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이머 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05-25 0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에는 별 일이 없었지만 아직 나는 예전에 내가 털어논 말을 떠올렸다. 나는 위상력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내 운명을 멋대로 결정해버린 것에 대해서 화가났다. 누군가는 해야되는 건 안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도 결정하지도 않고 강제로 결정하게 만드는 게 나로써는 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 영향으로 인해 내 진로는 방황했는지도 모른다. 위상력능력자가 원래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는 것도 잘 안다. 유리가 검도부에서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난 지금 이렇게 평범한 게 제일 좋았다. 석봉이와 같이 등교하면서 보내는 학교생활, 평범하게 지루한 수업을 들어야하겠지만 클로저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하야. 이번에 나온 새로운 편의점이 있는데 한번 가볼래?"

 

석봉이가 나에게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은 나도 가본 곳이다. 요즘은 분식집에서 파는 떡볶이도 플라스틱 컵에 담아서 밀봉된 채로 팔기도 했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끝, 하지만 역시 떡볶이는 분식집에서 직접 요리해줘야 제맛이었다. 주로 편의점에서 사다 먹는 것은 거의 음료수 밖에 없었다. 삼각김밥이라던가 이런 건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 하도 만들어먹어서 그런건지 편의점 음식보다 집에서 해먹는 게 더 맛있을 정도였다.

==================================================================================================================

 

하교길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새로 생긴 편의점, 나는 걸어가면서 석봉이에게 물었다.

 

"석봉아. 준우에게 돈도 돌려받았어?"
"응. 그런데 준우가 갑자기 딴 사람 된 거 같이 굴더라고."

 

석봉이처럼 말하는 게 정상이다. 하루 아침에 사람의 태도가 변하니 놀랄 만도 하지. 준우는 석봉이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전부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선언했다. 선생님에게도 이제 함부로 대하지 않는 예의바른 학생으로 변하기까지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믿어지지 않을 노릇이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한다라... 나로서는 잘된 일이지만 동시에 믿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뭐, 아무튼 되었으니 편의점에 가면서 게임이야기나 하다가 편의점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진짜사나이 편의점' 이라고 적혀있었다. 편의점마다 다 별난 이름이 있다는 건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석봉이와 나는 간판을 잠시 본 뒤에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손님... 저희 진짜 사나이 편의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 제이 아저씨?"

"오, 세하 동생아니야? 이게 얼마만이야? 오랜만이구나. 그리고 세하 친구 한석봉도 있구나."

"아저씨,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보시다시피 가게 일을 하고 있지."

"이 가게가 아저씨 것이라고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클로저의 해산 이후로 제이 아저씨의 소식은 들어** 못했었는데 설마 이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와, 예전에 내가 편의점 알바했을 때가 생각이 나는데..."

 

그러고 보니 석봉이는 우리가 구로역 임무 때 편의점 알바를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만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학업에도 집중해야되니 당연한 것이다. 클로저가 해산된 이후, 우리같은 학생은 학교에 평범하게 다닐 수 있지만 제이 아저씨같은 어른은 무직이 되는 셈이었다. 아무래도 정부에서는 클로저들에 대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 클로저들에게 혜택을 주기에는 예산이 너무나 모자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클로저였던 사람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나는 간단하게 탄산음료수 캔을 하나 골랐고, 석봉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제이 아저씨는 우리 둘에게서 음료수 캔을 뺏더니 냉장 칸에 다시 넣은 다음에 이온음료로 교환했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

"아직 성장기인 때에 탄산음료는 좋지 않아. 이온음료를 마시라고. 건강이 우선이잖아. 크하하하하핫!"

 

또 시작이다. 이 아저씨는 다 좋은데 너무 건강에 신경쓰는 나머지 우리에게 강제적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려는 버릇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양파에 칡을 섞은 즙을 만들어서 먹인다거나, 씀바귀즙을 억지로 먹이려고 하는 등, 모두 다 건강에 좋은 음식들이라면서 맛을 보고 오버하는 안좋은 버릇이 있었다.

 

"아, 맞다. 마침 내가 만든 건강음료가 있는데 말이야. 한번 맛볼래?"

 

클로저를 은퇴해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건강음료는 정중하게 사양했고, 이온음료를 계산해서 마셨다. 카운터에 들어온 우리는 제이 아저씨와 여러가지로 이야기한다.

