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CLOSERS-ARMAGEDDON-1화-어두운 새벽

CodeW2 2017-06-26 0

 

-    C    A    U    T    I    O    N    !    -

 





☞: 본 소설은 유니온 임시본부 후의 에필로그 에피소드를 약간 각색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분들께선 읽지 않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 본 소설은  클로저스의 원작의 내용과 세계관을 따르고 있지만 제 상상력과 예상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원작의 에피소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클로저스 업데이트는 유니온 임시본부의 업데이트 까지만 계승하며 그 이후의 에피소드 업데이트는 계승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본 소설은 그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성향을 띄고 있지 않으며, 소설과 무관한 정치, 종교적 도발이나 비방 댓글, 또는 소설에 대한 근거 없는 일방적인 비방이나 욕설, 무관한 질문, 그리고 특정 캐릭터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나 비방 등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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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R    M    A    G    E    D    D    O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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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pter 1:]

 

- D  A  R  K  N  E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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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어두운 새벽-


[ D a r k n e s s   L i t e r a r 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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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남부의 어느 미확인 빈민촌 _

  늑대개 팀의 은신처_

  2023년 4월 28일.-12:45 p.m.​__









  "꺄아아아악!!!"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던 레비아는 발작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심하게 발버둥을 쳤다. 그 바람에 그녀가 덮고 있던 하얀 이불이 펄럭이는 소리를 내며 뒤로 젖혀졌고 절반이 침대 끝에 걸쳐져 축 늘어졌다.



​  이어 레비아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호흡은 얕고 빨랐으며, 온몸은 거세게 뛰는 심장의 파동에 미미하게 흔들렸다.

새하얀 실내복은 비 오듯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젖어 있었고, 그녀의 자색 눈동자의 동공은 공허하게 커진 채 미미하게 떨리며 작아질 줄 몰랐다.


  그녀는 이내 자신이 불안할 때 마다 늘 그러듯, 한쪽 손으로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 사이를 지그시 눌렀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지그시 꾹꾹 누르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을 진정시킨 레비아는 겨우 불안함을 밀쳐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 속에서 밀려드는 공포를 느끼며 양 무릎을 세워 앉았다. 그리고 무릎을 양 팔로 감싸안으며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이내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잠시 후, 레비아의 귀에 무겁지만 조금 빠르게 울리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작았던 소리는 점점 커지며 레비아의 방문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레비아는 살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무릎을 감싸고 있는 양 팔 위에 걸쳐져 있는 듯이 보이는 자색 눈은 공포에 질린 채 길고 짙은 속눈썹 아래에서 가만히 그 시선을 방문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내 발걸음 소리는 명확하게 그녀의 귀에 파동을 남기며 뇌리 속으로 스며든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는 그녀의 방문 앞에서 멈추었다. 잠깐의 적막이 그녀를 에워쌌다. 레비아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뭍으려 할 때,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레비아는 흠칫하고 놀라 벌떡 고개를 들었다. 발걸음 소리가 그녀의 방안에 들어왔다. 이어 방문 근처에 있는 전등 스위치의 딸깍 소리가 들렸다. 낙후된 전등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전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직..."






  방안이 힘없이 지직이는 전등 불빛에 비추자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이 빛이 잠깐 번쩍이고 꺼지고를 반복했다.


  치직이는 소리가 3초 정도 지속되자, 이내 전등이 약하게나마 빛을 뿜으며 켜졌다. 어둡고 흐린 조명 아래 레비아의 눈에 잡힌 남자가 있었다. 검은 머리칼에 무엇이든 꿰뚫을 듯이 빛나는 파란 눈동자. 그리고 회색코트. 그녀의 눈에 보이는 건, 다름아닌 트레이너였다.






  "...무슨 일이지? 레비아?"






  트레이너의 진중한 목소리가 레비아의 방안을 채웠다.


