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knights 8화(1부 끝)
firsteve 2017-04-29 1
무거운 적막이 흐르는 플레인게이트 안, 제이가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온 세하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어떻게 된 거지? 도대체...아까 전, 동생의 그 모습은 대체...."
제이의 중얼거림에 보나가 말없이 서 있다가 한 가지의 가설을 내뱉는다.
"....또 다른 경우의 수....일 지도 몰라요. 아까 전 세하의 모습은."
"무슨 말이야, 그게? 자세히 설명해줘."
옆에서 잠자코 있던 유리가 묻자, 보나가 머리를 긁으며 말한다.
"으으....설명하자면 복잡한데....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방금 그건 [세하가 용이 됬을 때]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용....이라면....아스타로트나 헤카톤케일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응. 그 때 너희가 다 같이 아스타로트를 잡았다지만 결국 그 녀석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 세하였으니까....그것 때문에 일종의 [용으로서의 자격] 또는 [계승권] 같은 게 옮겨간 게 아닌가 싶어. 그래서....아까 전 모습이 발현 된 거고."
보나의 충격적인 가설에 슬비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보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그 가설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어....세하에게 그런 계승권이나 자격이 있다면 어째서 레비아는 용의 힘을 쓸 수 있는 거야? 가설대로면 레비아는 그 힘을 못 써야 하잖아?"
"그 이유는 두 가지 경우로 추론 할 수 있어....첫번째는 레비아와 세하가 독립적인 [용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세하와 레비아, 둘 다 온전하게 용의 힘을 쓸 수 있겠지. 두 번째 경우는.....두 사람의 힘이 나누어졌다는 것. 즉....세하의 힘이 반쪽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보나의 말에 유정이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그럼 세하도....요원들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야? 아까 전엔 아예 공격이 소멸되는 걸로 보였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까 세하의 수술을 위해 위상력 매스로 집도를 하는데, 잘 작동했어요. 즉....그 [검은 아지랑이]가 아니라면, 세하는 공격 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그 아지랑이가 제 3 위상력 급의 방어막이라고 해도, 그걸 우리에게도 씌울 수 있는지, 또 본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기에.....일단은 공격 받는다고 생각해야요."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에 검은 양팀이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짓자, 보나가 타블렛 PC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이거 보이시죠? 세하 안에 이상할 만큼 뭉쳐있는 이 위상력 덩어리."
"보여...하지만 크기가 많이 작은데 위험한 거야?"
유리의 말에 보나가 작은 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이 위상력의 농도.....일반적인 요원들 기준....아니 세하의 원래 상태를 기준으로 해도.....일반적인 농도로 퍼트리면 세하의 위상력 전체....잠재위상력까지 모두 합한 값에 해당될 정도로 짙어.....게다가 이 위상력....지금 거의 한계치까지 압축되어있는 상황이야....만약....세하가 깨어나서 힘을 쓰다가 이 위상력에 대한 제어가 풀리면....."
"풀리...면? 풀리면 어떻게 되는데?"
".....최소 신서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고, 최악의 경우....한반도 전체에 위상력 오염이 진행될 거야. 그것도....심각한 수준으로."
보나의 말에 유리가 얼어붙자, 슬비가 보나를 보며 다시 묻는다.
"그런데 만약 저 힘이 얌전히 있는다면 문제 없지 않아?그러면 위상력 총량이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잖아?"
"일단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지.....그 힘으로 또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그런 게 가능하다면...."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지. 이대로 가면....세하의 뇌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뭐?"
슬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보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애초에 위상력을 사용하면 뇌에 부담을 주게 돼. 그래서 한계가 있는 거고. 근데 지금 세하는...자신의 뇌가 지금까지 받던 부담의 2배를 갑작스럽게 받고 있어. 버틸 수야 있겠지만....뇌에 문제가 생길 지도 몰라. 예를 들면.....트라우마 가중이라던지, 환각이라던지, 환청이라던지, 아니면.....과민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고."
보나의 가설에 제이가 보나를 보며 말한다.
"보나야, 무슨 방법 없어? 그 위상력 덩어리를 어떻게 줄여서 동생의 뇌에 가는 부담을 적게 할 수 있느 방법이 없냐고?"
"시도해봤어요, 이미......하지만.....그 위상력 덩어리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기계가 고장났어요.....결국....추출이나 다른 방법으로도.....그 위상력을 줄일 수 없었어요....."
보나의 절망적인 말에 제이가 벽을 주먹으로 치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또 이렇게 되는거야...?또 이렇게 내 동료가, 동생이 죽어가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냐고!!!"
제이가 벽을 계속치며 욕을 하던 그 순간...
세하가 눈을 뜨더니,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는 힘겹게 말을 한다.
"아저씨....그만 해요.....다쳐요...."
"동생!깨어난 거야?!괜찮은 거야?"
제이의 말에 세하가 자신의 손을 말없이 보다가 중얼거린다.
"몸은 괜찮은 것 같은데 ....정신이 안 괜찮네요....."
세하의 대답에 보나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세하에게 묻는다.
"이세하. 지금 네 앞에 있는 손에 무슨 특별한 거라도 있어?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
"피투성이라서 보는 건데, 왜. 문제 있어?"
세하의 까칠한 대답에 보나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결국....우려했던 대로...문제가 생겨버렸나...."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빨리 나가줘. 나 쉬고 싶어."
세하의 말에 유리가 뭐라고 하려 하지만 제이가 유리를 말리고는 이내 보나를 데리고 세하의 병실에서 나간다.
이윽고, 병실에 세하 혼자 남자, 세하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오토. 나와봐."
세하의 말에 옆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세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다.
"뭐야, 이젠 나한테 이름도 지어주는 거야?이거 영광인데? 근데 왜 하필이면 오토야? 다른 이름도 많을텐데?"
"오토스카피(Autoscopy. 자기상 환시. 통칭 도플갱어 [doppelganger]). 자기상 환시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온 거야. 싫으면 그냥 그림자라고 불러줘?"
"그림자보단 오토가 낫겠네. 다른 뜻으로 부를 수도 있고."
"다른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니 그게 무슨...."
세하의 말에 오토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린다.
"난 네가 아는 지식보다 많이 아는 편이지만 이번엔 너도 아는 뜻이라고?"
".....설마.....오토 대제(Otto the Great. 신성로마제국 초대 황제)를 말하는 거냐?"
"빙고. 난 그 뜻의 오토(Otto)를 쓰겠어. 넌 날 오토스카피(Autoscopy)의 오토(Auto)라고 불러도 좋아. 어차피 발음은 같으니까."
무언가 아까와 달리 살짝 쾌활해보이는 느낌의 오토에 세하가 오토를 보며 묻는다.
"그나저나.....너 아까 전이랑은 느낌이 많이 달라졌는데.....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 반대편이 나니까. 내가 변한다는 건 곧 너의 변화를 의미하는 거지."
"내가.....변해가는 거라고?"
"이미 변한 건 하나 있잖아?아까 전에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였잖아?"
오토의 말에 세하가 자신의 손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그 감각이 아직도 내 손에 남아있어.....사람을 베는 그 감각이....사람들의 비명이.....그리고 사람들의 피가....머리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세하의 말에 오토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두려운 거야?그 장면을 다시 겪기 싫다는 거냐?"
"당연하지!그 감각이 무서워......검이 살을 파고 들고 뼈를 가르는 그 느낌이.....무서운데.....동시에....이상한 감각이 몸에 느껴져.....마치 게임 할 때 처럼 짜릿한 느낌이.....그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느낀다고...."
"......"
"혼란스러워....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아. 살인에 익숙해지고 그것에 중독되어가는 내가 나 같지 않아."
세하의 말에 오토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혼란스러워 하는 건 알겠지만, 너 이대로 어정쩡하게 있으면 아무것도 못해."
"무슨....말이야?"
"언젠가 너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야. 손에 피를 묻힌 이상, 계속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느냐....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자수해버리던가."
"왜 그렇게 극단적인 건데?!좀 더 다른 방법이....!"
"그딴 이상론으로는 아무도 못 구한다는 걸, 도대체 몇 명이나 잃어야 인정할 건데?!네 주변을 봐!!석봉이는 죽었고, 정미는 의식불명에, 슬비는 한쪽 팔 부상에, 다른 애들과 아저씨도 몸이 성치 않아!!그런데...그런데도....그런 어정쩡한 이상론을 유지하겠다고?제정신이냐?!"
