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포스트잇 게임

루이벨라 2017-05-31 11

※ 업화(@ssdfg1151)님 생일 축하 선물 소설 겸 리퀘스트






 "이.세.하!"

 "..."

 "세.하.야!"

 "...왜 또."

 "에이, 너무 서운하게 군다...우리 심심한데 게임이나 하나 해볼래?"

 "...게임?"


 게임을 하자는 유리의 제안에 세하는 의아함을 표시했다. 여기는 <검은양> 동아리방. 오늘 임무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세하는 유리와 같은 팀이 되었고 둘이서 임무를 다 하고 동아리방으로 돌아와봤지만...나머지 세 사람의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동아리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세하와 유리는 둘이서 동아리방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유리가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유리의 손에는 자신과는 달리 게임기와 같은 시간을 보낼만한 물건이 없었다. 세하는 그제야 자신이 무례했음을 알았다. 아니, 으레 쉬는 시간이면 저절로 게임기에 손이 간 거뿐이니 무례보다는 습관이었다.


 막상 유리가 먼저 게임을 하자고 제안은 했지만, 주변에는 둘이서 할만한 보드 게임판이라던지 체스판이라던지 할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심심해하며 말을 걸면 대화라도 나누어줄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세하의 귀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게임하면 어때?"

 "...포스트잇으로?"


 유리가 게임을 하자며 건넨 물건은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트잇이었다. 포스트잇은 어디서 나온거야? 아, 이슬비가 메모할때마다 쓰는 포스트잇이 책상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었던 모양이다. 포스트잇을 든 유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걸로 알아맞추기 게임 하자!"

 "알아맞추기 게임?"


 유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포스트잇을 자신의 이마에 붙이더니 설명을 했다.


 "이렇게 포스트잇에 아무거나 적은 다음에, 상대방 이마에 이렇게 붙이는거야. 그리고 상대방은 질문을 하며 포스트잇에 뭐가 써있는지 알아맞추면 되는 거야!"

 "...흠."


 세하가 짧게 고민을 했다. 뭐, 설명을 듣고보니 재밌을거 같은 게임이긴 했다. 세하는 긍정의 표시로 세이브를 하며 자신의 게임기를 껐다.


 "좋아, 해보자. 재밌을거 같네."

 "그치그치!!"


 너무도 기뻐하는 유리의 표정을 보며 세하는 '적지않게 심심했나보네' 라고 생각했다. 세하는 유리의 이마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빼며


 "그럼 내가 먼저 한..."


 먼저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유리가 먼저 빨랐다. 유리는 재빠르게 포스트잇을 떼더니 이내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슥슥 적어내리는 중이었다. 뭐, 누가 먼저 하든 결과는 상관없겠지. 딱히 무언가가 진지하게 걸려있는 내기도 아니었다. 유리의 말대로 심심함을 풀기 위한 가벼운 게임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쓸까, 하며 고민하고 있는 유리의 표정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었다. 유리의 표정은 다양한 편이었고, 비교적 쉽게 어떤 표정인지 알아맞출수도 있었다. 유리만 모르는 세하 자신만의 게임이랄까.


 고민하기를 몇 분째. 드디어 무언가가 생각난듯 유리는 포스트잇에다가 무언가를 빠르게 적었다. 다 적어낸 유리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아마도 저 표정은...'이건 쉽게 맞추지 못할걸?' 이라는 표정이었다. 뭐야? 제법 자신이 있나보네? 의외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하의 이마에 포스트잇을 붙인 유리가 질문을 해보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세하는 우선 첫번째 질문을 했다.


 "사람이야? 차원종이야?"

 "사람입니다."


 '사람' 이라면...그래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다. 혹시 자신이 아는 사람인가? 한번 물어보았다.


 "나랑 자주 만나는 사람이야?"

 "응!"


 자신과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범위가 확실히 좁혀졌다.


 "여자야?"

 "응!"


 유리는 제법 잘 캐치해내는 세하가 '대단하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자신이랑 자주 만나고 여자라...그렇다고 해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인물들은 제법 많았다. 세하는 중얼중얼거리며 누구지, 하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세하가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유리가 빙긋이 웃었다. '어렵지?!' 라는 표정. 유리의 그 표정을 보던 세하가 문득 물어보았다.