 

"아저씨, 어쩌다가 이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어요?"

"동생,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형이라고, 형, 잘생기고, 건강하고, 터프한 이 건강남인 제이 형이다."

 

근육까지 보이면서 멋부리는 척하고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석봉이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관리요원이었던 유정 누나에게도 이랬다가 매번 잔소리를 들었었지. 정말로 질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세하야... 미안한데 나 먼저갈게. 집에 일이 있어서."

"어, 나도 일이 있어서."

"기다려 동생."

"아니, 왜 저만 잡아요?"

 

석봉이는 가게 두고 나는 붙잡는 제이 아저씨,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석봉이에게 도와달라고 했지만 석봉이는 미안하다면서 먼저 가게를 뛰쳐나갔다. 저런 나쁜 놈, 나중에 두고보자.

 

"동생,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슬비와 유리와는 잘 지내고 있어?"

"걔들이요? 잘 지내고 있겠죠. 뭐."

"같이 어울리지 않는 거야?"

"유리는 검도하느라 바쁘고, 슬비는 공부하느라 바쁘죠. 거기다가... 그 애들이랑 만날 이유는 없어요. 유리와는 가끔 만나서 얘기하기도 하지만요."

"미스틸 테인은?"

"초등학교 잘 다니고 있겠죠.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말이야. 이제 그 일은 과거의 일로 잊혀진 거구나 싶었더라고."

 

제이 아저씨는 과거가 그리운 모양이었다. 그 때는 같이 활동하면서 재미있어 했는데 말이다. 클로저는 싫었지만 그래도 모두와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유였다. 세상 지키는 것도, 클로저가 되는 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고 보니, 유정누나랑은 어떻게 지내세요?"

"쿨럭, 유정씨 말이야? 글쎄... 요즘 안만난지 오래야. 클로저에서 은퇴한 뒤, 난 그대로 아무 말도 없이 거리를 방황했거든. 유정씨 소식은 나도 잘 모르겠어."

"고백이라도 하고 나오신 줄 알았는데 안하셨어요?"

"쿨럭, 무슨 소리하는 거야? 유정씨와 나는 그런 관계는 아니야. 어차피 함께할 수도 없는 관계지."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런게 있어. 동생. 남의 연애에 신경쓰는 거 보다, 본인 걱정하는 게 어때? 반에서 인기가 많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이 아저씨, 전보다 더 이상해진 거 같다. 연애라니? 난 그런 거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은 연애할 나이도 아니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연애를 하는 건 아저씨 같은 어른되는 나이에나 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 나중에 솔로로 살아도 큰 불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 하지만 슬비가 너에 대해서 말한게 있어."

"뭔데요?"

"카사노바 끼가 있다고 말이야. 여자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

"그건 또 뭔소리래요? 아저씨라면 모를까 왜 내가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죠? 그 애도 참 이상하네요."

 

음료수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내가 카사노바 끼라니... 무슨 내가 바람둥이라도 되는 줄 아나? 왜 나한테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지? 그냥 뭐, 무거운 책들을 들면서 문을 열기가 곤란해하길래 내가 조용히 열고 간 적도 있었고, 발목이 삐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학생이 있기에 잠시 도와주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친해진 정미와도 이야기 몇번한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게 다였다. 이건 누구라도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 나 말고도 더한 남자애들이 얼마나 많은 데 말이다. 거기다가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나에게 엎어지려고 할 때 내가 잡아준 적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게임기는 떨어졌지만 말이다. 딱히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여학생에게 다쳤는지 물어봤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이런 건 그냥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왜 이런거 가지고 카사노바 끼라고 하는 거지? 안 그러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동생, 동생은 여자애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

"이상한 소리로 아저씨와 같은 부류로 끌어들이지 마세요. 할 얘기 다하셨으면 전 이만 일어나 볼게요."

"아, 동생, 삐지지마."

"오늘 새로 나온 게임이 있어요. 그거 사러 가야되요. 응? 아저씨, 가게에 장난감 총도 파네요."

"물론이지. 동생. 어때? 살거야?"

"제가 이걸 왜 사요?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어린애인데? 킬킬킬."

"아휴!!"

 

짜증을 내면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망치는 상황이 곧 발생했다.

 

"꼼짝마!!"

 

To Be Continued......

2024-10-24 23:15: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