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 환생기 #1 『아마(1)』
유르레인 2017-02-27 0
side 서유리
"어서 오세요. 손님. 무슨 꽃을 보러 오셨나요?"
"넌 언제나 그 말만 하더라."
"고정 멘트니까. 그리고 전자기기는 식물에게 좋지 않으니 게임만 할거면 나가란 네 전용 멘트도 있어."
그러자 순순히 게임기를 끄고 주머니에 넣는다. 암, 그래야지. 정령의 가호가 있다곤 하지만 뭐든지 나쁜건 미리 막는게 최고니까 말야. 그래. 뭐든지 나쁜건 미리 막는게 최고지. 나는 그대로 이 손님이 멀리서 보일쯤에 준비해뒀던 노랑 튤립을 건넸다.
"어?"
"받고 어서 가."
"윽, 소꿉친구한테 오자마자 그런 말을 하는건 너무하잖아."
"우리는 '서로'가 보통 소꿉친구가 아니니까. 어서 값내고 나가."
그러자 매정하다며 값을 내고 의자에 앉는다. 야, 나가라니까.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지면 듣는척도 안하면서 가져온 작은 상자를 건네길래 받으니 쿠키가 담겨져 있었다. 그것도 수제의.
"네가 만든건가 보네."
"한눈에 알아보네."
"나, 눈썰미가 좋으니까. 맛있게다. 잘 먹을게. 그나저나 꽃도 샀겠다. 쿠키도 건넸겠다. 이제 여기 있을 일은 없잖아. 그래서 슬슬 나가는게?"
쿠키를 한 입 베어먹으며 말하자 이번엔 그 애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자기가 그렇게 싫냐고. 어라, 애가 참.
"당연한 말을 하네. 난 클로저가 싫어. 그 위상력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건 나 뿐이야. 그 힘이 강할수록 더더욱."
내 말에 바로 시무륵해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봤으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겉보기엔 티가 안 나지만, 괜히 소꿉친구가 아니란 말이지. 눈썰미 좋고. 음, 계속 보니까 뭔가 강아지 귀와 꼬리가 달려있다면 추욱 늘어져있을것 같은 느낌? 더 삐지기 전에 풀어줘야 겠다.
『굳이 유리가 풀어주지 않아도 하루이틀 지나면 알아서 풀릴걸? 매번 알아서 꼬리 내렸잖아』
알아서 꼬리를 내리다니. 말이 좀 그렇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라 꽤 정확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풀어주는게 좋겠지.
"내가 정확히 싫어하는건 네가 가진 힘. 위상력이야. '이세하' 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고. 내가 널 정말로 싫어했다면 널 아는척도 하지 않고 이런 선물도 받지 않아. 넌 위상력이 정말 강하니까, 내 가까이 오는걸 허락하지 않았을거란 소리야. 그냥 무늬만 소꿉친구였겠지."
내 말에 추욱 늘어졌던 귀가 다시 쫑긋해지고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린다. 물론 지금 평가는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는 소리다. 그리고 마무리로 내가 한 입 베어물었던 쿠키를 입에 넣는다. 맛있는걸 먹으면 기분 좋아지니까 말야. 누군가 보면 간접키스니 뭐니 시끄럽게 떠...
『아아! 뭐하는거야! 외간 남자하고 유리가...!』
아, 멀리 안가고 옆에도 그런 정령이 하나 있네. 하지만 우린 소꿉친구인걸. 이런걸 따지기엔 나름 함께한 시간이 많단 말이지. 나도 이 녀석이 먹던걸 먹은 적 많은걸.
"이제 기분 풀렸지? 자, 나가."
".... 마지막 말만 없었으면 풀렸을텐데."
"시끄럽고 나가."
짜증을 팍팍 담아 말하니 그제서야 노랑 튤립을 들며 가게를 떠난다. 음, 소꿉친구니까 배웅은 해줘야겠지.
"잘 가. 그리고 다음부턴 부디 배달로 하길 바래."
이거 진심이야. 배달은 아빠가 하시는거니까 말야. 부디 배달로 꽃을 주문하길 바래.
"그래, 다음주에 보자."
뭐, 기대도 안했어.
"하아. 그래. 나중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