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팬픽] 10년 후 (2)

Contrasto 2017-03-12 11

방의 구조는 3LDK.


그중 하나의 방은 유리의 사무실 겸 서재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방들은 아마 유리와 다른 한명의 침실일 것이다.


그보다 나는 상당히 큰 거실의 크기에 새삼 놀랐다. 방의 바닥은 모두 목재로 깔려있었고, 한쪽 벽은 완전히 미닫이식 창문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아까 밖에서 본 것과 같은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옛날 검은양팀의 본부보다 100배는 비싸고 멋져 보이는 본부였다. 아마 유정 누나가 힘을 쓴 모양이겠지.


소파가 닿아있는 벽에는 10년 전, 검은양과 늑대개가 하나가 되었을 때 찍었던 사진이 커다란 액자에 들어있었다. 그 그림이 어쩐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함이 베어 나오게 했다. 이젠 모두가 흩어져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는 그리움을 안고 사는 것이리라.


“우쌰~! 내가 일등이지롱!”

“우와, 이 소파 엄청 푹신거리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다란 소파에 뛰어들었다. 슬하는 소파에 눕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게임 컨트롤러에 손을 뻗었다. 사실 슬하는 나보다 제 엄마를 가장 많이 닮았지만, 내 게이머 성질만은 제대로 물려받은 모양이다... 애석하게도.


“게임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해라. TV에 너무 눈 가까이 대지 말고.”


사이좋게 서로 어깨를 기대어 레이싱 게임을 시작한 남매를 본 나는 적당히 주의를 주고 유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엄청난 본부네. 10년 전 우리들의 본부하고는 비교도 안될꺼야.”

“뭐, 유정 언니가 도와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저씨가 돈을 대줬어. 자기 퇴직금과 사비를 털어서 말이야. 다 이것도 후배 클로저를 위해~ 라면서 말이지.”

“여전히 웃음밖에 안 나올 정도로 착해빠진 아저씨라니깐. 같이 살려면 유정누나가 고생 깨나 했을 거 같은데?"


유정누나와 아저씨는 우리들의 팀을 떠난 후에도 지독하리만치 우리들을 신경써줬다. 정말이지, 착해빠진 사람들이였다. 아마 우리는 우리가 입은 둘의 은혜를 절대로 다 갚지 못하겠지.

“음...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 문득 유리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말하기가 무섭게 요란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어이! 배고파! 바보제자, 안에 있지?”


그 요란하게 문을 연 주인공은 나타였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나도 저 호전적인 말투와 행동은 변함없는 모양이다.


“아이 참, 건물 안에서 그렇게 큰 소리 지르면 안 되죠 나타 형.”


성숙하지만 아직은 살짝 앳된, 풋풋한 청년의 목소리로 나타를 타이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스틸테인 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미스틸은 소녀스런 분위기가 있던, 작고 귀여운 남자아이였을 텐데, 어느새 부쩍 커버려 잘생긴 미청년이 되었다. 항상 내려다보았을 미스틸을 이젠 같은 눈높이에서 보다니, 웬지 모르게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다.


유리대신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자, 둘의 눈은 커다랗게 변했다.


“너...너가 왜 여깄어?!”

“세하 형...? 세하 형이에요...?”


뜻하지 못한 사람을 만났는지,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둘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 오랜만이네. 잘들 지냈어?”


현관 앞의 소란에 신경이 쓰였는지, 세리와 슬하는 잠시 하던 게임을 멈추고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꼬맹이들은 또 누구야? 분위기가 짜증나는 누구하고 닮았구만.”

“그래, 내 애들이다. 그렇게 말하니 고마워해야할지 기분나빠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나타가 던진 도발적인 말을 적당히 받아친 나는 어느새 내 옆까지 온 세리를 안아 들어올렸다.


지근거리에서 나타를 본 세리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누구도 생각 못한 커다란 카운터를 나타에게 먹여주었다.


“뭐야 저 아저씨, 기분 나빠. 눈도 그렇고.”

“뭣...!”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카운터를 먹은 나타는 순간 말문이 막혀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세리야,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세리의 말을 들은 슬하가 오빠답게 동생을 타이르며 말했다.


“근데 너 말대로 눈매는 진짜 나쁘네...”


...타이르는 줄 알았더니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번 더 카운터가 들어왔다.


“푸핫!”


천하의 나타가 고작 열 살도 안 된 꼬마들에게 카운터를 먹어 비틀거리는 웃긴 장면을 참지 못한 미스틸이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나타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미스틸에게 말했다.


