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고양이
백색샹하이 2014-12-11 0
....
"...주워왔다고?"
"응! 귀엽지?"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조그마한 아기 고양이.
"자자, 사양하지 말고 만져봐!"
"싫어. 기껏 준비한 새 옷에 고양이 털이...으꺄악?!"
유리의 품 속에 잠자코 있던 고양이가 마치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내게로 튕겨지듯이 날아온다...아아...안돼. 기껏 빨래하고 공 들여 다림질 한 옷이...옷이...
"어이쿠! 이제는 상관 없겠지?"
"...뭐가?"
"나, 잠시 어디 좀 가야해서."
...응. 맏기겠다는 소리다. 분명 노린거다. 나 오늘 훈련 없다는 거 알고...
물론 이런 거 대리고 있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재빨리 거절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무슨 일 없지?"
"....."
"없지? 으응?"
"....."
"없잖아. 그렇지? 그런거지?"
.....당했다. 저렇게 나온다면 곤란하다. 저쪽이 내 스케줄을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내가 불리하다.
...무엇보다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니까...
"아아, 알았어. 잠깐이면 되지?"
"응! 그럼 수고!"
기운차게 고양이를 맡긴 채로 나가버리는 유리.
아니, 저럴꺼면 도대체 왜 고양이를 주운거지? 차라리 그 자리에 그대로 뒀다면...
"냐앙~"
"...왜, 뭐가 문제인데."
발 아래에서 자꾸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고양이.
...어쩌라고?
"배? 배고파?"
"냐앙?"
"목욕? 씻고 싶어?"
"냥."
"잠자리라도 마련 해 줄까?"
"냥냥."
.......
조금 열 받은 나는 고양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뭐야? 뭐가 부족한데? 말로 좀 해 봐!"
"냐아아~"
하아. 진정하자.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면서 뒤를 돌아봤지만
"......어, 그, 뭐랄까."
"그거지. '우리 슬비가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발견했어요!' 지. 자,모두 박수!!!'"
짝짝짝짝짝
짝, 짝짝....
.......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박수소리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달려가서 세하의 목을 졸랐다.
옆에 있던 제이오빠는 웃는 얼굴로 굳어졌다.
"켁?! 나, 난 어째서...여, 옆에 놀린 장본인이..."
"선동하는 사람을 따르는 사람이 더 나쁜거야."
"헛소리...! 선동하는 사람이 더...케엑?! 사, 살려줘...."
대충 기절하기 직전까지 목을 조른 후에야 놓아주었다.
'후...후아아...하마터면 어제 클리어하지 못 한 게임을 하지도 못 하고 죽을 뻔...' 이라는 헛소리를 내뱉는 바보를 버려두고, 제이오빠에게 물어보았다.
"이 고양이, 아까 전 유리가 맡긴 고양이인데..."
"아, 그러고보니 그런다고 했지. 유리가."
....응?
"뭐가요?"
"아까 전 내가 너의 성격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유리랑 하다 보니까 유리가 그러더라고."
'그런 건 저에게 맡겨두시라! 사람 성격 부드럽게 바꾸려면 동물이 최고!'
"...유리 어딨어요?"
".대회 나갔어. 내일 올 꺼야."
...당했다.
"아무튼, 어떻게 열심히 해 보도록. 이상."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쓰러져 있는 세하를 짊어지고 나가버린다.
아 잠깐, 그보다...
"...고양이가 뭐 먹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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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생선이냐, 통조림이냐. 선택해."
어차피 밖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고양이의 밥, 하면 떠오르는 두가지 음식을 두고 어느 쪽으로 갈지 관찰해 보았다.
"냐앙."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두 음식을 양 옆에 두고, 관심 없다는 듯이 나에게 걸어오는 고양이.
"...배 안 고팟던거야?"
품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고양이를 꼭 안아들고, 고양이에게 물어봤다.
"...따뜻하다."
사람처럼 따뜻한 몸에, 부드러운 털까지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발산하는 온기란 정말로 기분이 좋구나...
털 날리는 것은 사양이지만. 걱정 마. 로봇청소기가 다 알아서 해 줄꺼야. 여차하면 나도 치우면 되니까.
사람도 꼭 껴안으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사춘기 소녀의 바보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품이 조금 허전해졌다.
그런 감각, 나에게는 조금 부족하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온기를, 나는 받지 못 하고 자라왔다.
받기 싫었던 것이 아니다. 그저 받을 수 없었을 뿐이지...
그렇게 나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일찍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어린아이었던 나 자신은 점점 차가워졌고, 그런 차가움으로 마음 속 따뜻함을 바라는 소망을 가두었다.
약하게 자라면 안돼. 나 자신이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내 주변의 다른사람들에게 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차가운 것을 전해줄거야.
그러면 안돼. 그런 사람들이 더 생겨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에, 더 강해질 수 밖에 없어.
...조금은 진지해져버렸달까, 품 속에서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
"내 마음 이해하니? 나는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앞서가야 해. 누구도 상처입게 하고 싶지 않아."
"음, 조금은 상처입어도 상관 없는데."
......?!
"미안, 앞문에 잠겨있길래, 창문으로 왔다!"
"아, 아, 아파트..."
"물론! 하이퍼 점프! 로 뛰어왔지."
...으, 으으....
"것보다, 읏샤!"
창문을 넘어 뛰어들어오는 서유리. 역시 창문에 매달린다는 것 자체가 무섭기는 했는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간신히 웃고있다.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주기 싫으니까 더 강해지겠다고? 그건 오만이야."
"....."
"왜나하면 우리는 충분히 강하거든!"
"그런 의미가..."
"그러니까 그런거야."
고양이 먹이려고 가져온 생선을 날름 먹으면서 말한다.
"우리도 너를 따라갈 수 있어. 너 혼자 모든 상처를 받겠다고 앞서 갈 필요도, 혼자서 단독행동을 할 필요도 없어."
내가 단독행동을 하는 이유. 그것은...
"네가 남이 상처입는 게 싫다고 혼자 다 막아내려고 하면 어떻게 하냐. 그런 너를 보는 우리가 더 상처받는데."
...!
"앞으론 다 같이 상처받자구. 그러면 아마, 조금 더 나아질꺼야."
환한 얼굴로 웃어보이는 유리.
그런 따스함에, 마침내 마음 속 얼음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얼음이 녹아서 눈이 되듯이, 내 눈에서도 그 결정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감출 길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유리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래 그래. 이제는 괜찮아."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알았어~당연한 소리를..."
"제이가 때려도?"
"당연하지! 오히려 내가 흠씬 패 줄께!"
"제이가 이상한 약 먹여도?"
"...너, 그 사람에게 안 좋은 감정 있구나..."
나는 그 순진하면서도 따뜻한 유리의 품 속에서, 마음 속의 얼음이 다 녹을 때 까지 꼭 안겨있었다.
품 안에서 빠져나온 것은
얼굴을 파묻고 있는 곳이 조금 숨 막혀 올 때와 함께
유리와의 압도적인 차이로 인해 다른 의미의 눈물이 날 때 쯤이었던 것 같다.
...크윽. 우유 어디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