  그녀는 여전히 충격과 공포에 질린, 초점없는 눈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자국이 있었고, 온몸이 식은땀에 배여있었다. 그녀의 몸이 충격의 여파가 흘러 미세하게 흔들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내 레비아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공허하게 텅 비어있던 그녀의 동공이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았고, 탁해졌던 자색 눈은 다시 깊어지며 맑아졌다. 동시에 생기없던 눈에 약간의 생기가 돌아왔다.

  그녀는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이 서서히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물이 하나씩 하나씩 명확하게 보이면서, 그녀는 트레이너가 자신의 앞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뒤늦게 그를 인지한 레비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트...트레이너 님."

 





  레비아는 트레이너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알자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트레이너가 한 손을 들어 자제했다. 그러자 레비아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르자 레비아가 다시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트레이너 님. 기다리신 줄도 모르고..."





  그녀는 늘 짓는 특유의 자존감 없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몸을 웅크리며 그에게 말했다.




  한참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트레이너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방문을 닫고 그녀의 탁자 옆에 있는, 쇠파이프를 아무렇게나 갖다 붙인 것 같은 철제 의자에 앉아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암흑과도 같은 짙은 공포와 충격이 남아있었다. 그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그에 따라 그의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이내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다시  방안에 울렸다.





 

  "근래에 들어 자주 비명을 지르는 것 같군.

 

  같은 악몽을 자주 꾸는 건가? 아니면... 꿀 때마다 다른 악몽들을 보는 건가?"





  언젠가부터 트레이너는 그녀가 꾼 악몽에 대해 진지해져 있었다.


  그것은, 지난 해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서 은신했을 때 부터였다.


  지속적인 악몽을 꾸는 레비아의 상태에 대해 그는 몸의 과부화와 극도의 피로가 쌓인 결과로 생각했고, 하루빨리 레비아가 악몽에서 해방되고 몸 상태가 다시 호전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트레이너 님. 저도..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는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동안 눈을 감고 있던 그는 다시 눈을 뜨며 레비아에게 질문했다.






   "어떤 악몽을 꾸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기억이 안나나?"





   "네. 말씀을 드리려고 할 때마다... 그 모습이 자꾸 흐려지면서... 보이지 않아요."






   "...."






  그는 다시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아까보다는 좀더 날카롭게 관찰하는 눈빛으로.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트레이너를 본 레비아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주춤거렸고,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그녀의 흰 머리칼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트레이너는 그 날카로운 눈빛을 레비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언뜻 그의 눈에 레비아의 짙고 긴 속눈썹이 보였다. 제작년 특수대원으로 승급한 후, 그녀의 속눈썹에 있던 붉은 기운과 그림자가 예전보다 더 짙고 길어진 것을 느꼈는데, 어느덧 그 기운과 그림자가 한 층 더 미묘하게 깊어져 있었다.






  "트...트레이너 님?"






  레비아는 트레이너가 자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을 이상하게 여긴 모양이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다시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니다. 네게 신체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잠시 보았을 뿐이야."






  레비아는 안도하듯이 숨을 쉬었다.





  "그랬군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지.


  네가 꾸었던 악몽들이... 일관된 내용을 가지고 있었나?"






  레비아는 잠시 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듯이 가만히 있었다.






   "죄송해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네가 꾸었던 악몽들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들은 레비아는 잠시동안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잠시 시선을 내려 방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짙고 긴 속눈썹 아래로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 연결된 것이 있기는 해요.


  제가 꾸었던 꿈은 하나같이... 끝을 말하고 있었어요."





  속눈썹 아래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비아를 보자 트레이너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트레이너 님?"





  "흠, 아무것도 아니다. 악몽들이 모두 하나같이, 끝을 얘기하고 있었다고?"





  "네."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건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건가?"






  레비아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으며 생각을 하고 있던 트레이너는 말끝이 들리지 않자 다시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레비아의 동공이 다시 텅 비어있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레비아? 왜 그러지?"






  "으윽... 트...트레이너 님...."