"오토!!!"
"정신차려 이세하!!!지금 네 앞에 있는 건 세이브, 로드가 있는 게임이 아니야!!현실이고 네가 헤쳐가야하는 사실이라고!!!넌 이미 사람을 죽였고, 이제는 더 이상 영웅이라 불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다고!!!!"
"입 ** 오토!!!"
세하가 옆에 있는 물컵을 던지자 오토의 몸이 스르륵 사라진다.
"확실히 선택해, 이세하....어정쩡하게 있으면 결국....또 잃을테니까."
오토가 사라지며 남긴 말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네가 뭘 알아....난...네가 말하는 대로 이상론자가 아니야....이건....내가 옳은 거라고...."
세하가 중얼거리다가 드륵하고 문이 열리자 문 연 사람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뭐야, 이슬비. 나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왜 들어온 거야?"
"....걱정되서 들어왔어...세하 네가 걱정되서..."
"하!걱정? 아까 전에 나 보고 무서워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데?날 공격하려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냐고!"
"세하야...내 말 좀 들어봐.그건...."
슬비가 다가와 세하의 팔을 잡자 세하가 세차게 슬비를 뿌리친다.
그 힘에 슬비가 밀려나 벽에 부딪히자 유리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슬비를 챙긴다.
"슬비야!!괜찮아?!"
"유리야....나 괜찮아...호들갑 떨 것 없어...."
"무슨 소리야!!너 지금 이마에서 피 나!!"
유리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고는 손을 덜덜 떤다.
"내가...내가 슬비를 밀쳐서...?그래서....슬비가...."
"세하...야?"
"내가...내가 다치게 했어...내가...내가!!!"
세하의 몸에서 갑자기 위상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의 온도를 갑자기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뭐...뭐야?!슬비야!세하 왜 저래?!"
"몰라....일단 진정시켜야해!!!!세하야!!정신 차려!!!"
"내가...내가...내가 슬비를...."
세하가 머리를 감싼 채 중얼거리고만 있자, 슬비가 세하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으며 말한다.
"세하야, 난 괜찮아!!!그러니까...진정하고 정신차려!!"
슬비의 말에 세하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던 위상력들이 서서히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더니 이내 세하도 슬비를 보며 말한다.
"슬비...야?괜찮은 거야?"
"괜찮아....그러니까...진정해..."
"미안해...미안해 나 때문에....네가...."
세하의 고개가 숙여지자 슬비가 그의 머리를 껴안은 채 토닥이며 말한다.
"괜찮아...의도한 게 아니었으니까...."
슬비의 토닥임에 불안정하게 뿜어져나오던 위상력이 다시 세하에게 돌아오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안정화된 그의 모습에 슬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그에게서 떨어진다.
"일단 쉬고 있어.....아까 전 일 때문에...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한 것 같으니까...."
".....두고 갈 거야?나 혼자 두고?"
"잠깐만 있으면 돼....금방 올게..."
슬비가 세하를 달래며 문을 닫고 나오자 먼저 나와 있던 유리가 슬비를 보며 묻는다.
"세하...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위상력이 뿜어져나오더니.....하마트면 병실을 태울 뻔 했잖아....?"
"....가끔 있어....트라우마로 인한...위상력 제어불능이....주로....정신이 무너질 때나 일어나는 건데..."
슬비가 설염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슬...슬비야?우...울어?"
"흐윽....유리야...세하 어떡해?저렇게 겁 먹은 세하는....저렇게 위축된 세하는 처음봐.....나한테 가지 말라고 붙잡을 정도면 심각하다는 건데 어떡해?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
"슬비야...."
슬비가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유리가 그녀를 꼭 껴안은 채 토닥이기 시작한다. 마치....엄마가 자식을 달래듯 슬비의 몸을 꼭 껴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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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회의실에 모인 검은 양팀 멤버들이 김가면이 나누어 준 자료를 보고 있다.
"진짜....이대로 하실 건가요?위험부담이 너무 큰데?"
"네.....실패하게 되면 저희 회사에 타격이 크겠죠....겨우 되살린 회사는 풍비박산이 날 것입니다....하지만....그것보단 여러분들이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식으로 취급받는 거....저는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김가면씨...."
"잠시후 저희 직원이 납품 차량을 몰고, 이곳으로 올 겁니다. 그 때, 여러분께서는 그 차에 타셔서 폐쇄구역까지 가셨다가 저희가 준비해둔 비행기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연락 가능한 대포폰도 같이 준비해뒀으니 도망가신 뒤 그걸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 후는 제가 어떻게든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그럼 짐 챙겨올게요."
세하가 김가면에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자 다른 멤버들도 그를 따라 각자의 짐을 챙기러 간다.
'후우....일단 챙겨야 할 약이랑 필요한 도구들은 다 챙겼고....세하는...잘 하고 있으려나...?또 멍 때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슬비가 자신의 배낭을 어깨에 매더니 세하의 병실을 향해 간다.
그러나 있어야 할 세하의 배낭과 세하의 모습이 병실에 없자 슬비가 당황하다가 설마 하는 마음에 맞은 편에 있는 정미의 병실 문을 열어본다.
열어 본 병실 안에는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누워있는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세하의 모습이 있다.
"세하야....여기 있었네?"
".....왔어?"
세하가 힘 없이 대답하자 슬비가 세하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살핀다.
"....정미는 걱정 안 해도 돼.....보나랑 정도연 박사님이랑 케롤 언니가 잘 치료한다고 하니까...."
"알아....아는데....왜 자꾸 발이 안 떨어지지...?"
"세하야...."
"자꾸만....자꾸만 못 돌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세하의 말에 슬비가 그를 꼭 껴안으며 토닥거린다.
"괜찮아, 세하야....잘 될거야.....우리는 죽으러 가는 거도 아니고,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야...."
"....."
"그러니까....약해지지마. 너 까지 약해져버리면.....나는 어떡하란 말이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미안....약한 소리 해서......출발하자....늦으면 계획에 차질 생길텐데...."
세하가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나려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꺼내 침대 옆 테이블에 놔둔다.
".....가자, 세하야. 늦겠어."
슬비가 병실 문을 나서자 세하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정미를 돌아보고는 작게 중얼거린다.
"....금방 갔다올게, 정미야. 돌아오면....꼭 깨어있어야 해?"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짓고 슬비를 따라 나가자, 어느새 각자 배낭을 맨 채 기다리는 검은 양 팀 멤버들이 그를 반긴다.
"인사는 잘 하고 온 거야, 동생?"
"네....인사 하고 왔어요. 이제 가면 되는 건가요?"
"응. 빨리 짐 넣고 출발하자고. 그 녀석들이 쫒아오기 전에."
제이의 말에 모두 자신의 짐을 안에 넣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납품 품목의 산 뒤에 몸을 숨긴다.
"그럼 여러분....행운을 빌겠습니다."
김가면이 납품 차량의 문을 닫자, 곧이어 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덜컹거리며 가는 차 안이지만 그간에 쌓인 피로 때문일까?
제이와 세하를 제외한 4명은 덜컹거리는 그 안에서 눈을 감고 쪽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피곤했을 세하와 제이는 핏발이 선 눈으로 그저 멍하게 실려가고 있다.
"...세하야. 안 자냐?"
"...아저씨야말로 안 주무시네요?"
"나야 뭐 좀 있다가 잘까 싶은데 동생은 왜 안 자?잠이 안 오는 거야?"
"....잠들기가 무섭네요...잠들면 또 그 꿈을 꿔버릴까봐....그때는....되돌아올 수 없을까봐....두려워서 잠을 못 자겠네요..."
"....무슨 꿈?자세히 이야기 해봐."
제이의 질문에 세하가 자신이 꾼 꿈과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을 제이에게 말하자 제이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이내 세하에게 되묻는다.
"그럼....동생은 그 꿈이 실제일 거 같아?"
"잘 모르겠어요....근데....확률이 없진 않을 것 같아서 더 두려워요..."
세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제이가 선글라스를 올리며 말한다.
"동생.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형은 절대 죽지 않아. 그리고....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생을 포함한 모두를 구해낼테니까, 동생은 쉬고 있어. 사람을 상대로 목숨을 거는 건 형이 할테니까."
"하지만 아저씨..!!"
"지금 동생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록 트라우마가 증폭되서 불안정해지고 있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태의 동생은 오히려 방해돼."
