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인 다크사이드 - 최악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7]

Outsideres 2017-02-20 1



하루가 지난 끝에 자신의 친부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 정확히는 처리부대팀으로부터 암살을 당한 것인데 그걸 사고사로 위장한 통보. 그 통보를 듣게 된 딸아이는 충격을 금치 못한 채, 자신한테도 없었던 위상력 각성을 끝으로 의식을 잃어 현재 벌처스 본사로부터 제공받은 병실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자신에게 의뢰했던 사람, 사장한테 직접 들은 트레이너의 심정은 알고 있었다지만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이었다. 그를 살리겠다는 의지마저 꺾여버린 채 약속이란 짐을 매야만 했으니까. 그것이 너무나도 무겁다는 게 가혹하기만 했다. 그리고 사장의 다음 말씀에 트레이너는 그것에 조금은 놀랐다는 듯한 눈매를 드러내며 물었다.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시오?"

"물론이야. 의외로 그 아이는 제법 쓸모있어보이는 능력을 가졌더군. 위상력 랭크도 나름대로 괜찮아서, 그 애를 나의 양녀로 받아들일 거다. 대단하지 않아? 무려 12살이라는 나이에 각성을 했어. 좀 늦을 수도 있는 나이라지만, 남은 기간 동안 위상력 제어 교육을 하고 기본 소양 교육까지 가르칠 거야. 그러니 서로 간의 비밀을 묻어두는 게 어떤가? 자네랑 자네의 팀이 죽였다는 기록을 고이 간직해둘테니, 자네는 내가 했다는 지시를 묻는 거지. 할 수 있겠나, 못하면 새로 개발한 기억소거장치란 것도 있는데."

"…그럴 필요없소. 처리부대에 들어온 순간, 개는 주인의 지시를 따를 뿐이라는 확고한 가르침을 받았으니 말이오."

"아주 좋은 가르침을 잊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럼 이만 물러나도록. 보고까지 받느라 수고 많았어."

그걸 끝으로 트레이너는 목례를 한 후로, 문을 열고 나오며 조용히 닫자마자 한숨이 나오는 것을 속으로 토해냈다. 무슨 이유로 토하는 건지는 다 알고 있기에 그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나아갔다. 자기 자신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진짜로 이래도 되는 걸까? 약속 하나도 못 지키고, 사장님의 양녀로서 받아들이고, 부사장 님을 숙부로 받아들여 새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정작 본인은 은인과의 모든 걸 제대로 이루어내질 못했다. 한 번도 이루어내질 못했단 점에 대해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 정말 여러모로 느껴지는 것과 같았다.

'정말 나는 이래도 되는 것일까?'

무엇 하나 지키지도 못한 주제에 떳떳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니. 할 말이 없다할 지경이다. 고개는 숙이지도 않았지만, 심지는 더 한 번 숙이는 꼴이 되었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은 앞으로의 의지를 더더욱 굽힐 수 밖에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만 갔다. 아무도 모르는 이 길을 걸으면서 말이다. 

그 길을 현재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15년이 되가면서, 트레이너는 자신을 부른 연구실에서 모든 연구들을 책임지고 담당하고 있는 한 연구원하고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최철현, 핸섬하게 생기며 안경까지 쓴 지적있어보이는 남**만 실상은 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남자다. 물론 그거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 끝인데, 남을 혹독하고 악랄하게 굴리는 면모까지 갖추고 있는 악성의 남자다. 마성도 아니다.

"무슨 일로 나를 부른 것이오?"

"유니온에서 위상력 주입 실험을 폐지했다는 소식이 있어서 말입니다."

"위상력 주입 실험이라면…. 그거에 우리하고 관련이 있는 것이오?"

트레이너는 그거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깊은 한숨이 나오는 걸 참았다. 우러나올 뻔한 감정이 드러날 뻔했지만, 최철현은 그런 그를 보며 미미한 웃음기를 드러낸 채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 중에서 재활용하기 쓸모있는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통제가 영 안 되서 다른 처리부대원들이 해도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실력은 되더라도 감정 면에선 그 아이가 너무 월등하게 높다고 해야할까요. 즉, 아무리 제압해도 이빨을 끝까지 드러내려하는 들개라 보시면 되요."

