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 슬비] 사랑해. 사랑해줘 (上편)

Contrasto 2017-04-23 5

이 소설은 클로저스 팬픽[10년 후]의 외전격 소설 입니다.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설 [10년 후]를 감상하시고 오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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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이세하. 나이는 스물여덟이지만 이래봬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빠다.


이름은 슬하와 세리. 아들인 슬하는 올해 7살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위상력이 개방되어 내년부턴 신설 유니온 아카데미에 다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딸 세리는 아직 5살밖에 안된 귀여운 꼬마 공주님이시다. 워낙에 단걸 좋아해 탈이지만...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천사의 엄마이자 내 아내인 슬비. 그녀는 모든걸 포기한 그 시절 나를 구원해준 은인이자, 내 인생의 이유가 되어버린 여자이다. 8년 전, 난 그녀에게 고백하였고, 그녀는 고맙게도 아무 말 없이 그 고백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나와 슬비는 조금은 이른 부부로 8년 동안 같이 지내며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 생활을 만끽해왔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지금 그 관계가 부서질 것만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내가 그것을 인지할 무렵은, 그날의 아침이었다...





-






“...”


이른 아침, 아카데미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왜 안 먹어? 뭐 잘못됐어?”


그리고 얼어붙은 나를 향해 슬비는 살짝 날이 선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새삼 말하지만, 슬비는 요리를 굉장히 잘한다. 결혼 초기에는 아무래도 가사에 능한 내가 대부분 식탁을 차렸지만, 8년의 결혼 생활 덕분에 그녀는 이미 주부 9단인 나를 뛰어넘은 존재가 되었다. 그녀 스스로도 가족을 위해 요리를 배우면서 나는 감히 상상도 못할 호화로운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놓인 것은 어제 먹다 남은 찬밥과 김치뿐이었다.


슬비의 얼굴을 보니 희미하게 불만과 분노의 감정이 비췄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숟가락을 들어 찬밥을 퍼 입안에 넣었다. 찬밥은 슬비가 나에게 보내는 눈빛처럼 차가웠다.


나는 별다른 말없이 밥을 먹었다. 이 초라한 밥상은 분명히 슬비가 나에게 화가 났다는 증거이리라.


슬비가 화를 내면 굉장히 무섭다. 그녀가 진심으로 화가 났을 땐, 눈빛의 온도가 어는점을 뛰어넘어 거의 절대영도에 수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그녀가 화가 났다는 건 100% 내 언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나의 특별 초청 강의 날이다. 이 날은 제이 아저씨와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나에게 있어서 꽤나 기대되는 날이다.


8시 반,


내 초청 강의의 첫 타임이 시작됐다. 내가 맡은 과목은 방출형 위상력의 제어 및 조종이었다. 나의 수업방식은 대학 강의 같은 딱딱한 형식이 아닌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으며 서로 피드백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수업이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한 여학생이 수줍은 듯 손을 들고 내게 물었다.


“저기, 선생님은 여자 친구 있으세요?”


여기서 잠깐 말하자면, 꽤나 재수 없게 들릴 순 있어도 나는 꽤나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여학생들도 내 대답이 신경 쓰이는지 서로 수근거렸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서라. 이래봬도 애 아빠다.”


내 말을 듣자, 강의실에 있던 여학생들의 입에서 약한 탄식이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했으니...


“자자, 다음 달 강의 들을 사람들은 오늘 배운 내용을 다음시간까지 빠짐없이 제대로 익히고 오도록.”

나는 교탁을 한번 두드리며 말했다.


오전 12시 반.


나는 오전 수업 두 타임을 마무리하고 제이 아저씨와 함께 밥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들렀다, 식당을 둘러보자, 이미 내 자리까지 맡아놓은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저씨와 함께 밥을 먹으며 내가 아침 내내 가지고 있던 의문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으니, 이런데 선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는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듣고,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슬비는 괜히 화를 내는 아이가 아니야. 그건 너가 제일 잘 알거라고 생각하고.”

“...그쵸”


지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듣고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나에게 물었다.


“...너 진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

“예? 아저씨는 눈치 채셨나요? 그게 대체 뭔데요?”


제이는 내 얼빠진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세하야, 어금니 꽉 깨물어라.”


-네?


라고 말하기도전에 위상력이 담긴 제이 아저씨의 주먹이 내 명치에 작렬했다.


“쿠헤에에-엑!!!!”


나는 볼썽사나운 비명을 지르며 보기 좋게 날아갔다. 아무리 반사적으로 위상력을 사용해 신체를 강화해도 아저씨의 철권은 여전히 강력했다.


“쿨러어어억!!!”


오랜만에 위상력을 쓴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아저씨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아저씨는 입가에 피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이 둔감한 녀석아. 그렇게 모르겠냐?”


나도 자리에 다시 앉으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에요?”

“바보야... 슬비는, 네가 더, 사랑해줬음 하는 거야.”





-






멍청했다.


아무래도 아침의 행동은 너무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에게 심술을 부렸을까. 나는 그를 사랑하는데, 그가 나를 봐줬음 하는데, 단지, 나를 좀 더 사랑해줬음 하는데...


죄책감과 우울함의 소용돌이가 서서히 내 마음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띠리리링-


울적한 기분에 소파 위에서 쪼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 묻었을 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유정언니였다.


“여보세요...? 유정언니...?”


나는 전화를 받았다. 생각보다 갈라진 목소리에 새삼 놀랐다.


“응 난데,,, 슬비야 혹시 너 울었니?”