"......"
"그러니까 이번만 후방에 있어. 그 트라우마가 나으면 다시 전방에 서서, 형이랑 같이 등을 맞대고 싸워보자고. 이해해줄수 있겠지?"
대답이 없는 세하의 모습에 제이가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품에서 작은 알약을 하나 꺼낸다.
"이거 먹어, 동생. 내가 불면증 있을 떄 먹던 수면제야. 잠깐 눈 붙이는데 도움이 될 거야."
"고마워요, 아저씨...."
세하가 제이의 알약을 받아들고 물과 함께 삼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잠이 든다.
그 모습에 제이가 작게 중얼거린다.
"....이번엔...절대 너희들 손에 피를 묻히게 놔두지 않겠어....그로 인해....내 몸이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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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아직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있는 국제공항 폐쇄구역 안으로 검은 양팀을 태운 차량이 들어와 주차된다.
"으음....도착한 거야?"
"그런 거 같아....시동이 꺼진 걸 보니까..."
유리와 슬비가 쪽잠에서 깼는지 눈을 비비며 몽롱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깬 세하는 깨어난 직후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제이에게 눈짓을 한다.
"아저씨....아저씨도 이상하지 않아요?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이렇게 스산한 느낌이 드는 건...."
"글쎄....동생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원래 폐쇄구역은 이렇게 조용했어야 했어."
제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세하를 달래지만 세하는 찜찜한 기분을 버릴 수 없는 지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만지작거린다....
그 순간....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차량을 운전해준 직원이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어서 나오세요. 안 그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직원의 말에 검은 양 팀이 밖으로 나오자 직원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지금부터 저희는 폐쇄구역의 숨겨진 길을 통해 비행기 탑승구로 향할 겁니다. 길이 좀 좁고 어둡겠지만 모든 것은 계획을 위해서이니 양해주십시오."
직원의 말에 검은 양팀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기 시작한다.
아까 전 설명처럼 좁고 어두운 길에 줄줄이 한 줄로 검은 양 팀이 걷기 시작하자 세하가 미심쩍다는 듯 주변을 둘러본다.
'....분명 그 아저씨...이 길이 숨겨진 길이라고 말했어....그런데 원래 이곳을 관리하던 감찰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조차 없는 길이라니.....그 말은 이 길이 처음엔 없었다는 건데....?그럼 대체....이 길을 누가 만든 거야?그것도....아무도 모르게?'
세하의 생각이 절정에 달할 때 쯤, 갑자기 앞에서 걷던 직원이 검은 양 팀을 보며 말한다.
"...서둘러야겠네요. 방금 안드로이드 공장 중 한 곳에서 엄청난 수의 안드로이드를 여러분을 타켓으로 풀었다고 하네요."
"들킨건가?"
"어쨋든 서두르시죠. 조금만 더 가면 비행기 탑승 로비니까요."
직원이 앞장서서 뛰어가자 그 뒤를 검은 양 팀이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던 직원이 앞에 보이는 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겁니다. 저기로 가서 44번 게이트로 가시면 여러분을 안내할 사람이 있을겁니다. 전 뒤에서 오는 안드로이드들을 막고 가겠습니다."
"...건투를 빌지."
제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검은 양 팀을 데리고 뛰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록 세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이상해....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잖아. 탑승동 로비에 다 와 가는데 공장 중 한 곳에서 안드로이드들을 뒤늦게 보냈다? 그리고 우리의 조력자가 한 명 더 있다고? 너무...모든 게....계획 된 것처럼 딱딱 맞아 떨어져....'
세하의 불안감이 커지가는 그 때, 제이가 44번 게이트를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야. 아직 이쪽까진 못 왔나보군.'
제이가 검은 색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시계를 보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며 말한다.
"이봐. 우린 검은 양 팀인데...가면이가 준비해둔 비행기가 이건가?"
제이의 물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그 때....
부우웅...부우웅...
세하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김가면씨?지금 탑승동 로비인데 44번 게이트 맞나요?"
"선배님!!!!!도망치십시오!!!!!그 자들은 선배님들의 편이 아닙니다!!!!!!!!!당장 도망 치세요!!!!!!"
"네?!"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제이 앞에 있던 사람이 후드를 벗으며 말한다.
"잡았다, 쥐**들."
후드를 입고 있던 사람이 손에 쥐고 있던 스위치를 누르자 주변에서 엄청난 숫자의 안드로이드들이 나타나고 닫혀있던 문 안에서 요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게...대체.....어떻게 된 거야?왜...여기에 이 만큼의 안드로이드들과 요원들이...?"
유리가 급격한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버버거리자 요원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뭐긴 뭐야....너희는 배신당한 거야. 너희를 여기로 데려온 그 아저씨한테 말이지."
"거...거짓말...그 아저씨는 우리를 위해서 숨겨진 길로 우리를 안내했어!!"
"그 길.....왠지 돌아가는 듯한 느낌 못 받았을까나?"
"....뭐?"
유리의 표정에 요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그 아저씨는 우리가 도착해서 숨어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준 거야. 크큭....어이, 아저씨!!!당신 연기력이 좋았나본데?이 애 좀 보라고!아직도 못 믿고 있잖아?"
요원의 말에 직원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오더니 요원에게 말한다.
"에이씨....왜 불러내는 거야!이것들 갔다줬으면 됬잖아!!!"
"크큭....이 얼빠진 표정 구경하라고 불렀지. 혼자 보긴 아까워서 말이지."
요원의 말에 정신을 차린 슬비가 직원을 향해 말한다.
"아저씨!!!어째서....어쨰서 우리를 배신하신거에요?!저희를 도와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너희들을 도와주는 거? 그래...그 얼빠진 가면성**가 세계를 구해준 의리를 지켜**다며 내게 부탁하더군...빌어먹을.....지금 같은 상황에 무슨 의리야, 의리가!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그딴 의리가 아니라 눈 앞에서 오고 가는 막대한 양의 현상금이야!!너희 같은 애송이들을 지킬 바에는, 차라리 이 자식들한테 너희들을 팔아넘기고 현상금을 가지는게 더 낫다고!!!"
직원의 말에 세하가 크큭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크게 웃기 시작한다.
"크큭....푸하하하하하!!!!!크크큭....그래....너 같은 족속들이 그렇지 비겁하다 못해서 찌질한 너희들이 하는 짓이 거기서 거기지. 뒤에 어떻게 될 지는 생각도 못하는 네놈들의 생각은 뻔했어 크큭....덕분에...머리가 비었어."
"뭐?"
직원이 말을 하며 따지려는 순간 목에 붉은 줄이 생기더니 직원의 머리가 스르륵 미끄러져내린다.
"아저씨. 죄송한데 저기 있는 고기덩어리들 좀 맡아주실래요? 짜증나서 이 고기덩어리는 베었는데 영 손맛이 안 좋네요.더 짜증나버렸어요. 이 기분을 좀 식히려면 저 고철쪼가리들을 다 부숴야할 거 같으니까 저한테 방해 안 오게 부탁드릴게요."
세하가 저벅저벅 걸어나오며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집중시키자 평소보다 짙은 위상력이 깃들며 뻗어나간다.
그 모습을 본 세하가 키득거리며 말한다.
"잘 됬어....안 그래도 답답하고 짜증나고 열 받아서 어디에다 풀고 싶었는데 말이야....고마워....내 앞에 나타나줘서....부수고 뜯고 없애고 망가뜨릴 수 있게 해줘서!!!!!!!!!"
세하가 광기 섞인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달려가 부수기 시작하자, 제이가 입술을 꽉 깨물며 세하를 보다가 이내 요원들을 향해 자세를 취하며 말한다.
"뭐....동생을 말리는 건 나중으로 하지....지금은....내가 당신들을 막아야 할 것 같으니까. 우리 아가씨들은 내가 지키기로 약속해서 말이지."
"뭐라는 거야....고작 늙다리 주제에!!!"
"늙다리라 미안하지만 참아주라고. 어짜피....모두 다 잠시 뒤면 병원신세 질테니까."
"이...이게 누굴 놀리나?!야!!담구어버려!!!"
요원들이 달려오자 제이가 품에서 약을 한 번 쭉 들이키고는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말하는 것부터 고쳐주지. 신사적으로 말이야!!!"
