부터 나는 슬비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비록 사귀거나 하지는 못할지라도, 그저 이 좋아하는 마음만은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헤... 헤헤..."


아무튼간에, 슬비와 주말에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때문에 나는 저절로 양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헤벌쭉 미소를 지었다.


"......"
'석봉이 이녀석, 어디 아픈가?'
.
.
.
.
.
.

일요일

시간이 지나 슬비와 약속하였던 주말, 일요일이 되었다. 나는 슬비와 같이 있을거라는 생각때문에 너무 긴장이 된 나머지 1시간 가까이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시각 10시 59분, 약속시간까지 이제 1분 남았다. 그리고 이제 11시가 되기까지 2초, 1초, 0초.


"아, 석봉아. 먼저 와있었구나?"


정확하게 11시. 역시 슬비라고 해야하나. 시간을 철저하게 칼같이 지킨다. 너무 철저해서 놀라울 뿐이지만. 아무튼 교복도, 요원복도 아닌 사복을 입은 슬비의 모습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예뻐보였다. 그 때문에 순간적으로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예쁘다'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뭐, 그런 말을 해주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직 나에게는 너무 이르다.


"으, 응..."


"자, 그럼 어서 가자.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거야."


텁-


"!!!"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슬비가 나의 손을 잡고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앞장을 선 것이다. 앞장을 서거나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슬비가 나의 손을 잡았다는 것. 보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손까지 잡는다면... 나로써는 너무나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이 요동치는 가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조용히 슬비를 따라갔다.


'시, 심장이 멎을 것 같아... 그래도 참아야해...!'








잠시 후, 슬비와 나는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보통의 박물관보다 3배 정도는 넓어보이는 공간에 여러가지 신기한 것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순간, 슬비는 두 눈을 별빛처럼 반짝였다.


"우와... 대단해...!"


이렇게 기뻐하며 두 눈을 반짝이는 슬비가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일 뿐인 나였다. 어쨌든, 슬비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다시 나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처음 온 꼬마아이처럼 신나서 어쩔 줄 몰라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저쪽부터 살펴보자!"


"어, 어...? 그... 볼 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전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그 동안 다른 걸 봐야지! 1분 1초가 아까우니까 얼른!"


"아... 응..."


슬비가 보고싶다는 것이 전시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하여 슬비와 나는 그전까지 박물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었다. 전시된 것들을 하나하나 볼때마다 슬비는 너무나 행복하다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나는 그런 슬비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것 봐, 석봉아! 이게 차원전쟁 시절에 처음 만들어진 공중전함, 그것도 울프팩팀이 타고 다녔다는 '화이트팽'이야!"


"대단하네..."


홀로그램 영상일 뿐인데도 이렇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모습, 하지만 그런 슬비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 이런 슬비의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볼 수만 있다면... 이런 시간을 계속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네? 이제 그걸 볼 수 있어...!"


'그나저나 슬비가 보고 싶다는 게 대체 뭘까... 세하의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클로저의 유산이라고는 했는데...'


시간이 지나 슬비가 보고 싶다는 것의 전시시간이 다 되어 슬비는 부리나케 그것을 전시하는 곳으로 달려갔고, 나는 그 뒤를 졸래졸래 뒤따라갔다. 슬비를 뒤따라 도착한 그곳에는...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건..."






단단한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직육면체의 유리 케이스 안에 떠올라 있는 커다란 건틀릿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슬비는 모든 신경을 오직 그곳에만 쏟아붇는 사람처럼 시선을 그 건틀릿에만 주고 있었다.


'이게 슬비가 말한...'
"... '[둠피스트]의 건틀릿'?"


그 밑에 적혀있는 설명란을 보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둠피스트]... 생각났다. 언젠가 딱 한 번 들어봤던 이름이었다. 본명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차원전쟁 시절 [둠피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클로저이며 공을 세운 차이 때문에 알파퀸에게 조금씩 가려지긴 했으나 순수한 능력면으로 따졌을때는 그녀와 대등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전설적인 영웅 중의 한 명이라고...


"이게 네가 보고 싶다고 한 거야...?"


"응, 맞아. 그 알파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전설적인 클로저 [둠피스트], 그리고 그가 남긴 유산인 이 건틀릿... 내가 유니온의 아카데미에 있을때 몇 번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었는데, 이걸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너무 기뻐!"


"그거 정말 잘 됐네..."


"석봉아, 너는 [둠피스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어? 아, 아니..."


