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미티드 인 다크사이드 - 최악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3]

Outsideres 2017-02-14 2



Side In, 백성현.

차원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나는 예대를 다니던 대학생이었다. 비록 체점이나 리포트 작성 등등으로 많이 힘든 일도 있었지만, 미래를 위해 등록금까지 벌어가기도 했었고. 대학까지 짧게 다니다가 군대 영장을 받아 훈련소부터 시작된 제대 과정을 겪기까지 했다. 국방의 의무는 남자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의무가 끝나면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조금 남다른 보장을 받고 일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직장.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가정.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생활.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나날.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행복.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보람.
남들하고 조금 다를 수 있고, 평범할 수도 있는 인생.

정말 남들하고 달라보이거나 같을 수 있는 삶이라 할 지라도, 나는 그것을 달게 받아들여 후회없이 살아보겠단 마음가짐을 임했었다. 허나 차원 전쟁이 일어나고 난 이후로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친구를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연인을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행복을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미래를 잃었다.
전쟁으로 인해 인생을 잃었다.

차원종, 사람들이 외계의 존재들을 향해 그리 불리웠고. 그들이 우리들에게서 빼앗아간 소중함을 약탈하였다. 무슨 목적으로 그런 건지 몰라도, 나는 그 속에서 절망감이란 걸 느꼈었다. 그러다가 차원종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 생각하여 발악을 하던 날, 내게서 알 수 없는 힘으로 놈들을 죽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도 차원종들처럼, 아니 그 이상을 넘어섰을 지 모르는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 후로 나는 생존자가 되어 나처럼 이 이상한 힘을 얻은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강제 징병을 내려 군인들처럼 싸워야만했다. 어린이부터 시작해서 성인 남녀까지 누구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힘을 '위상력' 이라고 칭하였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식 무기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위상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차원종을 죽일 수 있었고. 그들이 고른 무기들을 해치울 수 있는 양상을 띄어냈다. 거기다가 나는 내 힘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전쟁을 2년 동안 겪어왔었다. 2000년에 일어났을 전쟁이니, 2002년까지 계속 되어온 전쟁.

나는 거기서 수많은 동료들을 만났고,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 새 연인까지 만났었다. 노골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도 서로가 살아있단 안부까지가 전부였다. 더하라고 하면 손을 잡는 것 밖에 없었다. 서로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동료애를 믿어오며 생겨버린 그 이상의 감정. 이 마음을 한 번으로 족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의 나는 동료를 잃고, 또 한 번 연인을 잃었다. 언제나 서로를 믿고 지켜온 사람들인데.

울프팩, 명실상부 클로저 최고의 팀이자 영웅들로 불리운 자들이 가득했지만 사실상은 그 숨겨진 이면을 감추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대량학살의 마녀이자 알파퀸이라 불리었던 서지수. 울프팩 팀의 교관이었던 남자와 관리요원 데이비드, 역전의 용사라고 엄청 젊은 나이에 불리게 된 제이. 마지막으로 외국에서부터 지원하게 된 소녀 베로니카까지.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왔었지만, 나란 녀석의 이야기는 솔직히 별로 나오지 않았다. 당연할 지도 모른다. 내 입장에선 밝힐 수가 없는 추한 영웅이었으니까.

버서커라는 포지션으로 내가 들고 싸워왔던 대검으로 놈들의 피를 묻히고, 죽거나 잡혀가 조종받게 된 전우들을 죽여 섞인 채 미쳐가면서 싸워왔다. 그 모습에 서지수 뿐만이 아닌 모두가 그렇게 불리웠단 이유로 붙이게 된 포지션이지. 용맹스럽지만 자신의 고통마저 광기로 짓눌러 싸울 수 있는 전사. 나한테는 그 의미가 옳다는 게 맘에 들었다. 유일하게 말이다.

그리고 2002년, 한국에서 일어난 차원 전쟁의 끝을 맺기 위해 마지막 작전을 옮겼다. 마지막 작전 때는 부디 모두를 잃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훈련 과정을 덜 마친 훈련생들까지 죽였던 그 인간형 차원종과의 교전 속에서 우리들은 베로니카라는 동료를 잃고 말았다. 소녀는 화이트팽이라는 전함에서 아자젤의 습격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저 거대한 차원문 앞에 나타난 미지의 존재를 보자마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지의 무언가를 보고 만 우리들 중 가장 심기가 꺾였을 사람은 나랑 대장(서지수)도 아닌 교관인 그 녀석이었다.

우리들은 그 미지의 무언가가 이 곳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 작전을 끝까지 임한 결과, 그들을 차원문으로 되돌려보낼 수 있었고. 한국에서 일어난 이 전쟁의 종언을 알리었다. 울프팩은 그 날 이후로 영웅이라는 추대를 받았지만. 후에 창설된 유니온의 견제로 인해 심기가 꺾인 채 살아가야만 했던 교관은 살아남은 이들, 그리고 죽은 이들과 함께 하며 살아온 교관으로서 다행이었단 말을 남긴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힘든 결정을 내렸던 우리들 입장에선 차원종이 아닌 같은 사람으로부터 잃었다는 아픔을 견디고 또 견뎌왔다.

