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14
비랄 2017-03-0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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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이란 원래 그 의미부터 모순되는 것이자 존재의 한계점이기도 하다. 전지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안다는 것. 하지만 지(知)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에 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전능이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능(能)의 범주에 한하게 된다. 이렇게 전지전능은 문자 그대로 존재의 한계이다.
그럼에도 그것에는 한계가 유무하다.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인 전지전능. 그런데 그런 것이 지성을 가진다면? 그것은 모든 '지(知)'다. 애시당초 지성을 가진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능하기에, 모순적이기에 그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지성을 가진 전지전능은 자신의 모순을 펼친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차며, 법칙도 모순으로 가득차며, 존재의 모든 것이 모순으로 가득찬다. 이해할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의 향연. 그런 것이 우리가 말하는 창조주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절대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말한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럴 것이고 그것도 그럴 것이다. 그것도 우리도 결국은 모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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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것이 아마 나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이 지성체 '안노운'에 대해서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 옛날 일을 좀.."
"어라. 그 아름다운 분들 생각하시는 거에요?"
"…걔들 이야기는 하지 마라..."
전에 사진들을 보여준 이후로 김시환은 나를 노골적으로 놀리고 있다. 나를 고자라고 말하지를 않나,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를 않나. 그런데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반은, 아니 조금은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하기도 힘들다. 살았던 무한한 인생 중에서 그런게 없다고는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그 녀석들은 머리의 어딘가가 진짜 이상하단 말이다. 별 하나를 담당하는 세계수가 누군가를 사랑할리 없는데 나를 사랑하려고 했다. 원래부터 애(愛)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을 드래곤이 왜인지 모르게 나한테 그걸 요구했다. 그 괴리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어쨋든 그녀들의 세계인 마도의 요구도 있고, 나도 그러려고 했기에 결국에는 그녀들의 사랑을 거부했다. 하지만 절대 알리가 없는 사랑에 퇴짜맞은 여자들이었다. 처음 느끼는 감정(사랑)에서 다른 처음 느끼는 감정(실연)을 경험한 그녀들은 전혀 예측치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지옥이 세상에 도래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거다. 내가 봤던 지옥에서도 10위에 들어가는 레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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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지옥 이야기는 빼고 다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지 얼마나 되었을까.
"뭐, 그만하지. 그것보다 저기 레이더가 울리고 있는데?"
"어라? 진짜네요. 근데 이 반응은.."
'그러고 보니까. 시간이네?'
이제 보니 슬슬 무대 시작의 서막. 나의 연극이 시작될 시간이다.
"김시환 아저씨. 저희 왔.. 어라? 노운 씨도 같이 있네요?"
배우들은 드디어 무대에 올라서고
"아. 요원님! 여기 이걸 보세요. 타워 옥상에서 엄청난 위상력 반응이.."
막이 올라 연극은 시작한다.
"…이거 직접 가보셔서 확인하셔야.."
이제 그들의 운명은 나의 연극이니라.
"아.. 알겠어요!"
그러니 웃어주자.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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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어차피 막 쓰는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