누구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에 대한 자세한 것은 잘 몰랐다. 슬비는 그런 내게 [둠피스트]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기도 모르게 설명을 시작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얼마나 이것이 보고 싶었고 그것을 지금 실제로 보게 된 것에 대한 감격스러움 때문이겠지. 어쨌든,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슬비가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똑바로 보며 설명까지 해주니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며 나는 슬비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둠피스트]는 말이야. 처음에는 그도 다른 클로저들과 다름없는 평균정도의 힘을 가진 위상능력자였어. 하지만, 어느 날 고위급 차원종과 교전을 벌이게 되는 상황을 맞았는데, 그때 오른팔에 그 차원종의 힘이 고스란히 파고 들어가 오른팔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이되었고, 그 사람의 위상력과 차원종의 위상력이 뒤섞이는 바람에 그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어. 하지만 그는 이겨냈고, 차원종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 영웅으로써 활약하게 된 거야. 오직 주먹 하나만으로 차원종들을 철저히 섬멸해나가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차원종들에게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주먹이라는 뜻에서 그에게 [둠피스트]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거야."


"대단하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느 한 기술자가 그가 가진 힘을 분석해서 그의 힘과 연동하여 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게 바로 이 [둠피스트의 건틀릿]이지. 그의 힘과 연동하여 힘을 끌어올리는 것 때문인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건틀릿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슬비가 마냥 대단할 뿐이다. 유니온의 아카데미에서는 저런 걸 많이 가르치는 모양인가? 어쨌든, 슬비의 얘기를 들어보니, [둠피스트]라는 인물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전설적인 영웅이라는 점에서가 아닌, 다른 클로저들과 비교했을때 특출난 점도 별로 없는 일반 클로저에 불과한 사람이 위기를 이겨내고 영웅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 뭐... 어쨌든 내가 알파퀸과 더불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야. 차원전쟁때 목숨을 잃은 것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래, 분명히 이 건틀릿은 [둠피스트]의 유산이라고 했었다. 즉, 그 전설적인 영웅은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얘기. 그래서 슬비는 조의를 표하고 싶은듯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잠깐동안 그 건틀릿만을 바라보았다.


"... 이제 돌아갈까?"


"어...? 조금 더 있는 거 아니었어...?"


"여기에 온 목적인 [둠피스트]의 건틀릿을 봤으니까. 아니면, 혹시 더 보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여기서 나가면 슬비랑 헤어지고 다시 평소처럼 멀리서 슬비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슬비와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만 더 같이 있어달라'는 말은 내 입이 그렇게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슬비와 함께 박물관을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쨍그랑!


"?!"


갑자기 박물관의 유리창문이 일제히 깨지며, 깨진 유리창문을 통해 차원종들이 일제히 박물관의 안으로 쳐들어왔다. 이 주변은 차원종들이 쉽게 출현못하는 일대라고 같이 게임을 하던 세하에게 잠깐 들었었는데, 어떻게 이런 많은 수의 차원종들이 갑자기 나타난걸까. 하지만 그런 의문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차, 차원종이다!"


"꺄아아악!"


차원종들이 나타나자마자 박물관 안은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서로 먼저 박물관에서 빠져나가려고 박물관의 출입문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석봉아! 너는 어서 대피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차원종들을 막고 있을테니까!"


"하, 하지만...!"


"어서!"


"아, 알았어..."


나는 대체 왜 우물쭈물거린걸까. 내가 슬비에게 무슨 도움이라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슬비랑은 다르게 그저 평범한 일반인, 내가 나선다고 해봤자 오히려 걸림돌이 될 뿐이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나는 그저 슬비가 혼자 차원종들과 맞서 싸우는 것을 뒤로 한 채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


"......"
'이상해... 이 차원종들,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 그것보다는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야...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건...'


박물관에 침입한 차원종들은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더욱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차원종들의 머리에 달려있는 수상한 장치였다. 그 장치가 무엇인지 이슬비는 금방 알 수 있게 되었다.


"힘을 가진 인간이군요."


"!"


차원종들이 모여있는 바닥 밑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것은 단단한 검은 몸체의 우상(偶像)처럼 생긴 말을 하는 차원종이었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은 인간들을 공격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저 한 가지 물건을 가지러 온 것 뿐입니다."


'물건?'


"'[둠피스트]의 건틀릿'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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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대지분쇄 수정된다고 했는데 언제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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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거 칠흑의 미라주입니다
2024-10-24 23:16: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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