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그녀가 없어도 벌처스 정보부는 계속 움직일 수가 있다. 홍미진이 저렇게까지 웃어대는 걸 보면 짐작할 수가 있는데, 벌처스 내에서도 가장 음험한 그 정보부가 그녀가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한다면 존재하는 의미가 없다. 뭐 어쨌든 홍미진 정보부장과 김가면 사장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는데 미진이 김가면에게 막말을 늘어놓는 식의 설교를 계속 이어간다. 벌처스 내의 ‘산업스파이’ 녀석들을 자신들이 싹 다 잡아내어 처리해주고 있는데 고맙다는 말은 하지를 못할 망정, 오히려 호통이나 쳐서야 되겠냐는 등 아니면 과거 벌처스의 영광을 되찾는 것을 자꾸 방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으로 말하는 그녀. 그러니까 그녀는 그의 양심경영이 싫은 거다.

미진이 김가면에게 또 계엄령 발동을 요청해야만 하는 거냐고 묻자, 김가면은 그 때와는 180도로 상황이 다른데 마음대로 발동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맞대응한다. 이에 미진도 역시 그 녀석이 없다고 그렇게까지 막장 드라마를 촬영하듯이 나가서야 되겠냐고 한다. 김가면 사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네가 사장이었다면 벌처스가 어떻게 되었을지 가히 함부로 상상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에 홍미진이 또 웃더니만 자신은 경영을 할 능력이 안 되니 사장이 될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단다. 차라리 지금의 현 사장인 김가면 사장을 ‘바지사장’ 으로 내세우는 것이 재밌다나 뭐라나?

“하아~ 근데 참 아쉬운데요? 오는 5월 16일이 그 녀석의 생일인데......”

“생일에 생일상이 아니라...... 추모라도 해줄 생각이냐?”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친구 생일선물 주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그걸 줄 상대의 손에 죽다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로 가득하군요?”

“......”

“그래도 가장 중요한 말을 해서 다행인데요?”

“무슨 중요한 말?”

“검은양과 늑대개는 조만간 유니온의 완전한 꼭두각시 인형이 될 거라는 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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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서 겨우 풀려나 드디어 깨어난 서유리. 그러나 상태가 어째 이상하다.

뭐랄까? 자신이 그녀를 카타나로 찔러서 폭발시켜 산산조각이 나게 만드는 그 장면이 머릿속을 자꾸만 스치는 것. 유리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두 손을 계속 바라보는데, 자기 손으로 친구를 해쳐버렸으니 그 충격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EXR 랭크의 위상력을 정식으로 사용할 수가 있게 된 대가로 그녀를 날려버렸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바로 또 의식을 잃고 기절해버리는 유리. 그녀는 과연 무슨 꿈을 꾸는 것일까? 왠지 행복한 내용은 꿈은 결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유리의 뇌파가 심히 불안정해.”

“유정 언니. 혹시 악몽이라도 꾸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밖에.”

“유리가 혼수상태에 빠졌던 날. ‘클로저 적합성 EXR 랭크’ 판명이 나왔어요. 혹시 그 녀석을......”

“슬비야. 나도 믿고 싶지는 않지만, 왠지 그럴 거 같아.”

“유정 언니......”

“과연 이 상황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를 모르겠어.”

“......”

지금 상황에서 유리의 위상력을 추출하는 걸 시도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기기가 터져버리기라도 하는 건가요?”

“......”

“이봐, 유정 씨. 유리가 오는 17일 이전에 깨어날 수가 있을까?”

“꼭 될 거에요. 난 유리를 믿고 기다릴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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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유리 혼자 누워있는 그 방의 문이 아주 작은 소리로 열린다.

유리에게 다가오는 누군가. 아무런 말도 없이 유리를 바라보더니, 유리의 몸에서 위상력을 추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자가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관으로 보이는 거로 집어넣는 모습을 보이는데, EXR 랭크의 위상력을 견뎌내는 유리관으로 보이는 걸로 봐서는 정말로 특수한 설계가 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위상력을 추출하고서 유유히 사라지는데 그 자에게서 마치 ‘아기고양이’ 의 웃음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린다. 그 아기고양이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직후, 유리가 의식을 차리고서 깨어나는데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내가 지금까지 여기에서 누워있었던가? 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도 무슨 꿈을 꿨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그 아기고양이의 웃음소리가 이것과 관계가 있을까? 사실이든 거짓이든 그건 결단코 중요하지가 않다.

“냐~ 하하하하! 이것이 바로 EXR 랭크의 그 위상력인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

“히... 히이익! 조... 조안?!”

“왜 그러지. 내가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사... 사... 살려주세요!”

“너 해치려고 온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조안. 당신의 동족이......”

“걔 말이야? 나는~ 그 녀석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일부러 장난치는 거 같은데?”

“자... 장난? 실제로 죽은 걸 기반으로 장난을?!”

“그 녀석은 ‘하이퍼 하드고어 밴시(Hyper Hardgore Banshee)’ 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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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572594&volumeNo=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