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들의 현충일

OmegaRanger 2017-06-06 7

현충일.

그것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날이다.

독립운동, 한국전쟁...

나라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하였든, 조국을 위해 산화하였다면, 호국영령으로 기려지게 된다.

물론, 차원전쟁때 전사한 클로저들도 예외란 없었다.

우리 엄마는, 차원전쟁시기에 '알파퀸', '차원종의 마녀'라 불리면서 전쟁때, 제이 아저씨, 베로니카, 트레이너씨, 그리고 지금은 죽고 없어진 데이비드와 한팀인 울프팩 팀의 홍일점으로 당시 사령관이였던 아자젤을 소멸시키고 전쟁을 끝내는데 큰 활약을 하였다.

하지만, 울프팩의 업적을 기리고 클로저들의 희생을 추모해야할 망정, 유니온은 엄마의 클론을 만들어 그것을 자신들의 종으로 부리고자 하였고, 이러한 클론의 뇌를 데이비드는 자신의 안드로이드 군단을 만드는데 이용했다.

처음에 난, 유니온이 저지른 행위를, 그리고 그 치부를 철저하게 이용했던 데이비드를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데이비드와 같아질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의 연합으로 데이비드를 끝장내고, 그가 열었던 신세계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날은 6월 6일이 되어버렸다.

이날만 되면, 엄마는 항상 집을 나와 신서울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물론, 나도 어릴때부터 항상 엄마 곁에 붙어 그곳으로 간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곳이 무엇을 의미하는건지조차 몰랐다.

거기에, 엄마는 당시 같은 팀원으로 활약했었던 울프팩팀을 비롯해서, 그동안 전장에서 죽어나간 동료 클로저들의 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을 어린 나에게 보여주었었다.

"엄마, 왜 울어...?"

"응, 엄마 친구들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멀리 가버려서 그래..."

"...?"

당시 나는 의미를 몰랐기에 그저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 자라고 나서야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의미를 알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데이비드와의 결판이 끝나고 신서울로 돌아온 지금, 나는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외출을 나갔다.

장소는 어김없이 신서울 국립현충원.

"여기도 참 오랜만이네..."

"그러게? 웬일로 아들이 여기에 오자고 하고... 무슨일이 있었니?"

"아니... 그냥 클로저 일을 하면서 여기에 한번은 오고싶다고 누구하고 약속했을 뿐이야."

"흐응~ 우리 아들 많이 컸는데? 엄마는 기쁘네~"

여전히 동안으로 평가받는 우리 엄마는 주책맞게도 나한테 달라붙으면서 팔꿈치로 가슴을 툭툭 쳤다.

"아야, 아야, 그만해! 아프다고!"

"흐응... 우리 세하 다컸다고 엄마한테 이러기야~?"

"그니까 제발 어른스럽게 굴어달라고..."

그렇게 우리 모자는 웃고 떠들면서 차원전쟁 전사자의 묘역으로 향했다.

묘역 바깥에 발을 딛자, 묘역에는 유니온 아카데미생들이 견학을 온듯한 모습과 가족끼리 묘역에 참배하러 온 모습들이 종종 보였다.

그런 와중에 분홍색 머리에 검은 리본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머리색 만큼은 눈에 띄였기에 알아볼수 있었다.

"이슬비...?"

"이세하...? 그리고, 옆의 분은..."

슬비는 내 옆에 서있는 엄마를 보고서 잠시 뚱해지더니 ㅇ, 아, 아알파퀸님?! 하고 화들짝 놀라 자빠졌다.

"왜그렇게 놀라고 그래? 우리 엄마가 여기 온다는게 잘못되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흐응...? 네가 우리 아들 신붓감이였구나? 머리가 길어져서 못알아봤네?"

"엄마, 그게 무슨소리야?"

"ㅈ, 저기 알파퀸님 그건..."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금색의 눈동자로 슬비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슬비는 홍당무가 된채 아무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아들, 엄마가 저번에 이야기 안해줬던가? 슬비가 아들 신붓감이라는거."

"...에...?"

몇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는지, 나는 그대로 돌부처가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ㅈ, 저기 알파퀸님..."

"그냥 편하게 아줌마라고 부르렴? 아니면 어머님이여도 괜찮단다?"

"ㅇ, 어머ㄴ..."

열정적으로 자신을 시어머니라고 인정하고자 하는 엄마의 공세에 슬비는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그건 그렇고 우리 엄마랑 리더 체면좀 어떻게 해줬으면....

그렇게 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여기 있었나 동생?"

"아, 제이 아저씨. 아저씨도 오셨나요?"

"뭐, 나도 일단 참전자라고? 여기에 안올수가 없지. 근데 리더는 왜그러고 있는데?"

"아... 그게 말이죠..."

사정을 이야기 하려는 찰나, 슬비는 당황하면서 내 입을 가로막았다.

그래도 대충 인원구성을 파악해보자니 제이 아저씨는 "또 누님의 짓입니까?" 하고 익살스럽게 웃어넘겼다.

"흐응~? 우리 막내가 아직 이 누님의 손맛을 덜 맛본 모양이구나~?"

"ㅁ, 무슨 소리?! 난 이미 충분히 누님의 손맛을 알고 지내왔다고? 뭐라 말해줘 세하 동생?!"

