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08

비랄 2017-02-17 2

강함은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단명의 증표이기도 하다.



***












유니온의 호출로 인해 뉴욕으로 향하는 램스키퍼. 이 배의 항행은 순탄히 흘러가지 않았다. 목적지 위에서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건 우리가 뉴욕 상공에 진입한 직후 일어난 일이다. 폐허가 되어 불타는 뉴욕의 광경이 눈에 들어오고, 램스키퍼의 승무원들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저 상황을 전부 파악하기도 전에 램스키퍼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방에 미확인 비행 물체. 고위상력 반응 감지."


"뭐라고? 차원종인가?"

-"분석 결과. 데이비드 리로 판명되었습니다."


"뭣!? 당장 모든 주포를 녀석에게 발사해라! 빨리!"


-"전 포문 개방. 목표 데이비드 리. 발사합니다."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램스키퍼의 모든 플라즈마 주포가 공중을 떠다니는 어떤 남자에게 발사됐다. 하지만 이건 무리이다. 내가 보기에 이 램스키퍼는 정말 전함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장이 빈약하다. 겨우 플라즈마 주포만 장비되어 있고, 실탄 무장은 아무리 봐도 없다. 듣자하니 차원종한테는 앵간한 실탄은 먹히지 않고, 그러니 그런 무기를 탑재할 목적으로 건조하지도 않았다나 뭐라나.


물론 주포의 위력은 상당하지만, 거기까지다. 에너지 계열의 힘이라면 그 양과 기량으로 강함을 판단한다. 이쪽은 위상력을 겨우 플라즈마 주포만으로 운용한다. 게다가 기계. 정해진 설계로만 운용할 수 있는 상황. 그에 반해서 저 데이비드는 힘의 총량도 램스키퍼를 뛰어넘고, 램스키퍼의 성능도 전부 꿰고있다. 처음부터 싸움이 될리가 없는 것이다.


-"주포가 통하지 않습니다. 특수한 척력장이 데이비드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 위상력은 위험하다. 일단 이 구역을 벗ㅇ... 뭣!?"

내가 함교에서 본 광경은 여기까지다. 직후에 데이비드의 위상력 광선이 이쪽을 향해서 육박했기에 나는 번쩍이며 날아오는 그것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에게 무운을 빌며 텔레포트로 그곳을 벗어났다. 그렇게 지면으로 이동한 나는 하늘에서 램스키퍼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차피 일어날 일인데 내가 막을 필요는 없었으니 별로 마음에 느껴지는 것도 없다.




***









-구웅..


추락한 램스키퍼. 제법 거리가 있기에 저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떨어지자 마자 폭발하고, 부서지는 램스키퍼와 뉴욕 거리는 제법 볼만했다. 아마 선내에는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지고 있으리라. 일단 인과에 적당히 조작을 가했으니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람은 속출하겠지만.


당연히 나를 매도해도 좋지만, 이 광경의 관객은 나만 있는게 아니다.


"누나. 아름답지 않아? 저런 덩치만 큰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불타는게."

"그래 에쉬. 정말 아름다워. 어머! 저기 튀어나온거 세하 아니야?"

"일단 전부 살아있네. 뭐.. 당연한가?"


일단은 서로 무시하고 있다. 보아하니 검은양과 늑대개는 함교에 있던 일반인들을 보호한거 같다. 튀어나온 이유는 아무래도 내부에 계속 있다가는 위험하기 때문이겠지. 얼마 안가서 특경대와 다른 사람들도 나올 것이다. 램스키퍼는 이제 항행 불능이니 수리를 위해서 인공지능 쇼그만이 내부에 있을거다.


이제 슬슬 무대의 막이 올라오고, 저들에겐 힘든 밤이 찾아올거다. 나는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저들에게 원래 정해진 것에서 약간의 차이를 가져다 주면, 이후는 그들이 움직여서 이야기를 만드리라.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았을 이야기를 말이다.


"너는 도데체 뭐지? 인간은 아니로군."


"알거 없다. ―――군단의 참모장. 그 녀석이 아니라 너희가 여기에 오는구나. 고생이 많군."


"…에쉬. 저 건방진 녀석. 죽여버릴까?"


"그만 둬 누나. 우리로는 무리야. 하지만 넘겨들을 수 없는 말이군. 그분을 알고있나? 우리의 말은 그분을 통해서 배운건가? 미지의 존재."


"그의 예언. 너희가 모르지는 않겠지. 너희의 전쟁도, 너희의 용들이 죽은 것도, 그리고 지금 이 상황도 어느정도 짐작은 했잖아? 어쩔 수 없다지만 시간은 흐른다. 원래 삶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안다고 그 속성이 변하지는 않아."


"그러니 우리는 행동하지. 당신과 같이 속 편한 삶이 아니니까."


"그래. 그러면 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거다 군단의 참모장. 그게 바로 운명이니까. 다시 만난다면 그 녀석과 같이 만나고 싶군."


대답은 없다. 이미 서로 말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딱히 긴말은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서로가 어떤 존재인지 이해한다. 그러니 서로 신경쓰지 않고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존재가 해야할 일은 그것 뿐이니까.


특히 그들은 더욱 그래야 하니까.





***







얼마 안가서 램스키퍼의 사람들은 근방의 쉘터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램스키퍼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으리라. 다행히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상자는 많고, 물자는 부족하리라. 일단 적당히 물자가 될만한 것들을 모으면서 쉘터로 향했다. 대금은 유니온이 지불하겠지.


