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 10년 후 (3)

Contrasto 2017-03-15 10

나는 속에서 뿜어져 나오려는 당혹감과 놀라움을 애써 누르며 재차 확인했다.


“그러니까... 진짜 티나 하고 트레이너 씨에요?”


나의 얼빠진 질문에 티나는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진짜 나와 트레이너라니, 질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군. 확실히 나와 트레이너는 진짜다.”


트레이너는 씨익 웃으며 나에게 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그의 미소는 확실히 10년 전에는 절대로 볼 수 없었을 감정표현이였다.


“이렇게 직접 보는 건 거의 전쟁이 끝나고 8년 만 이겠군.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로 반갑다, 이세하.”


“그래도 당신을 보는 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심장이 철렁하니 미리 연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트레이너가 권한 잔을 순순히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른 이들도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모두들 착석해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슬비는 얼음을 오독오독 먹는 티나를 자상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티나 씨와 트레이너 씨는 클로저 활동을 은퇴하셨다는데 지금은 무얼 하며 지내나요?”


트레이너는 잔에 담긴 드라이 진을 조금 마시며 질문에 대답했다.


“나와 티나는 지금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거나 차원종들에 의해 발생한 피해의 복구에 힘쓰고 있다. 뭐 쉽게 말해 방범활동 같은 것이겠지.”

“방범활동이라니... 스케일이 너무 크다구요, 트레이너 씨...”


나는 한숨을 쉬며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또다시 씨익 웃으며,


“그러는 너야말로 평범한 척 하며 꽤나 큰일을 하고 있더군. 안 그런가? 벌처스의 큐브 프로그래머?”

“윽...”


정말로 놀랄만한 말을 내뱉었다. 솔직히, 그가 내 일까지 파악 할 줄은 몰랐는데... 예나 지금이나 무서울만한 정보력 이였다.

실제로 표면상 직업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유니온 아카데미에서 연설을 하는 초청강사지만, 나의 진짜 직업은 세계 최대의 위상 장비 회사인 벌처스에서 훈련용 큐브의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었다. 3년 전, 대부한테 물려받은 회사를 세계적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바이올렛이 나와 석봉이에게 훈련용 큐브의 프로그래밍을 부탁해왔고, 그 후로 석봉이와 함께 수많은 버전의 큐브를 제작해왔다.


내가 완전히 당해 우물쭈물해 하고 있자, 유리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해왔다.


“근데 티나 언니는 지금 트레이너 아저씨하고 같이 사는거에요?”


한동안 오독오독 얼음을 먹던 티나가 고개를 들어 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트레이너와 같이 살고 있다. 그는 나와 호적상 딸과 아버지의 관계니까 말이지.”

“푸웁-!!!!!!”


옆에서 보리차를 홀짝이며 대화를 별 감흥 없이 듣고 있던 나타가 티나의 말을 듣고 마시고 있던 보리차를 단숨에 뿜었다.

“꼬...꼬,꼬,꼰대!! 당신이 같이 산다고?! 이 깡통하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범죄지 이 사람아!!!”


나타는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말을 주워섬겼다. 그러자 트레이너가 쥔 잔이 빠직- 하고 부서지더니 트레이너의 눈이 매섭게 변하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내가 티나의 아버지인게 뭐가 문제이지, 나타? 10년 전 그때로 돌아가고 싶나?”

“나왔다!! 저 꼰대 로리콘 기질!! 죽어! 죽으라고!! 이 로리콘아!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

“애송이인 너 따위가 내 기분을 어찌 알겠나, 나타?”

“뭐래! 지금은 친구 집에 있지만 나도 내 딸 서영이가 있다고! 무시하지 마! 나도 이제 아빠란 말이다!”


세상에, 그 나타가 아빠라니, 죽어도 믿지 못하겠군...


분노가 한계점까지 다다랐는지, 트레이너 주위에 위상력이 방출되면서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같이 가게도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촉**의 상황은 티나에 의해 간단히 마무리 되었다.


“이 요리는 상당히 맛있군. 트레이너도 먹어봐라. 내가 먹여주겠다.”


티나가 요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트레이너에게 갖다 대자, 트레이너는 그것을 얌전히 받아먹었다. 방금 전 상황이 거짓말 이였다는 듯, 불꽃이 사그라들고, 가게의 흔들림이 멈췄다.


우리는 딸과 아버지가 역전된 듯한 상황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딸랑 하는 종소리가 울리더니 가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모두들 정말로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얘들아?”


둘은 유정과 제이였다. 정말이지 10년이나 지나도 유정 누나의 미모는 어디가질 않는다. 아저씨도 노총각 딱지를 떼니, 어느덧 어엿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였다.


“엄마, 이 사람들은 누구야?”


제 아빠를 닮은 흰머리에 어딘가 유정 누나를 닮은 듯 한 열 살 남짓의 남자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옷을 보아하니 유니온 아카데미의 학생인가보다.


“정훈아, 인사드려. 모두들 엄마 친구들이란다.”


