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유) 하늘의 색은 새롭게 덫 쓰인다.

라쉘라 2017-06-02 0

 "냐아아..."


 "아, 세하구나."

 왼손으로 머리를 쓸면서 오른손으로 고양이를 품고 있는 유리가 보였다. 눈을 감으면서 살포시 앉아있는 유리는 마치 누군가가 조각한 듯이 아름답게 빛나는 듯했다. 조금 머뭇거리며 있다가 다가간다.

"병문안 왔는데. 퇴원했어?"

 "으응. 아직이야."

 환자복을 입고 있는 유리는 살며시 웃는다. 다행히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나 보다. 뭐, 활발한 성격이 살짝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며칠 있으면 낫는다고 했으니 기다릴 수밖에. 나는 들고 왔던 상자를 유리에 옆에 둔다. 풀밭에 앉아있는 유리 옆에,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 우리 둘은 앉아있다.

 "네가 먹고 싶다던 마카롱이야. 옛날에 먹고 싶다 했잖아."

 유리는 상자를 열며 마카롱을 보고는 피식 웃는다. 방금까지의 가식적인 미소가 사리지고 언제나의 미소처럼 피어오른다. 나도 모르게 기쁜 마음으로 유리를 바라본다.

 "흐응….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몇 달 전이라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 뭐…. 늦어진 것뿐이야."

 우리는 마카롱을 먹는다. 그날 사온 마카롱은 파란색, 노란색, 연노랑색, 분홍색, 연녹색이었다. 서로 마카롱에게는 손을 대지 않고는 멍하니 밤 하늘을 바라본다.
 
 어두운 밤…. 연보라색의 물감이 뿌려진 듯한 밤 하늘….

 주위에 가로등과 불빛이 없었기 때문일까, 밤 하늘은 무수한 별로 가득했다.

 은하수가 흐르듯이…. 우리를 감싸주는 듯이….

 단지 그런 기분으로 밤 하늘을 바라본다. 무언가가 잡히는 듯이 손을 뻗었고, 무언가를 낚아채었지만, 내 손에서 흩어지더니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유리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 …. 너한테 차였는데 이런 짓 하면 내가 비참해 보이지 않아?"

 "…그러게."

 나와 유리는 한번 사귀었다. 데이비드를 쓰러뜨리고 얼마 가지 않아 유리와 나는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의문을 품지도 않았고, 유리를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이별했다. 싫어졌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 어울리지도, 지켜주지도 못할 것 같아서…. 그저 게임만 하면서 살았던 나에게 과연 그녀가 어울릴 거 같냐고. 마음속에서는 계속 그렇게 울부짖고, 나를 농락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저 상처만이 남을 거면

 사랑을 하지 말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후회의 길만이 놓여있었다. 유리와 헤어지고 나서, 유리는 무리한 실험이나 임무를 계속해서 받아들였고, 나는 반대로 주위를 순찰하거나 잔당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나와 그녀의 사이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듯했다.

 "…."

 "미안."

 짧고도 긴 의미가 담겨있는 말을 중얼거린다. 서로를 바라** 않고, 서로 죄인인 마냥 고개를 숙이며 땅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마음의 상처는 치료가 불가능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 벽을 만들어 놓은 걸까? …. 그저 이런저런 의문이 머리를 맴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도 하지만, 결국은 지나간 시간이다. 유리도 다시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마카롱을 바라보고는 파란색 마카롱을 먹는다. 나는 분홍색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문다. 마카롱이 넘어가며 달달함이 입에 퍼졌다. 어색했던 분위기도 달달함으로 녹아졌면 한다. 향긋한 단내가 울려 퍼진다. 유리와의 추억 또한 나의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유리는 연녹색을, 나는 연노란색 마카롱을 잡으려다 손이 맞닿는다. 유리는 나를 보면서 피식 웃고는 연녹색 마카롱을 입에 넣고는 고양이를 놓아준다. 고양이는 길고양이었는지 유리의 손에 묻은 설탕을 핥고는 가버린다.

 "다시 고백이라도 하게?"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딱콩.」

 나는 유리의 머리에 꿀밤을 때린다. 유리는 머리를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왜 때려!!"

 "시끄러."

 유리의 볼이 뾰로통하게 올라오며 '흥' 하고는 그대로 땅을 본다.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불안감에 의해 유리를 빤히 바라본다.

 "뭐야, 나 보면 돈이라도 나와? 게임이 클리어가 돼?"