제이마저 요원들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가자, 유리가 상황을 보다가 세하 쪽을 보고는 슬비를 돌아보며 말한다.
"슬비야. 난 세하 도우러 갈게. 아무리 그래도 안드로이드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일테니까."
"그럼 나는 제이 씨 쪽을...!"
슬비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너는 여기서 유정언니랑 테인이를 지켜줘. 방어전은 내 약점이잖아?"
"...알았어....대신 절대 지지마....알았지?"
"걱정마. 난 절대 안 져. 다녀올게."
유리가 긴 생머리를 올려묶고 세하 쪽으로 달려가자 슬비가 한참을 말 없이 있다가 유정을 돌아보며 묻는다.
"언니....혹시 은이 언니 전화번호 있어요?"
"은이...씨?....그래.....은이 씨네 공항경비대!!"
"밑져야 본전이에요. 빨리 걸어주세요. 왠지....이쪽도 노려지는 기분이거든요."
슬비가 세하와 유리가 부순 안드로이드 파편들을 끌어모아 자신의 옆에 띄우더니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그 모습에 테인이도 여러 개의 창과 결계를 펼치며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테인아. 미안해....그래도 누나 좀 도와줘...."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요 누나. 이게 우리가 할 일이잖아요?"
"....꼭 살아남아야 해, 테인아.....알았지?"
"누나도....꼭 살아남아야 해요....제가....최선을 다해서 지켜드릴테니까 꼭 살아남아주세요....더 이상 제 앞에서 누군가 죽는 건....보기 싫어요."
슬비와 테인이가 서로 등을 맞댄 채 살짝 주먹을 마주하고는 이내 자신들의 눈 앞으로 밀려오는 안드로이드 무리를 향해 자신들의 공격을 날리기 시작한다.
한편....
"뭐야....이것밖에 안돼?잔챙이들 말고 센 놈들 보내보라고!!!!이래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많던 안드로이드들을 문자 그대로 고철로 만들어버린 세하가 리모컨을 들고 연신 새로운 안드로이드들을 불러내던 요원에게 말하자 유리가 세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달랜다.
"세하야...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조금만 진정해....."
"아닌데?나 지금 최고로 이성적이야. 머리가 아주 맑아졌다고. 어이, 빨리빨리 만들어보내봐! 다 부서줄테니까!!!"
세하의 도발에 리모콘을 들고 있던 요원이 인이어에 뭐라고 말을 하더니 이내 히죽 웃으며 말한다.
"그래...다 부수겠다고 했겠다?그럼....이것들도 부술 수 있나 볼까?"
요원이 리모콘을 누르자 하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인형(人形) 세 개가 나타난다.
"헤에..?세 개뿐이야?그렇다면....엄청 세다는 거네? 마음에 들어!!!"
세하가 앞으로 건블레이드를 들고 달려가자 맨 앞에 있던 인형이 들고 있던 대검으로 그의 검을 정면에서 받아친다.
"호오....좀 센데?그럼 어디....더 날뛰어볼까!!!"
세하의 눈에 스산한 광기가 흐르더니 이내 무차별적인 속도로 대검을 든 인형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다.
눈이 멀 것 같은 푸른 빛의 향연에 유리가 다가가지 못하다가 세하를 향해 슬금슬금 거대한 헤머를 들고 오는 인형의 모습에 탄환을 장전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향해 집중사격을 해 세하에게 멀리 떨어뜨린다.
평소보다 화려한 만큼 더더욱 강력해진 공격에 결국 헤머를 든 인형(人形)이 얼굴의 가면에 공격을 허용한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면이 부서지자 검격을 나누고 있던 세하가 자신의 앞에 있던 인형을 날려버리고는 헤머를 든 인형을 향해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크큭....그래....어디 낯짝 좀 보자....이번엔 어떻게 생겼....?!"
세하가 말을 하다가 가면 사이로 들어난 얼굴을 보고는 건블레이드를 놓치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그럴 리가 없어....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세하의 절규에 부서진 가면을 끼고 있던 인형이 가면을 벗고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이세하. 제거 대상. 날 죽게 만듬. 내가 좋아하는 여자도 뺏어갔음. 제거해야 함...."
"아...아아...아아악!!!!!!!!!!!!!!!!!!!"
세하가 가면을 벗은 인형을 향해 절규하자 모두의 시선이 인형에게 쏠린다.
가면 안에 있던 얼굴은....
"서....석봉이?!"
한석봉이다.
".....원래의 한석봉은 죽음. 잿가루가 된 걸로 확인. 나는 유니온이 채취한 건강검진용 세포에서 만들어진 클론. 그것이 나의 원형."
석봉이 무미건조하게 말을 하다가 옆에 있는 두 인형을 향해 가면을 벗으라는 듯 고개짓을 한다.
이윽고 두 인형이 가면을 벗자, 이번엔 유리와 슬비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정미?!"
"아...알파퀸님?!"
세 사람의 놀란 표정에 요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크크큭...어때?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너희 검은 양팀을 잡기 위한 대(對) 검은양 팀 병기 3개의 모습이?과연 너희가 이길 수 있을까?아니....애초에 공격 할 수 있겠어?"
"으...어어...."
"뭐....저쪽은 예상보다 반응이 심하네....저러면 재미없는데....뭐.....괴롭히는 김에....확실히 괴롭혀주는 것도 재밌으니까."
요원이 손을 휘젓자 정미의 모습을 한 인형이 세하를 향해 매스를 들고 달려든다.
푸욱 하는 살을 파고 드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몸 속으로 파고 드는 금속의 감촉에 세하가 정신을 차리고 공격하려고 하지만....
".....세하야....나도 죽일 거야...?날 베고....죽이고.....그리고....도망 갈 거야? 날 두고?"
상대는....정미의 모습을 완벽히 흉내낸 인형....불안정한 세하의 정신상태로는.....버틸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의 소중한 연인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미약하게 타오르던 반격의 불씨가 아예 **버렸는지 세하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그 모습에 유리가 세하에게 달려오며 인형들을 향해 검격을 세게 날린다.
하지만....인형들도 그것을 예측했는지 재빠르게 세하에게서 떨어져 진형을 다시 갖추기 시작한다.
그 사이 세하 앞에 도착한 유리가 세하를 흔들며 말한다.
"세하야!!정신 차려!!!지금 네 앞에 있는 건 정미도, 석봉이도, 아줌마도 아니란 말이야!!!!"
"정미가 날 찔렀어....석봉이가....날 죽이려 해.....엄마도....날...."
유리의 외침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혼잣말만 중얼거리는 세하의 모습에 유리가 제이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아저씨!!!세하가....!"
"알고 있다...!어서 동생을 데리고 결계 안으로 뛰어!!뒤는 내가 어떻게든 처리하마!!"
제이의 말에 유리가 세하를 데리고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하자 제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약을 들이키고는 다리에 힘을 모은다.
"자....모두....낙하산은 챙겼나? 안 챙기면 착륙할 때 좀 아플거야!!!!"
제이가 땅을 박차며 날아오르자 엄청난 폭풍이 제이가 있던 곳을 삼킨다.
[날아갈 듯한 기분]. 그의 결전기 중 대인전 범위와 범용성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이 발동되자 주변에 있던 요원들과 대(對) 검은양 팀 안드로이드들이 폭풍 안으로 끌려들어온다.
그 모습에 제이가 그대로 안에 모인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위에서 떨어지며 엄청난 공격을 가한다.
단 한번의 일격에 폐쇄구역에 일시적인 지진이 일어나자 미처 끌려오지 않았던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마저 여파로 넘어지며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물론....
"쿨럭쿨럭....역시....착륙은 영 느낌이 안 좋군.....쿨럭...."
큰 기술을 쓴 제이의 몸도 적지 않은 데미지에 각혈하기 시작한다.
한참을 쿨럭거리던 제이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직도 많은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는 결계 쪽으로 다가와 유정에게 말한다.
"....유정씨....미안하게 됬어...."
"네?제이씨....그게 무슨.......서...설마?!제이씨! 그만둬요!!!"
유정이 제이가 하려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눈치챘는지 다급하게 결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동생들. 유정씨 좀 잡고 있어줘. 휘말리면....안되니까...."
"안되요, 제이씨!!!안된다고요!!!빨리 들어와요!!!은이씨 한테도 연락 해뒀으니까 여기 와서 몸 사리라고요!!!!"
"....미안해, 유정아....그건....못하겠다...."
