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 콜키스의 용 / 01

야마타노오로치 2017-07-11 6

01#


─철퍽...

─스윽...스윽...

""...""

검은 양 팀이 쓰기로 한 건물은 약 40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상당히 노후화된 상태다. 손으로 대충 긁어내도 외벽이 슬슬 깨지고, 곳곳에 보기 흉한 철근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건물 전체에서 풍겨오는 "낡았소~."의 기운은 어떻게든 피하기 힘든 몰골이다. 
그렇다고 외유내강의 설계도 아니거니와, 외관이 이 모양이니 당연히 건물 자체의 수명도 그렇게 길게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
"..."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앞으로 몇 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던 건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철거는 앞으로 몇 년 뒤 예정이었던 모양이며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알차게 쓸려고 했던 건물주의 소망이 있었지만. 그 소망은 이슬비가 이세하를 철저히 뭉개놓기 위한 혼신일격의 벼락 한방에 사그라져 버렸다. 
피해보상금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두 사람에게 직격으로 책임을 묻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벌칙도 없어서야 향후 두 사람은 또다시 서로 의견대립 때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유니언 본부에 파견 나온 검은 양 팀 관리자는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 다. 첫날 임무는 새로운 임시본부 건물의 화장실 전 층 청소야. 총 10층, 남녀 공용화장실이니 서로 부담 없이 청소하고 나오도록. 청소하면서 서로 화해하는 것은 덤. 이상.>


이라는 지령을 내려졌기에 둘은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출근해서 현재 시각 오후 3시까지 꼬박 건물 화장실 청소 중이다.
참고로 서로가 꽁한 감정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 시간 동안 서로 대화를 단 한 마디도 안 했기에 화해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못한 상태지만.


""...""

─철퍽...

─스윽...스윽...


옆에서 보면 답답해 미칠 듯한 분위기.
사람 두 명이 단 한마디도 안 하고 이렇게 답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경악스러울 따름.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청소하는 동안 화장실에서 벌레는 파리 **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벌레들이 이 분위기를 참다 못해서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위상력은 커녕 그 어떠한 기계적 장치로 불러일으킨 현상이 아닌, 청소년기의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현상. 일종의 기적이라고 분류해도 손색은 없을 단계.


─철컥!!

"...야. 진짜 나 궁금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왜 때린거냐?"


결국에 이 분위기를 참지 못했는지 이세하는 거칠게 대**를 땅바닥에 내리꽂으며 자신이 얻어맞은 이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세하가 본인도 자신이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 안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도 업무를 해야 하는 공간에서 다리를 꼬고 게임기를 만졌으니. 이것은 이세하가 다른 사람에게 다소 비난을 들어도 어쩔수 없고 본인 스스로가 일부러 그러라고 한 행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난. 말과 말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끝날 문제다. 이슬비. 그녀처럼 혼신의 증오를 담아 주먹질할 정도로 잘못되진 않은 행동이다.
즉, 세하에게 있어서는 그 정권 지르기는 이유 없는 폭력.
불공평의 극치였다.


"..."

"이씨...무시하기냐..."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여전히 침묵을 일관. 
이쯤 되면 얻어맞은 세하가 뭔가 무의식으로 잘못한 게 있어서 그녀가 그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세하 본인조차 하게 될 정도지만 공교롭게도 세하에게 그런 기억은 없다. 철들었을 때부터의 모든 기억을 총동원했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응징의 셀 브릿드 같은 일격을 받아야 할 정도로 죄짓고 살진 않았다. 그 부분은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슬비. 그녀에게 물어보았으나 이슬비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으며 그저 청소할 뿐이다. 
그것이 또 세하의 비위를 상하게 한다.


"..."

<그러고 보니 이슬비…. 분명히 정보에 의하면 유니온 소속 아카데미아 출신. 성적 우수. 용모단정. 위에 선생님들이나 관계자분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라 했지>


라고 그는 어제 대충 **본 그녀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유니온의 관계자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는 유니온 아카데미아 소속 학생. 
용모단정에 학업 우수. 무엇보다 자기의 할 일은 물론 타인을 위한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 선과 정도의 극치. 


<아아…. 그렇겠지. 그런 건가.>


"아아, 그거냐? 너 같이 착함의 꼰대는 나같은 불량아 절대로 용납 못한다냐?"


─스윽 스윽...


"그거 참 미안하게 됐네. 그래. 나도 사무실에서 다리꼬고 게임기 두드린거 잘못했어. 아이고, 알겠습니다~ 사과합니다~"


─철퍽!!!


"그래도 그런 것 때문에 두들겨 맞아야 할 이유는 안 돼. 사과해! 너도 나한테 사과하라고! 때린 거 사과하란 말이야!!"


─콰직!!!


"...익"


반응을 안 했다.
그러므로 어느 시점에서 반응할지 궁금해서 점점 비난의 강도를 올렸다. 마치 표면장력을 시험하는 물컵처럼.
하지만 지금 사태는 그런 귀여운 실험이 아니라 거대하면서 붕괴 직전인 댐에 물을 대량으로 쏟아부으며 언제쯤 무너지나 실험한 거였다.
그것을 깨달은 건 이슬비의 손에 있던 철제 마대자루가 과격한 소리를 내며 비틀린 시점이다.
즉, 너무 늦었다.
슬쩍, 분홍빛 머리카락 사이로 이슬비의 시선이 보인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는 몇 마디가 흘러나온다.


"...이 이후에는..."

"..?"

"이 이후에는 너랑 절대로 말 안 할꺼야. 너도 말 걸지 마. 행여 너한테 말을 걸어도 그건 절대로 사무적인 이야기고. 난 그것도 최대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이야길 전해주거나 최대한 짧게 할 꺼니깐. 너도 그렇게 해."

"!!! 야 임마. 너!!..."


─콰앙!!


"그러니 마지막이니깐 이야기해줄게. 내가 널 때린 이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세하를 벽 쪽으로 몰아붙이고는 이슬비는 벽에 손을 거칠게 집고는 이세하를 노려봤다.
분명히 키는 자기보다 작은 이슬비에게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박력. 그 뒤에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 때문에 세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너를 때린 이유. 딴 거 없어."

"...??"

"네가 날 배신했기 때문이야."

"뭐?"

"...끝이야. 더이상은 말 안 해. 빨리 청소해. 나도 오늘 일정 있으니깐."

"야! 잠깐!!"



"이세하요원. 지금부터 이 층을 시작으로 청소하면서 올라오도록 하세요. 저는 맨 위층부터 청소하면서 내려 갈 테니깐요."

"야!! 이야기는 아직 않끝났..."

"이상."


이라는 말을 끝으로 이슬비는 화장실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서야 정체된 공기가 겨우 순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기가 흘러봤자, 여전히. 아니, 되려 그녀가 자신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종잡을 수 없던 이세하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이미 없는 소녀를 향해 크게 불평불만을 한다.


"배... 배신이라니. 무슨..."









2024-10-24 23:16: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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