"흐음…, 그래서 지금 그 아이는 어디에 있소?"

"현재 독방에 있어요. 겨우 집어넣었거든요. 위상력 수갑까지 채워가면서 말입니다. 어딘지 아실테니 가보면 처음 보는 녀석이 있을 거라 봅니다. 푸른 머리에 눈매까지 독한 게 아주 인상적이거든요."

"그렇구려, 잘 알겠소만. 위상력 주입 실험이 폐지된 이유가 무엇이오."

"모르죠. 유니온의 예산을 갉아먹는 건지, 아니면 그것이 비윤리적이라고 폐기하는 건지. 사실상 유니온은 이미 실험이란 실험을 동물과 사람한테 다한 덕이라 넘어서고 있는 중이죠. 게다가 위상력 축출 실험으로 관리 축소법에 해당되고만 클로저들을 주워다 쓰고 있고요."

위상력 축출 실험에 관한 얘기까지 나오니, 트레이너는 유니온답단 식으로 그 때서야 한숨을 길게 내쉰다. 물론 안 들릴 지경으로 내쉬다보니 속에선 착잡함이 더 배로 늘어났다. 자신은 이런 곳에서 처리부대팀의 교관이 되었지만, 만일 하나 사형장이 아닌 그런 곳에 쓰였더라면 어떻게 됐을지에 대해 끔찍함을 품었다. 이내 그 끔찍함을 벗어버리고 난 후에야 연구원이 알려준 대로 독방을 향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억울하게 갇힌 채로 으르렁거리고 있을 한 소년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떻게든 저항을 한다라…. 자기 의지가 강한 아이란 소리군."

한 가지 정도는 알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소년이 갇혀있는 독방에 도달하게 되자, 거기서 보게 된 얼굴을 인식하게 되는데. 정말 눈매는 독할 대로 독해졌지만 눈빛이 흐려져있고. 머리가 푸르게 변해있는 것도 모자라 자기 두 손을 위상력 수갑을 차고 있단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의 오른팔에 아주 잠시 뿐이지만, 바늘 자국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미미하더라도 살짝 멍이 든 게 눈에 들어왔다. 강제주입형 위상능력자, 일반인에게 강제적으로 위상력을 주입할 시에 나타났다고 알려지는 케이스인데. 그 케이스들은 대체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겪는다.

위상력 강화 시술, 즉 위상력 주입 실험이 인공적으로 위상력을 부여하는 대신 편집증(망상장애), 고혈압, 수명단축, 공격성 과다 등 온갖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한다. 정신적 결함도 알고 보면 일종의 부작용일수도 있어서 트레이너 입장에선 가히 위험하기 그지없는 실험 피해자란 걸 인식해둔다. 그렇게 안하면 자기 자신은 또 한 번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음? 안녕하신지요, 트레이너 님."

"…언제나 수고가 많소."

"여기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지금 스케줄은 죄수들의 상태를 알아보는 거라지만, 그래봤자 여긴 죄수들이 별로 없다. 허나 독방까지 일일이 관리까지 해야했기에 간수 입장에선 정말 수고가 많을 지경이다. 간수는 트레이너가 서있는 독방 앞을 보니, 저 아이를 보러 온 거냐며 조금 쓴 인상을 짓고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저 녀석이 또 난리를 칠 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걱정할 필요없소. 내가 어떻게든 얘기를 해볼테니 문을 여시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 님을 믿고 열어두도록 하죠. 단, 독방을 너무 망치지는 마십쇼."

"그런 일은 없으니 안심하길 바라오."

그리하여 간수는 트레이너의 실력을 믿어보며 문을 열어두자마자 잽싸게 옆으로 빠졌고. 여는 소리를 들은 소년은 이를 악문 채 위상력 수갑을 채워졌어도 빠져나가겠다는 갈망과 함께 뛰쳐나오려 했다.