제이가 유정을 보며 지금껏 보이지 않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유정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제발 고집피우지 말고 들어오라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들어와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제이가 결계 안으로 손을 뻗어 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안된다는 걸 네가 더 잘 알잖아....나한테는 이제....시간이 없어....곧 약효가 떨어질 거고....그러면 난 다시 한 번 짐이 되겠지....그러고 싶진 않아.....불씨가 꺼지기 전에.....마지막으로 너희를 지키기 위해 화려하게 불태우고 싶어....뭐....가장 큰 이유는.....너를 지키기 위해서지만."
"제발....제발 부탁이야, 오빠.....부탁이야....가지마....고집 그만 부리고....들어와....제발...."
유정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입맞춤을 한 제이가 유정에게 마지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잘 있어...유정아....꼭....살아남아줘...."
제이가 말을 마치고 결계 밖으로 걸어나오더니 이내 품에서 해골 표시가 된 검은색 약병을 꺼내들며 말한다.
'....이걸 쓰지 않길 바랬는데.....유정이를 지키기 위해....동생들을 지키기 위해....이기적으로 목숨을 버리고 애들에게 떠넘기는 이런 짓은 하고 싶진 않았지만......유정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검은 색 약병을 보던 제이가 결계 안에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유정을 돌아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유정이를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는데....유정이를.....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는데.....'
복잡한 심경으로 유정을 보던 제이가 이내 약병을 열고 쭉 들이키자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붉은 색이라는 점과 공기를 진동시키는 압도적인 압박감이다.
"푸우.....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정리해야 할 일이 이제야 마무리 되서 말이야."
"하! 고작 위상력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이 많은 인원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저승길 동무로 다 데리고 갈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안되면 최대한 많이라도 데리고 가야지."
제이가 한쪽 발을 들더니 이내 세게 땅을 구르며 중얼거린다.
"[일점 집중]"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이의 발이 땅에 박히자 주변에 있던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마치 자석에 끌리는 금속조각처럼 제이가 발을 구른 지점으로 끌려오자, 제이가 그 옆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더니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버텨봐....이게.....내가 가진....내 각오의 무게다."
꽉 쥐어진 제이의 주먹에서 기이할 정도의 위상력을 감지한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급히 대피하려하지만....제이의 주먹이 그들보다 앞서 뻗어진다.
"[최종결전기-남아일언중천금]"
굽혀졌던 팔이 뻗어지며 일직선이 되는 순간....황금색의 찬란한 빛이 폐쇄구역을 비춘다.
뒤이어, 세하의 [무의 대지]보다 더한 폭음과 충격파가 밀려오자 슬비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내 안드로이드 잔해들로 아이기스 위에 결계를 형성한다.
이윽고 엄청난 충격파와 폭음이 가시자 슬비가 정신을 잃고 그대로 풀썩 쓰러진다.
"슬비야!!"
유리가 쓰러진 슬비를 안아들고 맥박을 체크하더니 유정을 돌아보며 말한다.
"어...언니!!슬비 맥박이....!"
유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유정에게 말을 하지만....그녀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에는 아무런 풍경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자신의 눈 앞에...있는 깔끔하던 요원복이 넝마가 됬음에도 불구하고.....그럼에도 주먹을 올곧게 뻗은 채 온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연인의 모습만이....그녀의 눈에 담길 뿐이다.
그 모습에 유정이 아직 요원들이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제이에게 달려가다가 옆에서 날아온 폭발에 옆의 기둥으로 날려가 부딪히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안...돼....제이....오....빠...."
힘겹게 그를 향해 뻗던 손이 이내 땅으로 툭 떨어지자 테인이 두 사람을 보며 소리친다.
"누나!!!아저씨!!!일어나요, 제발!!!!"
두 사람을 보며 울던 테인이 이내 자신의 결계에 가해지는 충격에 핏발 선 눈으로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을 노려보더니 유리를 보며 말한다.
"누나....죄송해요....예전에 약속했던....같이 놀이동산 가기로 한 거....그거....못 지킬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테인아...안돼!!!너마저 잘못되면...!!"
"유리 누나!!!"
테인이의 일갈에 유리가 움찔하자 테인이 유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지금 슬비 누나랑 세하 형을 지킬 수 있는 건 누나뿐이에요. 그리고 이런 장기 방어전은 제 특기고요."
"......"
"그러니까....꼭 살아남아주세요, 누나...."
테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아이기스를 마치 전차처럼 밀어붙으며 달려가더니, 이내 요원들을 향해 창들을 날리며 말한다.
"절대...용서 못해요!!!모두....모두 사냥해드리겠어요!!!!"
테인이 평소보다 과격하게 창들을 날리며 요원들과 싸우기 시작하자, 유리가 입술을 꼭 깨문 채 상황을 보다가 슬비를 조용히 눕혀놓고는, 세하를 돌아본다.
세하의 겁 먹은 듯 떨리는 몸과 눈동자에 유리가 결심했다듯이 세하를 부른다.
"세하야. 내 말 들려?들리면 고개 끄덕여줘."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가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뛸 수 있겠어?"
"응....뛸 수 있어....하지만....검은 못 잡겠어.....너무....무서워...."
"괜찮아. 검 안 잡아도 돼. 넌....슬비를 데리고 도망치기만 하면 돼."
유리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들자, 유리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랑 테인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게. 그 사이에 최대한 멀리, 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곳에 숨어....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러면 너는? 테인이는?너희 둘은 어쩌려고?!"
세하의 말에 유리가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너희가 도망갈때까지 버텨야지....죽게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버티겠다고?왜....?대체 왜?너도 무섭잖아?!너도 살고 싶잖아?!그런데 왜?!"
세하의 말에 유리가 입가에 예쁜 호선을 그리며 말한다.
"널 좋아하니까."
"....뭐?"
"에헤헤.....말했버렸네....정미랑 슬비 때문에....왠만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서....유리...."
유리가 세하의 눈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나...바보라서 이런 거 밖에 못해.....너를 지키기 위해서.....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내가 희생하는 거.....이거 말고는.....내 머리로는 방법이 안 나와...."
"안돼, 유리야....!!같이 도망가자...!!"
세하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안된다는 건....네가 더 잘 알잖아, 세하야....테인이 혼자서는....절대 못 막아. 나까지 있어야.....겨우 너희 둘을 이곳에서 도망치게 할 수 있어...."
"유리야...."
"그러니까.....부탁이야.....도망쳐....도망쳐서, 살아남아서, 우리 누명 다 벗겨줘. 알았지?"
유리가 세하에게 말하고 일어서다가 문득 무언가 미련이 남았는지 세하를 돌아보고는 다가온다.
"마지막으로......한 마디만 더 하고 갈게, 세하야...."
유리가 세하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말한다.
"사랑해, 세하야....그리고....잘 있어....내....첫사랑아...."
유리가 이내 휙 돌아서 테인이 싸우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자, 세하가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린다.
"어떻게 해야하지....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냐고...!나보고 이제 뭘 어쩌라고...!!!!!"
세하가 머리를 싸매며 고개를 숙이던 그 순간....
귓가에 울리던 총과 칼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던 세상의 모든 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내 눈 앞의 장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뭐....야.....?이번엔 대체....무슨 일이....?"
"선택할 시간이라는 거지, 이세하."
뒤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갑옷을 입은 오토가 하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와 함께 그에게 다가온다.
"오토....이거....네가 한 거야?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어째서 나만 멀쩡히 움직이는 거야?"
"마음 급한 건 이해하지만 질문은 하나씩 해. 대답 할 시간을 줘야 답을 하지."
오토의 말에 세하가 입을 다물자 오토가 흑백으로 된 세상을 둘러보며 말한다.
"이건 느려진 게 아니야. 그저.....지금 우리의 대화가 머리 속에서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지다보니 색깔도 시간도 느리게 찾아오는 거야."
"뭐?그럼....이 대화가 끝나면....."
"다시 현실이 찾아오겠지. 제이 아저씨 전투불능, 유정이 누나 부상 후 기절, 슬비 기절, 유리랑 테인이는 너랑 슬비를 살리겠다고 상대도 못 하는 요원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간 그 현실이 말이야."
"안돼....그러면 안돼....어떻게든 살려야 해....!저 사람들을 어떻게든 살려**다고!!!"
세하의 말에 오토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묻는다.
