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린나타] 6. 개와 요정
설현은바이올렛 2017-06-22 0
하륜: 대체 어쩌려는 것입니까?
이방원: 제가 저들을 설득한다지 않았습니까?
하륜: 굶기는 게 설득입니까?
심지어 대군께선 열세 명의 선비를 타 죽였지요!
이방원: 뿐입니까? 정몽주의 이름을 입에 올려
그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허나, 그 속에 응어리진 분노를 다 소진하고 나면
그다음엔 어찌 될까요?
아마도.. 깊은 슬픔과 절망이겠지요.
처음엔 분노하였겠으나 돌아가신 열세 분과는 달리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수치심.
하루 정도가 더 지나면 깨닫겠지요
자신이 오래도록 밥을 안 먹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인간이란 참 무력합니다.
아무리 슬프고 아무리 화가 나고 아무리 절망해도
굶으면 배가 고프고 안 자면 졸리지요.
3일 뒤엔 밥이 들어갈 겁니다.
처음엔 눈치를 보겠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 듯이 먹을 겁니다.
그리고 설득되겠지요.
하륜: 하지만 그래도 먹지 않고 버티는 자들은요?
세상에는 신념을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이방원: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들 중엔 없습니다.
제가 왜 불을 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사람이 열셋이 있었고 모두 불에 타 죽었습니다.
네~ 자신의 목숨보다 신념을 중시하는 분들.. 정몽주 같은 사람.
나는 이제 그런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고자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것은 정도전이나 아버지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누구처럼 사람 하나 설득하겠다고 평생을 쌓아온 대업을
망설이고 주저하고 그러다 일을 그르치고.. 하~ 끔찍합니다.
- 육룡이 나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