그리고 대장의 결혼식이 거행하던 날에 나를 비롯해 데이비드랑 제이가 오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고. 우리 남자들끼리 김치찌게 잘하는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두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서 헤어지며 남은 하루의 일상을 보냈다. 모두를 잊지 않기 위해 챙기고 다녔던 인식표는 내 집에 고이 모셔두었다. 훈장을 받았을 때 뭐 갖고 싶은 게 있냐고 말했을 때, 나는 동료들의 인식표만큼은 갖고 싶다고 말해두기까지 했었다. 왜냐고?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하다고 보는가? 나한테는 이게 충분한데?

그 후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보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사람들의 권유로 인해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로 바뀐다는 인생의 직감을 느꼈다. 왜 틀린 건 하나도 없는 것인지… 하아, 위상력 축출 실험. 처음에는 그냥 거절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이 그런 일에 끼지 말아**다는 이유만으로 내 몸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영웅 심리? 그건 아니다. 자살 모방? 그건 더더욱 아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끼어야하는 사람들이 이 이상으로 가지 않게 막기 위함이었다.

뭐 아까 전에 말한 영웅 심리인데, 뭐가 아니냐며 내게 따지는 건 좋다. 지금부터 나는 총 책임자란 양반의 권유랑 내 조건의 성사가 이루어진 채 연구소로 가게 될 테니까.

Side Out, 백성현.

*    *    *

백성현, 그는 현재 총 책임자랑 함께 타고 있는 리무진으로 연구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이 아닌, 실험이 끝날 때까지 연구소란 건물 안에서 지내야하는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신세지. 자신은 모르모트라는 꼴로 살아가야만 한다. 적어도 각오를 했을 거란 심산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포기한다? 그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 영웅 놈이란 모방하게 될 텐데? 그렇다고 후회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은 이 점을 잘했다는 것을 여긴다. 두 말하면 그 두 말도 지키는 총 책임자가 진심으로 지켜준다면, 여기서 죽든 말든 상관안하고 눈을 감을테니까.

"자네의 프로필을 봐왔네만, 생각보다 굉장한 수준이군. 무엇보다도 잠재력이 B- 정도로 속한 게 믿기지 않을 지경으로 말야."

구현력과 방출력은 그럭저럭이지만, 활용력과 신체 능력은 굉장할 수 밖에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잠재력도 만만치 않을 지경인 지라 총책임자의 입장에선 이런 영웅이 실험을 받아들였단 게 가장 큰 수익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들한테 내가 여기로 간단 비밀을 털어놓거나 하지 않았겠지요."

"걱정말게. 자네의 요구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있으니 말일세. 그러니 의외인 게 아닌가? 거절할 거라고 보던 백성현 군이 조건 하나를 응해주니 바로 실험에 응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내 조건에 진심으로 받아들인 당신이 더 의외로 보고 있거든요?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겁니까?"

"허허헛, 바람이라 할 필요 있나. 자네의 위상력은 웬만한 클로저들보다 더 훌륭한 쪽이기에 그 약속을 받아들인 거라네.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만 먹어두게. 다른 쪽으로 괜히 불안해하지 말고."

"불안해한 적도 없수. 그냥 내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랄 뿐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서야 연구소에 도착하게 되었고. 리무진을 난생 처음 타본 그의 입장에선 상당히 편했어도, 서민의 입장을 벗어던지지 못한 지라 불편함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뒷목이 뻐근하단 느낌으로 매만지다가 앞에 누군가가 온 걸 보고 바로 행동을 그만뒀다. 흰 가운에 제법 잘 생겼다고 보이는 미남형의 젊은 남자. 뭐, 젊다해도 나이를 최대로 높여봐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다.

"당신이 바로 백성현 씨 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칼바크 턱스라고 합니다."

"그 쪽이 바로 그 유명한 사람이란 거군. 잡지랑 뉴스에서 많이 봤습니다. 차원문과 차원 압력에 관한 연구를 맡은 권위자라고 말이요."

칼바크 턱스, 차원문과 차원 압력에 관한 연구를 맡은 과학자로서 많은 성과들을 이루어냈지만. 아직까지 더 큰 성과를 이뤄내**단 일컫는 말에 더더욱 많은 비밀들을 캐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허나 백성현의 입장에선 너무 과유불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한테서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없으니 최소한 인상 좋은 표정을 지었지만.

"역시 눈매가 날카로우신 만큼 실물도 가히 예상대로네요."

"…무슨 소리 하고 싶은 겁니까."