"어떻게 살릴 건데?사람을 베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자기 친구, 연인, 가족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들에게는 반항조차 못하고, 그런 병x주제에 도망도 못 가는 네가 대체 어떻게 저 사람들을 구한다는 건데?!"
오토의 말에 세하가 아무 말이 없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하얀 옷의 남자가 세하를 보며 말을 건다.
"....많이 유약해졌군,이세하 요원. 내 본체랑 싸울 때의 그 눈빛과 패기는 어디 가고 이제는 겁먹은 강아지 마냥 떨고만 있군."
"당신....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야?설마....당신도 오토처럼 내가 만든 내 모습이야?"
세하의 말에 하얀 옷의 남자가 고개를 젓더니 후드를 벗으며 말한다.
"하긴....자네는 내[인간형]의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군. 정식으로 인사하지.난....네가 쓰러뜨린 헤카톤케일이다. 정확히는 그 영혼이지만."
하얀 옷의 남자,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헤카톤케일이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간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군....뭐....무리도 아니지만 자네에겐 시간이 없을 듯 하니 무엇이든 빨리 결정하는 게 나을 듯 싶군."
"시간이 없다니...?그게 무슨 소리야, 헤카톤케일!"
"말 그대로 일세. 곧 있으면 이 대화도 끝나고 다시 자네는 시간의 섭리가 작용하는 현실로 돌아갈테니까. 즉....정지된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른다는 거지."
"....."
"그 전에 자네는 선택해야하네. 저들에게 맞서 싸울텐가? 아니면 자네 옆에 있는 이슬비 요원을 데리고 도망갈텐가?"
"헤카톤케일...."
"난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지. 자네가 도망치길 원한다면 자네에게 아공간으로 도망갈 수 있는 힘을 주도록 하지. 하지만.....만약 자네가 싸우길 원한다면, 내가 가진 권능과 힘을 자네에게 모두 물려주겠네."
헤카톤케일의 제안에 세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헤카톤케일이 세하를 보며 말한다.
"아스타로트에게 배반으로 권능을 뺏기긴 했지만, 그래봤자 용의 영지 내의 권능이다. 그리고 그건 자네가 쓰러뜨린 덕에 자네가 내 힘을 계승하게 된다면 얻게 될 힘이지. 내가 주는 건....그가 뺏지 못했던 한 때 이름없는 군단의 힘과 지혜의 정점이었던 헤카톤케일의 전** 시절의 힘이다. 싸우길 원한다면.....주도록 하지."
"......."
"선택이...어려운가?"
"어려워....어렵다고!!!사람을 죽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두 사람을 놔 두고 도망가기도 싫어! 두 가지 다 하고 싶은데....그건 불가능하잖아!!!"
"불가능하다. 두 가지 방안의 공존은."
"그래....그래서 선택을 더 못하겠어. 어느쪽을 골라도 다른 편의 경우를 생각하게 돼...어떻게 해야 해?난....대체 뭘 골라야 하냐고!!!"
세하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헤카톤케일이 입을 연다.
"내가 아는 이세하였다면 분명 싸우는 걸 택했겠지.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
"물론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의 자네는 살인을 저질렀고, 영웅도 아니니까. 성공한다고 해도 그 생이 끝날 때까지 싸워야 할 지도 모르지...."
"....."
"그러나....그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내가 아는 자네였다면 이렇게 말했겠지.'비겁하게 싸우기도 전에 꼬리 말고 도망가서 후회하느니, 차라리 맞서싸우고 후회하겠다고 말이야."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들자 헤카톤케일이 손을 내밀며 말한다.
"구하고 싶지 않나?그저 이대로 친구들을,동료들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은 건가?"
"헤카톤케일...."
"일어나라. 그리고, 너의 두 손으로, 두 발로 내딛고 싸우고 구해내라. 이세하 요원!!!"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그와 눈을 마주하며 말한다.
"지키고 싶어. 구하고 싶어....!!!다른 사람들을 희생해서라도 내 가족, 내 연인, 내 사람들만은 지키고 싶어!!!설령 그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행동들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해도!!!!!"
"....."
"그러니까 나를 도와줘. 저것들을 부수고 공포에 떨게 만들고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만큼 깊은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다시는 우리 애들한테 손 대지 못하게...!!!!!"
세하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헤카톤케일을 바라보자 헤카톤케일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좋다. 내 힘을 계승해주마, 나의 계승자여. 이 힘으로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을, 네 손으로 너의 적을 부숴라."
그 시각...
세하가 머릿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필사적으로 적군을 막던 테인이 힘이 부치는 지 숨을 몰아쉬며 창을 날리다가 쿨럭거리기 시작한다.
그 찰나의 틈이 생기자, 숨 쉴 틈 없이 촘촘히 이어지던 공방에도 틈이 생기고, 이내 요원의 공격을 허용해 쓰러진다.
푹 하는 불길한 소리가 유리의 귓가에 들려오자, 유리의 집중력이 한순간 흐트러진다.
그 모습에 유리를 상대하고 있던 요원이 유리를 날려버리고는 주변에 있는 요원들에게 눈짓을 한다.
"후우....꼬맹이들 주제에 힘 빼게 만들고 있어....짜증나게...."
요원이 대검은 든 채 무방비하게 걸어오자 유리가 부서진 검을 검집에 집어넣더니 조용히 말한다.
"범위 안에.....들어오셨어요....."
"뭐?"
요원을 따라오던 요원들이 순간 멍하게 있는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빠르게 요원들의 몸을 스친다.
그 바람에 따라오던 요원들의 몸에서 피가 솟아오르자, 베이지 않은 요원들이 바람의 근원지를 살펴보다가 경악한다.
그곳에는 반토막 난 검으로 [유리불패]를 시전한 유리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요원들을 노려보고 있다.
'역시.....반토막짜리로는.....이게 한계구나......그래도....후회는 없어.....이 정도면 세하랑 슬비도.....도망갔을테니까....'
유리가 이내 칼을 떨어뜨리더니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보다가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잘 있어....세하야, 슬비야.....꼭....살아남아줘....그리고.....내 몫까지....행복해줘.....'
유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는 순간....갑자기 유리의 몸이 붕 뜨더니 공격의 범위 밖으로 움직인다.
그 감각에 유리가 눈을 뜨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세하...야?너....어떻게.....?"
"....미안....많이 늦었지....?미안해, 유리야....이렇게 네가 다칠 때까지.....내가...바**만 해대서..."
세하가 유리를 다른 검은양팀을 모아놓은 곳에 내려놓더니 유리를 한 번 꼭 껴안아주며 말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할게.....그러니까.....쉬고 있어, 유리야."
세하가 유리를 뒤로 한 채 요원들을 향해 걸어오자 요원들이 세하에게 느껴지는 기묘한 위화감에 모두 경계를 취한다.
"하....!다들 쫄지마!어차피 저녀석은 사람 못 죽여!그것 때문에 팀원들 뒤로 숨은 겁쟁이가 우리랑 맞설 수 있겠냐!!!!"
요원의 말에 세하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오른쪽 눈을 손으로 누른다.
"그래....사람도 못 죽이는 주제에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병x이 나지....그것때문에....아저씨를...누나를....슬비를...테인이를....그리고 유리까지 잃을 뻔했지...."
밑을 보며 자조적으로 웃던 세하가 고개를 들더니 요원들을 노려보며 말한다.
"근데 이젠 아니야. 너희를 죽여서라도, 유니온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서라도, 아니,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서라도 우리 애들을 구할 거야....더이상....이 이상......우리 애들은 절대 못 건드려...."
세하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츠츠 소리를 내며 세하의 까만머리가 은빛으로 변하고, 몸에는 폭주 때 잠깐 일부 생성되었던 갑옷이 완벽하게 생성되며 그의 몸에 착용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요원들이 덜덜 떨며 중얼거린다.
"너....너 뭐야....너 대체 뭐야!!!!!!!!!!!"
"나는....이세하....너희의 공포가 될.....최종보스다....."
세하의 말에 요원이 덜덜 떨며 세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너....넌 악마야!!!네가 아무리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사람을 죽여도 이제 넌 정의가 될 수 없다고!!!!"
요원의 말에 세하가 키득거리며 말한다.
"정의?그딴 게 왜 필요한데?지배하고 공포를 주고 모두가 두려움에 경배하며 따르면 그게 정의다. 그리고 그건 이제 나랑 상관없어. 이제부터 내가 하는 건.....내 개인적인 복수거든."