"끄으아아아아──!!!!"

소년이 앞을 나아가려고 하니, 트레이너가 그 앞을 막아내어 한 손으로 수갑으로 묶인 두 손을 잡아 간단하게 힘으로 제압했다. 너무 간단하고도 아픈 제압을 한 거 같지만, 벽으로 밀친 것만으로도 최소한으로 봐준 것이다. 발까지 차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도록 미리 대비를 해놨으니 소년 입장에선 화가 나더라도 발버둥을 못 치니 포악스런 성질 밖에 못 냈다.

"진정하는 게 좋을 거다. 화를 다루지 못하면 이 이상으로 밀어붙이게 될 거다."

"**! 왜 이렇게 강한 건데!"

"…그 질문은 받지 않도록 하지. 아무튼 발악하는 건 관두도록, 네게 소식 하나를 전하러 왔으니 말이다."

"그딴 게 알 게 뭐야! 알 게 뭐냐고! 또 날 어떤 방식으로 이용해먹게, 어엉!?"

소년이 윽박지르는 형식에 트레이너는 자기 경험은 아니더라도 예측 하나를 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정말 위상력 강화 시술에서 장난 아닐 지경으로 도달해낸 방식으로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이다. 이건 가르침도 뭣도 아니다. 단순히 이용해먹으려다가 실패당한 폐기 작품. 그 작품들 중에 자긴 살아남겠다고 발악하고 있는 소년이 눈 앞에 있다. 이런 아이를 연구원이 이렇게 말했다. 처리부대원으로 넣고 그 성장을 지켜보는 낙을 삼아보는 게 어떠냐고 말이다.

'정말 알 수 없는 체계를 만들어내시는군.'
"유니온에서 너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폐기작으로 버리려다가 너를 인정해서, 다른 용도로 써먹다가 상관 살인까지 한 전과도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벌처스가 너를 사들였는데, 계속 반항해서 독방에 갇혔단 정보를 얻고 여기 온 거다."

"그럼 날 어쩌려고? 이런 데는 이제 더는 있기 싫어! 전부 다 죽여버릴 거야!"

"마음대로 소리 질러도 뭐라 안하겠다만. 지금 너는 위상력 수갑을 채우고 있는 상태다. 무슨 발악을 해도 제압당할 거란 얘기지. 그러니 나하고 거래를 하는 게 어떤가.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거절해봤자 너한테 돌아오는 건 가혹함 말곤 없다."

"빌어먹을!!"

그걸 끝으로 소년은 어떤 힘으로도 이 남자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기력해지지만, 눈빛만큼은 거두질 않았다. 언젠가는 살아남는다면 기필코 죽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자유마저 갖고 싶어하는 소망. 그 소망을 희미하더라도 똑바로 잡고 있는 소년의 눈을 본 트레이너는 드디어 제안 하나를 건내게 된다.

"처리부대 팀에 들어오도록 해라."

"…그딴 데 들어와서 뭐하라고?"

"네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기본적인 훈련을 독하게 가르쳐주겠다. 허나 나머지는 네가 스스로 독학해서 익히도록 해라. 정 어려우면 내게 부탁해도 된다."

"‥네 놈을 어떻게 믿고?"

"그건 너의 자유다. 선택도, 이 순간만큼은 다 너한테 달려있지."

서서히 누그러지지만 경각심을 풀지 않는 소년은 트레이너의 말에 조금씩 고뇌하기 시작했다. 정말 자신을 이용하지 않고, 처리부대 팀에 들어와 대원으로서 강해지란 건가? 만약 그것이 정말이라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자신에게 자유는 보장되어있지 않을 거란 거다. 그럼에도 소년은 어쩔 수 없이 지금 상황으론 아무런 힘도 없을 거란 직감을 경험으로 삼으며 혀를 찬다.