"하핫,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실험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연구를 하기 위해선 위상력이 꼭 필요하거든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자마자 백성현은 흠칫했다. 이 남자, 상대가 위상능력자인 걸 알면서 힘조절 하길 바라는 건가? 자칫하면 손 부러질 수도 있는데. 그러니 본인은 칼바크 턱스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악수를 행했고. 칼바크 턱스와 총 책임자의 안내로 연구소에서 어떤 시설들이 갖추었는지 보았는데. 위상력 축출 실험을 할 시설에 이어 차원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제공을 받아 만들어낸 연구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하기 그지없지만 내가 여기서 딱 한 마디만 하지요. 욕심을 너무 과하게 했다간 피 볼지 모릅니다. 항상 몸 사리십시요. 괜히 차원 공간 연답시고 차원종이 나오면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습니다."

"으음, 명심하도록 하죠."

그걸 끝으로 백성현은 앞으로 지내게 될 자신의 방까지 안내받았는데. 화장실과 침대는 있을 대로 있게 되지만, 그 뿐이었다. 컴퓨터든 휴대폰이든 무엇이든 간에 외부하고 알아보는 소식이란 소식을 다 보질 못하도록 텅 비어있다. 땅바닥도 무지 추울 지경으로 임하는 냉기가 그를 맞이했는데. 얼마나 차가웠는지를 모른다. 허나 이미 서로가 조건 체결로 받아냈으니….

"뭐 나쁘지 않군."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 방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성현은 자기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억지로라도 모르모트라는 취급을 받아가며 살아가**단 각오를 새겼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수 있으니까. 또,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더라도 참고 또 참아내**다. 그게 다른 클로저들의 미래를 위한 길이었으니까.

*    *    *

"칼바크 박사."

"말씀하시죠."

내일부터 실험에 임하게 될 백성현이란 클로저를 감옥이라 불러도 할 말 없는 방 안 생활을 지내보는 사이. 총 책임자는 칼바크 턱스를 불러세우며 말한다.

"지금부터 유니온에서 제공받고 있는 실험들을 백성현 군에게 알려주지 말게. 여기 있는 인재들도 전부 다 그렇게 말해둘 걸세."

"…알겠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와 약속을 했거든."

"그렇습니까…. 그보다 정말 신기한 사람이군요. 자기 몸을 스스로 실험에 임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위상력 축출 실험은 말 그대로 피를 빼는 것과 같아요. 운 좋으면 그저 위상력 상실증까지만 그치는 경우일텐데. 최악에는…."

"죽을 지도 모르지. 그리고 백성현 군이 말한 대로 너무 심취하지 말게. 자칫하면 차원종한테 먹이가 될 수 있네."

차원종도 여러 종류가 더러 있다. 그냥 힘으로 싸워내는 녀석이 있는가하면, 살아오면서 생긴 지능을 이용하여 사람을 꾀내어 죽이기까지 했다. 섬뜩하게도 사람과 비슷하게 생기거나 아예 똑같이 생긴 차원종이 인간인 척 다가와 죽이기까지 임했다. 더불어 인간의 정신까지 침식하고도 남을 차원종도 수두룩하게 있었으니. 총 책임자의 입장에선 백성현의 말이 맞았다. 그렇기에 칼바크 턱스는 현 시대로선 가장 유능한 인재다. 그를 잃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차원문과 차원 압력에 관한 업적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그나저나 당신이 세운 실험들은 하나같이 다 솔직하게 말하면 악랄함을 넘어섰습니다. 정말 실험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도 없을 지경으로 말이죠."

"미래를 위한 보장이라고 생각하게. 유니온이 이를 제공해준 것도 천운이고, 그 미래를 위해 희생이란 걸 택했으니 말일세."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게 건낸 희생이겠죠."

타인에게 줘버린 희생이라, 총 책임자는 자기 콧수염을 가다듬으며 콧숨을 낸다. 칼바크 턱스는 그가 이 연구소에서 행하게 될 실험들이 얼마나 잔혹한 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걸 유니온은 비윤리적이라 보면서도, 기꺼이 허가를 내린 것만 해도 제정신이 아닐 지경이었다.

"내일부터 바빠질 걸세. 그러니 오늘은 편히 쉬어두는 게 좋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칼바크 턱스가 자리에 떠남으로써, 총 책임자는 내일을 위한 계획들을 차례차례 해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슬슬 바빠질 날을 위해 체력을 길러야겠군,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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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적 및 불만 비난 관련은 받지 않습니다.)

백성현이란 캐릭터는 말 그대로 겉으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속은 내심 신경써주는 쪽이라고 보면 될 거에요 아마.
그리고 이제부터 행하게 될 이야기는 12세 이용가라고 해둔 이 클로저스 게임의 어두움을 파헤쳐보는 시간(?) 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충 할 수 있어요. 아실 거에요, 유니온이 내린 실험들 때문에 클로저들이 얼마나 피를 보고 대부분 죽어가게 됐는지를.
그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하하하핳.. 썩을 놈들.
2024-10-24 23:13:5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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