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구원
환율비령 2017-02-27 0
콰과과과과과광----!!
"........."
...귓등을 크게 요동치게 하는 폭발음. 그것이 내가 첫번째로 들었던 소리였다.
팍, 팍, 퍼석, 퍽, 퍽, 투둑, 후드득.
크나큰 폭발음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주변에는 단말마를 지르며 고통에 삼켜지는 자들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그'(나)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고 그저 계속 넋이 나간 사람처럼 파괴의 흔적으로 이미 모든 게 무너져 버린 곳을 그는,
"하..... 하아..."
투박하고 거친손으로 사방을 뒤집고 엎어대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잔해를 계속해서 손으로 걷어내자 어느새 그의 손은 자잘한 상처에 이어 급히 치료하지 않으면 오염도에 노출되어 손을 쓰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는 이를 악물며, 한 손에는 위상력을 손에 코팅하고 다른 한 손은 계속 잔해를 파헤치며 자신이 바라던 상황이 펼쳐지길 희망했다.
"....아직은.. 이대로, 이대로 보낼수는 없다..!"
어느새 포격 소리도 사그라들고 주변에는 칠흑같은 검은 연기만이 피어오르고 주변 경치가 피로 물든 듯한 붉은색으로 덧칠되어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수색을 했을까. 그는 순간 자리에서 멈춰 자신의 위상력을 사용하여 주변의 잔해를 다 치울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위상력으로 할수 있는 것 이라곤 그저 파괴하는 것 밖에 모르는 내가. 지금까지 이 힘으로 수많은 차원종과 반 유니온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해온 이 힘을 가지고 그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어리석었군.'
까드득.
그는 자신의 무력함에 이런 상황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위상력과 본인의 무능력함을 통감하며 이를 갈았다.
자기혐오에 빠진채 다시 잔해를 치우기 시작한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삐비비비비비빅-- 삐비비비비- 삐비빅- 삐빅]
자신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무전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불빛을 반짝이는 걸 본 그는 그 자리에 멈춰서 무전기를 손에 쥐어 금이 가버린 화면을 바라보니
[[ch.5 울프팩팀 No.1]]
이라는 문구가 깜빡이며 계속해서 송신되고 있었다.
".........."
그는 무전기 든 손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갈등하다 이내 on 버튼을 눌렀고 그 무전기에서는 비통하고 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가.
".....너 어디야.. 치직, 도대체 어디서 무... 치지직.. 하고 있ㅇ..!"
"지수....."
"지금 바로 내가 있는ㄱ.... 돌아, 아와..! 치직, 직 지직...빨ㄹ...ㅣ!"
파직!
금이 가버린 탓에 그는 그녀의 말을 전부 듣진 못했지만 부분 부분 알아들었고 소임을 다한 무전기는 마침내 완벽하게 망가져버렸다.
툭...
".........하.. 결국엔.."
그는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이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억지로 떼며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몇 분뒤,
"너..... 그 손! 대체 뭘 한거야..!"
그가 그녀를 마주하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그의 손을 보면서 혀를 찼다. 그 또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할뿐이었다.
"하아... 이렇게 해봐야 너만 나빠져.. 이제 그만해라, 다 끝났으니까."
그 말에 정신이 돌아온듯이 그가 튕겨지듯이 고개를 들며 입을 떼었다.
"그만? 그만하라니.. 그만하라니! 그런 얘기가 나오면 나보고 어떡하자는 얘기야, 서지수! 난 아직 그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것, 전해주지 못한것이 많았어.. 좋은 말, 격려의 말 어느것 하나 제대로 전해주지도 못했고 그저 그 아이를 한 명의 클로저 그 이상 이하로도 봐준적이 없단 말이다... 심지어 이번 전쟁이 시작될때도 그 아일 바로 전쟁터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그랬어야 했다고....."
뚝... 뚜욱.... 뚝... 뚝..
그가 상처 투성인 손을 분한듯이 쥐어쥐자 상처 틈으로 핏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정말 미안한 얘기야.. 하지만, 그 아이의 특성상 고지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했어. 그리고 모른척 하지 마.. 네가 먼저 그 아일 그곳으로 보내**다고 말을 꺼냈잖아. 그리고 어떠한 이견도 없이 그 아이는 그곳으로 향했지. 그런데 그게 최대 최악의 실수로 번졌으니..."