세하의 말에 지난번에 세하의 몸에서 솟아나던 검은 아지랑이가 마치 아우라처럼 퍼져나가고 이내 등에 날개처럼 맺힌다.
그 모습은 마치.....세상의 모든 악의 정점에 선 마왕의 모습이다.
"으으....으아아아아!!!!!"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에 요원 중 하나가 버티지 못하고 세하에게 달려들자 세하가 무심하게 건블레이드를 내려긋는다.
그러자 너무나도 가볍게 달려오던 요원의 몸에 선이 생기고 그 뒤로 엄청난 길이의 검기가 지나간다.
그 모습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치더니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다음은 누구냐?아니면....다 같이?"
"으으....대 검은양 안드로이드 1호 2호 3호!!! 돌격해!!!!"
요원의 말에 안드로이드들이 전방으로 달려나오자 세하도 앞으로 쏘아나가더니 석봉이의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잡으며 말한다.
"내 친구의 얼굴은....네까짓 고철덩어리가 쓸 게 아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안드로이드의 두부가 산산조각이 나자 연이어 달려오던 알파퀸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가 매서운 공격을 세하에게 날린다.
그 순간...
너무나도 가볍게 대검을 막아낸 세하가 안드로이드들을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네 검은 가벼워....우리 엄마 검은.....이것보다....더 무거웠어."
대검을 젓가락 부수듯 부순 세하가 이내 안드로이드의 멱살을 잡더니 조용히 중얼거린다.
"...사라져....짝퉁."
세하의 [영거리 포격]이 지근거리에서 폭발하자 두부가 부서지는 정도가 아닌 안드로이드의 몸체 전체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더러운 걸 치우듯 안드로이드의 잔해를 내팽개친 세하가 매스를 든 채 가만히 서 있는 정미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를 보며 말한다.
"...정말 똑같이 만들었네....넌....베고 나면....뒷맛 안 좋겠어...."
"...세하야....살려줘......"
안드로이드의 말에 세하가 서서히 다가오더니 안드로이드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그래도 넌....곱게 보내줄게....잘 가."
세하의 손이 안드로이드의 뒷목으로 향하더니 이내 목부분을 부서버리고는 남은 손으로는 심장부분을 부순다.
"세...하.....시스템....에러...."
안드로이드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세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영혼 없이 정미 목소리로 말해도....이젠.....안 속아."
세하가 이내 요원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지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뭐야....그 표정들은....?오는 것 조차 무섭나 봐? 내가 가줘?"
"으으....도...돌격해!!!!!"
요원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자 그 뒤로 요원들이 줄줄이 달려오며 소리친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그럼 이쪽은....그에 걸맞게 싸워주지...."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댄 채 고개를 까딱거리던 세하가 총구를 요원들 쪽으로 향하며 중얼거린다.
"타죽어라....[광연(狂燃)]"
세하의 시동어에 건블레이드가 평소의 푸른 화염이 아닌 검은색 화염을 뿜어낸다.
5연속으로 뿜어진 화염 사이로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찔러넣더니 작게 중얼거린다.
"지옥으로....**라."
세하가 방아쇠를 잡아당기자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엄청난 불꽃 기둥이 5개의 화염마저 불사지르며 요원들을 삼켜버린다.
이윽고 화염이 사그러들자, 그 자리엔 무언가가 있었다는 듯한 잿더미만 나타난다.
"아....아직까진 우리가 더 많아!!!밀어붙여!!!!"
요원들이 달려들자 세하가 검을 수평으로 눕힌 채 어깨 높이까지 들더니 조용히 읊조린다.
"[이세하 류 일격기- 파천(破天)]"
세하의 팔이 앞으로 뻗어지자 검에 모여있던 위상력들이 마치 창처럼 요원들처럼 뚫고 지나간다.
기술로 인해 생긴 먼지구름이 걷히자 몸의 일부가 소실된 채 피를 뿜고 있는 요원들이 나타나자 세하가 검을 되돌리며 말한다.
"끝났나....드디어..."
"세하야....너...대체....."
유리가 갈라진 목소리로 세하를 부르며 다가오려는 순간....
"손들어!!움직이면 발포한다!!!"
은이가 이끄는 공항경비대가 나타난다.
"은이언니!!잘 왔어요...유정언니랑 아저씨 그리고 애들이...?!"
유리가 말하며 은이에게 다가오자 은이가 유리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며 세하에게 말한다.
"유리야 뒤로 가 있어. 위험해."
"언니...!"
"....뭐죠 누나?왜 제가 위험한 인물 인 것처럼 구시는 거죠?"
"...세하야. 무기 버려....넌 지금....살인자야....무기 버리고 투항하면 형량 줄일 수 있어. 조금만 지나면 검은 양팀에 복귀할 수 있다고....그러니까.....!"
"....상관없는데요, 딱히...?"
"뭐?"
"전 우리 애들이랑 정미, 그리고 제 사람들만 있으면 되요. 그 외의 사람들이 제 사람들을 건드는게 보기 싫으니까 이 세상에서 지우려는 거에요. 그게 뭐가 잘못됬나요?"
"세하야...왜 그러는거야!!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착하던 네가 어쩌다가 이렇게 됬냐고!!!!"
"착한 게 아니라 멍청했던 거겠죠!!!!세상은 잔혹하고 어른들은 우리를 죽이려들고 괴물 취급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마저 희망은 있을 거라 믿는 멍청이....그게 저였겠죠!!!!"
세하가 말하며 한발한발 걸어오며 살기를 뿜자 은이가 자신도 모르게 총을 쏴 버린다.
그 총성에 같이 있던 공항경비대가 사격을 개시하자 유리가 세하를 향해 달려간다.
"유리야 위험...?!"
은이가 황급히 말하며 유리를 붙잡으려는 순간...
은이의 앞에 검은 화염과 함께 세하가 달려와 유리를 감싸안으며 총알을 막아낸다.
이윽고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모두가 총구를 내린 채 탄창을 교체하자 세하가 은이를 돌아보며 말한다.
"....가차없네요, 누나. 그래도 한때는 같이 생사를 나눈 동료였는데."
"...미안해 세하야...하지만...난....시민을 지키는 쪽이야....위법자를 잡는 게 내 일이니까..."
은이의 말에 세하가 슬프게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말한다.
"슬프네요....그게...한 때 동료를 쏘는 이유가 되다니....."
"....미안해...."
"....좋아요....그럼....누나는 누나 할 일을 하세요. 우리 애들을....지키라고요..."
"너...설마....이 일을 그만 두지 않을 생각이야?!"
"....우리 애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저씨가 했던 걸.....누나가 해오던 걸.....제가 이어받은 것뿐이에요. 피를 뒤집어 쓰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악에 빠져가면서도 사람을 구하는 거......그렇게 해서라도 제가 지킬테니까....모든 악은....제가 들고 갈테니까...."
세하가 말을 하다가 유리를 염동력으로 은이 곁으로 보내더니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제가 없는 동안....우리 애들...지켜주세요....모든 죄와 악은....제 몫으로 가져갈테니까."
세하의 말을 들은 유리가 그제야 말을 이해했는지 세하에게 달려가려하지만 양 옆의 특경대가 그녀를 막는다.
그 모습에 세하가 자신의 검을 들어 뒷쪽을 세로로 내려긋자 차원문이 열린다.
한참을 차원문을 바라보던 세하가 이내 몸을 돌려 누워있는 검은 양 팀을 향해 걸어가더니 양 팔을 들며 헤카톤케일에게 묻는다.
'케일. 지금 내 상태로는 어디까지 치유가능해?'
'네가 아는 병 상태까지만이다. 그 외는 치료불가능해.게다가....지금 몸 상태로 치료했다간...'
'댓가는 상관없어. 치료한다. 케일. 도와.'
'....참으로 용 답지 않은 용이군....좋아...도와주지.'
헤카톤케일의 대답에 세하가 양손을 검은 양 팀에게 뻗자 손에서 밝은 빛이 나와 그들을 감싸기 시작한다.
빛이 닿자 그들의 몸에 있던 상처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겉보기에는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다.
이내 유리의 몸까지 치료한 세하가 유리의 눈을 바라보자 유리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세하야....가지마....나 두고 가지마...부탁이야...."
"....미안해....이게....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야...그리고...이게....너희를 위한 거야...."