 그녀가 불만스럽게 말했다가, 얼마가서는 키득거리며 웃는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그녀…. 마치 우리 둘이 사귀었을 때로 돌아가서 서로에게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무슨 불안감에 그렇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리의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새삼 내가 웃은 날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식적인 웃음이나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는 자기의 얼굴이 웃음으로 조각된 것처럼 자기가 행복해서 웃는지, 가식으로 웃는지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어떻게 할 거야."

  "응? 어떤 거?"

  "장난치지 말고."

 유리는 말하고 싶지 않은 지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은 하늘로 옮겨갔다.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옮겨갔다. 그녀의 눈에는 별들이 하나, 둘씩 피고는 다시 떨어진다. 마치 그녀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처럼….

 "글… 쎄."

그녀는 밤 하늘에 그대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분명히 아름답기만 해야 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아니. 바라만 보고 있다. 그 어떤 감상도, 감탄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서로의 비밀을 품고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서글픈 눈…. 분면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위상력으로 인해, 그녀의 인생은 한 번 버려졌다. 그리고 새로운 클로저라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녀는 한번 더,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위상력을 잃고, 몸을 지탱하는 힘도 약해져갔다.

 이너 포탈을 통해서 임무를 했던 그녀는 몸이 오염되었고, 결국 버티질 못한 것이다. 지금은 케롤 씨, 하나, 정미, 빛나 씨가 힘내주면서 어느 정도 완쾌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상력은 돌아오기 힘들다고…. 재활도 힘들어서 그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뭐, 생각하면 애기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앉아 있던 풀밭 앞에는 호수가 있었다. 지금에서나마 발견하면서 호수를 바라본다. 하늘이 비치는 검은색의 불투명한 하늘의 거울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 별똥별이다."

유리의 말이 들려왔다. 지나가는 밤 하늘의 희망.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유일한 별….

 나는 호수를, 유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른 것을 보고 있지만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리는 '처음으로 별똥별을 봤네'라고 중얼거렸다.

 사라져가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빈다.

 순간이지만… 간절함을 담아서 별똥별에게 보내며….

 너에게 위안이 될까? 우리의 관계를 잊은 채 너에게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이 이기적인 마음으로… 눈물을 감추고만 있다.

   「우우웅….」

 "응?"

 핸드폰의 전화가 왔다. 핸드폰의 진동이 평소보다 크게 들리면서 나는 발신자를 확인한다.

 유니온으로 부터의 전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이렇게 유리와 같이 있다가는 또다시 후회만 할 것이다. 아니 자괴감에 들어서 또 서글픈 마음을 게임으로 달랠 것이다.

 "일, 열심히 하라구!"

 그녀는 눈치를 챘는지, 다시 활기차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는 불안해 보였다. 어디 가 불안해 보였는지, 왜 그녀의 활기찬 미소가 아까와는 다르게 마음을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때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그래도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유니온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녀의 성실함이 과를 부른 것일까. 유니온도 이너 포탈을 사용하면 차원 오염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았을 터인데…. 아니 유리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가 몇 번이고 그녀를 말렸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해지면서, 유니온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무거워져만 간다.







 "이젠 익숙해졌네."

 어느새 4개월이 흐른 병실 생활. 노란색 마카롱을 들고 오다가 떨어뜨린 나는, 세하가 유니온으로 향하면서 병실에 돌아왔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를 가리켰다. 독실인 만큼 불편한 점은 없었고, 찾아와 주는 것에 기쁘긴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슴이 아프다. 병실을 둘러보자 고양이가 창문에 서있다.

 "냐아아!!"

 고양이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울었다. 나를 보고 운다. 나를 향해서 계속 울고 있다. 누우려는 나는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바라봤다. 10월 말이라는 늦가을에 열려있는 창문은, 세하와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찬 바람을 몰고 왔다. 그리고 나뭇잎이 들어오더니….

 더스트가 창문에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계속 서 있었다. 더스트는 계속 나를 보고 서있었다, 내가 병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나는 그저 웃었다.

 쓸쓸하고… 맑은 웃음을…

 "답은 정했지?"

 "응."

 그녀는 자신의 장난감이 잘 살아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다. 재미있다는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더스트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의 진짜 상황을….

 "차원종이 되어서 계속 살 거야? 아니면 죽을 거야?"