“야, 너는 웃으면 안 되지!”

“아, 아니 그래도 웃긴걸 어떡해요...푸흐흣 눈매가...!”


아무래도 이 방에 나타의 편은 없는 모양 이였다...


“자자, 그런 건 이제 됐으니까 들어와서 얘기하자! 둘은 일단 임무 보고부터 해줘!”


결국 중재에 나선 유리가 둘을 거실로 들이고 임무의 보고를 요청했다.


소파에 풀썩 앉은 나타가 목을 긁으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곳엔 초커는 없지만, 그건 아마도 그의 오랜 습관이리라.


“차원종의 수도, 종류도 대단하진 않았어. 기껏 해봐야 스캐빈저나 트룹 타입 이였지... 쳇, 그런 건 알아서 처리하라고. 무능한 특경대들...”


그렇게 말한 나타와는 다르게, 미스틸은 사뭇 진지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원종의 수가 늘었어요. 미미한 수이긴 하지만... 그보다 오늘 나온 차원종들은 뭔가가 달랐어요...”

“뭐가 달랐다는 건데?”


유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미스틸을 재촉하자, 나타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있었어. 녀석들이 조직화 되어간다는 증거겠지. 그보다...”

나타의 눈이 날카롭게 변하고, 목소리도 낮아졌다.


“놈들의 우두머리를 죽여도, 물러서거나 후퇴 없이 그저 싸우기만 했어. 오히려 더욱 호전적으로 변했지... 마치, 광전사처럼 말이야.”


나타의 말을 들은 유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확실히 처음 듣는 경우네... 이 일에 대해선 유정 언니에게 보고를 해야겠어... 그럼 이건 그렇게 하고, 세하도 아직 밥 안 먹었지? 오랜만에 유정 언니랑 아저씨도 볼 겸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


둘의 보고를 처리한 유리가 저녁 식사를 권해왔다. 문득 시계를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좋지. 하지만 슬비 혼자 둘 순 없으니 슬비도 불러도 될까?”

“나야 오랜만에 슬비를 볼 수 있으니 기대되는걸!”


유리의 승낙을 듣고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슬비에게 전화를 걸어 유니온 본부로 불렀다.


“기왕 갈데없으면 우리 가게 올래? 소영이한테 준비 해놓으라 할게. 소영이도 좋아할 꺼야.”


나타는 우리와 비슷한 때에 소영과 결혼하였다. 전쟁 후로도 나타는 클로저 일을 계속 했고, 번 돈으로 소영에게 가게를 사 주면서 프러포즈 했다고 한다. 그 가게에 선뜻 우리를 초대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오랜만에 다들 모여서 식사하네요! 정말 이게 몇 년 만인지...!”


미스틸은 기분 좋은듯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미스틸은 옛날부터 정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이였다. 오랜만에 다들 모인다니, 미스틸에게 있어서는 들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잠시 후, 슬비가 도착하자, 우리는 소영의 가게에 걸어갔다. 소영의 가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우린 걸어가며 10년동안 밀렸던 이야기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15분 후, 소영의 가게 앞에 도착한 우리는 들어가기 전에 유정 누나와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은 아직 처리해야할 일이 있는 모양이야~ 늦지 않게 온댔으니 곧 오겠지. 우리먼저 들어가자.”


둘의 소식을 전해들은 유리는 문을 열며 우리를 먼저 안에 들여보냈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가게의 사장인 소영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줬다.


“다들 정말 잘 왔어! 세상에나, 이게 다 몇 년 만이래니? 오늘은 맘껏 시켜도 돼!”


가게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저녁까진 퓨전요리를 내보내고 밤부터는 바로 변한다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인테리어였다. 무엇보다 소영의 요리이니, 맛은 보장되어있었다.


소영은 우리를 안쪽에 있는 파티용 방으로 안내했다.


“...! 당신들이 여기에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너무나도 뜻밖의 사람들이 보여 나는 무심코 탄성을 질렀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이세하, 이슬비?”

“음, 모두들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뜻밖의 사람들은, 다름 아닌 티나와 트레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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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1화에 이은 2화입니다! 2화의 말미엔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티나x트레이너가 등장해 기분이 좋군요!! 헤헿...


솔직히 말해서 1편이 그렇게 많은분들이 읽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 서클 멤버분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부들이 봐주셔서 감개무량하고 고마울따름입니다.


목표는 노려라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에 갈때까지 여러분들께 좋은 작품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노력할테니 이번 2화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3화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2024-10-24 23:14: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