  그녀는 한손으로는 자신의 가슴을 꾹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이마를 움켜잡고 있었다. 다시 그녀의 이마에서 습한 식은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마치 유령처럼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고통스러운 신음을 하며 몸을 새우처럼 웅크렸다. 그녀의 흰 머리칼 몇 가닥이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갑자기 레비아가 고통을 호소하자, 트레이너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섰다.





   "레비아?"





   "으윽...으으으으..."





   레비아의 호흡이 얕아짐과 동시에 빨라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거세지는지, 그녀의 몸이 조금씩, 그러나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레비아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잠시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레비아는 심하게 오들오들 떨면서 몸을 공같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머리에서 전해진 진동과 열이 고스란히 트레이너의 오른손에 전달되었다.






  그가 가만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을 때, 레비아의 몸에서 느껴졌던 진동과 열은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악몽을 꾸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악몽을 꿀 때 마다 그녀는 발작성 증상을 보였다. 편히 자야 할 시간에 그녀는 악몽에 대한 두려움과 예감으로 부터 밀려오는 막연한 공포에 몸을 떨며 괴로워 했다. 몇 년째 지속되는 그 고통은 그녀의 몸에 태산같은 피로를 짊어지게 했다.






  "이제 괜찮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과 진동, 그리고 식은땀에 의한 습기가 가라앉자, 트레이너가 손을 떼며 말했다.






  "하아...하아.."






  레비아는 고통에서 겨우 벗어난 듯 했다.


  방금 전 고통스러웠던 표정은 사라지고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한쪽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식은땀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하아..


 

  네..


  이제 좀 괜찮아 진 것 같아요."






  그녀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녀의 상태가 괜찮아 졌다는 것을 안 트레이너의 눈에 잠시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레비아는 침대 난간을 잡고 일어섰다. 식은땀을 닦기 위해 화장실로 내려가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막고 있던 길을 뒤로 물러서며 비켰다.



  레비아는 고맙다는 몸짓을 해 보였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벽을 짚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심하게 비틀거리며 한쪽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곧이어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그때 트레이너가 한쪽 팔로 그녀의 등을 빠르게 받쳐주었다.


  그 덕분에 침대에 뒷머리를 부딫히는 것을 면했다. 그가 레비아의 등을 받치는 찰나, 그녀의 양 볼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리고 흡 하고 그녀의 호흡이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짙고 긴 속눈썹 아래에서 수줍고 고마운 눈빛을 가득담은 자색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푸른 눈과 레비아의 자색 눈이 잠시동안 마주쳤다. 곧이어 그녀는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 침대에 앉았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상태가 심각해 지면 바로 말해야 한다. 알겠지?"






  "네. 트레이너 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면목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레비아를, 그는 자신의 한 손을 책상에 짚고, 다른 한 쪽의 손을 허리춤에서 올린 채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알았다. 그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안정을 취하도록. 이만 가보겠다."






 그는 뒤돌아서 문가로 걸어가더니 문고리를 잡았다.






  "저... 트레이너 님."






  그가 다시 돌아보았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레비아는 평소와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말하고 싶은 표정만 짓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트레이너 님... 안녕히 주무세요."







  "편히 쉬어라. 레비아."






  트레이너는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조용히 닫히자,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마음 깊숙이, 그리고 온 몸을 타고 공포와 정적이 흘렀다. 지직거리는 어두침침한 조명아래, 그녀는 자기 혼자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정적과 공포를 느끼며, 자기 자신을 달래는 것 처럼 스스로를 감싸안고 침대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온기가 사라진 침대로 들어가자 되려 오싹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한 순간 자신이 스스로 영안실의 차가운 철제 관속으로 들어간 걸로 착각했다. 그녀는 오한을 느끼며 몸을 공처럼 웅크렸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정적과 공포는 오히려 제 스스로 형상을 갖추고 그녀를 덮쳐왔다.