 그녀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애초에  그와 헤어지는 것이 옳았을지도 몰라. 이너 포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가 이런 상황을 직면했을 거야. 그렇게 되새긴다. 나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하나가 말해준 말이었다. 오염이 심각해서 제거한다 해도 나의 몸은 굳어갈 거라 했다. 먼저 다리가 멈추고, 손이 멈추다가, 서서히 심장이 멎는다고….

 선택을 준 것은 더스트였다. 내가 차원종이 된다면 차원 오염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차원종이 된다는 것은 모두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계속 나의 손은 더스트에게 향하고 있다. 모든 은하수는 더스트에 손에 있는 듯이, 나라는 별 하나를 그 은하수에 떨어뜨리는 듯이 나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널 죽음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아. 넌 재밌거든."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재밌어지려는 듯한 일이 생긴 것처럼…. 하지만 상관없지 않을까? 좀 더 살아가서… 그리고 세하랑 다시….

 내가 차원종이 되면… 세하는…?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허탈하게 웃음이 나왔다. 세하에게 차이고 또 세하만을 생각한다. 바보 같은 여자다. 정말로 바보 같다. 남이 바보라고 하는 이유를 드디어 알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다는 것도… 애초에 차원종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바보….

 "뭐야…. 정말 바보잖아…."

 죽는다는 것이 슬프지 않았지만, 더 이상 세하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너무나 슬퍼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차원종이 되어서도 그를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하의 고통스러워할 얼굴에, 또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역시 나의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죽어서라도…. 차원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래? 그러면 고통 없이…."

 나는 더스트를 베어버렸다. 더스트는 그대로 조각나더니 먼지가 되면서 사라져간다. 분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를 베었다. 나의 위상력을 사용하면서…. 이젠 더 이상의 위상력은 없었고, 곧 나의 몸은 침식되어선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나는 캐롤리엘씨가 준 약을 바라본다. 말없이…. 그리고 나는 결심을 하며, 나의 요원 복을 입으며, 특수요원이라는 완장을 단다. 그래.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잖아?






 차원종은 끊임없이 나왔다. 그것도 단순한 스케빈져와 같은 D급 차원종이 아니었다. A급 차원종이 연속으로 나오고 있었다. 어째서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수의 차원종이 나왔는지는 의문일 뿐이지만, 그저 베기만 했다.

 '유리는 죽어.'

 라는 정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가, 차원종을 베면서 그 생각을 떨쳐낸다. 아니 떨쳐내려고 몇 번이고 발악하고 발악한다, 하지만 끊임없는 차원종처럼, 정미의 말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졌다.

 "하필 이럴 때에 전부 임무냐!!"

 나머지 검은양은 플레인 게이트의 재탐사를 시작했다. 나도 담당했지만 김유정 누나가 유리를 보고 오라고 해서 나만 휴가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사태이니 만큼 휴가고 나발이고 유니온은 나를 부른 것이다.

 "젠…. 장!!"

 푸른 불꽃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위상력을 너무 썼던 걸까? 땀이 흐르면서 검이 무거워진다. 잡념이 떠나지 않고, 위상력은 차원종을 베면서 계속 사용된다. 내 앞에서 서서히 **가는 나의 불꽃이, 마치 서유리의 목숨을 보는 듯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가 이너 포탈을 향할 때, 나는 임무를 나갔는가? 어째서 나는 그녀를 말리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녀에게 그런 짐을 지어줬을까…. **가는 불꽃을 다시 살리기 위해 위상력을 쥐어짠다. 그리고 그 결과 나의 몸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수십 마리의 차원종이 나를 향해 온다.

 "이렇게 끝나야 하는데!!."

 "서유리님, 나가신다!"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에 나는 놀란다. 바보 같은, 아니 바보가 위상력을 사용하면서는 차원종을 베어넘긴다. 순식간에 차원종들을 제압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데이트하러 갈레?"

 "…. 풉. 그래. 바보야."

 '바보 아니거든?!'하면서 발끈하는 서유리를 바라보며 웃는다.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기운을 차리려고 뭔 짓을 한 것이겠지. 아까까지의 힘없는 모습이 아니라 평소의 유리의 모습이었다.

 "밤에 데이트할 게 있냐?"

 "짜잔~! 그럴 줄 알고 준비했습니다!."

 "불꽃놀이?"




