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인 다크사이드 - 최악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4]
Outsideres 2017-02-15 1
유니온에게 제공받은 이 연구소에서 백성현은 위상력 축출 실험이란 걸 참가하게 된다. 그 대신에 다른 클로저들을 끌어들이는 일이 없는 조건을 걸었고, 그 조건을 받아들인 총 책임자는 칼바크 턱스의 연구까지 도와주는 과정을 만들었다. 성현은 현재 자신의 팔에서부터 피처럼 뽑아가고 있는 위상력의 에너지를 보자마자 정말 신기하다듯이 쳐다봤지만 이내 찾아오는 아픔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말만 아픔이지, 천천히 잃어가는 듯한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모든 걸 빼앗길 것만 같은 괴로움까지 밀려왔기에 겉으론 내색 안했지만, 속은 텅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실험을 하루만 겪었을 뿐인데, 자신이 죽을 때까지 언제 버텨낼 수 있을까? 자기가 빨리 죽어버리면 연구 성과를 이루려고 클로저들에게 손을 뻗을 것이다.
"흥, 생각보다 별 거 아니군. 빨리도 끝날 줄이야."
"이 정도면 하루 정도는 차원문에 관련된 연구에 쓰일 수 있지. 백성현 군, 기분은 어떤가?"
"개 같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클로저들의 위상력을 빼가려고 하다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미쳤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봐요."
다행히 이런 실험을 본인만 겪을 수 있단 생각에 안도감이 비춘다. 위상력은 계속 해서 생성된다고 하지만, 그걸 빼가는 속도는 장난 아니게 빨랐다. 이 반복을 계속 해서 겪다보면 정말 위상력 상실증이 와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랄까. 성현은 죽은 동료들 중 극소수가 위상력 상실증으로 인해 죽었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너희들이 이런 증세를 앓은 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려고 밝은 척 한 게 이해될 줄이야.'
죽은 동료들에게 더욱 더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근육 덩어리였던 자기 몸이 휘청거렸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알고 있었다지만 시야가 극심하게 흔들릴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눈꺼풀이 덮지도 않은 거 같은데, 눈알이 저절로 돌아가 뒤집힐 뻔하는 경우까지 맛보았다. 정말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지라 할 말이 없다.
"이대로 계속 뽑아낸단 거군. 독한 녀석들."
"도중에 포기해도 상관없네만."
"무슨 소리요. 포기한단 말도 안했는데, 어디서 멋대로 끊으려 드쇼."
의식을 똑바로 잡아낸 백성현의 모습에 총 책임자는 정말 약속 하나 지키려고 끈기를 보이는 젊은이라 평했다. 전쟁 때만 해도 서로 약속을 해가면서 살아왔는데, 그 약속들도 지키지 못한 자신에게 있어서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이라며 받아들였다.
"매일부터 계속 참여할테니, 내 약속을 어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내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두 말하면 그 두 말도 지킨다고 말일세."
그 끝으로 오늘 위상력 축출 실험이 끝난 채, 백성현의 하루 일과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 계속 해서 뽑아내는 과정 속에서 그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지만, 천천히 이것에 익숙해져가더니 아픔도 자신에게 일부가 되었는지, 속으로만 아팠던 감정이 천천히 무뎌져갔다. 얼마나 무뎌졌는지를 모르겠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런 과정을 당연하다듯이 반복적으로 살았는지. 붉었던 머리는 서서히 하얀 새치가 늘어나고 있었고, 근육 덩어리로 오인받았던 육체는 서서히 감량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2년이란 시간, 2004년이란 세월을 맞이하면서 사건 하나가 발생하고 말았다. 차원문과 차원 압력의 연구 권위자인 칼바크 턱스가 차원종과의 접촉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위상력을 행사한 채 연구소를 쑥대밭을 만들 뻔했단 것이다. 거기서 투입된 클로저들의 수는 얼마나 됐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았고, 거기에 죽은 이들의 수는 또 셀 수 없을 만큼 초월했다. 허나 정예 클로저들까지 전력을 다해 나선 덕에 제압을 한 결과, 그를 이 연구소에서 모르모트로 삼게 되는 결과물을 남게 되었다.
