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제이(Remake) 1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7-04-20 0
나는 강도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와서 포장마차 안으로 집어던졌다. 과격하긴 하지만 그래도 돈 훔치고 가게를 망가뜨린 녀석을 순순히 용서할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네놈은... 경찰이냐?"
"아니... 경찰아니야. 그냥 평범한 시민이지."
취미로 클로저를 한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입버릇이 되어버리면 내 정체가 알려질테니 말이다. 내가 타인으로 변장했을 때나 해야할 일이다. 아마 이걸 보면 그녀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그 여자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괜찮으세요?"
"어이, 뭐하는 거야?"
아니, 기껏 강도를 잡아줬는데 갑자기 소영이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 오히려 강도가 다치지 않았는지 살피다니... 원래 아가씨의 성격이 착하다는 걸 알았지만 설마 이런식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자 그 강도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날 걱정하는 거야? 난 네 가게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가게야 다시 차리면 되요. 그보다도 어디 다치시진 않으셨어요?"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다가 말았다. 혹시 이 아가씨도 알고 있는 건가? 범죄자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말이다. 마치 다 알고 행동한다는 눈치였다. 확실히 알고 행동한 거라면 그녀의 성격상 이러한 행동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도 현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거겠지. 그래도 나는 이 강도를 용서해줄 맘은 없다. 그녀와의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경찰에 넘길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일부러 착한 척하지 마. 당신은 이 가게라도 운영할 능력이 있으니 다행이지.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강도짓밖에 몰라. 조금은 경계라도 해. 이번에는 그냥 가겠지만 다음에는 어림없어!!"
강도는 돈을 던져버리고 그대로 가려고 했지만 소영이 달려가서 그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이 돈은... 제가 그냥 드리는 거에요. 힘내세요."
"착한 척 하지 마라니까!!"
그녀의 손을 뿌리치면서 달려가는 강도였다. 이런식으로 결말을 원하지 않았나 보다. 뒤쫓아가서 잡을까 생각했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 거 같으니 한숨을 내쉬면서 땅에 떨어진 돈을 주워서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강도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고, 보는 사람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봐, 왜 그렇게 착하게 대하는 거야?"
"저 사람 기분을 알 거 같아요. 여기 처음 오셨을 때 무서웠지만 동시에 눈이 흔들리는 게 보였거든요. 사람을 죽이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았어요. 아마, 이러고 싶지 않았겠죠."
"전에도 겪은 적 있었어?"
"아니요. 제가 공부를 좀 했거든요. 사람이 두려움에 떨게되면 눈동자가 무의식적으로 흔들리는 조짐이 보인다는 내용을 어떤 책에서 읽었거든요."
무너진 의자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있다. 정말 알 수가 없는 여자다. 나라면 짜증을 내면서 그냥 날려버렸을 텐데 말이다. 이러다가 나쁜 사람에게 이용당해서 빨리 죽어버릴 운명이다. 단골가게가 없어지는 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여기 계속 지키는 보디가드도 아닌데 신경을 쓰게 만드는 여자였다. 혹시 내 힘을 눈치채서 날 이곳에 붙들게 하기 위해서 이러는 건 아닐테고 말이다.
가게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나는 갈길을 갔다. 다음에도 올 생각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하니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고민을 해봐야될 거 같았다.
차원종이 나타나지 않는 지역은 평화롭다. 이럴 때 사람들은 평상시 그대로 살아가는 편이다. 평범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어느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자동차는 교통신호를 지키면서 운행하면서 경적음을 내고, 흔히 있는 일이다. 아마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차원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클로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치익-
편의점에서 사온 이온음료를 마신다. 캔으로 뚜껑여는 소리를 들으면서 홀로 걸어간다. 그 강도는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다음에 또 오겠다고 선언했는데 말이다. 아마 숨어서 지켜보며 기회를 또 노릴 지도 모른다. 경찰에 알려야되나? 아니지... 알리면 오히려 그 여자가 날 원망할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원펀치로 끝내지만 그 여파가 곤란했다. 전에 크리자리드와 도마뱀 형태의 차원종을 한방에 날렸지만 그 여파로 표적이 된 차원종의 뒤에 있던 건물들이 깎여나갔다. 거대한 공터를 만들어낼 정도로 말이다. 차원종이 입힌 피해보다 내가 원펀치로 날린 피해가 더 커보였던 것이다. 일단 알려지지 않아서 나에게 뭐라한 사람은 없지만 이건 심각하게 고민해야될 문제다. 힘을 잘못사용하다가 내 집까지 날아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뭔가 다른 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기를 사용한다던지 말이다.
쿠웅!
"응?"
근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아주 격렬하게 싸우는 것과 시민들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분명히 이건 차원종이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 하얀색 수영모자를 머리에 쓰고 각시탈 가면을 쓴 채로 달려간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