 그렇게 우리는 G타워 옥상에서 폭죽을 준비한다. 근처에 공원에서 하자고 했지만 유리가 건물 옥상에서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면서 나를 붙잡았다. 정말로 그녀와 옛날의 관계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녀도 아까와는 다르게 근심이 풀린 듯이 즐겁게 폭죽을 놓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것을 알까?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몇 달이 지나면 죽는다는 것이 나를 다시 공포에 몰아넣는다.

 "저기 유…."

 "쉿…."

 유리는 나의 입을 막더니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한다.

 "지금은 이렇게… 있게 해줘."

 유리의 그런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다시 폭죽을 설치하는 그녀의 나는 생각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자고….

 어느새 폭죽의 전부를 설치한 유리는 나의 오른팔을 끌어안는다. 그러고는 오른팔을 하늘에 대고 크게 휘두르더니  나한테 말한다.

 "불꽃놀이 출발!!"

 "정말이지…."

 나는 어이없게 웃으면서 푸른 불을 심지에 붙인다. 유리가 설치한 모든 폭죽에 불이 붙으며 심지가 전부 타들어가자.

 「피유웅」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그렇게 폭죽은 5분 정도 지속되었고, 우리 눈에 보였던 별들은 폭죽의 불빛으로 하여금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옥상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서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 재밌었어?"

 "응…."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만족했을까? 만약 네가 죽는다고 하여도 계속 너를 보살펴 줄 수 있는데…. 여러 생각이 스치면서 말을 건다.

 "유리야…. 미안하지만 다시 사귈 수 있을까?"

 "응?"

 유리는 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장난기가 가득한 웃음을 짓는다.

 "어쩔까나~."

 "윽…."

 유리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 미소는 나의 불안감이나 긴장을 떨쳐낸다. 나는 유리의 손을 잡는다.

 "다시 사귀어줘."

 "정말…. …아쉽지만 다른 사람을 알아봐."

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꿀밤을 먹인다. 하하. 정말이지 내가 했던 것에 내가 당하다니…. 나와 유리는 서로 크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본다.

 "유리야. 슬슬 일출이야."

 "응."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야."

 "…. 응."

 "오늘 재밌었지?"

 "…… 응…."

 어느새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누군가가 흩뿌린 물감은 화가의 손의 의해 주황빛으로 다시 물들인다. 유리는 피곤한지 나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녀와의 많은 추억을 그곳에 묻어놓고, 나는 유리에게 속삭인다.

 "잘 자."

 미쳐 묻지 못한 추억들은 눈물이 되어, 땅에 천천히 스며들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낸다.







 유리가 떠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유리의 장례식이 일어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그녀를 행복한 미소로 보냈으니까….

 최근에는 플레인 게이트를 재탐사하여 차원압을 재확립하고 차원 오염에 대해서 다시 검증했다. 보나가 논문을 다시 발표함으로써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차원 오염을 약으로 정화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검은양은 더 큰 공적을 이뤘다.

 나는 항상 울리는 시간의 알람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느 아침과 다름없는 날…. 요원 복을 입고 완장을 차고, 씻는다.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고 앨범에 검은양 사진을 바라본다. 검은양 사진에 방긋 웃고 있는 5명이 보인다. 나는 피식거리며 사진을 책상 위에 붙인다.

 "이걸 이렇게…. 좋아!"

 나는 팬을 내려놓고는 씩 웃는다.

 "이세하! 지각하겠어!"

 "어! 알겠어."

 슬비의 부름에 달려나가면서 마카롱 하나를 집는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어 슬비에게 인사한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방금 집은 노란색 마카롱을 입에 넣는다. 달달함이 입에 퍼진다. 달달함이 잔뜩 녹아서는… 나의 세계를 물들여 간다.





 새로운 봄이 되고 벚꽃이 일렁인다. 새로운 여자가 나의 앞을 막아선다.

 "너는?"

 "안녕하십니까! 싱강고 1학년 위상능력자. 서유나입니다!"

 검은색 머리카락, 푸른색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나를 보며 경례를 한다. 말괄량이 소녀가 그녀의 동생이라는 것을 단번에 말해주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이 즈음이었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검은양에 새롭게 배정되어 찾아왔습니다! 위상력이 두 달 전에 얻어서 적응하진 못했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당당한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거리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 부탁해."

 그렇게 파란색 물감은 하늘을 새롭게 칠해간다.






 - 사진은 늑대개와 검은양이 같이 있는 사진이다. 그리고 세하는 '사귄지 1년이라는' 글귀를 적었다. -
2024-10-24 23:15:4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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