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사후
비랄 2017-02-23 0
***
사후 세계라고 불리는 공간.
"끄아아아아아악!!!!!"
…여긴 본디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허무만이 있는 곳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으아아... 아아? 어.. 어라? 여.. 여긴 어디야?"
지금 저 비명의 주인처럼 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할 때가 그런 경우다. 이곳에 온 영혼은 그 사후를 심판받아 다음 생을 결정 받게 된다. 어떤 심판자와 면담을 통해서 말이다.
"거. 시끄럽구만. 남자가 뭐 그리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
"뭐..!? 뭐야!? 언제 거기에!?"
그에게 딴지를 건 존재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딱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노인.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정말이지 사사로운 일에도 놀라는군. 그래도 뭐.. 김기태여. 너는 죽었다."
이 일방적인 선언을 듣자 그 남자. 김기태의 표정이 구겨졌다.
"우.. 웃기지 마!!! 내가 죽었다고? 여긴 도데체 어디야! 날 어디로 끌고온 거냐고!!"
"방금 용한테 먹혔으면서 말은 많군. 부정하지 마라. 딱히 생전에 좋은 일을 하지는 않았잖아?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여. 그게 네가 지금 해야할 일이다."
"크윽...! **..!!! 그 망할 꼬맹이들이!!!"
심판자는 권능의 언령을 통해서 그의 죽음을 완벽히 선고했다.
이를 들은 그는 심판자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에 생전의 분을 떠올리고는 이를 갈면서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어차피 죽은 사람의 분이란 의미 없는 것이다. 지금 저렇게 공간의 면들을 때리고 뒹구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인데 말이다.
"**..! 젠자아앙!!!!!"
"납득이 느리구만~"
아무래도 심판자는 눈에 핏발을 세우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을 한참을 더 봐야할 것 같다.
***
"헉.. 헉.."
대충 한 시간은 날뛰고서야 진정한 김기태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영혼 상태라서 딱히 피로하지도 않을텐데 저러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엄청난 분이었나 보다.
"진정했나?"
"헉.. 헉.. **.. 내가.. 내가...!!"
"이제 그만하지. 지금부터 자네의 영혼의 다음을 결정해야 하니까."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설명을 안했군. 자네가 너무 날뛰니 깜빡했어. 분을 풀어주려고 도발을 섞은 언령을 날렸다지만 그렇게나 날뛰다니. 생전에 한이 그렇게 많나?"
"…후우. 그래 한은 많지. 그 망할 꼬맹이들!"
생전을 더올린 그의 표정이 다시 구겨졌다. 하지만 심판자는 이 이상 귀찮은 일은 사양이라는 태도로 다짜고짜 설명에 들어갔다. 김기태의 생각은 철저히 배제하고 말이다.
"듣게나. 자네는 죽었네. 그래서 이곳으로 왔지. 지금 자네가 보는 나와 자네의 몸은 단지 자네의 인식에 맞춰진 것에 지나지 않네. 그리 이 인식 법칙에 맞춰서 나는 자네의 후생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은 바가 있지. 천국이나 지옥, 그리고 환생같은 사후의 모든 것을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네. 이해는 했나?"
"어.. 뭐? 네가 내 후생을 결정한다고? 네가 뭔데!?"
"흠.. 자네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작자라네."
"………."
김기태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하던 인간이 죽고나니 이렇게 순해졌다. 이게 얼마나 비굴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신은 이런 감상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다음 설명을 시작할 뿐.
"뭐. 판단이라고 해봐야 자네와 내가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하는 방식이네. 원래는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기에 그냥 결정되지만.. 나도 가끔 이런 일은 해야하지 않겠나?"
"…신이면서 하는 일은 없는 거냐?"
"까놓고 말해서 언제나 무료하지. 신이란 존재들은 대부분 이렇지. 모든게 결정되어 있다는 느낌이니 말이야."
"…팔자 좋군. 누구는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그리 고생한 것도 아니지 않나? 자네가 가진 힘은 재능이었고, 범재가 하는 수준의 노력은 하지 않았겠지. 자네야 뭐 욕심이 워낙 많은 성격이 아닌가? 그렇게 자네가 살았던 인생이네. 나는 아무런 간섭 없이 지켜볼 뿐이니 말이야."
"쳇! 재수 없군. 이런 녀석이 신이라니."
"자네 같은 인간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썩어빠진 신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지."
"쯧. 그래서. 내 사후는?"
"아아.. 원래라면 자네는 선악과 도덕에 의거해서 지옥에 보내지는게 사후 관리 시스템에서 내려질 결정이지. 하지만 난 자네와 이야기를 해서 답을 번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거네."
"뭐!? 지옥? **! 나보다 썩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원래의 기준이라면 인간들은 전부 극형이네. 예전에는 지구를 그렇게나 박살내는 인간들을 천국에 보낼 정도로 기준이 자애롭지 않았으니 말일세. 하지만 자네들이 문명을 이루고 살았으니 그에 맞게 기준을 바꾼 것이라네. 그러니 불평하지 말게나."