유정언니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나는 아니라는 듯 황급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아, 아니에요. 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슬비도 볼겸, 같이 밥 먹자고 물어보려 했지. 혹시 시간되니?”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유니온 본부로 갔다. 유니온 본부 앞 공원에서 유정언니를 만나 근처 적당한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이라기 보단 카페에 가까웠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지만, 음료나 디저트의 종류가 식사류 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우리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바깥의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야? 유럽 쪽 간부들은 아무래도 5살 이후로 나이를 안 먹은 게 분명해. 응. 물론 정신적으로 말이지. 아무리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말해도 이해를 못한다니깐! 도대체 10년 전 같은 일이 또 터져봐야 정신을 차리나? 아냐, 그놈들은 절대로 정신을 못 차릴껄...! 애초에 아직 차원종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애쉬 더스트 남매가 침략을 안하는 게 우리 차원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저기, 걔네들은 머릿속에 뭐가 든 거야? 꽃밭? 역시 꽃밭인거야? 아마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착실히 병력을 모을지도 모른다고! 애초에 플레인 게이트의 연결도 끊긴 상태에서 그레모리 박사는 연락도 두절이지... 도저히 저쪽 상황을 알 방법이 없다니깐! 적어도 외부 차원의 정보가 필요해. 확실히 지금 가장 뛰어난 차원간섭 전파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이 미국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뉴욕의 늙다리들하고 상의를 하자니 그쪽도 유럽만큼 만만찮게 무능한게...”


...대체로 유정언니의 푸념이 주였지만, 확실히 그녀는 유니온 한국지부의 5간부 중 한 자리를 맡은 사람으로서 맡은 부담과 사명은 막대할 것이다.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그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뿐.


“주문하신 식사 나왔습니다.”


그렇게 언니의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음식이 나왔다. 점원이 재빠르게 음식을 테이블에 놓고 떠났다.


“...그래, 일단 먹고 얘기할까?”


음식을 보니 어느새 눈에 생기가 돌아온 언니가 나에게 포크를 건네며 웃었다.


이곳의 파스타는 꽤나 맛있었다. 자극적이지도 않은 것이, 담백하고 맛있었다. 크림 소스의 크리미한 고소함이 버섯의 은은한 단맛과 잘 맞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도 풀렸는지, 나는 선뜻 꺼내지 못한 말을 조심스레 유정 언니에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침엔 홧김에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를 더 싫어하게 될까봐 무서워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내 숨겨왔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자, 유정 언니는 자상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유정언니는 어딘가 먼 곳을 떠올리듯, 눈을 감고 말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세하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건 이 언니가 보장할게.”


하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에 남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 하지만... 요즘은 바쁘다면서 절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아서...”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유정언니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코 끝을 튕겼다.


“요놈. 그렇게 세하한테 예쁨 받고 싶니?”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 날 본 유정언니는 턱을 살며시 괴고 인자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전혀 걱정할게 안 된단다. 내가 옛날 얘기 하나를 들려줄게. 이건 8년 전의 이야긴데...”





-






“세, 세하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막사로 들어온 세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몸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그의 전신은 자신의 피 인지 차원종의 피 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흠뻑 젖어있었고, 그의 가슴께에는 깊게 패인 상처가 가로질렀다. 두 팔과 등에는 커다란 화상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한 쪽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절고 있었다.


“......”

하지만, 그의 품 안에는 슬비가 안겨 있었다. 그는 슬비를 소중한 보물인 듯,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그녀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고 말했다.


“...유정 누나, 슬비를 잘 부탁드릴게요.”


“잠깐만! 또 어딜 가려는 거야? 지금 네 몸 상태를 알긴 하는 거야?!”


나는 황급히 말렸지만, 세하는 내말을 무시하고 응급 키트에서 체력 앰플을 뽑아들더니, 무신경하게 목에 박아 안에 있는 액체를 주입시켰다. 그는 빈 앰플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어두웠다. 절망으로 가득 찬 지금의 밤하늘보다도 훨씬 더 깊고 어두웠다.


하지만, 그의 눈 속에는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손을 뻗으면 금세 사라질 것 같지만 그 무엇보다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보았기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더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세하는 입을 열었다

.

“...너무나도 많은걸 잃었었어요. 동료를 잃고, 용기를 잃고, 희망을 잃고,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그의 목소리는 무력하고 공허했다. 하지만 이내 힘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슬비가, 나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어요. 모든 걸 포기했던 나에게 살아갈 의미를 주었어요.”

“세하야...”


“그런 슬비를 난 너무나도 사랑해요. 슬비는 내게 살아갈 의미이자 이유에요. 난 그걸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는 다시 일어나서 건 블레이드를 등에 매고 밖으로 향했다.


“나는, 이 전쟁을 이제 끝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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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렇게 [10년 후] 3화에서 약속했던 외전격 소설을 1달만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혹여나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와 사죄의 인사를 드립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몹쓸 저자가 고딩이 되면서 시험이라던가 이러저러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ㅠㅠ


쓰고 나서 보니 연애 팬픽에 사족이 너무 많은것 같지만... 최대한 제 팬픽의 세계관을 족자 여러분들께 보다 자세히 이해시켜 드리고 싶어 어쩔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암담한 필력에 한탄할 뿐이지만,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웨엇 말했다시피 이 소설은 [10년 후]의 외전격 이야기이니 전편을 읽고 읽으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아직 시험기간인 상황이라 아마 하편의 작업은 5월 연휴부터 시작할듯 합니다. 하지만 하편은 최소 이번 연휴기간 안까지 게시할 계획이니 하편도 꼭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는 하편에 담겨있으니까요(음흉)


p.s. 제 10년 후 1편의 조회수가 1000명을 넘어 1300명에 도달했습니다ㅠㅠ 이토록 부족하고 지저분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신 독자님들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ㅠㅠ 앞으로도 더욱 재밌고 신선한 소설로 독자님들께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0-24 23:15:0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