  한참동안 침대위에 누운 채 공포와 정적에 떨고 있던 레비아는 문가를 등진 채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았으나, 어두운 창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되려 그 암흑이 꿈틀거리며 창을 부수고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레비아는 고개를 돌려 문가로 나가려했다. 갑자기 어두침침한 조명이 심하게 치지직 거렸다. 그 순간, 뭔가 새까맣고 기다란 것이 늘어져 있는 듯한 형상을 한 기분나쁜 무언가가 레비아를 문가에서 바라보며 기분나쁘게 웃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그 기분나쁜 건 거짓말 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를 숙였다. 얼굴을 가린 손 사이에서 투명한 물기가 새어나왔다.




  한편, 트레이너는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며 자신의 방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등 뒤의 어둠속에서 앳되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인가, 트레이너?"





  "티나? 자고 있던 게 아니었나?"





  트레이너는 손전등으로 목소리가 울린 곳을 비추었다. 회색 머리칼에 주황색 눈을 가진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티나였다. 그녀 역시 레비아가 입는 것처럼 새하얀 실내복을 입고 있었는데,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고, 오른쪽 허벅지에 단도를 차고 있었다.






  "막 자려던 참이였다."







  "레비아의 비명 소리 때문에 간단한 무장을 하고 방에서 나온건가?"

 





  티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만일의 일은 모르니까.


  그나저나 레비아가 지난번 부터 비명을 많이 지르더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별안간 트레이너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티나의 날카로운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으나, 그녀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악몽을 꿨다더군. 몸 상태도 계속 악화되고 있고..."






  "그렇군. 하긴 수배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몸을 이끌고 계속 팀을 따라 도주하고, 하번도 제대로 된 치료와 휴식도 취하지 못했으니..."






  티나 역시 레비아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티나의 주황색 눈에 잠시 걱정의 빛이 감돌았다.






  "티나. 미안하지만,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이다. 트레이너."






  트레이너는 심호흡을 하듯 크게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티나. 지금 레비아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건 알겠지.


  피로하겠지만, 잠시만 그녀를 도와주기 바란다."

 





  "알겠다. 그럼 가서 그만 취침해라. 무슨 일이 생기면 호출하겠다."





  "알았다. 티나. 그럼 부탁한다."





  트레이너의 말이 끝나자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레비아의 방으로 몸을 돌렸다. 잠시동안 트레이너의 손전등 빛을 등졌던 그녀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꿈틀거리는 어둠에 흠칫했다.



  하지만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간 그녀는 레비아의 방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레이너는 레비아의 방으로 멀어져가는 티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을 쯤에 자신의 방으로 몸을 돌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손전등에 비춰진 전방의 바랜 벽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근심이 가득했다.






  한편 레비아는 어두침침한 조명 아래에서 여전히 엎드려 있었는데, 그녀는 다시 힘없이 상반신을 들었다. 눈 주위에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는데, 그녀의 눈물에 젖은 짙고 긴 속눈썹 아래에서 빛나는 자색 눈은 공포로 생기를 잃고 동공이 커져 있었다.


  한참동안 가만히 상반신을 들고 다리를 침대에 걸친 채 앉아있던 그녀는, 일어나서 문가로 다가갔다. 그때 그녀는 희미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트레이너의 발걸음 소리는 아니였다. 그것보다는 약하고, 보폭이 빠른 걸음걸이였다. 이내 걸음소리는 그녀의 방문 앞에서 멈추었다. 레비아는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방문에서 노크소리가 났다.





  "레비아. 자고 있나?"





 다름아닌, 티나의 목소리였다. 레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방문의 문고리를 잡고 열어주었다. 문고리가 끼릭 소리를 내며 돌아가자, ​ 티나의 모습이 나타났다. 레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티나 님...? 어쩐 일이시죠?​"





  "트레이너의 부탁으로 왔다. 네 상태도 살필 겸 말이지."





  레비아가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가득띄우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나저나 어디를 가려는 거지?"





  ​레비아는 평상시 하는 것처럼 자존감없고 수줍은 태도로 다소곳하게 선채 대답했다.






