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복수의 칼날을 갈며
rhdrurtnf 2014-12-11 3
18년전 서울, 분주하고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공중의 어느 부분이 흐릿하게 보인다거나 다른 풍경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괴상한 모습을 한
형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고 굉장히 단적인 시간동안
일어나는 현상이라 증거와 연구자료가 턱없이 부족하였다. 뛰어난 과학자들이 이것에 대해 해답을 내놓으려
노력했지만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이 현상은 신기루나 피로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하였고
아무런 대책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 될 그 날이 일어났다.
첫번째 「차원전쟁」이…
난데없는 괴물들의 출현,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형상을 한 괴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람들을 가리지않고 습격하기 시작했고 평화에 찌든 경찰과 대 인간전에 숙달한 군인들은
현대식 무기로 대응하려 했으나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인간을 죽이기위해 만든 탄환과 포탄은 그들에게
사소한 상처와 시간을 벌 뿐 제거할 수 없었던 탓이다.
" 여자와 어린이들을 먼저 피난시켜! 피난민에게 다가가는 괴물을 우선시해서 쏴라! "
군인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는 방법을 택하였다.
괴물들은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먹어치우고 바닥에 피를 뿌려대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이 어떻게 습격하는지조차 알지못했다.
그들은「차원문」을 열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습격해들어왔고, 피난하던 피난민들은 가축처럼 의미없이 죽어나갔다.
그야말로 지옥이라면 여기였을 것이다. 바닥에 흩뿌리는 피의 향연.
사람들은 달리고 괴물들은 즐거워하며 사람들의 머리룰 깨부수고 시체를 씹어대었다.
" 이건… 대체 어떻게 해야… "
군모를 뒤집어쓴채 절망하는 군인, 자신의 전우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나갔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탄력을 가진 피부를 통해 총알을 튕겨내는 괴물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여기서 죽는가? 아니, 분명 죽을 것이다.
군인은 예감했다. 여기에서 살아나가는 것은 아마 괴물을 잡아 죽이는 것보다 어려울 것임을.
그렇게 생각하니 좌절감에 다리를 절게되었다. 힘이 빠짐과 동시에 주저앉고 괴물들의 강대함을 그저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엄…마 일어나… "
작은 체구를 가진 분홍빛 머리의 소녀가 몸이 반토막나 눈의 초점을 잃은 여성을 붙잡고 울고있었다.
분명 이미 죽은 시체에 불과했지만, 소녀는 시체를 붙잡고 울 뿐이었다. 군인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군인이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괴물 역시 소녀를 발견했다. 우는 소리는 분명 자신만이 들은 것이 아닐것이다.
개를 닮은 형상을 한 괴물이 침을 바닥에 흩뿌리며 광기를 가진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달렸다.
군인은 냅다 전우의 시체에서 수류탄을 빼어들고 소녀에게 달려가는 괴물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냅다 핀을 뽑고 괴물의 입속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괴물은 난데없는 주먹이었지만 날카로운 이빨로
군인의 팔을 뜯어먹었다.
" 끄…으아아악… "
피가 샘솟고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군인은 웃고있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핀을 뽑고 숫자를 세고있었다.
" 맛있냐…? 내가 좀 한 육질 하거든. 뻥 터질정도로… "
퍼엉!
수류탄이 괴물의 내부에서 폭발하며 괴물의 고기를 흩뿌렸다. 적어도 내부에서의 폭발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팔이 뜯겨나가자 오히려 고통 속에서 군인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울고만 있는 나약한 소녀를 붙잡고 어깨에 업었다.
소녀는 엄마와 멀어지자 더 울기 시작했다. 발버둥을 치고 군인을 때리기 시작했다.
" 조금만 기다려, 넌 내가 꼭 살게 해줄테니… "
발버둥치는 소녀를 억지로 어깨에 업고 듣겨나간 팔을 덜렁이며 앞만 보며 달렸다.
괴물은 끊임없이 나왔으며 피난민들 역시 죽어나갔다. 군인에게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한다면…
딱 한사람의 몫만큼은 구할 수 있으리라.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못한 채 맞이한 1차 차원전쟁은…
단 백명조차 구하지 못한 채 시체의 산을 쌓게되고
결국 UN측에서는 그 일대를 폭격으로 불모지로 만드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 사건을 기준으로 차원문이 긴 시간 존재하는 몇몇 곳을 발견하게 되며,
분석을 통해 이것을 특정한 능력으로 막을 수 있음을 알게되고, 차원전쟁 이후에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 한정해서 그 특정한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아이들을 초능력자, 구원자 또는…
닫는 자들(Closers) 이라 불렀다.
어느 곳의 한 건물, 참사가 일어난 그 곳과 대비되게 흰색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분홍머리를 한 소녀는 깨끗해진 옷을 입고 앉아있고 의사선생님처럼 보이는 남자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 반가워. 아, 자기소개 먼저 해야겠지? 선생님은 특별한 의사란다. "
자신을 어필하고싶어 가볍게 다가가는 의사를 소녀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 반응없이, 그저 방관자처럼.
" 널 부른 것은 다름아닌 네가 재능이 있어보여서란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스카웃이지. 너에게는 분명
특별한 재능이 있단다. 너조차도 잘 모를만큼. "
" 그럼 저는 뭘 얻죠? "
들려오는 대답은 이미 아이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소녀는 원하는 것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욕구는 있으며, 이 소녀에게는 이루지못할 원이 있었다.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 복수, 괴물들에게의 복수. "
분명 불가능함을 소녀는 알고있었다. 그 괴물들을 어떻게? 내가 도움이 된다? 무조건 죽이고싶었다.
그들은 우리 가족 모두를 죽여버렸다. 소녀의 감정 또한 더불어…
" 그것은 너의 재능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란다. 내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말이지. 하겠니? "
거짓은 없다는 그의 대답, 남은 것이 없는 소녀는 단 하나 남은 감정인 복수를 지닌 채 답했다.
" 네, 할게요. 하고싶습니다. "
의사는 드디어 됬다는 듯이 기쁜듯 말했다.
" 좋았어. 아차, 네 이름을 묻지 않았구나. 이름이 뭐니? "
" 이슬비…입니다. "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