"좋아, 네 놈 뜻을 따르겠어. 하지만 네 놈 이상으로 강해지는 날엔 내가 네 놈을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날 이렇게 만든 놈들도 전부 다!"

"…무리일 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의지만큼은 갖도록 해라. 부정하라고 굴진 않을테니."

"***."

"그런고로 처리부대 팀에 들어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지금부터 너의 인식명은 피실험체 13번이 아닌 '나타(Nata)' 라고 부르겠다. 나는 너와 다른 처리부대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트레이너라고 한다. 교관이라고 불러도 좋다."

"시끄러워, 꼰대."

꼰대라는 말에 트레이너는 살짝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이내 뭐라하지 않는다. 이 아이의 감정은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다 부정적으로 가버렸으니 당연하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이제 피실험체 13번, 아니 나타란 인식명을 갖게 된 소년은 자신에게 주어질 기본이란 것들을 받은 채 살아갈 것이다. 자유라는 것도 억압해야하는 목걸이까지 차** 채로 말이다.

"따라오도록 해라. 네게 기본적으로 줘야할 옷을 입어야하지 않겠나."

그걸 끝으로 간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곤 그 자리에 떠난다. 간수는 순식간에 벌어졌던 이 상황 속에서,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그를 보며 교관은 교관이라며 평가를 드높인다. 반대로 교관은 그런 나타를 보며, 의지만큼은 인정해두고 있다. 허나 아직 앞날을 가리지를 못하고 있기에, 적어도 가릴 수 있는 그릇만큼은 가르쳐주자는 의도로 그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이 곳에서 적응하기만을 빌었다.

*    *    *

그로부터 20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타까지 통제한지 어언 2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소년을 독하게 훈련시킨 지라 성질은 사나워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주었고. 나타가 다루는 무기는 쿠크리란 걸 감안한 것도 모자라, 자기 자신이 그걸 끈으로 연결해서 싸우는 방식까지 익혔단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강해지기 위해, 악독하게 몰아붙이는 소년의 피 나는 노력이 얼마나 굉장한지 보여내는 케이스였다. 비록 재능이 낮더라도 경험을 많이 받고 날 수록 강해지는 법이니. 게다가 처리부대원으로서의 실적도 가장 낫게 나오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바로 자기 성격에 대한 통제였는데. 이게 벗어나는 순간, 전투법도 모든 걸 잊어버릴 지경으로 덤벼대는 성향 덕에 트레이너 입장에선 그것이 나타한테 있어서 스트레스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재 트레이너는 가상실에서 연구원인 최철현의 부름으로 들어서면서 문을 닫았다. 그는 어서 오라는 말과 함께 살갑게 반겨주지만, 정작 부름받은 당사자는 어쩐 일인지 알 수 없다는 명목으로 보고 있다. 

"어서 와요, 트레이너. 2년 동안 나타에 대한 기록까지 확인해본 결과. 그럭저럭 괜찮아지고 있더군요."

"처음에는 쵸커까지 가동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소. 지금 날 부른 건 그것 뿐만이 아닐 거 같소만."

"맞습니다. 새로운 처리부대 멤버 보충이거든요. 사장님께서 직접 월척을 낚아올리셨으니까요."

"……사장님께서 말이요?"

사장님이 도대체 누구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 사들인 것이기에 연구원이 직접 가상실에 부른 것일까? 그리고 그가 시스템을 조작해두자마자, 가상 화면이 드러나는데.

"‥저 남자는."

한 인물에 대한 프로필을 보자마자 경악감을 보이고 말았다. 지금 자신은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네, 이름은 백성현. 당신처럼 과거 차원전쟁에 울프팩 팀 소속으로 활약했던 영웅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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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적 및 비난 관련은 받지 않습니다.)

자, 드디어 나타를 받아들이게 되는 트레이너에 이어..
이제 2017년이 도달하니 새로운 인원을 받아들이는데... 오늘따라 멤버 보충이 많아진다.
그 중에서 자기 동료가 나락으로 떨어진 걸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됐어.
2024-10-24 23:14: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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