  "화장실에 가려고요. 꼴이 너무 엉망인 것 같아서...."



 ​





  티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비아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





  "그런가? 좀 엉망이긴 하군."





  "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티나는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





  "내가 같이 가도 되겠나?"





  "네?"





  레비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다."





  "사...상관없지만 갑자기 왜..."





  티나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 상태가 많이 불안정하다는 걸 트레이너에게서 들었어. 


  홀로 움직이기엔 몸이 많이 불편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내가 같이 가주겠다. 괜찮겠나?"





  "귀찮지 않으시겠어요...?"





  레비아가 조심스럽게 묻자 티나는 살짝 미소를 띄며 말했다.





  "괜찮다."





  "고맙습니다. 티나 님..."





  티나가 손을 내밀자 레비아는 그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티나는 허리춤에서 손전등을 꺼내 앞을 비추며 레비아를 기다렸다. 이내 그녀가 자신의 방문을 닫자, 티나는 레비아의 손을 잡고 함께 1층에 있는 화장실로 이동했다. 어둠속에 숨겨져 있던 빛 바랜 벽들에 얽혀 있는 먼지와 때가 음산하게 드러났고, 그것을 본 레비아는 티나에게 바짝 붙으며 걸음을 옮겼다.


   티나는 침착하게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천천히 이동했다. 녹슬어서 붉게 변해버린 난간이 달려있는 계단에 도착하자, 계단에 웅크리고 있던 암흑이 고개를 들어 레비아와 티나를 향해 검은 혀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티나는 그곳에 사정없이 손전등 빛을 퍼부었고 암흑은 늘 그렇듯 빛을 이기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티나는 앞장서서 레비아의 손을 잡은 채 차분히 계단을 내려왔다. 레비아는 그 뒤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티나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다 내려온 레비아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화장실에 도착했다. 티나는 화장실 문을 열어주며 불을 켰다. 화장실의 조명이 치지직 거리며 켜지자, 레비아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겠다. 천천히 씻고 나오도록."





  "네... 감사합니다."

 






  레비아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티나는 손전등 빛을 끄고 적외선 저격 모드로 시스템을 변경했다. 모든것이 녹색과 검정이 어우러진 모양으로 보이자, 티나는 가만히 권총을 확인하고 혹시나 모를 기습에 대비해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편 레비아는 구석에 있는 물탱크의 수도꼭지를 돌려 연보라색 소형 대야에 찬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찬물을 양 손에 떠서 자신의 얼굴에 끼얻었다. 찬물이 얼굴에 닿자 냉기가 그녀의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신을 맑게 했다.




  찬물로 대강 세수만 하고 난 그녀는 거울을 보았다. 아까보다는 자색 눈의 동공이 이성을 되찾은 상태였고  볼이 찬물 때문에 살짝 홍조를 띄고 있었다. 찬물이 방울방울 얼굴을 적시고 있었고 그녀의 희고 긴 머리칼 몇개가 그녀의 입 언저리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긴 속눈썹에 물이 작게 맺혀져 있었다. 레비아는 서둘러 머리칼을 단정히 하고 얼굴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았다.




  그녀는 세수를 하자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고, 잠시동안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킨 레비아는 이내 화장실 문을 열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티나가 적외선 저격모드를 해제하고 손전등을 다시 켰다.






   "다 씻었나?"






   "네. 티나 님. 같이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어서 가서 숙면해라. 시간이 많이 늦었다."






  티나가 오른손에 차고 있는 팔찌를 보니 어느새 새벽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 알겠어요."






  티나는 다시 레비아의 손을 잡고 레비아의 방 앞으로 데려갔다. 레비아는 방문에 달린 문고리를 잡은 채 뒤돌아 티나를 돌아보며 다시 감사를 표했다.






  "티나 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다. 어서 자라. 나도 이제 쉴 시간이니."






  "앗, 죄송해요.. 저 때문에 못 주무신 건가요?"






