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16

비랄 2017-03-04 1


***



어이. 실력도 없는 주제에 먼치킨을 넣어서 편하게 하고 싶은 녀석. 하나만 묻자. 왜 내가 저런 쓰레기 짓을 해야해?


-제 4의 벽을 넘지 마라!


시끄러. 애시당초 나한테 그런게 소용이 있냐!?


-잘 알고 있네. 너한테는 존재의 의미가 통하지 않다고? 네가 쓰레기 짓을 하던 영웅 짓을 하던 다 정상인거라고?


쯧.. 귀찮게.. 그래도 평행 세계의 나한테는 좀 잘해줘라 야.


-글쎄다. 애시당초 그거도 너야.


아오. 진짜..


-그럼 시작하지.




[존재 의미가 없는 곳에서의 대화.]




***






피와 살이 타는 냄새와 함깨 쓰러지는 남자. 동시에 푸른 불꽃이 그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본래 주인을 지켰어야 할 불꽃이 말이다. 하지만 불꽃의 역할은 타오르기 위해서 무언가를 태우는 것. 지금의 불꽃에게 있어서 죽은 주인은 연료에 지나지 않으리라.


"…안돼!!"


"세하야!"


그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우들인 여성들은 그런 광경을 보자마자 타오르는 불꽃에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들의 앞을 이곳에 없었을 존재가 가로 막았으니 말이다.


"멈춰!"


오직 한마디. 그것만으로 그녀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노운 씨! 이게 무슨!?" 


"오빠! 도데체 왜!?"

"미쳤다고 지금 저 불꽃에 뛰어들려고 한거냐? 너희는 그런 개죽음을 당하고 싶어!? 뒤에 둘! 당장 쟤들 데리고 본부로 귀환해! 저기 위에 있는 날개는 내가 맡을거다."


웬만해선 지금의 그들이 절대 듣지 않을 말이겠지만, 지금 그의 말은 전부 힘을 담은 언령이다. 그렇기에 말을 듣자마자 그녀들 뒤에 있는 다른 팀원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이탈하려 했다.


"이거 놔! 테인아!"


"제이 씨! 이거 놓으세.."


"쯧.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잠이나 자라."


끝까지 절규하는 그녀들에게 언령으로 잠을 명령했다. 동시에 그런 그녀들이 쓰러지자 마자 남은 두 팀원은 그녀들을 업고 언령에 따라서 전선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도 정상은 아닐테지만 그나마 냉정하니 가능한 일이리라.


"…날개. 나랑 다시 한판 하자며? 일로 와라."


하지만 그런 그들은 이미 노운의 관심에 없다. 지금 그의 관심은 불타는 불꽃 위에 있는 이리나 뿐.


"…거절하지. 아직 적응하지 못한 힘으론 너를 이기지 못할테니."


"어딜 가려고?"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도망치려던 이리나. 그리고 그를 막으려는 노운. 원래의 노운이라면 이리나를 손쉽게 떨어뜨려 제압하리라.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단지 공중에서 이리나를 막고, 정면에서 싸울 뿐이었다.


"이놈!'


"시끄러. 통닭!"


이리저리 비행하며 도망치려는 이리나의 앞을 막으면서 공격하는 노운. 그런 그의 공격은 이리나를 견제하기에 충분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녀를 가로막은 직후의 그는 이리나가 도망칠 수 있는 틈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야 말로!!"


다시 방향을 급속도로 틀은 이리나. 그리고 그를 다시 막으려던 노운. 하지만 노운이 이리나를 막으려는 공격과 같이 나타나는 빈틈은 공방의 전투가 아니라 완전히 후퇴를 중시한 이리나에게 있어선 감수하고 돌파할 수 있는 틈이었다.


-퍼엉


이리나는 그렇게 노운의 공격을 속도로 받아내며 공기를 폭발시켰다. 그렇게 일어난 한순간의 공백은 이리나가 도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노운의 이리나 저지는 실패했다.


"후..."


하지만 노운은 도망치는 이리나를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유니온 타워 옥상을 감싸던 푸른 불꽃은 노운이 이리나를 놓친 직후에 꺼졌다. 불꽃이 태운건 이세하의 몸이었지만 의외로 세하의 몸은 온전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불꽃이 그 몸에 있는 위상력을 태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리라.


"…쯧."


노운은 그런 세하의 몸을 수습했다. 죽은 그의 표정에는 어떤 미안함과 후회가 떠올라 있었지만, 그게 누구에게 보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노운은 그런 세하의 표정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운은 그를 평범한 모습으로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죽은 세하는 그가 평범히 보여야 하는 당혹이나 원통함이 비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는 보통과는 다르게 자신의 죽음을 의문 없이 순응하고, 그 무엇도 원망하지 않았다는 거다. 대신 특별하게 미안함과 후회를 남겼다.


"그래.. 뭐 상관 없어.."


아마도 이세하는 원래부터 죽음을 각오한 것이리라. 아무리 그가 평범한 인간이라도 각오를 다졌다면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자신이 틀린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를 한낮 어린 인간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말이다. 이는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실수다.


그를 한명의 전사로 판단하고 그에 걸맞는 죽음을 줬어야 했다. 평범한 인간의 허무한 죽음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다가 완벽히 만족하고 죽는 죽음을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결과는 결과. 순응해야만 한다. 이렇게 부정할 생각이었으면 이런 일은 벌이지도 않았다.


"…네 위상력이 영혼을 태운게 아쉽구나.. 나를 원망이라도 해주면 좋을 것을.."


노운은 이세하가 자신의 악행을 사후에 원망하기를 원했다. 아직 기만은 멈추지 않을테니 말이다.



***







필력 딸려어ㅏ어ㅏ아아ㅏㅇ./.

2024-10-24 23:14: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