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오해' 그 이후 데이트, 두 번째 이야기.
mpi 2017-02-18 10
“.....”
“.....”
시간대도 완전히 대낮. 시계바늘이 오전 12시를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연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 저기 근데 우리들도 분명 연인이지 않았나요? 서로 마음을 나누고 ..뭐 그런 사이로 발전한 거 아니었나요?
.
.
그런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냐고!
“저기, 이슬비.”
“으.. 으응”
“....”
“....”
편하게 대해도 분명 괜찮을 둘의 사이, 일 것이다.
평소에는 매우 모범적으로 행동하며 철저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 또 이세하에게는 굉장히 잔소리만 내뱉었던 이슬비.
지금 그녀는 지금까지 그를 대해왔던 것과는 정 반대로 아주 상냥하게, 또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는 억압에 마음속으로 짓눌려지고 있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닌 할 수 없어서, 잘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 즉 이세하는 마냥 이 상황이 좋고 편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처음 그녀의 옷차림을 봤을 때에는 남성의 본능이었는지 무심코 ‘예쁘다’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본능에 한 번 더 자신의 마음을 맡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터.
그 역시 그녀와 동일하게 자꾸만 두근거리고 부끄러움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가 이러면 안 되지.’
천천히 심호흡을 두 번 하는 이세하.
그런 그를 보며 이슬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슬비야, 슬슬 같이 길이라도 걸으면서 즐길.. 까?”
.....
‘이, 이름으로 불러줬어!?“
과감하게 이름으로 부른 이세하도, 성을 빼고 불린 이슬비도 그 순간이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푸쉬시- 하고 고개를 푹 떨구어버린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그 둘은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이 두근거림은 긍정적인 현상.
좋아하는 상대가 바로 옆에서 자신을 바라봐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이제 그들이 앞으로 해야 할 건 오늘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뿐이다.
“으응, 가자 세하야.”
“응..”
그래도 역시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엄연한 사실. 뒷머리를 벅벅 긁어버리는 이세하를 보며 이슬비는 또 다시 그와 시선을 피하고 만다.
하지만, 서로의 시선은 정 반대에 있어도 ‘마주잡은 두 손’은 아마 그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표가 되리라.
*
“사람이 꽤 많네-.. 세하야 넌 괜찮아?”
“그러게.. 뭐 나는 딱히 상관없으려나?”
시간대가 시간대이다 보니 공원에는 꽤나 사람이 북적거렸다. 때문에 여러 풍경이 많이 펼쳐졌다. 연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면서 웃는 모습을 시작으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아보려고 잠자리채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아이들,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잘한다~ 잘한다~’라며 기쁜 표정을 짓는 여성과 남성, 가운데에 배치된 분수대에서 서로를 밀며 낄낄대는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에 세하와 슬비 자신들도 덩달아 흥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대를 장사꾼들은 또 모를 리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장사꾼들. 고소한 냄새가 풀풀 나는 번데기, 아이들이 신기해하여 몰려있는 솜사탕, 지금의 계절, 여름에 딱 맞게 시원한 아이스크림 까지.
그런 것들을 이슬비는 삥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것을 하나 찾았는지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세하야, 나 저기.”
“어? 어어...”
이슬비가 가리킨 곳은 팥빙수 가게였다.
인기가 꽤 많은 곳인지 안에 사람이 은근히 있었지만 그렇다고 줄서서 들어갈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았다.
팥빙수 가게를 가리키는 이슬비의 얼굴을 이세하는 힐끔 보았다.
뺨과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들. 그것은 지금 그녀가 매우 덥다는 상태인 것을 잘 증명해주었다.
“응, 가자.”
“응”
짧은 대답, 역시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한 둘.
그럼에도 나란히 같은 목적지로 한 걸음 한 걸음 걷기 시작한다.
“어서 오세요~!”
팥빙수 가게에 발을 들이자 시원한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에어컨의 기능은 아주 철저 한 듯.
직원이 꽤나 구석진 자리를 소개해주고 그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 앉았다.
“....”
“....”
아아, 다시 찾아온 쑥맥 커플들의 침묵에 시간.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어색해
혼자서 많이 찾아와본 것일까. 이슬비는 아주 자연스럽게 어깨에 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테이블에 놓여 진 메뉴판을 펼치고 이세하에게 묻는다.
“뭐 먹을레?”
“...잘 모르겠는데, 너는 여기 많이 와 봤나봐?”
“응, 뭐 그렇지?”
메뉴판을 자세히 훑어봐도 이세하의 눈에는 여러 빙수들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였다.
“추천해 줄래?”
“으음, 그렇다면”
턱을 손으로 짚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한 표정을 지은 이슬비였지만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메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는 다 맛있는데 특히 이 딸기빙수가 나는 맛있었어,”
새빨갛게 익은 딸기가 무수히 올려 진 딸기빙수.
이세하는 그것을 보며 꽤 괜찮겠다고 판단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주문해도 좋다는 사인을 건넸다.
주문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잠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멈칫멈칫 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슬비는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나는 늘 너에게 잔소리만 하는 나를 네가 좋아할 줄은 몰랐어. 그래서 혼자 짝사랑만 하는 게 아닌 가해서.... ”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그나저나 어때, 몸은 좀 괜찮아?”
“응, 멀쩡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자신 때문에 이슬비가 다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이세하는 한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그렇지만 정작 다쳤었던 그녀는 그의 한 손을 마주 잡아주며 아련히 미소 지었다.
“네 탓 아냐, 그러니까 그렇게 속상해 할 필요 없어.”
진심으로 미소지어준 그녀가 그에게 있어서 정말로 따뜻하게 와 닿았다. 동시에 정말로 어여쁜 그녀의 볼을 장난삼아 한 번 콕 찔러보는 이세하였다.
“앗.. 뭐야..!”
“그냥 찔러보고 싶었어.”
“나 참 ....어 빙수 왔다. 먹자.”
“응.”
이제야 체감이 조금 되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이란 것을.
빙수 위에 올려 진 딸기 하나를 포크로 콕 집어 먹는 이슬비를 이세하는 턱을 괴며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아, 안먹어?”
“아냐, 먹어.”
그런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게 와 닿아서 앞으로가 행복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반드시 이 길은 행복할 거라고 확정을 지을 수 있다고... 이세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
먹여주는 걸 상상하셨다면 돌아가세요.
쑥맥 커플에게는 그런 거 없어요.
..음음
유리 집행자의 반지가 이퀄 4개를 먹고도 총공 A이상 떠주질 않아서 멘붕 상태. 흑..
오타,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