  "별거 아니다. 잠시동안만 냉동상태에서만 자도 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니까. 어서 숙면해라. 내일 점호 때 보자."

 





  "네, 티나 님. 안녕히 주무세요."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둠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레비아는 다시 방문을 열었다. 쓸쓸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방이 레비아를 맞이했다.


  그녀는 방의 조명을 끄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워 얇고 바랜 이불을 덮었다. 혼자남겨진 그녀를 암흑과 정적을 다시 에워쌌다. 오한을 느낀 그녀는 다시 웅크리며 이불을 머리 아래까지 끌어올렸다.





  창가에서 바람이 우는 소리가 들려 레비아는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가에는 여전히 암흑이 꿈틀거리며 검은 혀를 낼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달이 다시 나와주기를 바랬다.



  아까처럼 달이 자신의 주위를 환히 밝혀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레비아는 수 십분동안 달이 나오기만을 바라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정하게도 달은 나오지 않았다. 구름만 더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그나마 희미하게 보였던 달의 흰 태도 사라져버렸다. 그 사라져가는 흰 태를 보는 순간 갑자기 졸음이 스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졸음은 그녀의 온몸을 서서히 덮어가며 그녀의 눈까지 당도했다.





  이내 그녀의 자색 눈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생기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갔고, 짙고 긴 속눈썹이 눈을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 의지와는 다르게 눈꺼풀에 납덩이를 단 듯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이내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몇 날 며칠을 마다하고 계속 쌓였던 피로는 기어코 그녀를 깊은 잠의 구렁에 빠뜨렸고, 그녀는 무기력함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그녀가 눈을 떴을 때에는 점호 시간 1시간 전인 5시 20분이였다.




  불안감 때문에 편하게 잠을 청하지 못한 그녀는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를 느끼며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오로지 전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피로감만 느꼈다.​ 졸음은 오지 않았다. 


   심지어 배도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속에 뭐가 있다면 토할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러나 할 일 없이 무료하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세수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는 행거에 걸려있는 정식대원복으로 갈아입고 무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곧장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밖은 아직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대고 있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이 그녀를 파고들었지만 레비아는 추위를 이겨내고 옥상 위에 올라섰다. 옥상에는 이미 누군가가 서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다름아닌 정식대원 복을 입고 라이플로 무장한 티나였다.





  티나는 레비아가 올라오자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비아? 무슨 일로 왔지?"






   레비아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잘 수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티나 님을 도와드리려 왔어요."






   "추운데 뭐라도 덧입고 오지 그랬나."






   레비아는 잠시 웃더니 말했다.






   "아니에요. 하나도 춥지 않아요. 이 추위를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걸요."






   "..."






   티나는 레비아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알았다. 레비아. 내가 북쪽과 서쪽을 맡을 테니 넌 동쪽과 남쪽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너무 몸을 혹사시켜선 안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쉬어라."






   "알겠어요. 그렇게 할께요."






   티나는 레비아의 어깨를 토닥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마저 경계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대화가 끝나자 레비아는 차갑고 어두운 빈민촌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앞에는 오로지 검은 혀를 낼름대는 암흑과 무거운 정적과 냉혹한 추위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풍경이... 우리 늑대개 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걸까...?'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돌아왔습니다.


본래는 6월 초에 다시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글이 두번이나 날아가는 바람에 올리지를 못했네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군대에 가야 할 시간이 머지 않아서 얼마나 더 올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 제 1장 만큼은 완결짓고 군대에 가고 싶어요..ㅜㅡㅜ


 어쨌든 늘 저를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깊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2017년 여름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고, 아무런 일 없이 무사한 일상을 보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예고편이나 2화를 들고 찾아올 거 같네요. 그럼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아아, 그리고 지난번에 검은양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보신 독자분이 있었죠?

 

네, 자칫하면 스포가 될 수 있기에  그건 다음 편 화차에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P.S: 소설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이나 질문은 늘 환영합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2024-10-24 23:16: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