"하아.... 난 아직 포기하지 않을거다, 지수. ...난, 아직 믿고 싶다. 그 아이가 어딘가에서라도 살아있어서 우리가 구해주길 기다릴 것이라고.. 분명 그렇게라ㄷ..."
투욱.
아직까지도 일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그를 향해 지수가 던진 것은 전체 클로저들이 위상 발현을 위한 보조 장갑이었다. ...라곤 하지만 전쟁의 이후로 대부분의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
그가 털썩 주저앉은채 고개만 그녀를 향해 무언으로 묻자, 충격적인 사실을 들려주었다.
.....
..........
.................
.........................
"....ㅑ! ...야..! ......야! 아, 진짜 망할 꼰대!"
"...음, 큰 소리치지 않아도 듣고 있다 나타. 무슨 일이지?"
"듣고 있긴 개뿔이! 턱 괴고 자고 있었으면서 어디서!"
"그저 잠시 눈이 피로해서 잠깐동안 눈을 쉬게 해준것이다만, 다시 묻겠다 나타. 무슨 일이지?"
"그러니까 그, 그건..!"
나타가 주춤하며 말을 더듬대는 사이에 우아한 발놀림으로 하피가 톡톡 가뿐한 걸음으로 나타를 비켜가며 트레이너의 앞으로 오며 대신 말을 해주었다.
"나타군이 트레이너씨가 아까부터 땀을 흘리시며 안색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저희들에게 와서 얘기해주더군요."
"이 망할 아줌마가 진짜! 내가 언제 그랬다고!!"
"어머? 아까까지만 해도 저희들한테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고 말한건 누구였으려나요?"
"익....그, 그러니까! 저 꼰대는 내 사냥감이니까 함부로 픽 하고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말한거 아냐!!"
"흐응? 그랬나요? 제가 들었을땐 아니었는데요. 레비아는 어땠나요?"
질문의 화살이 레비아에게 향하자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그러니까.. 전쟁도 다 끝났는데 그런 말씀은 좀 아니라고 봐요, 나타님. 차라리 솔직해지는게 좋을것 같아요.."
나타의 머리에 한방. 제대로 먹여주었다.
"여전히 정신은 성숙하지 못하군, 나타. 언제까지고 그런식은 결코 좋지 못하다."
"어.... 어버....어, 어버버...."
"저희 팀의 유일한 남성인데.... 좀 기품을 가지시는 것이 어떨련지요."
슈슉, 그 말에 하이드가 잽싸게 튀어나왔다.
"아가씨! 저도 이곳에 있잖습니까! 나타님이 유일한 남성은 아니ㅂ...!"
"하이드, 돌아가세요."
..........사락.
"............"
트레이너는 자신의 앞에서 티격태격대는 팀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들 자기만의 아픔과,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인간의 모든 부조리를 겪었지만 이렇게 모여서 보니 이건 이거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찰나, 티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그에게 싱긋 하고 웃어주었다. 그 웃음에는 모든것이 담겨있었다. ....강남 옥상에서 봤던 그 웃음과 같은 웃음이었다.
"......훗, 이것도 나쁘지 않군."
그들 모르게 피식하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자, 다들 이 정도로만 하지."
트레이너의 말에 모두가 순식간에 정숙하자 그는 의자에 걸쳐놨었던 회색 코트를 걸쳐 입으며 쇼그를 불렀다.
"쇼그, 램스키퍼 엔진의 예열을 준비해라. ..오랜만에 다 같이 도시로 가야할것 같군."
-알겠습니다, 함장님. 엔진의 예열 곧 끝내두겠습니다.
"뭐야, 꼰대! 도시 간다고? 진짜냐!"
"어머.. 그럼 저 오늘 쇼핑좀 해도 될까요? 그동안 점찍어둔 옷들이 있는데 말이죠."
"저...저는 전에 한번 봐뒀던 책을 일고 싶어요.. 트레이너님."
그들의 왁**껄한 부탁을 뒤로하며 걷는 그는 단 한가지, 오랫동안 바꿔오지 못했던 하나의 인식을 바꿨다.
"난..... 드디어 구원받은거군."
*그런 의미로 적은거 아니니까 좀 고쳐줘라, 저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