"내 충고를 잊어버리다니."
백성현은 이 사건에 대해 크게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칼바크 턱스가 차원종의 제 1 위상력, 인간의 제 2 위상력도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위상력을 가진 실험체가 되어 축출당했으니 말이다. 이러면 차원문과 차원 압력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총 책임자는 그거에 대한 책임감을 막중하게 짊어지어 계속 하게 되었다. 그 실험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보탠 것이나 마찬가지. 결국 약속이 없었던 일로 할 뻔했던 나날은 실처럼 끈끈하게 이어왔다.
2004년에서 2015년이란 세월이 흘렀을 때 쯤에 총 책임자는 유니온의 방침 변경으로 '위상력 주입 실험' 이란 것을 백지화를 해**단 사실에 경악감을 느꼈다. 위상력 주입 실험, 차원 전쟁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만 전쟁 고아들을 대상으로 삼은 실험이다. 이 실험에 임한 고아들은 하나같이 위상력이라는 힘을 얻었지만, 강제 주입이란 이유로 막대한 부작용들을 전부 다 앓아야만 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갑작스레 죽거나 오래 살지 못하여 세상을 뜨고 마는 일들이 허다했다. 그런데 이 주입 실험을 어떻게 행했단 말인가? 백성현이라는 위상 능력자의 위상력만으론 턱도 없이 부족했을 터인데.
"위상력 주입 실험을 그만하라니. 이를 어찌하란 말인가."
그럼 실험체로서 남아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증거 인멸이란 명목으로 처분하란 건가? 서로가 상호 간에 연대감을 형성하지 못해,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계속 몸부림을 치고 살아온 아이들이거늘.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되는 것을, 유니온은 이것을 쓸모없다고 받아들여 당장 이 실험을 그만두라고 행하였다.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도 사실상은 거의 그만둔 거나 다름없고. 위상능력자의 두뇌 일부를 이용하여 그 자리에 각종 병기 사용법이 저장된 인공 두뇌를 삽입하는 초인 병사 프로젝트, 클로저가 내뿜는 위상력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서 발전을 이용하는 인간 전지 프로젝트, 전쟁이 끝난 뒤에는 실험체로 받아들인 클로저들을 비인도적인 실험을 행하기 위해 비밀로 운영된 수용소까지.
"거의 모든 것들이 백지가 되가는 거나 다름없건만. 이것마저 백지가 되버리면 남은 건 딱 두 개 밖에 없겠군."
위상력 축출 실험과 차원문에 관한 연구. 총 책임자는 강제주입형 위상능력자로 탄생된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폐기 처분해야하는 심정으로 클로저들에게 말해두었다. 저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라고 말이다. 처음엔 그 명령을 들은 클로저들은 아이들을 죽여**단 말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를 유니온의 지시라고 강조하자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었다.
하나둘씩 처분해야하는 운명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클로저들을 보자마자 반갑기는 커녕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끌려가는 아이들의 울음 소리. 총 책임자는 그 울음 소리에 양심이란 게 있을 줄 알았겠지만. 사실상 그가 안타까워하는 건 다름아니게도 모르모트를 폐기하는 가치성이었다. 즉, 저 아이들에 관한 감정에 대해 논하지 않는단 거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실패로 돌아간 건가. 아니 이미 나는 충분히 많은 실험들을 겪었고, 그것들에 관한 원리들을 알아내었다. 칼바크 턱스, 자네가 가진 위상력까지 알아내질 못했더라면 모든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을 테지. 차원문도, 차원 압력도, 그 외 것들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서 정말로 고마울 뿐이네. 뭐, 이미 자네는 갇힌 채로 지내야하는 생쥐에 불과하지만 말일세. 나는 이것을 '제 3 위상력' 이라고 칭할 거네."
