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필연 - 07
비랄 2017-02-16 1
존재. 그것은 한계다.
***
램스키퍼 함교. 이곳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곳의 인력 중에서도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늑대개 팀의 모두, 검은양 팀의 모두. 그들을 서포트하는 특경대나 기술팀의 대표들. 그리고 인공지능이자 이 배의 중추인 인공지능까지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전부 나에게 쏠려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로 나를 부른건가. 트레이너 함장?"
"경계하지 마시오. 단지 부탁할 것이 있을 뿐이니."
"뭐요?"
"당신의 능력을 보고 협력을 요청하고 싶을 뿐이오. 듣자하니 이 세상에는 제법 오래 머무를 생각이시라지?"
"그렇소만?"
나는 저들에게 이 세상에 못해도 1년은 머무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려면 그만한 시간은 필요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은 아니지만 그들이 진위를 확인할 방법따윈 없다."
"유니온 측에서는 당신을 램스키퍼에 두고 통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우리 늑대개 팀이 협력해도 당신을 통제하는건 불가능하겠지. 그러니 정중히 협력을 부탁하오. 우리의 통제에 따라줄 수 없겠소?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상당히 곤란해져서 말이오."
듣자하니 유니온은 완전히 미지인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검은양의 관리요원인 김유정을 통해서 나를 철저히 붙잡고 통제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지만 그녀는 나를 통제하는게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니온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램스키퍼에 승선한 상태에서 트레이너라는 강력한 위상 능력자까지 있는데 그게 말이 되냐면서 말이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높으신 사람들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나를 잡아두는게 절대 불가능함을 능히 짐작하리라. 이미 그들에게 내가 텔레포트를 구사하는 것을 보여줬다. 마음만 먹으면 나는 여기서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애시당초 내가 아직도 여기에 남아있는게 그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핑계를 만들어두기는 했다. 예를 들자면..
"이 세상의 정보가 부족하니까. 이 인터넷이란걸로 적당히 알면 나갈거야."
"여기도 돈이 있어야 하잖아? 아직 나는 여기 돈은 없다고?"
"어차피 어딜가든 감시를 할텐데 여기 좀더 있는다고 달라지는게 있나?"
이런 이유 정도다. 비록 하나같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지만 말이다. 그래도 수긍할 이유는 되니까 앵간하면 토를 달지는 않았다. 아무리 이런저런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나는 아직 이곳을 모르고, 하물며 무일푼인 인간이다. 결국 여기서 나가면 별로 할것도 없으니까 머물고 있다. 이렇게들 생각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무언가 슬프지만 말이다.
이렇게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대답은 알죠? 거절합니다."
적당히 거절한다. 딱히 의미도 없는 내용인데 들어줄 필요따위는 없다. 트레이너가 유감스럽다며 나에게 다시 말을 꺼내려고 하지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렇군... 이거 실례했소. 하지만..."
-"트레이너 함장님. 방금 유니온에서 세계의 모든 클로저를 대상으로 긴급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쇼그?"
-"그렇습니다. 공문의 내용은... 지금 정체불명의 세력이 뉴옥 유니온 총본부를 습격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모든 위상 능력자는 뉴옥으로 집결하길 요청하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유니온 총본부라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데이비드. 그 사람말고는 없겠죠."
김유정. 이곳에서 유니온을 대표하는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명확한 확신이 깃들어 있고, 다른 자들도 그녀의 말에는 이견이 없는 눈치이다. 물론 나는 그들과 다른 입장이기에 의문을 던져야만 한다.
"뭐라는 거죠? 무슨 일이라도 생긴겁니까?"
전혀 모른다는 태도로 질문을 던진다. 외부인인 나에게 이 일에 대해서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어차피 내가 여기있는 이상은 숨길 수 없다. 나한테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된 상황이에요. 아무래도 저희랑 함깨 행동하셔야겠어요. 지금 상황이 이래서."
"허... 차원종이란 녀석들이 아니라 인간이라니.."
딱히 이에 얽힌 사정들을 모르는게 아니다. 사실 이들이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다.
물론 들려줄 생각따위는 없다. 지금은 상황에 맞게 적당히 행동하고, 그들과 행동을 함깨하는 것에 우선하는게 지금의 내가 취할 행동이니까.
"그럼 우리랑 같이 행동하는 것이군. 알겠소. 쇼그! 램스키퍼를 발진 시키도록!"
내가 할 행동이 정해져 있는 것 처럼. 저들이 지금 할 행동도 정해졌다. 그들의 전장으로 향하는 것. 내가 진행할 무대가 있는 곳으로 배는 날아간다.
***
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