보통이라면 사방에 불타오르는 화염과, 떨어지는 건물의 잔해. 그리고 널려있는 테러 병력들을 피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나는 공간 능력자. 물자의 적재는 아무 문제가 없고, 이동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거기다가 힘도 충분하니 만의 하나라도 잔챙이들에게 귀찮아질 일도 없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쉘터에 와보니 전에 내 기운때문에 나를 공격하던 녀석들이 경비를 서있었다. 나쁜 의미이긴 하지만 일단 면식이 있기는데다가 물자도 가져왔으니 간단히 들여보내줬다. 아무래도 전에 제압했던게 과했는지 벌벌 떨었지만 신경쓰지는 않는다. 이런 입장에서 떤다고 뭐라하지는 못하니 말이다.


들어오자 마마 물자를 공간 기술로 꺼내서 전달하고, 바로 쉘터 중심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죽어가는 부상자들이 보였지만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대규모의 생사에 간섭했다간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세계의 억지력이나 신이 나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존재의 일에서도 가장 귀찮은 일. 그런 일은 할 수 없지 않은가? 어차피 나한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니 상관도 없고.


이렇게 이기주의의 극한을 찍는 생각과 함깨 중심에 와보니 나와는 다르게 여기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노운 씨가 물자를 놓고 이쪽으로 온다네요! 이거 한숨 돌렸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경정님. 지금 북쪽 상황은 어떻게.."


"아 그건.. 우리 특경대가 대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타. 즉시 서쪽으로 향하도록. 레비아와 하피가 합류할거다. 그리고 8번 구역으로.."


'…워우. 혼돈이구만?'


이거 구석의 의자에 조용히 앉아서 팝콘을 씹어도 한동안은 눈치채지 못할 분위기다. 바보가 아니라면 금방 알겠지만 나도 슬슬 귀차니즘이 한계다. 적당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자.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르면 계획에 추가하는게 좋겠다.


그렇게 앉아서 가만히 있기를 어언 10분...


"유정 씨. 애들이 북쪽에 합류했다네요. 일단 특경대는 동쪽으로 돌릴게요."


"그럼 이 지점으로 이동하세요. 여기는.."


"티나. 지정한 포인트로 이동해라. 작전은 이쪽에서 하달하지."


-따르르릉... 띠링... 위잉.. 위잉...


아직도 사방에서 울리는 통신기와 전황 알림은 방금도 그렇고 전혀 멈추지를 않는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잊혀질지도 모르겠다.


뭐. 귀찮지만 않으면 다 좋지만.






***







…1시간 째. 아직 나를 눈치채는 인간이 없다. 이거 그냥 이 세상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현상이 계속될 것 같던 순간에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나를 알아봐줬다. 슬슬 슬펴져서 적당히 인과를 조작하기도 했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김유정 씨. 방금 저들의 신형 안티클로저를 분석했는데... 어? 노운 씨?"

"도연 박사님 방금 뭐라고.. 어머?"

"여어. 이제야 나를 인식하네?"


"아..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말해야 될지.."


"뭐.. 나한테 신경 안쓰면 그건 그걸로 환영이야. 귀찮지 않거든."


"그.. 그러시군요... 이런 분이신 줄은 알았지만.."


어이를 상실한 나를 보면서 김유정이 한동안 뭐라고 했던 적도 있다. 물론 내가 계속 무시했으니 그녀도 결국은 포기했지만 말이다. 지금 이 상황이라도 내 방침을 이해한 그녀이기에 나에게 별반 말은 꺼내지 않으리라. 어차피 물자도 가져왔다. 큰일이 아니라면 그녀가 나에게 무언가 요청하지 않을거다.


"뭐. 적당히 하라고. 그리고 전화 울린다."


"네? 아.. 그러네요? 네. 여보세요? …뭐에요!? 지금 병력을 그쪽으로 보내라고요? 죄송하지만 지금 이쪽은 그럴 여유가 없어요!"


아무래도 유니온 상층부의 전화인지 그녀가 실랑이를 벌이면서 자리를 떠났다. 이번엔 제법 끈질긴 인간이 전화했을테니 상당히 오래 통화하겠지.


"그럼 저도 이만. 유정 씨. 자료는 여기 두고갈게요. 노운 씨도 나중에 뵈요."


"수고~"

이거 귀차니즘이 극에 달해서 그런지 점점 말투가 경박해진다. 나중에 적당히 마인드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거 같다. 그래봐야 얼마나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 태도로 잘 넘어갔지만 상황이 조금이라도 안정되면 지금 상태는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뭐. 여기서 싸울려고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는 인간이 있을지..'


물론 없을거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유능한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 감정에 휘둘리는 짓은 이류나 저지르는 거다. 일류는 그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곳의 사람들은 전부 일류이고.


'그냥 창고에 가서 짱박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자세를 바꾸지 않는 이상은 감정이 나오지 않을 날은 없을테니 상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도 이 자세는 개념따위 시공간 저편으로 날려버린 표정이다. 어차피 고칠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미안하다. 편해서.'


이런 생각을 열심히 일하는 앨리트들 사이에서 생각하는 나였다. 적당히 안정되기 전까지는 귀찮은 일은 생기지 않을테니 이 생각을 만끽하자.




***













너무 단순한데 이 내용. 그렇다고 아직 온갖 **를 짜넣기에는 귀찮고.. ** 나도 그러고 노운도 그렇고 귀차니즘 환자구만. 질질 끈다 끌어.




















 



































2024-10-24 23:13:5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