"…X발.."
"죽었어도 입은 험하구만.. 뭐, 자네 말처럼 더 악랄한 인간도 있지. 그들에 비하면 자네는 자기 욕심만 챙겼으니 말이야. 참고로 자네는 시간적으로 1년 정도만 지옥에서 적당한 형벌을 받다가 환생하는게 원래 내려질 결정이었지. 나는 자네에게 평범한 환생을 제안하는 것이네. 자네가 말한 것 처럼 지옥에 어울리는 인간은 따로 있으니 말이야."
"그.. 그래? 호.. 혹시 천국에는.."
"흠.. 다음 생에서 좋은 일을 한다면 갈 수 있겠지. 아니라면 자네의 결과를 지금 증명하게나. 할 수 있겠나?"
"끄응... **.. 결국은 환생인가.."
"원래라면 가능성에 맡겨서 환생하지. 하지만 자네는 나와 대화하고 있지 않나? 자네가 말하는 것들 중에서 적당한 것만 추려서 환생시킬 수 있다네. 이해했나? 그럼 한번 말해보게."
"지금 말이야? 음..."
김기태는 자기 생각만 하는 인간이었다. 자기 재능에 취해서 자만하면서 남들에겐 배려하지도 않는 인간. 그게 김기태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것을 잃는게 두려웠다. 그렇기에 이득만 생각해서 일을 저지르고, 그 모든 것이 무색하게 죽었다. 정말이지 후회와 절망이 무엇인지는 죽은 다음에야 알게된 것이다.
주마등은 일순간이라만 정말 자기 일생을 볼 수 있었다. 태어나고, 힘을 얻고, 자만하며, 욕심 많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럴 수 있었기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과 그들은 다르다고 철저하게 자만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관점이 마지막에 달라졌을 뿐이다. 결국 죽으면 다 끝인 인생인데 생전에 그렇게 살았던게 정말 하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기가 능력이 있고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마지막에는 이렇게 후회한다. 정말이지 죽음은 평등하단 말이 이렇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뭐가 걸리네."
"그게 후회라네. 지금의 자네가 인정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쯧. 당신이 하는 말에 화를 내고 싶은데 왜 화가 나지를 않지? 아깐 그렇게나 열불이 났는데 말이야."
"그때는 자네의 분을 완전히 풀고 지금처럼 겸허히 생각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말을 다르게 썼을 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도발. 화를 돋구는 성질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생각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이네. 어차피 정말로 사악하거나 선한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내가 이러지 않아도 거의 비슷하네. 지금의 자네와 같이 말이야."
"비슷하다면... 그런건가?"
"그런거네."
"쯧. 진짜 죽어본 사람만 생각할 말이군.."
"생각은 끝났나?"
"끝났어. **."
"허허.. 그럼 그렇게 하지."
대화가 끝났다고 판단되었다. 그에 따라서 이곳을 구성하는 법칙이 그 역할을 다하기 시작한다.
김기태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딱히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군말은 하지 않는다.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사람다운 결정이라고 지금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본성은 숨길 수 없다.
"…불안한데."
진짜 이래도 되는 것인지 생각이 든다. 그런 인생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지만 못난 성격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일말의 불안이 전부였지만.
-파앗
그 마지막 한마디로 김기태는 사라졌다.
저 오만방자한 인간이 자기 삶을 어떻게 봤고, 그로 인해서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인지는 이젠 이곳의 신만이 안다. 처음에는 자기 분에 이를 갈았고 날뛰었지만 진정한다면 죽음을 받아 들이고 다음을 생각할 머리는 있는 자다. 그렇다면 일단 인간다운 결정은 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바로 평범한 결정을.
***
"…노인 짓도 힘들구만."
심판자. 다른 말로 신이었던 노인은 이젠 젊은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그렇게 길길이 날뛰면서 나중에는 평범하게 생각해? 성격에 비해서 능력은 있구만 진짜."
그런 자기 생각만 하는 녀석들 중에서 평범하거나 어리석은 녀석은 오랫동안은 자신의 삶의 궤에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체념하고 조금이나마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저 김기태는 달랐다. 비록 그가 오만방자하고 자기 생각만 한다지만 머리는 좋았던 것이다.
자기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분노하는 것은 흔하다. 하지만 그러고는 바로 체념해서 이런 상황을 수긍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자기 여생을 돌아본 사람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최후의 그는 자기만 아는 인간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의 삶을 생각하면 대단한 태도나 다름없다.
"…불안하다고 했지? 크큭... 틀리지 않았다 김기태. 너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봐야하는 삶을 살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살았던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몰라도 다시 보게한다. 그게 자신이 이런 짓을 한 이유니까.
***
김기태의 다음 여생은?
내용이 부실하고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쓰레기 소설입니다. 어차피 아무 생각없이 쓴거니 상관없지만.. 필력 늘리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