약간 부끄러운 듯, 정훈이는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정훈이를 내년이면 같은 교복을 입을 슬하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반가워 정훈아. 내년이면 우리 아들도 아카데미에 입학하니 잘 보살펴줘.”


나는 고개를 숙인 정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훈이는 동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왠지모르게 부끄럽지만 기쁜 눈치였다.


모두가 다 착석한 순간, 유리가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치켜들며 말했다.


“오늘 못 온 사람들도 있지만,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10년 만에 모두가 모였습니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만큼 우리들도 많이 변했지만, 우리들의 우정은 영원할꺼에요! 자, 모두 건배!”


“““건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잔이 부딪혔다.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어디서 만들었는지, 소영은 족히 1m도 넘어 보이는 10단 케이크를 대령했다. 케이크에는 ‘10년을 변치 않는 우정을 위하여’ 라고 쓰여 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크기의 케이크에 완전히 흥분했지만, 특히 단 것을 좋아하는 세리는 거의 달려들다시피 자기 분의 케이크를 먹어치웠다. 옆에서 슬하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세리는 저 큰 케이크를 다 먹어치웠겠지...


“세리야 그만 먹어. 이 다 썩겠다.”


슬비는 세리를 들어 자기 품에 놓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더 먹고싶다고 땡깡을 부렸지만, 배가 불렀는지 이내 엄마의 품에서 새근새근 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훈이와 슬하는 어느새 친해졌는지, 벌써 게임기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슬하에게도 형이 생겨서 그런지, 아빠인 나도 왠지 기뻤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는 나에게 아저씨가 슬쩍 와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 아들은 내년이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건가?”

“그쵸. 슬하도 기뻐하는 눈치에요. 아는 친구가 없어서 잘 지낼련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의 친구 걱정에 잠시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런 나에게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나에게 귀띔을 해줬다.


“내가 내년에 1학년의 담임을 맡게 됐거든?”

“...그 말은...?!”

“그래. 네 아들은 내가 책임지고 보살펴주마. 정훈이는 외동이여서 이제껏 외로웠는데, 동생이 생겨서 기쁜 것 같아.”


쨍-


나와 제이는 서로 웃으며 잔을 부딪혔다.


“고마워요 아저씨.”

“뭘. 나야말로 고맙지.”


새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아저씨와 서로 잔을 부딪힐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작 어린 내가 마시는 건 술이고, 아저씨는 물이지만. 아마 금주 때문에 고생했던 옛날과는 달리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린것 같았다.


한참을 늑대개 팀과 떠들고 있던 유리가 갑자기 나와 제이를 잡아끌더니, 모두를 한자리에 모이게 하며 말했다.


“자자, 10년이나 지났으니 다시 기념사진 한번 찍어야 하지 않겠어?”

“어, 어이, 그래도 다들 완전히 모이지는 못했고...”

“뭐 어때! 그러면 불참자들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며 약올려 주자고! 그럼 다음엔 꼭 올꺼야!”


내가 내뱉은 궁색한 변명을 시원하게 받아친 유리가 카메라의 타이머를 조정하고 다시 달려와 나에게 어깨동무를 걸었다.


나는 두 팔에 세리와 슬하를 안아 들었다. 두 팔에 더해지는 무게를 느끼며 새삼 생각하게 됐다.


요 근래,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있었나...?


나는 슬쩍 슬비를 쳐다봤다. 유리에게 껴안긴 슬비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와 슬비뿐만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듯, 미소를 짓거나 웃고 있었다.


카메라에서 깜빡거리던 불빛이 점차 빨라졌다.


나는 슬비에게만 들릴 듯 말 듯 한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슬비야.”


내 속삭임을 들었는지, 카메라를 바라보던 슬비의 눈이 커졌다.


찰칵-


그날 찍었던 사진은, 인생 최고의 사진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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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제 망상이 폭주한 팬픽의 첫번째 에피소드가 완결이 되였습니다! 우선은 지금까지 제 소설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사과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이렇게 본격적으로 글을 써본건 처음인 급식이이기때문에 꽤나 험난한 여정이였습니다. 네... 3편밖에 쓰지 않았는데 좀 힘에 부치더군요.


그리고 3화안에 레비아가 등장한다고 조심성없이 글을 남긴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싶습니다. 분량 조절이란것을 쥐꼬리만큼도 몰랐던 제가 무심코 한 말이여서 문제가 될듯 싶어 댓글은 자삭했습니다만, 레비아를 기대해준 독자님들에겐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그리고! 제 실수투성이인 글이 정말로 명예의 전당에 오를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것도 이렇게 빠르게!! 그만큼 제 소설을 읽어주신 분들이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셨다는것이겠지요ㅎㅎ 앞으로도 독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리자면, 제 글이 올라오면 누구보다 먼저 제 글을 읽어주시고 추천을 눌러주신 제 서클원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 어찌 쓰다보니 완결 후기처럼 되어버렸네요. 제 소설을 기대해 주신 여러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아직 두번째 에피소드는 여전히 구상 중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지루하시지 않게 세하와 슬비의 외전 하나를 쓸 계획입니다!


그럼, 언젠간 독자님들과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전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2024-10-24 23:14: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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