"싫어...이런 건 싫어....그냥 따라가고 싶어...."
"서유리!!!!"
"난 바보라서 그런 거 몰라!!!!난 그저....그저....며칠 전까지만 해도 할 수 있었던 그 작은 다과회를 다시하고 싶단 말이야.....우리 모두 다 같이 있었던 그 때로...."
"....그걸 위해서....내가 떠나는 거야.....그 때로 되돌아가려고..."
"세하야..."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고....최악엔....너랑 적으로 만날 수도 있는 모르는 일이지만....그래도....적어도 너희한테....그 때를 되돌려주고 싶어....이런 이면을 몰랐던 그 때를."
유리를 향해 말하던 세하가 각성 후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한다.
"그러니까....기다려주라....돌아오면....꼭 너희를 찾아서...그 때처럼 다과회 하고 싶으니까."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물에 젖은 눈을 반달로 휘며 세하에게 말한다.
"기다릴게....얼마가 됬든 기다릴테니까....정미랑 슬비랑 테인이랑 아저씨랑 언니랑 다 같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꼭 돌아와야 해...!!꼭이야!!!!"
유리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이에게 말한다.
".....아마 제가 없어져도 남은 사람들에게 추궁이 갈 거에요....그 때....변호 잘 해주세요...모든 건 제가 했다고 해주시고요....아시죠...?우리 애들....저 빼고는 다 착한 거."
세하의 말에 은이가 가만히 서 있다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세하에게 경례를 하며 말한다.
"특경대 경정 송은이 외 15명!!이세하 요원으로부터 전해받은 지령을 끝까지 지킬 것을 저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은이의 행동에 세하가 고개를 떨구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 진짜....끝에 울리고 난리야....가기 힘들게...."
그러더니 이내 눈물을 훔쳐내더니 차원문 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간다.
걸어가던 세하의 발이 차원문에 닿는 그 순간....
"세하야!!!!!!"
뒤에서 들려온 유리의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리자 유리가 눈물 어린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한다.
"꼭 돌아와!!!!다 같이 다과회 하는 거 잊지 말고!!!꼭이야!!!!"
"아이씨....저 고기바보가...끝까지 사람 눈물 나게 한다니까...."
세하도 결국 눈물을 흘리더니 유리를 보며 말한다.
"꼭 돌아올게!!!그러니까.....그 때까지 우리 팀원들을...!!!잘 부탁해!!!!"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세하도 손을 흔들어주다가 이내 차원문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괜찮겠나, 세하....이렇게 헤어져도...?'
차원문을 넘어선 직후, 황무지 같은 땅에 도착한 세하의 귓가에 헤카톤케일의 말이 들리자, 세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끝이....아닐거라고 믿으니까.....다시 만나게 될 거야...우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을 거 같군.....당장 눈 앞에 있는 것부터 말이야..."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앞을 보자 안드라스를 포함한 살아남은 여러 차원종들이 세하를 향해 적의를 뿜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환영식이 너무 거창한데..."
"이제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이지....할 수 있겠나...?"
"....할 거야....끝까지 말이야....그로 인해....내가 영원히 인간에서 멀어지게 되고....악에 떨어지게 되서....그 애들 손에 죽게 되도 말이야..."
"....흥미롭군....끝까지 동행하고 싶어졌어....나의 계승자, 이세하여...자네가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 지.....또 어디까지 떨어질 지.....그 모든 걸....자네와 함께 해주지...."
"....방해나 하지마....이제부턴....끝없이 악해질 거야.....다시는 빼앗길 일 없을 만큼....당하지 않을 만큼.....악해질거야...."
세하가 자신의 손에 쥐여진 건블레이드를 꽉 쥐고 차원종 무리에게 달려가며 생각한다.
'기다려 얘들아.....꼭.....돌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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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그로부터....1년후.....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정미가 누워있는 플레인게이트 안 병동에 작은 차원문이 열리더니 이내 그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오랜만이야 정미야.....꼬박 1년 인가?"
차원문을 열고 나타난 건....다름 아닌 1년전 자취를 감췄던 세하다...
"....선물을 주려고 왔어....생각보다....저쪽이 정리할 게 많아서 아직 정리조차 다 못했어...아마...더 늦을 지도 몰라....그래서....미리 선물을 주려고 왔어...."
세하가 병동 침실 옆 서랍장 위에 작은 오르골을 놓더니 그 위에 곱게 접은 편지를 올려놓고는 정미에게 말한다.
"정미야....네가 일어나게 된다면....날 원망 할 지도 몰라....널 두고 갔다고.....그렇게 생각 할 지도 몰라....그래도....그래도....바보 같은 내 머리로는....이 방법이....널 위한 최선 일 듯 싶다...."
세하가 정미의 이마에 손을 얹더니 작게 중얼거린다.
"회복 술식...[AMOR VINCIT OMNIA(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환한 빛이 정미의 몸을 감싸다 이내 스며들자 세하가 손을 떼고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한다.
"생일 축하해, 정미야...."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정미의 볼을 쓰다듬는 그 순간....
병동 문이 열리더니 정도연 박사가 들어온다.
"누...누구...?!....아?!이세하 요원...?!"
"박사님...."
"....돌아...온 거에요?"
"....아직이에요....오늘은....정미한테 선물 주려고 왔어요....."
"......그렇군요...아직 준비는 안됬나보군요...."
"네.....그러니까....박사님.....정미를...."
"정미를 잘 부탁한다는 말이군요. 걱정마요, 이세하 요원. 닥터 케롤리엘과 저와 보나 그리고 김가면씨가 어떻게든 정미를 보살피고 지킬테니까요....걱정말고....준비 잘 하고 돌아와요...."
"....감사합니다....그럼....건강하세요..."
세하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자 도연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걱정마요, 이세하 요원.....정미만큼....절대 안 잃을 거에요.....절대.......검은 양팀 처럼 만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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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그 시각....
유니온 지하의 취조실....
위상력 억제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제이가 앞에 있는 요원을 노려보며 대치한다.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난 절대 동생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약속했으니까."
"....하아....정말이지....당신이나 그 꼬맹이들이나 똑같네.....고집을 안 꺾어...."
요원이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제이를 보며 말한다.
"....좋아.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우리도 어쩔 수 없어....망가뜨려서 복종시킬 수 밖에..."
"뭐?! 이 자식이!!!"
제이의 몸이 앞으로 튕겨지듯 나오자 옆에 있던 요원들이 제이를 억눌러 강제로 다시 자리에 앉힌다.
"너....!우리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털끝 하나만 건드려봐, 그 땐 가만히 안둬!!!"
"그러니까 빨리 이세하가 한 짓이라고 하라고. 그러면 안 건드릴테니까."
"웃기지마!!!!동생을 팔라니!!!!"
"선택해. 사라진 이세하냐, 남은 검은 양팀이냐. 듣자하니 김유정 전 부국장은 위상력에 오염됬다지?게다가.....못 걷고 말이지?"
"유정이까지 건들 생각이냐!!!!!너흰 악마야, 악마!!!!"
"악마여도 상관없잖아, 당신에겐? 연인과 남은 동생들까지 잃고 싶지 않으면 빨리 말해. [이세하가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라고.그러면 애들한테 손 안대고 김유정 전 부국장도 치료해주지."
"....."
"선택해....과거냐...미래냐."
요원의 말에 제이가 입술을 꽉 물더니 조용히 읊조린다....
".....잠시만....시간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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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잊으신 분들도 있으실 거고, 안 잊고 기다려주신 분들도 계시겠죠.
변명부터 하자면 좀 바빴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더 재밌게 그리고 더 깊이 있게 만들려고 하다보니 거의 10번 가까이 고친 것 같네요....
2부도 짰습니다. 깊이 있는 걸 위해 여러 방면에 관해 공부도 했고요.
의견도 일부 수렴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의 아이디어들이 있더군요. 아이디어를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
앞으로 2부는 세하의 실종으로부터 7년뒤의 이야기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도 많이 나올 거고 독자분들 기준으로 다소 불쾌감이 있는 묘사가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최대한 베제하고 쓰고 있습니다만 소설 분위기가 어둡다보니 그렇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듯 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쓰겠습니다.
군생활, 아니, 살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써본 건 처음이라서 열심히 쓸 수 밖에 없지만 더욱 힘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2017년 4월 29일 firsteve 최재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