 "혹시 날 좋아하는 사람이야?"


 왜 갑자기 그걸 물어보았는지 모른다. 그냥 빙긋이 웃는 유리의 얼굴을 빤히 보니 갑자기 그런 질문이 떠올랐고, 불쑥 튀어나갔다. 자신이 한 질문이 이상하다라는 걸 깨달은 세하는 변명을 시작했다.


 "아, 아니! 이건 그냥..."

 "..."

 "...?"


 사실 세하가 그 질문을 한 직후의 유리의 행동이 더 이상했다. 그 질문을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ok 사인을 보냈다. 즉, 세하 자신을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유리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행동에 세하는 갑자기 벙찌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


 그제야 유리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유리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아니...누군가의 '소중한 비밀' 일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해도 되는걸까? 물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기는 했지만 그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세하는 당연히 궁금해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자신 주변의 인물이 누군지.


 세하의 이마로 손이 향한 건 그 직후였다.


 "으앗! 안돼!!!!!!"

 "우, 우왓?!"


 곧장 포스트잇 쟁탈전으로 이어졌다. 유리의 손이 먼저 포스티잇을 낚아챘다. 세하는 유리의 재빠른 반사신경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본 것은 있었다. 포스트잇이 뜯겨져나가면서 본 앞의 한글자.


 "...'서'?"


 '서' 를 분명히 보았다. 그렇다면...유리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세하야...!!"

 "...난 또.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는거야?"

 "...!!"


 유리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설마...알아차려버린거겠지? 하긴, '서' 씨가 그렇게 흔한 성도 아니고...!! 하지만 유리의 귀에 들린 세하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 엄마 말하는거였어?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뭐?"


 세하의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건 유리였다. 세하는 이게 정답이 아니었냐는 표정을 지었다.


 "어? 아니야? 우리 엄마 이름, '서지수' 잖아. 날 좋아하고, '서' 씨인 여자가 우리 엄마 말고 누가 있겠어?"


 ...아...


 유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스트잇을 꾸겼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낫겠지...


 "아, 맞아! 헤헤...난 또 네가 갑자기 보려고 해서 얼마나 놀랬다고...! 세하 너 그러면 게임 규칙 위반이야?!"

 "알았어, 알았어. 난 또...설마 나같은 녀석을 좋아하는 애가 있을리가 없지."

 "아하하하..."

 "아,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으응! 잘 다녀와!"


 세하가 동아리방에서 나가자마자 유리는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렸다. 이미 얼굴은 물론 귀까지 새빨개진 상태였다.


 "하아...다행인걸까, 아닌걸까."


 유리는 자신이 쥐고 있던 포스트잇을 꺼내 찬찬히 살폈다. 포스트잇에 적혀있던 이름은 '서유리' 였다.




* * *


 '...우왓!'


 세하 역시 동아리방에서 나오자마자 미끄러지듯 문 앞에서 주저앉아버렸다.


 '심장 떨리는 줄 알았네...'


 유리가 포스티잇에 적은 단어는 '서지수' 가 아닐 것이다. '서지수' 라면 유리가 자신에게 보인 그런 행동들이 납득할 수가 없었다. 유리는 표정이 다양하고,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그러니, 그 포스트잇에 적힌 인물의 이름은 분명...


 "후아..."


 '서유리' 겠지. 세하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세하 역시 얼굴이 빨개진 상태. 세하가 급히 화장실로 간다며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유리에게 자신의 이런 표정을 숨기고 싶어서.


 자신이 유리를 좋아하는 건 자신만의 비밀이었는데...유리는 자기 따위는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지...'


 이제 예전처럼 태연하게 유리를 대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지금의 자신은, 너무도 기뻤다. 유리도 자신과 똑같은 마음이어서. 그래서 방금 유리가 자신에게 보인 태도처럼 자신도 유리를 대할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까지 자신이 힘겹게 진심을 숨긴 노력이 다 허사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은 어차피 유리와 어울리지 않는데, 그래서 그냥 나 혼자 보물상자같이 간직하려고만 했는데...


 세하는 한숨을 쉬었다. 이 상황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직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아버리고 만 거 같아...'


 유리의 진심을.




http://cafe.naver.com/closersunion/235927

2024-10-24 23:15:3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