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다시 만나는 그날 까지
꽃보다소시 2017-04-22 2
"..... 오늘 날씨 참 좋네.."
이 화창한 봄 날 그녀는 혼자 유니온의 특수요원복을 입은채 잠시 산책을 시작한다.
잠시 그 날의 충격때문에 매일 밤을 울고 지내야 했던 날들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싶었던 마음에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 검은양팀은 1년이 넘게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고, 평범한 날들을 보내며 차원종과 싸워왔다. 검은양팀은 언제까지라도 다섯명이서 함께 할 것이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행복한 일상은 무너졌고, 그날로 검은양팀은 네명이 되어버렸다. 그는 우리를 위해서 희생을 했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클로저의 세계가아닌, 또 다른 악몽의 세계로..
•••
지금으로부터 세달 전 정식요원이었던 우리는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리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써봤지만 검은양팀 5명이 싸워서 해결될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그 날 후퇴하자고 했다면 지금 쯤 5명이었을까?
교전 도중 애쉬와 더스트가 나에게 다가와 입을 연다.
"우리의 위상력을 빌려줄께. 우리와 같은 차원종이 되면 아스타로트를 쉽게 쓰러트릴 수 있어."
난 절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즉시 거절했다. 차원종이 아닌 클로저로써 그 차원종을 쓰러트리길 원했고, 애초에 차원종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부모님을 죽인 원수들과 같은 편이 될 순 없으니까.. 그런데 나와 애쉬가 하던 이야기를 그는 들었던 것일까.. 분명히 그 주위엔 나와 애쉬밖에 없었는데..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난 가만히 있었던걸까.. 난 리더로써 자격이 없다. 지금 와서 이렇게 후회하면 뭐하나...
이미 그는 떠나갔고, 인간일 수 없게 됬는데...
그녀는 저 먼 광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 뱉는다.
"바보... 그때 왜 그랬어.... 끝까지 자기 멋대로야."
"미안하다. 바보라서-"
".......어...?"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그 즉시 뒤를 돌아봤고 그 곳엔 그 들과 같은 차원종이 된 이세하가 서있었다.
메말라버린 백색의 머리카락과 검정색이었던 눈은 보라색으로 변해있었고, 재와먼지들이 풍기는 검은색 갑주를 입고있었다. 겉모습은 내가 알고있던 그 이세하가 아니지만 목소리도 얼굴도 이세하였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말을 이을 수 없었고 이 곳에 있을리가 없는 그를 본 나는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세하...?"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이게 몇달만에 다시 만난 재회인가.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그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슬퍼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이 바보야! 넌 지금 이 상황에서 잘 지냈냐는 얘기가 나오는거야...? 너 때문에 다들 얼마나 맘 고생 심하게 했는데....... 진짜 넌 항상..."
"미안해."
"....."
"왜 그랬어야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넌 어짜피 그 제안 듣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았을거아니야."
"맞는 말 아니야? 넌 어떻게 그런 말같지도 않는 소리를 듣고 받아들인 거야.. 도대체 왜?!"
"거기서 우리 다섯명 모두 죽는 걸 보기 싫었으니까."
"....."
"거기서 내가 이러지 않았다면 지금의 검은양팀은 아예 없었을지도 몰라."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지금 그가 한 모든 말이 사실이었고, 반박 할 말 조차 없었다. 그 만큼 그 차원종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정말 생각하기 끔찍할 정도로..
눈물을 참고 있는 나를 보며 세하는 조심스레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지금 뭔가 말 돌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넌 그때에 비해 많이 강해졌나봐. 특수요원으로 승급도 하고.. 그거 되게 힘들다던데.."
"...."
"그리고 많이 예뻐졌어. 이런 나와는 다르게-"
"...으...응..?"
"너무 갑작스러웠나..? 널 편히 보면서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또 언제 오겠어."
"뭐야.. 이제 다시는 못만날 것 같은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고..."
그 말이 끝난 순간 세하는 나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정말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세하의 눈빛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했다.
"..슬비야.."
"왜..?"
"..앞으로도 넌 검은양팀을 더 잘 이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넌 하나뿐인 검은양팀의 리더니까."
계속 울지 않으려고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어느새 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세하 앞에서 단 한번도 울어 본 적 없던 내가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그 앞에서 울어본다.
"넌....정말 바보야...."
"평소엔 나랑 팀원들 앞에서 눈물 한방울 보이지도 않더니.."
세하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의 손으로 직접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 이제 진짜 가야겠다.."
"어딜가... 가지마... 그냥 여기 있어.... 너가 왜 가야되는데.. 가지마...."
"...."
그는 이제 진짜 가**다는듯이 떠날 준비를 했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입을 연다.
"... 미안해. 슬비야. 그리고 가기 전에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응..?"
"많이 좋아해."
그 말이 끝난 즉시 세하는 내 볼에 입을 맞추었고, 이 말을 끝으로 그는 내가 함부로 찾아갈 수 없는 그 곳으로 떠났다.
"언젠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께."
세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나머지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뭐 대답할 시간조차 없이 떠나버렸지만..이제 다시는 못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그래도 다시 돌아와 준다고 말한 세하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떠나간 그가 있던 자리에 서서 이제 들을 수 없는 그에게 하지못한 속마음을 꺼낸다.
"나도 좋아해... 세하야.."
•••
"세하야...!"
눈을 떠보니 난 회의실에 있었고, 3초간 멍때리다가 내가 꿈을 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일어난 탓에 유리가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슬비야, 너 왜그래..? 악몽 꿨어...?"
"아니... 아무것도..아니야..."
"너 세하 꿈 꿨구나?"
"에... 그걸 어떻게...."
"너가 방금 '세하야!' 라고 소리치면서 일어났잖아."
"아...."
"...기운내, 힘내야지.. 슬비야..."
"..응.."
정말 방금 겪었던 일처럼 꿈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제 차원종이 되서 적이 되버리고 우리와 같이 한 곳에 있을 수 없는 세하를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 한 곳이 아파오기 시작하지만 예전처럼 다시 강한 리더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세하가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꿈에 나왔던 유니온타워 근처의 공원에 바람을 쐬러 나온 그녀는 그 꿈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았다. 꿈에서 나온 장면처럼 그가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가 꿈에서 했던 말을 잠시나마 떠올렸다.
'언젠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께.'
혹시나해서 계속 그가 이 곳으로 올까 기다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역시나 그는 이 곳에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너가 진짜 나타나준다면 꿈과 똑같을텐데.. 결국 이 시각 이 곳에 너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꿈에서라도 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진짜 다시 여기로 돌아와 줄 수 있을까..? 너가 그런 선택을 해버린 이상 우리가 있는 이 곳으로 돌아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도 난 어떻게든 너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해볼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 해보고싶어. 꿈이라고 하지만 나한테 돌아오겠다고 말해줬으니까.. 그리고 또 그 날이 온다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 땐 무슨일이 있어도 꼭 너한테 말할거야.'
"널 좋아해. 이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