제 3 위상력, 차원종의 제 1 위상력과 인간의 제 2 위상력을 섞으면 생기는 완전한 힘이다. 그 힘을 얻은 자는 기존의 위상력을 뛰어넘어서는 강함을 얻게 된다. 허나 그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건 칼바크 턱스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이 힘은 얼마나 방대하고 위험한 지, 강제주입형 위상능력자보다 더 상상 그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야말로 멀리 할 수 밖에 없는 이론에 불과한데. 총 책임자는 이 논리만 있는 힘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단 현실을 얻게 되었다. 불완전함이 아닌 완전함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
"위상력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듯이 그 변환점을 연결할 수 있는 제 1 위상력과 제 2 위상력. 그리고 이 단점을 보완해낼 수 있도록 보태줄 수 있는 초인 병사 프로젝트. 그리고 위상력 축출로 섞을 수 있는 실험에 완성된 제 3 위상력을 주입한다. 이것이 정말로 성공한다면 새로운 발견이란 얘기다. 강제주입에 관한 부작용까지 없애줄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힘. 그래, 이거야. 이거란 말이다."
중년인은 제 3 위상력에 관한 이론에 도달할 수 있단 사실에 기쁨을 얻었다. 이거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더 실험에 임해야겠지. 남아있는 실험들을 전부 다 말일세."
그로부터 2017년, 한마디로 말해 약 15년 동안이나 실험에서 끝까지 포기 안한 채로 살아온 백성현은 이젠 붉은 색이었던 머릿칼이 하얀 색으로 물들였단 자각을 했다. 근육으로 붙었던 몸뚱아리는 거의 말라비틀어질 지경에 이르는 노쇠함에 이르렀고. 반복되어가는 일상 속에서 그는 힘겹게 눈을 뜬 채 실험을 끝마친 자기 몸을 바라본다.
"이거야 원… 무식하게 15년 동안이나 위상력을 냅다 줘버리면서 살아가다니. 덕택에 바깥 소식이 어떤지 알 수도 없었지."
15년이란 세월 동안 겨우 알아낸 게 칼바크 턱스에 관한 건이었으니 미치고도 남았을 터인데. 아예 자살하고도 남을 이 세월 동안이나 계속 버텨내온 게 대단해질 지경이 아니라. 아예 기네스북에 올라도 할 말이 없을 몸상태였다.
"대장하고 데이비드, 제이는 각자 뭐하고 있을까?"
대장은 이미 충분히 신혼 생활을 어떻게든 즐기고 있을 거다. 자기랑 비슷한 딸은 아닌 아들을 낳겠다고 전쟁 속에서 그런 말을 한 거 같은데. 정말 아들이 낳았으려나. 만약 그녀와 같은 성격이면 어떡하지? 여리긴 여린데, 화날 때 엄청나게 무서운 면모.
"난 절대로 대장이 무서워서 떠는 게 아냐. 바닥이 추운 것 뿐이라고."
침대에 누웠어도 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냉기에 떠는 거라고 얼른 단정한다. 그래도 보고 싶은 얼굴이다. 데이비드는 여전히 일에 치이면서 살고 있겠지. 자신이 없어서 누구 하나 격려 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텐데. 제이는 학교를 잘 다니고, 졸업까지 무사히 마치며 클로저 노릇을 하고 있으려나. 이 정도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눈꺼풀이 무겁다는 생각이 드니 졸립다는 걸 받아들인 백성현은 이불을 얼른 덮기로 한다.
"내일도 있을 실험을 위해 끝까지 살아야지. 끝까지 말야."
