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소년을 보는 이야기
흑신후나 2017-04-27 1
시간. 과거로부터 출발해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비가역적이고 연속적이며 무한히 계속되는 사건과 존재의 흐름.
우리들은 이러한 시대의 시간속에 살고 있으며 살고 있는 시간은 절대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철컥.
무기질적으로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이동하는 총의 방아쇠는 한 소녀를 향하고 있었고 그 방아쇠를 한 남자의 손가락이 쥐고 있었다.
"....살.....살려주세요."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소년에게 말했다.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침묵이 부탁에 대한 부정의 대답을 나타내었다. 소녀는 얼굴에 잔뜩 눈물을 머금은 채 소년은 바짓가락을 잡았다.
"흑....흐흑...살려주세요! 당신이 하라는대로 뭐든 다 할테니, 돈도 다 가져가셔도 되니까 제발...살려만 주세..."
탕.
한발의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년의 손가락을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고, 애처롭게도 소녀는 쓰러졌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흔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조용히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잠시 뒤적거렸다. ** 후 꺼낸것은 자그마한 라이터. 남자의 인상과는 다르게 귀여운 토끼 모양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남자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은 라이터는 남자의 손에서 떨어졌고 작은 소녀의 몸에 달라붙어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점점. 점점 더 올라오는 불길, 이윽고 거대한 화염이 되어 소녀의 몸을 감싼다. 소녀의 피부는 녹아내리고 소녀의 뼈는 재가 되어갔다.
남자는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아니. 사라졌다고 하는 것이 나은 표현이였다. 남자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남자가 단 몇 초만에 도착한 곳은 어느 집 한채였다. 어딘가 동화 속에 나올 듯한 작은 집 한채, 아담해보였다.
"아! 어서와요! 많이 힘들었죠?"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한 여성이 있었다. 갸름한 체형 아름다운 눈동자, 녹을 것 같은 목소리. 무엇하나 빠진 것이 없었다. 단 하나, 오른쪽의 팔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여성의 팔은 왼쪽 밖에 없었다. 오른쪽의 팔은 무엇인가에 베였는지 깨끗하게 잘려져 있었다.
"...다녀왔어."
남자는 대답했다. 약간의 미소를 띄면서.
"먼저 씻을래? 밥부터 먹을래? 아님, 나.부.터"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마."
남자는 요염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성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흥! 나 삐질거에요!"
그녀는 얼굴을 돌려 한껏 토라진 얼굴을 했다. 그런 모습을 남성은 웃으면서 바라보다 마지못해 말했다.
"에이...한번만 봐줘."
"흥!흥!"
어루고 달래기를 몇분여인가, 여성과 남자는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고 있었다. 소소한 반찬이였지만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반찬이였다.
"아참! 당신한테 편지 한 통이 왔어요."
여성의 말에 남자는 대답했다.
"누가 보낸거야?"
"모르겠어요. 발신지는 적혀져 있지 않아요. 그냥 단지....사진하나만 들어있네요."
"사진? 이리 줘 봐."
남자는 사진을 가져와 보았다. 그곳에는 한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남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 소년이.
그 소년.....
"어머! 이 소년 혹시.."
여성은 놀라면서 말했다. 남성은 그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야기 했다.
"아아.........정말 짜증나는구만."
그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남자의 표정은 전에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는 먹던 밥을 내려놓고서 걸쳐놓은 로브를 둘렀다. 그의 행동에 여성은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그는 자신의 총을 챙기기 시작했다.
"여보! 어디가요!"
"잠시 어디 나갔다 올게."
"어.. 어디로요?"
"집앞 공터."
그러고서는 남자는 서둘러 집을 나갔다.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줄 몰랐다. 그것도 당연한 거였다. 집 앞에 공터는 없었으니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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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집을 나와 걸었다. 걷고 또 걷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 담벼락 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거. 네가 보냈지?"
남자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담벼락에서 손이 나왔다. 이윽고 몸이 나오고 얼굴이 나왔다.
"그래. 내가 보냈어."
담벼락에서 나온 것은 한 소녀였다.
"미쳤어?"
남자는 화를 내며 그 소녀를 다그쳤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화 안내게 생겼냐고? 왜 그 사진을 들고와서 이러는 거야?"
"진정해. 그리고 설명할 테니까 잘 들어."
소녀는 남자를 잡았다. 남자는 화가 났지만 소녀를 알고 있기에 별 말을 하지 못했다.
소녀는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과거에 가 볼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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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에....오랜만에 글 써지르고 가네요..
이번에는 장편으로 써 볼 생각입니다.
주인공은 남자입니다. 남자의 이름은 차차 밝혀질 겁니다. 모르는 편이 재밋으니까요. 잠시 부연설명을 하자면 남자는 소년을 정말로 싫어합니다. 소년 때문에 남자의 인생을 망쳤거든요. 아무튼 열심히 쓸거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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