제이 아저씨는 애처롭게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오히려 아저씨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잠시후,  아저씨는 엄마한테 신나게 두들겨맞은채 리타이어 되어버렸다.

"아...하하하..."

그리고 나는 그것을 씁쓸하게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아저씨...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끝나고 나와 슬비, 제이 아저씨와 엄마는 한쪽에서 돗자리를 피고 점심을 먹게 되었다.

피크닉이라도 온것 같아서 오늘의 취지에 맞지는 않겠지만 엄마가 슬비에게 전쟁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기에 마땅히 이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제이 아저씨는 괜찮겠냐면서 말렸지만, 오히려 엄마는 미래의 클로저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어릴때 나한테 자주 들려줬던게 전쟁때의 에피소드였지만, 데이비드를 생각했을때, 충분히 알아두는게 좋을거라고 나는 생각했고, 물론 리더인 슬비마저도 수긍했다.

그렇게 엄마의 차원전쟁 시절의 무용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내용은 우리가 알던것 보다 더 참혹했었다.

차원전쟁 시절, 헤카톤케일이 이끄는 군단은 지구 곳곳을 습격하여 도시를 파괴하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학살했었다.

물론, 군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었던 클로저들은 분전했었으나, 위상력에 각성한 클로저들의 수는 안타깝게도 차원종 군단에 비해 수적 열세였었다.

아무리 지원을 보내도 지원 병력을 보낼수 없다는 말 뿐, 유니온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는 무책임하게 클로저들을 죽게 내버려 두고 자기 혼자만 살기 위해 도망을 쳤다.

그리고, 그것은 엄마의 주위에서 쓰러져간 동료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되돌아와 평생, 울프팩의 뇌리에 꽂혀지게 되었다.

"그땐 나도 몰랐지... 고위 관료층들이 그렇게 더러울줄은 말이야..."

제이 아저씨의 독백과 함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그럼 알파ㅋ... 아니, 어머님은 꽤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뭐, 그래도 지금은 평화로우니까 괜찮잖아? 겨우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날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밝아보이는 엄마의 얼굴에 나는 어렷풋이 그녀가 숨기고 있는 거짓을 알아챌수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그것은 제이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군요... 잘 알겠어요."

"그래, 우리 며느리가 알아준다니 아주머니는 기쁘네."

"ㅁ, 며느..."

그와중에도 엄마는 또 장난질... 아저씨는 며느리? 누님, 우리 리더를 세하 동생의 며느리로 삼겠다는 소리입니까? 하면서 또한번 슬비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오호... 눈치 빠르네 우리 막내?"

"하아... 엄마, 나 참배하고 올게."

"응? 아, 그러렴~ 다녀와~"

왠지 울프팩팀의 시간인것 같아, 나는 슬비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와중에도 슬비는 얼떨떨 해보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잡은 내손을 꼬옥 잡았다.

..응? 얘가 내손을 잡다니 의외인데?

뭐 어때...

클로저들의 묘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 참배한 나와 슬비는 티나씨의 묘와 울프팩의 트레이너씨의 본명이 적힌 묘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보니 티나씨도 원래는 클로저였었지..."

"응..."

지금은 비록 안드로이드이지만, 티나씨가 계속 이야기 해오는 교관의 의미는 이미 죽은 클로저였던 그녀였던걸까... 이쯤되면 유니온의 치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던걸지도 몰랐었다.

트레이너씨를 일부로 죽게끔 만들고 울프팩팀의 명예를 훼손한 일...

우리는 하나씩 참배를 끝내고 돌아가니, 아저씨는 먼저 돌아가버리신듯 없었고, 엄마만 자리를 정리한채 집에 갈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가볼게, 임무에서 보자."

"그래, 너 내일 지각하면 혼난다?"

"알았어... 알았다고..."

"며느리~ 나중에 보자~?"

물론, 우리 엄마는 슬비를 무척이나 아끼는것 같았다. 자고갈것을 권유할 정도이니... 하지만, 슬비는 아직 해야할 보고서가 남아있다면서 극구 뿌리쳤다. 

엄마는 아쉬워했지만, 이내 납득해버렸다.

"그래서 세하야. 슬비하고는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어~?"

"ㄱ, 그런게 아니야!"

"흐응... 아직 사귀지도 않았어? 이참에 확 사귀어버리는건?"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그렇게 엄마와 나는 옥신각신 하면서 버스에 몸을 실었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앞으로 유정누나와 늑대개 팀과 함께 유니온을 바꿔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다시는 그날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 날수 없게.


 

후기

첫 클로저스 단편 소설로 찾아뵙게 되네요!
처음 이 단편을 계획한건 아니였지만, 오늘이 현충일이다 보니 차원전쟁때를 생각하며 전쟁떄를 회상하는 알파퀸과 제이, 그리고 데이비드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것을 깨닫게 된 세하와 슬비를 주제로 이 단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이 단편을 통해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중에 또 다른 소설로 찾아뵐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즐클 하세요~! 


+ 학교갔다왔다가 이게 왠걸 ㅠㅠ 제 첫 연성이 명전이라니 ㅠㅠ 다음 연성도 열심히 쓸게요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넙죽)

2024-10-24 23:15: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