끝날 줄 알았던 실험은 계속 해서 이어져간다. 자신은 그것에 대해 반박이라도 해야하는데. 약속이라는 조건 하나로 살아가야했고, 총 책임자의 얼굴도 15년이란 세월 동안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실감을 내기 충분했다. 그러니 동정론이라도 든 것마냥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그래도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전화 통화를 해서 제이나 데이비드, 대장 서지수하고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데. 그 때 문 밖에서 들려오는 남자들 간의 대화가 오갔다. 목소리를 딱 들어보니 직감이지만 연구원들일 거라 생각한다. 이미 대화만 들어도 그들이었단 걸 알아차린다.
"여기가 바로 그 백성현 요원이란 분이 계신 방이지?"
"그래, 이 분이 위상력 축출 실험에 참여한 경력이 얼만지 아냐? 무려 15년이야."
"엑!? 15년 씩이나? 살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인데요?"
저들의 말대로 성현은 힘없이 자조적인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 저들의 말대로 자신은 정말 기적이란 운을 다 쓰고도 남을 지경으로 살아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성현 스스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죽은 동료들의 곁에 갈 것 같았기에, 잠도 제대로 못 잤건만. 만약 그들의 얼굴을 본다면 무슨 면목으로 여기 왔다고 해야할까. 아니 얼굴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런지 문제다.
"내일도 실험 참여한다니까 조심스럽게 데리고 옮겨야돼. 많이 쇠약해지셨거든."
그런 걸 이 방 안에 있는 당사자한테 얘기해도 되는 건지. 성현은 뭐 상관안한다는 눈치를 지으며 베게에 힘없이 기댄 채 잠자리나 들으려했는데. 연구원들의 대화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었다.
"오늘 그 실험이 폐지된다고 했지?"
"아아, 위상력 주입 실험 말야?"
'뭐?'
잠깐, 지금 뭐라고 했지? 축출이 아니라 주입이라고? 성현은 알 수 없는 말에 눈을 뜬 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이 소리를 듣는다. 위상력 주입 실험이라니 이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총 책임자의 말로는 여전히 축출 실험과 차원문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다른 실험까지 있었다고?
"지난 번까지 계속 실험해온 아이들을 폐기 처분할 거라는데?"
"진짜?"
"그래, 진짜야. 어찌나 불쌍한 지 우는 소리까지 내다가, 아예 저항하던 애들까지 있어서 클로저 분들이 애를 먹었다지."
저게 무슨 소리야? 위상력 주입 실험 얘기 나오다가 아이들까지? 하지만 본인 위상력으로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거라고 본다. 아이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설마, 아니겠지하는 불안감이 피려다가 연구원들의 말에 그동안 없었을 거라 보던 힘이, 위상력이 다시한 번 피기 시작했다. 자기도 느끼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이 감정과 함께 말이다.
"백성현 요원 님의 위상력은 전부 다 차원문을 여는 데에만 사용했고. 주입 실험에는 '다른 클로저' 들의 위상력까지 뽑아내서 주입한 거라며? 어찌나 운이 없는 건지."
분노, 백성현의 마음 속에 피어오르고 있는 이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감당이 안되었고. 일어나기 힘들었던 자기 몸이 어느 새부터인가 성큼성큼 걸어가, 자길 가두었던 이 방문을 뜯어버렸다. 아주 한순간에 말이다. 그 소리를 들은 연구원들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느꼈다. 산발이 된 거나 다름없는 긴 하얀 머리를 뒤덮은 광전사가 붉은 색을 띄는 위상력을 피어오른 채로 그들을 바라봤다는 것을.
"그게 무슨 소린지 설명해봐. 지금 뭐라고 떠들었는지 아까 전처럼 말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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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적 및 불만 비난 관련은 받지 않습니다.)
네, 드디어 모든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비밀리로 운영되고..
연구원들의 말에 백성현이 그 일부를 알아내게 되어 고아들을 실험에 이용했단 사실에 분노를 참지 못한 채 나왔네요.
특히 다른 클로저들의 위상력까지 이용했단 점에 대해 약속을 어겼단 것 밖에 안 들려서 버서커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